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1 칼날 위 탄생한 나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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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2 기록: 홀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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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동기화를 재요청했습니다.

>><color=#ff4e4eff>"현 계획"</color> 관련 기록 검색 중:

성공했습니다.

일부 데이터가 하위 권한에 의해 삭제되어 읽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부터 동기화를 계속하시겠습니까?

확인했습니다.

<color=#ff4e4eff>"현 계획"</color>의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마친 인간 선발대가 "열쇠"를 가지고 정식으로 이중합 탑에 진입했습니다.

선발대가 소지한 "열쇠"는 접속단과 수신단으로 구성되었으며,

접속단은 희생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7호 선발 대원 니모가, 수신단은 도미니카가 소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소지한 "열쇠"에서 결함이 감지됐습니다.

이건 기회입니다.

코어는 원래 이중합 탑의 일부였으며, 이를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문"이 열릴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결함 있는 "열쇠"는 문의 범위를 확장하기에 딱이었습니다.

이제 "열쇠"의 결함을 이용해 "문"을 열고, 도미니카와 선발대 전원을 "문" 너머의 안개 지역으로 밀어 넣을 것입니다.

시간을 가지고 장난친 자들이,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안개 지역에 삼켜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결말입니다.

인간들... 아니, 도미니카만 제거된다면, 인간은 속수무책이 될 것이고, 나머지는 그저 '순장 물'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 거짓된 희망을 손에 넣게 됐을 때, 진정한 절망을 선사할 것입니다.

>>>"열쇠" 수신단 해킹 중입니다.

>>견인 모듈 사전 다운로드 완료됐습니다.

>>카운트다운... 3.

>>카운트다운... 2.

>>카운트다운... 1.

"문"이 열렸고, 도미니카는 성공적으로 안개 지역으로 던져져 다신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

판단 오류 발생▂▄▁▃▆▃▆▁▂▄▃▆▁▂

나는▅▁▇▅▂▄▁▃▆▃▆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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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갱신: 이중합 탑 코어가 용해되었습니다.

인간 선발대 전원이 안개 지역으로 추락했습니다.

콜레도르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이중합 탑 코어로 다시 한번 접근했다.

바로 정면에서, 본 네거트가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다시 만났네요. 본·네거트 님.

콜레도르가 치맛자락을 들어 올려 인사했지만, 대행자는 대답 대신 장갑의 주름을 매만졌다.

본·네거트의 뒤에선 청량한 푸른빛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이중합 탑 코어에서 퍼져 나오는 광채에 콜레도르는 불쾌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인간의 예법에 따라, 제가 먼저 충분한 존경을 표했어야 했겠지만, 아쉽게도...

당신의 계략 때문에 제가 좀 급해서요.

순간, 낫의 칼날이 여음을 가르며 이중합 탑 코어를 향해 날아갔고, 예리한 붉은 빛이 곧게 앞으로 뻗어가다가 벽에 부딪혔다.

거대한 울림과 함께 투쟁의 서막이 열렸다. 본·네거트는 미동도 없이 손목을 비틀어 역장 차단막의 방향을 바꿔 콜레도르의 공격을 다시 한번 받아냈다.

날카로운 칼날과 견고한 방패가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고, 그 사이로 번쩍이는 광채가 짙은 금색과 붉은빛 눈동자를 비추었다.

이제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제 이중합 탑에 대해 왜 그렇게 잘 알고 계신 거죠?

본·네거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이중합 탑 코어는 움직임을 지탱해 줄 퍼니싱을 계속하여 흡수하고 있었다. 이런 각축은 양쪽 체력만 소모하는 의미 없는 전투일 뿐이었다.

게다가 눈앞의 이 남자는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를 둘러싼 퍼니싱 농도만 평소보다 살짝 낮아졌을 뿐이었다.

이를 깨달은 콜레도르는 힘을 빼며 뒤로 물러섰고, 낫으로 땅을 짚으며 잠시 공격을 중단했다.

콜레도르가 다시 자세를 잡으려 하자, 대행자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콜레도르는 이 미세한 동작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읽어냈지만, 여유롭게 입을 여는 대신 몸이 먼저 본능적으로 위기 신호를 감지했다.

?!

콜레도르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고, 가슴을 관통한 칼날에는 자신의 눈동자가 비치고 있었다.

날카로운 칼날은 소녀의 등에서부터 곧게 뻗어 가슴 전체를 관통했다.

콜레도르가 반응하기도 전에, 뒤편에 있던 암살자가 꽂혀 있던 칼날을 비틀어 가로로 베어내려고 움직이고 있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그녀의 몸을 가르려 하자, 콜레도르는 맨손으로 칼날을 꽉 잡았다. 상처 입은 부위에서 적조가 흘러나와 그녀의 창백한 손가락 마디마디를 덮었다.

