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번째 시간 역행이자, 3번째 컨스텔레이션 진입이었다.
D7 쌍둥이 전망대 의무실
2161년 1월 1일, 퍼니싱 폭발 12일째.
맑은 새벽빛이 도시 가장자리를 둘러싼 밤의 장막을 걷어내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컨스텔레이션은 고요함 속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은 12시간째 깊은 잠에서 깨지 않고 있었다.
"열쇠"의 손상으로 인한 영향인가?
루시아는 눈썹을 찌푸린 채 마음속의 초조함을 억누르려 했다.
다시 한번 지휘관의 호흡을 확인하고, 손목을 통해 맥박을 느꼈다.
모든 것이 정상임을 확인한 루시아는 잠시 불안했던 마음을 가라앉혔지만, 이내 다시 불안에 휩싸이며 반복적인 동요를 느끼고 있었다.
의식의 바다에서 어느 한 줄이 끊어진 것 같았다.
"열쇠"가 소진되면서 끊어진 이 줄은 그녀의 목을 조여오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평온해 보이는 그녀의 머리를 비틀어버릴 것 같았다.
지휘관이 다시 깨어나지 않는다면, 그동안 한 모든 것이 의미가 없게 된다.
……
이 외로운 탐색은 너무 오래 지속되었고, 수많은 장애물이 그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눈을 감으면 피로 물든 그 길들이 아직도 선명히 아른거린다. 루시아는 이제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지만, 냉정을 잃어서는 안 됐다.
…………
시뮬레이션 호흡의 도움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신 루시아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그레이 레이븐 전투 준비 대기실에서 출발하기 전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
그 당시 리는 항상 창가 앞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리,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요?
……
아니에요. 그냥... 이유를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어서요.
반이중합 탑 때문인가요?
네.
어떤... 선택 때문에 탑 안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던 거면, 결코 잘못된 선택은 아니에요.
안전하게 돌아온다...
이미 적의 함정이 된 이 높은 탑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든 발걸음은 죽음과 피로 만들어가야 했다.
…………
루시아는 차가워진 인간의 손을 잡았다. 서염 기체의 온기가 인간의 피부로 스며들어 그 길고 차가운 악몽에 온기를 더해 주기를 바랐다.
지금의 그녀는 이런 하찮은 행동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기에 마음은 더욱 무거워져갔다.
기체가 작동될 때의 저항감이 계속해서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본·네거트가 준 단말기로 시간 역행을 하면서 확실히 부하가 가중된 느낌이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
이번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점점 더 부하가 심해져 움직이기 어려워질 것이다.
지휘관님...
저희에게... 이런 결말밖에 없는 건가요?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예요.
루시아는 더 이상 비극적인 이별을 보고 싶지 않았고, 지휘관에게 같은 고통을 되풀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루시아의 마음은 이미 수천 번 찢어졌다가 다시 이어 붙인 흔적으로 가득했다.
아무리 점차 무감각해지고 차가워져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도, 지휘관과 함께 꾼 미래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지휘관님.
루시아의 속삭임은 공중을 떠다니며, 이 고요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한 소녀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고,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반쯤 열렸다.
루시아 언니?
로즈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들어오세요.
네.
로즈는 조심스럽게 들어와 루시아가 가져온 의자에 앉았다.
로즈는 잠든 지휘관을 살며시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걱정 말아요. 그냥 쉬고 계시는 거예요.
상대방과 자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말이었다.
무슨 일 있어요?
유코와 센 언니더러 사람들을 불러 모으게 하셨잖아요. 다들 오긴 왔는데, 몇 명은 계단 오르기 싫다고 1층에 있고, 나머지는 의무실 앞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네. 오후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해요. 지휘관님이 안 깨어나셔도 어쩔 수 없죠.
네.
고개를 든 로즈는 루시아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요?
유코 언니도 의무실 밖에 있는데,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센 언니랑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언니가 보고 싶다더니... 막상 앞에서 아무 말도 안 하네요.
…………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고 걱정도 너무 많아서, 오히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어요.
루시아 언니도 그런 적이 있었어요?
루시아 언니...
네. 저도 있었어요.
로즈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아래층 정원에서 카오스를 만났어요. 저한테 역장 차단막 장치를 주면서, 계단 올라오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싶으면 아래층에 설치하래요.
장치가 부서지면 역장 차단막도 함께 사라져서,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래요.
그래서 로즈가 설치했어요?
