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1 칼날 위 탄생한 나비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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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2 긴 밤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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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짓이야! 또 날 막으려고?!

본·네거트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여기서 콜레도르를 죽이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본·네거트는 찢어진 공간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본·네거트는 두 사람에게서 등을 돌린 채 온 정신을 다해 눈앞의 균열을 막고 있었고, 억누른 듯한 떨림과 비통함이 그의 침착한 목소리에 섞여 있었다.

본·네거트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

이중합 탑의 코어가 파괴됐다. 이제 모든 게 통제 불능 상태가 될 거다.

적조가 더 이상 콜레도르의 통제를 받지 않게 됐다. 다른 시대를 공격하는 도구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곳에서 계속하여 이합 생물을 만들어낼 것이다.

지능이 없는 그 괴물들이 이중합 탑 안을 배회하다가 너희가 들어온 균열을 통해 다른 시대로 갈 수도 있다.

난 여기 역장 차단막을 유지하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해서, 컨스텔레이션 전체를 감싸는 차단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지하의 적조와 이합 생물들은 분명 황금시대로 갈 거야.

지휘관은 콜레도르가 찌른 복부를 부여잡고 뭔가 말하려 했지만, 통증 때문에 입을 열기 어려웠다.

루시아가 즉시 상처를 압박하고 지혈을 시도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그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 대부분 승격자들의 성향을 보면, 지루한 작업을 계속 반복하다가 과거를 수정할 수 있는 이중합 탑을 접촉하게 될 경우,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거다.

카오스와 융합해라. 0호 대행자가 되는 것만이 이 모든 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 앞에 있는 차단막은 컨스텔레이션 전체를 감싸는 것보다 에너지가 훨씬 적게 들 텐데, 왜 유지하기 어렵다고 하는 거지?

그건...

본·네거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봉쇄된 깊은 곳에서 광채가 가시처럼 터져 나왔다.

번개같이 빠르고 날카로운 가시가 장애물들을 뚫고 나와 대행자의 몸을 순식간에 관통했다.

?

상대방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고, 중상을 입고도 외마디 비명조차 없었다.

본·네거트는 익숙하다는 듯, 맨손으로 자기 몸을 관통한 가시들을 하나씩 잡아 부쉈다.

무방비 상태로 공격받은 그의 등에는 깊은 상처가 생겼고, 퍼니싱으로 천천히 회복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겠네.

이건...

다시 날아온 가시가 루시아의 질문을 차단했다.

본·네거트의 몸은 다시 한번 관통되었고, 그는 전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붉은 에너지를 모조리 부숴버렸다.

회복되지 않은 상처 옆에 또 새로운 상처가 생겼고, 퍼니싱의 회복 속도는 한층 더뎌졌다.

이게 코어가 녹아내린 대가다.

너희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리가 되찾은 그 코어는, 이중합 탑 전체를 제어하는 능력 외에도 동등한 수준의 방어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코어가 사라져 ... "오염"이 다른 세계에서 이곳으로 범람하고 있다.

이 세계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재난을 동시에 겪게 될 경우, 그때는 영원히 돌이킬 수 없게 될 거다.

나나, 너희나... 목표는 모두 동일하다.

가시가 다시 한번 관통했고, 상처는 여전했다.

이 물건을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건 나뿐이니, 내가 반드시 막을 거다.

이미 이런 광경을 예상했음에도,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자 그 절망이 주는 압박감은 견디기 어려웠다.

자책할 필요 없어. 0호 대행자가 코어를 빼앗았어도 똑같은 결과였을 거다. 대신 나에게는 막을 여지조차 없었을 테지.

이건 불행 중 다행이다. 이제 우리는 적조와 이합 생물이 황금시대에 침투하는 것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남은 길이 단 하나라고 해도, 고통을 감내하며 다른 가능성을 찾는 걸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잠깐만요. "열쇠"가......

루시아가 고개를 숙여 열쇠를 봤다. 열쇠는 이중합 탑 코어를 흡수해 기이한 결정체로 변해 있었다.

본·네거트

그건 코어가 저장된 "열쇠"다.

네가 열쇠로 시간 역행을 한다 해도, 이중합 탑은 영향을 받지 않을 거다.