쨍!

소리와 함께 암살자의 흉기가 부러졌고, 날카로운 단면에서 소녀의 보기 드문 진지한 표정이 얼른거렸다.

콜레도르는 자신의 힘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 대신 평소처럼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피투성이가 된 손가락으로 부러진 칼날을 움켜쥐었다.

드디어 제 앞에 모습을 드러냈군요. 카오스.

콜레도르는 카오스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하지만 상대방은 포옹이라는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카오스는 손에 들고 있던 나머지 반쪽 칼날을 던져버리고, 작은 체구로 콜레도르를 피해 역장 차단막 뒤로 재빠르게 숨었다.

콜레도르는 그제서야 카오스의 몸이 전보다 많이 커진 걸 알아차렸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혼자서 걷기도 힘들어하셨는데, 이제는 인형 같던 모습에서 점차 사람의 외형으로 변해가고 있군요.

이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콜레도르는 어쩌면 자기 몸에 나타난 이상 현상과 점점 적조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는 게 카오스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콜레도르는 낫을 거둬들였다. 그녀의 다리 근처로 적조가 맴돌고 있었고, 몇몇 이합 생물이 적조의 세례를 받으며 새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아니요. 전 이미 그전부터 이 모습이었어요.

!

소녀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품에 있던 하프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중합 탑은 본래의 주인에게 복종했고, 대량의 적조가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붉은 나비와 이합 생물들이 그녀의 부름에 응답하듯 다시 한번 푸른빛이 감도는 코어를 포위했다.

소녀의 눈동자는 마치 뼈에 달라붙은 종기처럼 카오스의 몸에 고정되어 있었다.

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얘긴가요?

못해요. 기억 혼란은 당신이 "소화"하기 어려운 것들을 너무 많이 삼켜서 나타난 부작용일 뿐이에요.

그 지휘관 때문이겠네요?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이합 생물들은 다시 한번 치명적인 일격이 섞인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거대한 역장 차단막도 <phonetic=0호 대행자>콜레도르</phonetic>의 전력이 담긴 일격은 버텨내기 어려웠다.

카오스는 재빨리 본·네거트의 뒤로 이동하여 그를 방패로 삼았다.

!

대행자의 손에 들린 단단한 방패가 그녀의 강력한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충돌로 인한 붉은빛이 사라지기도 전에 카오스는 기세를 틈타 공중으로 도약해 손끝으로 정확히 콜레도르의 가슴을 눌렀고, 그녀는 제자리에 멈춰 선 채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바로 <phonetic=그녀의 의식>나무 열매</phonetic>가 가장 깊게 침식된 부위였다.

당신!

카오스의 생기 없는 눈동자에 콜레도르의 보기 드문 분노한 모습이 비쳤다.

육체가 의지에 저항하며 움직이길 거부했다. 상대방의 동작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써봤지만, 카오스는 이미 다른 팔을 높이 들어 올린 상태였다.

목표는 분명했다. 바로 콜레도르의 머리였다.

그만! 콜레도르를 놓아줘!

카오스는 그 말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난번에도 본·네거트는 갑자기 공격을 멈추었었다.

이번에도 전처럼 준비가 안 된 건가요?

그럼...

몸은 움직일 수 없어도, 0호 대행자의 명령은 자유롭게 이합 생물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 자를 죽여라!

소녀는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푸른빛 앞에 서서, 귀청이 터질 듯한 목소리로 창조물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카오스.

대행자는 자신이 역장 차단막으로 만든 퇴로를 가리켰다. 카오스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그의 흔들림 없던 침착함에 균열이 생겼다.

바로 지금이었다.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붉은 나비들 사이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콜레도르는 그들의 인도하에 높이 날아올랐다. 이합 생물들의 광란을 막아내고 있던 본·네거트를 지나 거대한 푸른 코어를 향해 돌진했다.

속았죠? 제 목표는 이거였어요.

!

코어를 향해 몸을 던지는 그 모습에 모든 이성이 사라졌다.

카오스는 몰려오는 괴물을 밟고 도약해 수많은 머리통을 밟고 지나 콜레도르를 향해 질주했다.

푸른 코어에 점점 가까워지자 몸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나비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콜레도르는 멀쩡했지만 카오스는 달랐다.

하지만 카오스는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자기 몸을 차단막 삼아 그녀가 코어에 닿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이것도 나쁘지 않네요.

찬란한 푸른빛 아래, 소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곡선을 그리던 눈이 떠지고 더 이상 일말의 웃음기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마침내 제 손에 잡혔네요. 카오스.