네. 카오스가 다들 자기를 무서워한다면서 제게 설치하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로즈는 그 방면에 정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역시 미래의 과학 이사회 멤버가 될 만한 자질이 충분했다.
하지만 루시아는 그 뒤 말을 속으로 삼켰다. 겨울 계획 희생 명단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로즈는 겨울 계획으로 희생될 운명이었고, 그녀의 딸 로사만 살아남게 되었다.
눈앞의 이 영리하고 착한 아이도 결국 어른이 되어, 겉보기엔 알 수 없지만 이미 정해진 그 운명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몇 마디 조언과 당부의 말이 루시아의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운명의 수레바퀴 앞에서는 어떠한 몸부림도 무력하기만 했다.
수없이 과거를 바꾸고, 수없이 헛된 순환을 반복한 루시아는 다소 무거워진 손으로 로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컨스텔레이션을 떠나게 되면 로봇들을 조심해요. 매우 위험한 존재들이에요.
다른 곳도 컨스텔레이션처럼 변했나요?
네. 그러니 반드시 자기 자신을 잘 지켜야 해요.
명심할게요.
로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혹사 오빠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루시아는 그에 대한 진실이나, 도움 될 만한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는 대가는 너무나 불확실하고 무겁다는 것을 알기에 무모한 도박은 하지 않았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잡고 있던 인간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죄송해요.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루시아는 즉시 손을 놓았다. 갈 곳 잃은 손은 공중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
의식은 조금씩 돌아왔지만, 목이 쉬어서 거의 말을 할 수 없었다.
관자놀이의 통증으로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루시아는 즉시 지휘관의 차가운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어 악몽의 한기를 몰아냈다.
2161년 1월 1일, 아침 8시예요. 이미 날이 밝았어요.
뇌가 신체 정보를 처리하느라 더뎌져서, 시간이 늘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지휘관이 힘겹게 말을 내뱉는 사이, 코에서 뭔가 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 액체가 갈라진 입술을 적셨고, 지휘관은 입안에 비린내가 퍼지는 것을 느꼈다.
!
루시아는 한 손으로 지휘관의 턱을 조심스럽게 받친 뒤, 다른 손으로는 소독된 솜을 둥글게 말아 지휘관의 코에 조심스럽게 넣어 지혈을 시도했다.
이제 고개를 숙이세요. 음... 리브... 리브가 알려준 건데...
루시아는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난 듯, 즉시 손으로 지휘관의 코를 잡았다.
이렇게 몇 분 정도 유지하라고 했어요. 우선 침대에 기대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는 게 좋겠어요.
필요한 것들은 제가 모두 준비해 놓았으니,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휴식할 시간은 충분해요.
두통이 다시 밀려왔다. 계속되는 악몽은 수없이 뒤틀린 환상과 함께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여기 있어요.
잠시만요. 여기요.
로즈는 차분하게 지휘관을 응급 처치해 주는 루시아를 보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구조체와 지휘관을 번갈아 살피던 로즈는 조용히 문 뒤로 이동했다. 미소를 띤 얼굴로 루시아에게 손을 흔들고는 의무실 문을 닫아 자리를 비켜주었다.
약 여기 있어요.
피비린내 나는 입에 진통제를 털어 넣고 물과 함께 삼켰다. 의무실 침대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자, 두통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좀 괜찮아지셨어요?
고개를 돌린 지휘관은 그제야 루시아가 계속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루시아는 불안한 걸까?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잡고 있는 손을 쓰다듬자, 루시아의 표정이 드디어 조금 풀렸다.
걱정 마세요. 지휘관님이 반이중합 탑을 떠나신 후 시간 역행을 했으니, 리와 리브는 아직 무사할 거예요.
네.
네. 저희... 빨리 돌아가요.
누구도 돌아가는 대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각자 마음속 이미 결정한 죽음에 대해서도 말이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예요.
루시아 자신만 희생하면 되는 마지막 기회였다.
루시아는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고, 이를 꿈에서 어렴풋이 눈치챈 사람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네.
루시아는 겉으로만 평온해 보이는 얼굴로 현재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적조가 나타나지 않았고, 거리도 깨끗해요. 제 추측으로는 0호 대행자가...
네. 제 추측으로는 콜레도르가 <color=#ff4e4eff>이번</color>에는 훨씬 더 약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거리를 오염시킬 능력도 없어 보여요.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거예요.
저는 우선 여기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고 싶어요.
여기엔 센과 로즈처럼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을 각자의 시간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요.
정화 부대와 이중합 탑 모두요?
