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1 칼날 위 탄생한 나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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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3 기록: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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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1년 1월 1일

반이중합 탑 밖은 어느새 깊은 밤을 지나 새벽을 맞이하고 있었다.

역장 차단막의 허락하에 눈송이가 자유롭게 흩날린다. 컨스텔레이션에 새해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적조 속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콜레도르가 마침내 깨어났다.

그 대행자의 과거는 정말 곱씹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소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이번 여정에서 얻은 소중한 수확물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겼다.

<b>"아, 맞다. 이중합 탑에서 뻗어나가는 이 터널을 "꿈을 건너는 다리"라고 이름 지어봤어요... 어때요, 어울리죠?"</b>

"꿈을 건너는 다리"... 흥, 불법 건축물을 참 문학적으로도 표현했네.

만약... 그들이 가진 "열쇠"가 당시 이중합 탑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거라면, 확실히 이중합 탑의 규칙을 일부 바꾸거나 심지어 그들만의 공간도 만들 수 있었겠네.

콜레도르는 다소 초조한 모습으로 적조 속을 서성거렸다.

아마 그 때문에 이 세계의 이중합 탑이 반이중합 탑으로 변한 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 당시에는 "열쇠"가 없었을 텐데, 도와준 사람이 있었거나 아니면 그 구조체가 스스로 해냈다는 얘기인데, 정말 가능한 건가?

전에 실패한 건 역시 그 선발 대원들 때문이었군. 도대체 안개 지역에서 어떻게 돌아올 수 있었던 거지?

계속 걸으며 생각하던 콜레도르는 한 가지 가능성에 다다랐다.

"열쇠"의 허점을 이용해서, 손에 든 접속 단말기로 이중합 탑의 코어를 회수했던 걸까?

이중합 탑이 여기 나타난 것도, 그자가 코어를 이쪽으로 가져와서인 걸까?

콜레도르는 뭔가 깨달은 듯 웃기 시작했다.

재미있어. 일을 그르친 선발대, 똑같이 실수한 0호 대행자... 역사는 항상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

저쪽의 도미니카는 코어를 빼앗다가 사라졌고, 이쪽의 도미니카도 영점 에너지 폭발 후에 실종됐어. 정말 빠져나갈 수 없는 <b>폐쇄 루프</b> 같아.

하지만 왜... <b>이쪽 "문"앞</b>에만 "문지기" 같은 존재가 나타난 걸까?

콜레도르가 되찾은 기록에 따르면, "리"라는 구조체가 이곳의 문을 두드리기 전, 문지기가 그의 길을 막았다.

인위적으로 남겨둔 보험 장치처럼, 문지기는 "문"을 넘으려는 모든 침입자에게 경고를 보내며, 준비된 도전자들을 인도했다.

저 문지기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그녀"는 문을 건널 수 있는 자들을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문"으로? 아니면 직접 삼키려고? 그것도 아니면...

됐다.

이렇게 생각해 봤자 결론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저 문지기는 "문"의 사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본·네거트...

그가 바로 선발 대원들 중 한 명이었다.

원래는 "썩은 나무"나 다름없는 존재였는데, 가장 먼저 자발적으로 죽음 앞에 선 사람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니...

다만 그의 행동 방식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니모"의 행동 논리로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고, 다른 누구의 흔적도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 이건 또 왜일까?

적조처럼 여러 사람의 의식이 융합된 거라면...

트라우트 교수님이 뭘 도와달라고 하셨나요?

음... 아마... 의식 데이터와 관련된 일일 거예요.

혹사 오빠 말로는, 의식 데이터는 사람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를 전부 데이터로 만들어서 다른 곳에 저장하는 거래요. 어떤 사람들은 이걸로 몸을 바꾸기도 한대요.

몸을 바꾸는 거랑 관련된 거였으면 좋겠어요. 저도 트라우트 교수님을 다시 뵙고 싶거든요.

때마침 이 소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고, 콜레도르는 그녀의 추측에 한층 더 확신을 가졌다.

어쩌면 "트라우트"의 의식이 바로 그 순간에 "니모"와 융합한 건 아닐까?

음, 황금시대의 기술로 트라우트의 의식을 온전히 보존하는 게 가능했던 걸까?

분명 안에 다른 사람들의 의식 파편도 많이 들어있어서,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려 했던 원래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 거야.

테세우스의 배처럼.

물론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지만.

콜레도르는 카오스에게 가격당한 가슴을 어루만졌다. 이 몸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한다 해도, 적조를 통해 회복할 경우 카오스가 분명 알아차릴테고, 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적조 자체가 수많은 사람의 의식과 혼란스러운 정보가 뒤섞여 있기에, 대부분 이합 생물의 행동이 무질서한 것이다.

충분히 안정된 의식만이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덮어씌우고 자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게 융합된 사람이, 대체 누구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걸까? 무엇에 이끌려 가고 있는 거지?

콜레도르는 문득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콜레도르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0호 대행자로서의 사명과 그녀의 냉정함이었을까?

아니면 콜레도르의 탐구심, 그리고 인간과 문명에 대한 경외심이었을까?

콜레도르는 이 낯선 감정 속에서 혼란을 느꼈다.

지금의 난 대체 무엇이지?

콜레도르는 다시 한번 키리시마 유코의 질문을 떠올렸다.

그만두자. 신경 쓰는 사람도 없는데.

그녀가 누구든 간에,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균열에 접근하려는 자들을 막으로 가야겠어.

9:00 AM

탑 밖에서 밤새 긴 대화를 나눈 지휘관과 루시아는 휴식을 취한 뒤, 의무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휘관님. 잘 주무셨어요?