콜레도르는 양팔을 벌려 카오스를 꽉 끌어안았다. 따뜻한 포옹은 살인 도구로 변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가족을 껴안듯, 힘이 들어간 포옹은 점점 족쇄처럼 조여왔다. 그녀는 인형의 목덜미에 얼굴을 깊이 파묻었다. 온기 대신 압박만 느껴지는 포옹이었다.

당신을 맛볼 수 있어서 기뻐요.

콜레도르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자 이빨 사이로 적조가 스며들었다.

그녀는 인형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오랫동안 갈망해 온 욕망을 씹어 삼켰다.

자신의 꿰뚫린 가슴을 상대의 가슴에 밀착시키고, 모든 정성을 다해 본래 자신의 것이었던 "통제권"을 인형으로부터 되찾으려 했다.

카오스의 "혈육"과 함께 수많은 정보의 파편들이 콜레도르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일부는 인형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기억이었고,

일부는 그녀가 "현재" 겪고 있는 이야기였다.

이 파편들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본·네거트와 카오스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콜레도르는 그 장면에서 묘한 익숙함이 느껴졌다.

낯설고도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하는 이 사람이 과연 자신인지 0호 대행자인지 분별이 안 됐다.

도미니카?

도미니카

이것이 마지막 단계다.

인간의 지도자는 겹겹이 쌓인 역장 차단막 뒤에서 확인조차 안 되는 그 장치를 앞에 있는 7호 선발 대원에게 건넸다.

정말 이게 맞나요? 이중합체 결정으로 만든 "열쇠"로 이중합 탑의 코어를 녹여낼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대원 한 명이 희생되는 거라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어요. 시뮬레이션 테스트는 성공했잖아요.

니모...

"니모"라고 불리는 7호 선발 대원은 동료의 어깨를 두드리며 마지막 위로를 건넸다.

근데 도미니카도 얘기했듯이 테스트는 절대적인 건 아니에요.

우리에겐 이 방법밖에 없어요. 성공이든 실패든 우선 시도해 봐야죠.

결과가 어찌 됐든 당신은 반드시...

니모는 손을 흔들며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했다.

저 갈게요.

청년은 이미 죽어버린 심장을 안고 코어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도미니카가 신호를 보내자, 그는 즉시 연결해 둔 "열쇠"를 꽂았다.

모두의 예상대로 붉은빛은 순식간에 공간을 삼켰고, 이중합 탑의 코어도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끝을 알 수 없는 흰빛이 시야를 뒤덮었다.

…………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이 "하얀색"은 사라지지도 않고, 니모 한 명만 삼키지도 않았다. 대신 이중합 탑 공간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

이중합 탑 코어가 녹아내린 순간, 모든 이들은 예외 없이 안개 지역으로 떨어졌다.

희생을 각오했던 청년마저 "안개 지역"에 갇혀,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를 찾아 끝없는 감옥을 헤매고 있었다.

심지어 0호 대행자조차 미처 피하지 못한 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와 관련된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

콜레도르는 계속하여 카오스의 살점을 뜯어 삼키며 더 많은 기억을 갈구했고, 그녀를 완전히 무력화시키기 위해 멈추지 않았다.

이합 생물들의 광란 속에서 빠져나온 본·네거트도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 곧이어 펼쳐질 장면과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나타날 모습이 무척 기대되었다.

코어가... 열쇠가 이중합 탑의 코어를 회수했어요.

니모는 손에 쥔 기묘한 큐브를 꽉 움켜쥐었다. 그것은 0호 대행자의 최초 형태이자, 이중합 탑의 녹아내린 코어가 응결된 것이기도 했다.

나무 열매 속 씨앗처럼, 언제든 다시 "이중합 탑"으로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니모는 이 "씨앗"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인간이 광활한 우주와 "문"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음을 확신했다.

그것이 바로 도미니카의 원래 계획이었다.

이게 유일한 희망이에요. 죽기 전에, 적어도 이것만은 꼭 돌려보내야 해요.

카오스. 어렵게 "나무 열매"와 연결한 기회를 낭비하지 말거라. 정신 똑바로 차려.

푸른 코어 속에서 녹아내리려던 인형은 이 말에 정신을 차리고 몸부림치며 콜레도르의 어깨를 붙잡았다.

5초만 버텨.

저희 돌아왔어요! 안개 지역에서 빠져나왔어요!!

잠깐... 도미니카는요? 도미니카는 어디 있는 거죠?!

니모! 도미니카?!

…………

청년은 설명을 뒤로한 채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쓰러졌다.

니모!