지휘관님께서 꾼 꿈의 내용이 현실과 많이 일치하는 것을 보면, 단순한 꿈이라기보다는 반이중합 탑의 영향인 것 같아요.
제가 반이중합 탑에서 또 다른 자신에게 정보를 전달했던 것처럼, 리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거겠죠. 다만 그 당시의 저희는 리가 정확히 뭘 겪었는지 몰랐을 뿐이에요.
미래에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되세요?
저 카오스를 찾았어요. 일시적으로 역장 차단막을 해제하는 걸 카오스가 돕기로 했어요.
지휘관님.
이 말을 들은 루시아의 표정이 다시 무거워졌다.
왜 이렇게까지 이합 생물을 신뢰하시는 거예요?
카오스와의 협력을 선택한 건,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악몽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것이 희생을 가장 적게 치르는 길일지도 몰랐다.
지휘관이 스스로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루시아에게 말한다면,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
가장 희생이 적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말하지 않았음에도 루시아는 눈치챘다.
… 함께 돌아가요. 네?
루시아는 처음으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건넸다.
마지막 순간...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루시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저요? 당연히 괜찮죠.
감춰지지 않는 피로와 불안한 모습이 그녀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말 괜찮아?"라고 다시 물어도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할 게 뻔했다.
지휘관님이 예전에 발견하신 문제들을 어제 오후부터 하나씩 해결 중이에요. 여기서 현재 상황을 잠깐 정리해 볼까요?
그녀는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항상 이런 정리된 모습으로 곳곳에 난 상처들을 감추려고 애쓴다.
로즈와 용병들, 그리고 직원들 모두 무사해요. 그들 사이의 갈등은 제가 일시적으로 조율했고, 지하 주차장 탐사조도 미리 귀환하도록 했어요.
지난번에 지휘관님께서 직원 관리자 모나를 설득하신 것처럼, 이번에는 제가 그녀를 설득해서 엘리베이터 권한 카드를 받아냈어요.
루시아가 권한 카드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리고 센을 찾아가서, 키리시마 유코와 그녀 곁에 있던 데이지와 보리를 함께 설득했어요.
지금 아마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직원들을 데리러 갔을 거예요. 곧 돌아오겠죠.
그들 사이의 갈등은 하루이틀 사이에 쌓인 것이 아니에요. 지금은 일시적으로 같은 목적을 위해 함께 행동하는 것일 뿐, 제 몇 마디 말로 완전히 해결되진 않을 거예요.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루시아는 지휘관의 손을 놓지 않았다.
혹시 걱정되는 일이 있으세요? 지금 바로 준비할게요.
네. 콜레도르가 갑자기 나타날까 봐 걱정돼서 비행 테스트할 때처럼 계속 안고 있었어요.
죄송해요. 많이 불편하셨죠? 근데 콜레도르의 능력을 확인한 뒤로는, 의무실에 쭉 있어서 안고 있지 않았어요.
루시아는 자신의 말이 갑작스러운 포옹에 끊길 줄 예상 못했지만, 곧 그 따뜻함의 의미를 이해했다.
의지할 곳 없이 76번의 시간 역행을 겪다 보니, 말뿐인 위로가 얼마나 무색한지 깨닫게 되었다.
루시아는 억눌러지지 않는 불안 속에서 지휘관이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접촉하는 게 익숙해졌고, 인간도 같은 방법으로 그녀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는 법을 배웠다.
지휘관님, 전 괜찮아요.
루시아는 일어서서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지만, 상대방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결국 병상에 앉아 있는 그를 다시 안았다.
루시아는 작게 대답하며 쓴웃음을 지은 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얼굴을 가까이 맞댔다.
지휘관은 루시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평소에는 온화함과 굳건함이 가득했던 그 눈이 이제는 석양 같은 슬픔과 깊어지는 어둠 속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루시아의 마음과 의식, 그리고 결의는 이 길고 긴 고통과 역경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는 여기 있다.
루시아는 불태울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여기에 서 있다.
루시아는 자신의 말이 갑작스러운 포옹에 끊길 줄 예상 못했지만, 곧 그 따뜻함의 의미를 이해했다.
의지할 곳 없이 76번의 시간 역행을 겪다 보니, 말뿐인 위로가 얼마나 무색한지 깨닫게 되었다.
루시아는 억눌러지지 않는 불안 속에서 지휘관이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접촉하는 게 익숙해졌고, 인간도 같은 방법으로 그녀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는 법을 배웠다.