루시아는 지휘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았다.

괜찮으세요?

근데 아직도 안색이...

또...

네.

루시아는 두 팔을 벌려, 눈앞의 인간이 자신의 부드러운 가슴에 얼굴을 묻게 했다.

어떤 꿈이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지하 주차장으로 출발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요.

…………

그렇게 지휘관은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그 긴 꿈속에서 컨스텔레이션은 오랫동안 봉쇄된 채 있었고, 적조에 잠긴 시체들이 다 녹아내릴 때까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10년 후, 승격자가 된 혹사는 본·네거트의 도움으로 이곳에 돌아와 천장에 걸려 있던 머리핀을 발견했다.

그제서야 그는 로즈가 자신을 찾으러 컨스텔레이션에 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단 30분 차이로 만나지 못하고 죽게 되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혹사는 로즈의 시신 앞에서 자살을 선택했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많은 일들이 시작도 못하고 끝이났다.

레븐쉬는 그 덕에 살아남았고, 구 그레이 레이븐은 불안정한 상태로 계속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공을 세우기 위해 모 작전에서 무리하게 야간 기습 작전을 감행했다가 소대에게 큰 피해를 입혔고, 루시아의 의식의 바다도 심각하게 손상됐다.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된 루시아를 어느 소대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검을 든 채 도시를 비틀거리며 달렸다. 그러다 루나에 의해 발견됐고 둘이 살던 옛날 집으로 돌아갔다. 루시아는 그곳에서 매일 멍하니 창밖의 햇빛만 바라보았다.

…………

그럼, 지휘관님은요?

루시아는 인간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궁금한 듯 물었다.

누구였나요?

들어본 적 있어요. 카퍼필드 재단의 첫째 딸이에요. 카퍼필드 저택에 혼자 남아 있던 집사 기계체와 싸울 때 그녀의 어린 시절 기록을 봤었죠.

왜 그녀를 선택하셨나요?

그 뒤로는요? 그 소대는 어땠나요?

지휘관님.

루시아는 눈앞의 인간을 악몽에서 깨어나게 하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우리에겐 아직 바꿀 기회가 있어요.

인간은 고개를 들고 그다지 억지스럽지 않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지휘관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루시아가 먼저 끊었다. 한참을 망설인 후 작은 목소리로 부탁해 왔다.

죽으면 안 돼요.

루시아의 시선은 아래로 향했고, 이내 지휘관의 손을 마주 잡았다.

네. 그럼 이제...

저기... 저희가 좀 의논해 봤는데요. 어, 죄송해요. 제가 방해했나요?

아, 네. 저희가 방금 얘기해 봤는데요. 저희도 함께 지하 주차장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예요. 첫째는 저희가 정찰해 본 결과, 아래엔 위험이 없었고 외부로 나가는 통로도 보이지 않았어요.

둘째는 저희도 빨리 탈출구를 찾고 싶어요. 일행들이 며칠째 굶고 있어서 더는 기다릴 수 없어요.

마지막으로는 저희 부하들한테 여러분의 실력을 들었어요. 두 분이 계시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

그 이합 생물들이 저희를 노린다는 건 어젯밤에 이미 아셨을 거예요. 그럼, 이번 지하 주차장 탐사도 순탄치 않을 거란 걸 알고 계시죠?

여기서 굶어 죽는 것보단 낫지. 당신들이 떠나면 그것들이 더 이상 여기 안 온다는 보장도 없잖아... 굶어 죽느니 싸우다 죽는 게 더 나아!

그놈들한테도 한 방 먹여줘야지! 총 한 번 쏴보지 못한다면 억울해서 못 살 것 같단 말이야!

정말 위험할 거예요.

여기 안전한 데가 어딨어? 당신들이 가버리면 그 괴물들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당신들 오기 전에도 우리를 공격했다고.

우리도 같이 가게 해주세요. 다들 가만히 여기 있을 수 없다고 하네요. 우리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요.

근데 루시아의 말도 맞아.

넌 여기 있어. 금방 돌아올게.

그럼 이렇게 하죠. 당신들이 모나한테 달라고 한 그 권한 카드, 지금 제 손에 있어요. 저희를 데려가든지, 절 죽이고 권한 카드를 가져가든지 선택하세요.

절 보지 마세요. 원래 권한 카드를 넘기는 건 규정 위반이에요. 근데 감옥에 가더라도 본인이 가겠다고 해서, 그냥 빼앗긴 셈 치고 제가 카드 줬어요.

그럼 저희와 같이 가실 건가요?

안 가. 너무 위험해. 그리고 나 다음 달에 결혼하거든. 집에도 고양이 두 마리가 날 기다리고 있다고. 내 몸은 내가 잘 지켜, 버티는 건 자신 있어.

결혼하는 거 물어본 사람 없는데요.

아 씨... 전 또 관리자님이 아직 양식장에 있는 1.5미터짜리 물고기를 잡지 못해서 거기도 가봐야 한다고 하는 줄 알았네요.

뭐? 조언을 듣고 내 몸 하나 사리겠다는 게 나쁜 거야? 다들 너희들처럼 사람만 보면 물어뜯는 미친개인 줄 알아?

그만 싸우세요. 모나 관리자가 먹지 않고 남겨 둔 비상식량 두 상자 아니었으면 우리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못했어요.

어쨌든, 상황이 이렇습니다. 어... 어느 부대의 지휘관님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를 데려가시든지, 당신들도 여기에 묶이든지 합시다.

지휘관님.

따로 움직이나 함께 움직이나 똑같이 위험한 거라면…

조심히 다녀오세요.

저 나비들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