좀 쉬게 합시다. 우리가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도 니모와 그가 가진 "열쇠" 덕분이잖아요.

사.

역장 차단막이 카오스를 빈틈없이 감쌌고, 이중합 탑의 코어를 조금씩 잠식해 갔다.

인형은 말없이 움켜잡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꽉 쥐었다. 그 형상은 빛 속에서 점차 흐릿해져 갔다.

출발하시죠.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따르길.

그다음으로 눈앞에 나타난 기억의 파편에서, 그 선발 대원들은 이미 새로운 기체로 바꾼 뒤였다. 콜레도르가 목격한 "리"와 견줄 만한 수준의 기술을 탑재하고 있었다.

소풍 가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신나요?

신났다기보다는 이제 마지막 희망만 남았잖아요. 이 "문"만 통과하면 모든 걸 되돌릴 기회가 있을 거예요.

"문"...

마지막 희망. 하,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열쇠"를 만들고, 코어도 회수하고, 연구할 사람도 다시 찾았는데... 결국 도미니카 님은 사라지셨잖아요.

한참을 돌아왔어요... "열쇠"로 이중합 탑의 규칙을 바꿀 수 있다고 해도, 우린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어요. 당신 같은 어린아이를 선발 대원으로 쓰면서까지 "문"을 통과할 방법을 찾으려 하잖아요.

…………

니모. 괜찮아요?

별일 아니에요. 좀 피곤해서 그래요.

…………

저도 지쳤어요.

이 세계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점점 적어지고 있어요.

이 복제된 "열쇠"가 마지막 희망이에요. 누구보다 이 기술을 잘 아는 당신은 더 그렇고요.

이번에는 우리가 앞장서서,

반드시 "문"을 통과해 볼게요.

…………

네.

삼.

카오스는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다시 한번 콜레도르의 몸을 관통했다.

소녀는 그 공격에 겁을 먹지 않았다. 그녀의 깊은 조롱이 담긴 시선은 인형이 아닌 대행자한테 꽂혀있었다.

<b>내 유품을 정리하러 와줘서 고마워. 빨간 상자 안에 사탕 하나가 들어있어. 그 사탕이 네 쓰라림을 덜어줄 수 있길 바라.</b>

<b>아직 멈출 때가 아니야. 하지만 여기서 잠깐 쉬어 가는건 괜찮아.</b>

<b>니모.</b>

<b>도미니카를 찾아가.</b>

<b>우리의 영웅을 찾아가.</b>

<b>마지막 희망을 찾아가.</b>

……

주먹을 꽉 쥔 청년은 손을 높이 들어 올려 내리쳤고, 그와 동시에 모든 힘이 빠져나갔다.

살아있는 사람도 얼마 없는데... 왜 아직도 계속해서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거죠?

왜 아직도... 허상이나 다름없는 희망을 쫓아가는 거죠?

이.

이중합 탑의 코어가 떨리면서 한층 더 눈 부신 빛이 발산되었다.

청년은 눈을 감은 채 모든 절망적인 상황을 외면했다.

이윽고 천천히 눈을 떠 이 긴 여정의 종착점을 바라보았다.

청년의 시야 중심에는 일그러진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익숙한 필체, 바로 선발 대원 4호의 것이었다.

<b>"저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중합 탑의 규칙을 고쳐 쓰고, 탑의 일부가 되었어요."</b>

해내셨네요.

그들은 동료들의 희생 덕분에 건널 수 없던 강을 건넜고, 수많은 시신을 발판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문을 넘었다. 이제...

일.

<b>"곧 우리만의 비밀 통로를 보유하게 될 거예요. 그때 되면, 우리가 남긴 모든 것들을 챙겨서 도미니카 님이 있는 시대로 가세요."</b>

…………

혼자 남은 청년은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무릎을 꿇은 채, 그 문자들 앞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 고통은 온몸을 비틀었고, 지친 의식은 떨리고 있었다.

처음엔 목구멍에서 갓난아기 같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점차 무너지는 모습과 함께 히스테리 같은 울부짖음으로 변해갔다.

위로해 주는 이나, 들어주는 이 따윈 없었다. 오직 수많은 유령 같은 눈동자만이 그 모습을 침묵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목소리와 눈물이 더 이상 안 나올 때까지 울부짖어라.

우는 자만이 울음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피거품이 뒤섞인 끝자락에서 콜레도르는 유서에 쓰여진 마지막 구절을 보았다.

<b>"아, 맞다. 이중합 탑에서 뻗어나가는 이 터널을 "꿈을 건너는 다리"라고 이름 지어봤어요... 어때요, 어울리죠?"</b>

마침내 붉은빛이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