이중합 탑은 긴 터널과 같아서, 그것이 있어야만 너희가 다른 "출구"를 통해 특정 구역 내 다른 시간대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날카로운 가시들이 본·네거트의 몸을 파고들며, 끊임없이 대행자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본·네거트

하지만 지금은 터널 자체가 망가졌다. 네가... 쿨럭... 외부에서 개입해도 이 공간을 복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본·네거트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음에도, 그의 목소리에서 기력이 다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네거트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0호 대행자가 되어야만 적조를 억제할 수 있고, 네가 본 그 재난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본·네거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평소의 침착함을 되찾으려 했다.

본·네거트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컨스텔레이션을 뒤덮은 적조가 전 세계로 퍼지는 걸 보고만 있을 건가?

0호 대행자가 돌아오면 이 바다처럼 넘실대는 적조를... 순식간에 제거할 수 있다... 됐다, 이걸 네게 설명한다 해도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녀를 대체 어디로 보낸 거지?

본·네거트

이 균열 너머에 있는 안개 지역이다. 그리고 안개 지역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많다. 지금 이중합 탑 전체가 위험 구역이라서 권한이나 "열쇠" 없이는 돌아오기 힘들다.

본·네거트

오염으로 인한 시간 혼란 구역이다. 지금은... 그걸 자세히 설명할 때가 아니야. 0호 대행자만 이곳에 진입할 수 있어서, 이런 식으로라도 임시 봉쇄해야 한다.

이제 선택해,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네가 원하는 미래를 지키고 싶지 않나!

본·네거트의 분노에 찬 외침에 고개를 들자, 재난은 여전히 그림자처럼 퍼져 나가고 있었다. 지도자를 잃은 적조는 0호 대행자가 이중합 탑에 만든 균열을 따라 출구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단막이 없는 컨스텔레이션으로 흘러 들어가... 황금시대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일 것이다.

퍼니싱이 폭발한 지 30여 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항쟁 속에서 희생되었는가. 여기에 적조까지 더해진다면 과연 생존자가 있을 수 있을까?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맞나?

본·네거트의 말이 맞았다. 이곳에 서 있는 둘은 이미 무사히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color=#ff4e4eff>미래</color>의 분열된 참상들 속에서, 그 어떤 것도 자신의 <color=#ff4e4eff>현재</color>에 속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지금 도망친다면, 소중히 여겼던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심지어 지휘관은 이중합 탑 밖의 자신이 이미 30여 년 전에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고, 이곳을 떠나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몰랐다.

지휘관은 피투성이 된 배의 상처를 부여잡으며, 루시아의 품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희생을 피할 수 없다면, 자신이 그것을 감당하려 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누군가의 잡아당기는 힘에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루시아는 억누르기 힘든 가슴속 슬픔과 분노로 온몸을 떨며, 지휘관의 외투를 잡아당겼다.

루시아는 지휘관의 눈과 배의 상처를 번갈아 보며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루시아

…………

루시아도, 지휘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읽은 듯 보였다.

이제 결론을 얘기할 차례다.

루시아

여기까지 오면서 지휘관님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어요…

루시아는 기어코 그 말을 내뱉었다.

루시아

지휘관님 대신… 제가 하게 허락해 주세요.

루시아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꿈에서 정확히 보지 못했지만, 지휘관은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이곳에서 깨어난 이후, 루시아는 줄곧 모두를 컨스텔레이션에서 탈출시키고 이중합 탑으로 돌아가는 방법만 이야기하고 있었다.

둘 중 누구도 이중합 탑이 초래하게 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중요한 계획서에서 이 부분만 잘려 나간 듯, 커다란 공백만 남아 있었다.

루시아

네. 알아요.

하지만 전 죽으러 가는 게 아니에요. 지휘관님.

균열 출구에는 예비용 역장 차단막 장치가 하나 더 있어요. 그건 지하 중층 전체를 덮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해요.

중층은 원래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곳이었어요. 앞으로도 그곳에 발을 들일 사람은 없을 거예요. 장치만 제대로 작동하면, 적조가 미리 나타나는 걸 막을 수 있어요.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계획이었다.

지휘관은 다시 한번 그 끝없는 5월 3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이중합 탑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 균열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적조가 밀려올 것이다.

루시아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어요. 지휘관님은 회수한 코어를 가지고 저희 시대로 돌아가세요.