사과하고 싶으시면, 저와 함께 돌아가요. 안 그러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고마워요. 지휘관님... 항상 제 곁에 있어 주시고, 제가 곁에 있을 수 있게 허락해 주셔서요.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의무실에 불어 들어와 뼛속까지 한기가 스며들었다.
루시아는 담요를 끌어당기며 더 가까이 붙었다.
사람들의 소란한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들은 최근에 발생했던 갈등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논쟁하고 있었고, 기쁨과 슬픔의 목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이미 희생할 각오를 마친 두 사람이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 한 명은 이미 충분한 각오가 되어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처음부터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며, 남은 생의 모든 다짐을 상대방에게 새기려는 듯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인간의 심장이 고동치는 심장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려 퍼졌고, 모든 미련과 갈망은 그 소리와 함께 삼켜져 갔다.
물론이에요.
좋아요.
시작할게요. 제 기체는 3월 30일에 교체가 완료되었고, 반이중합 탑 진입은 10월 3일이었어요.
이 기간에 정기적인 테스트 임무 외에도, 적조와 이합 재난 구역이 기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었고, 그 방식도 예측하기 어려워진 걸 발견했어요.
맞아요. 10월 3일 이후 저희는 반이중합 탑 조사를 시작했어요.
이합 생물의 끊임없는 방해 때문에, 조사와 과거 시간을 수정하는 작업은 난항을 겪었어요.
본·네거트는 수차례 나타나서 지휘관님과 카오스를 융합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지휘관님은... 여러 번 돌아가셨어요.
루시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여전히 생생한 그 상처들을 떠올리며 얘기했다.
카오스가 0호 대행자의 권능을 계승하고, 0호의 본래 의지를 억제하려면 의식 안정도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지휘관님이 필요했어요.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신 지휘관님은 카오스와의 융합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확신하셨어요. 그리고 반이중합 탑에서 본·네거트와 콜레도르에 맞서려는 저를 저지하시고, 본·네거트와 연합하여 콜레도르에 대항하라고 명령하셨어요.
맞아요. 카오스가 아직 0호 대행자의 권능을 계승할 준비가 되지 않았거든요.
본·네거트는 시간을 벌고 그 삼파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반이중합 탑의 코어와 자신의 "열쇠"를 이용해 저희를 탑에서 쫓아내 이 시대로 오게 했어요.
하지만 반이중합 탑이 붕괴하면서 저희는 10일이나 늦게 도착했고, 먼저 여기 온 콜레도르는 도시를 완벽히 장악해, 일반인들을 선동해서 우리의 움직임을 방해했죠.
루시아는 시선을 내린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님이 돌아가신 후, 콜레도르는 전투를 포기하고 서둘러 사라졌어요.
그 후에... 적조도 물러나게 되면서 도시는 더 이상 잠식되지 않았죠. 제가 알아낸 "나무 열매", 그건 정확히 뭘까요?
그래서 지휘관님은 "나무 열매"를 드시고, 자기 몸으로 콜레도르를 유인한 뒤, 그녀에게 "독"을 먹인 건가요?
…………
두 번째에는 이곳 사람들을 설득해서... 엘리베이터의 권한 카드를 얻었고...
루시아의 목소리는 힘을 잃은 듯 희미해져 갔다.
지휘관은 병상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마음을 다잡으며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평소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과 집착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놀란 듯 양손으로 지휘관의 얼굴을 감싸며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급 물품에 영양액 반병 남은 게 있는데, 그거라도 가져다드릴까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역행한 시간을 전부 합치면 분명 5년이나 6년은 될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될지도 모른다. 이미 헤아릴 수도,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긴 시간이 흘러버렸다.
지휘관은 그 힘든 탐색 과정에서 가끔 리를 떠올렸다. 반이중합 탑에 들어갔던 리도 이런 일들을 겪었을까?
본·네거트와 0호 대행자의 갖은 방해를 받았을까? 아니면... 완전히 다른 문제에 직면했을까?
루시아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썹 사이에 쌓인 근심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한층 무거워졌다.
처음 반이중합 탑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루시아의 미소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
왜요?
지휘관님도 마찬가지예요.
루시아가 손을 뻗어 지휘관의 미간을 만졌다.
성장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예전에 지휘관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성장은 언제나 고통스럽다고요.
손끝으로 느껴지는 온기는 차가운 손바닥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루시아는 고개를 살짝 돌려 손에 얼굴을 기대고는 미소 띤 얼굴로 물어왔다.
다른 사람들도 보러 가실래요? 출발까지 아직 시간이 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