루시아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여전히 옷을 적시며 새어 나오는 지휘관의 피를 보며, 루시아는 점점 더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루시아

지휘관님이 코어를 가지고 여길 떠날 수만 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드릴 거예요!

루시아

Ω 코어는 이 기체에 무한한 가동 능력을 부여했어요. 전 할 수 있어요!

루시아

지휘관님이 영원히 떠나는 것보다는 나아요.

루시아

전 상의하려는 게 아니에요. 지휘관님에게는 선택지가 없어요.

루시아는 꽉 쥐고 있던 외투를 천천히 놓으며, 지휘관을 바닥에 비스듬히 기대게 했다.

전에 맥박을 확인할 때처럼, 루시아는 지휘관의 손을 잡아 자기 뺨에 살포시 얹었다. 이 순간의 온기와 깊은 애정은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루시아

지휘관님의 죽음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

지휘관님의 명령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할 거예요. 거절하시면 안 돼요. 거절하실 수 없을 거예요.

루시아

지휘관님. 우리의 시대로 돌아가 주세요. 지휘관님이 사랑하는 그들 곁으로 돌아가세요.

그들과 함께 오래오래 사시면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 주세요.

그건 늘 제가 바라왔던 미래예요. 평화로운 세상을 원했고, 그 세상에 지휘관님이 계시길 바랐어요.

거기서 절 기다려 주세요.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게요. 곧 지휘관님이 계신 시간으로 저도 따라갈게요.

지휘관님을 살릴 수만 있다면, 30여 년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전 두렵지 않아요.

어린아이를 달래는 거짓말처럼 들렸다.

루시아

제 결말이 어떻든 지휘관님은 안전하게 떠나실 수 있어요.

루시아

그건, 지금의 지휘관님도 마찬가지잖아요.

저희 참 비슷 면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죠?

저희의 생각, 저희의 결정, 서로를 위한 마음은 늘 비슷했어요.

루시아

하지만 이 일만큼은 절대 타협할 생각이 없어요. 허락해 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을 거예요!

루시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했고, 또다시 거절한다면 지휘관의 의식을 잃게 해서라도 이 결정을 밀어붙일 기세였다.

루시아

말씀하세요.

루시아

안 돼요.

루시아

…………

루시아

…………

루시아는 눈을 떨구며 자신이 본 아홉 가지 결말과 자신이 선택한 마지막 길을 떠올렸다.

그 정보들이 보여준 장면처럼, 이중합 탑의 코어는 녹아 없어지고, 그녀는 곧 균열 옆에서 긴 세월을 버텨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정보에는 루시아가 "열쇠"를 가지고 있을 때의 결말은 나와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루시아

"열쇠"로 제 자신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루시아

확실하세요?

루시아

…………

역시 비슷한 성격을 가진 둘답게,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그들은 태도마저 비슷했다.

루시아는 이 단호함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루시아

알겠어요.

루시아는 품에 안고 있던 인간을 내려놓고, 쓰라린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다시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루시아는 일어서서 "코어"가 들어있는 열쇠를 거머쥐었다.

전에 카오스가 우리가 왔던 시대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했어. 너도 가능하지?

본·네거트

…………

네가 이중합 탑으로 돌아올 때까지 "다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지.

다만 네 지휘관의 경우엔 조금의 운이 필요하겠지. 정말 그 계획이 성공할 거라 확신하는 건가?

당연하지. 지휘관님의 현재 몸 상태로는 탑에 남아 있어봤자 네가 원하는 융합을 준비조차 못 해.

내가 동의한다 해도, 이런 상황에서 하는 의식 융합은 안정적이지 않을 거야. 설마 실패를 반복하고 싶진 않겠지?

본·네거트

……

좋다. 최선을 다해 도와주지.

코어 레이어에 출구와 가까운 투명한 계단이 있다. 그걸 너희들이 볼 수 있게 해주겠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몸을 숙여 키리시마 유코가 준 바보 개구리 녹음 펜을 꺼냈다.

저 대신 가지고 계셔 주세요. 이후에 다시 만날 때 돌려주시는 걸 잊지 마시고요.

물론이죠.

곧 찾아갈 테니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거예요. 이제 지휘관님을 이중합 탑 밖으로 보내드릴게요.

루시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인간의 눈을 가리고 익숙한 말을 건넸다.

잠시 뒤에 뵐게요. 지휘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