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서! 저 직원들 편에 서지 마!
모두가 떠나려는 순간, 반대편 계단에서 갑자기 용병 대원 둘이 뛰어와 일행들을 막아섰다.
직원들이요? 왜요?
왜라니? 안 보여? 저 나비랑 괴물들이 직원들은 건드리지 않고 우리만 노린다고!
협조하려 했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하나둘씩 발걸음을 멈추고는 직원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거 당신들이 한 거잖아요.
아직도 발뺌하네! 너희 팀에 손에 항상 붓을 들고 다니는 여자애 있잖아. 그 애한테 가서 물어봐!
그 여자를 건드린 사람들은 전부 그녀 옆에 있던 고급 로봇한테 맞았어. 맞을 때는 심각해 보이지 않았는데, 곧바로 몸이 안 좋기 시작하더니 3일도 못 버티고 죽었어.
에이 설마? 나도 그 로봇 본 적 있는데... 정말 친절하던데. 심지어 나한테 비밀도 하나 알려줬어. 이 괴물들을 데려온 진범을 찾고 있다던데, 너희한테는 그 얘기 안 했어?
하지 않았어요. 직접 가서 물어보시죠.
뭘 물어보시려는 거죠?
아직 철수하지 않은 사람들 뒤에 서 있던 키리시마 유코는 여전히 기운 없는 모습이었다.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그녀의 시선은 어둠 속에서 언제 나타날지 모를 붉은 나비를 계속 경계하고 있었다.
…………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긴 해요.
어? 언제요?
우리가 여기서 어떤 걸 겪었는지 알기나 해요?! 어디서 아무 잘못 없는 척이야?!
분노에 찬 청년이 고함을 지르며 피로 물든 주먹을 지휘관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지휘관이 반응하기도 전에 청년의 몸은 비틀어진 채 바닥에 단단히 눌려버렸다.
당신들이 무엇을 겪었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휘관님께서 몸이 좋지 않으신데도 이렇게 여러분을 구하러 오신 거예요.
나비에 "기생" 당한 이합 생물이 당신들 친구처럼 보이세요? 이건 콜레도르가 당신들을 협박하고 있는 거라고요.
협박은 지금 당신도 하고 있잖아?
그쪽이 먼저 공격하려고 했잖아요. 만약 정말 당신을 해치거나 협박하려고 했다면...
루시아가 조금 더 힘을 주자, 청년은 짧은 비명을 질렀다.
지휘관님께서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제 손에서 바로 끝낼 수 있어요.
당신!
보리를 놓아주세요.
당신들 말을 들을 테니 놓아주세요, 부탁이에요.
반이중합 탑 코어 레이어
코어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카오스는, 본·네거트가 자기 손바닥에 있는 작은 이중합 결정을 그의 부패한 몸에 주입하는 것을 허락했다.
이건 임시방편일 뿐이야. 네가 코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방어 수단도 마련해 주겠다.
어떤 경우에도 지금 이 상태로 콜레도르와 다시 맞서서는 안 돼.
피할 수 있을까요? "나무 열매"는 양방향 연결이라서 그녀도 저를 제어할 수 있어요. 제가 반이중합 탑을 떠난다면요...
그러니까 떠나지 마.
콜레도르가 곧 이곳에 올 거예요. 시간이 얼마 없으니, 아직 움직일 수 있을 때 코어 빼앗으러 올 거예요.
너 자신을 지키는 게 우선이야.
…………
그다음은요? 그녀를 죽이실 건가요?
아니. 넌 아직 준비가 안 됐어. 0호 대행자의 권한을 받아들이는 것도, 콜레도르를 대체하는 것도 불가능해.
제 의식이 부족해서죠.
…………
손을 거둔 본·네거트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으로 눈앞의 코어를 바라보았다.
내가 왜 카오스 의식이 불안정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굳이 버려진 사람들과 클론들로 "열쇠"를 만들려 했는지 아나?
…………
공중 정원에는 이자들이 있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수없이 수정된 시간의 분기점 속에서 나는 <color=#ff4e4eff>너 자신</color>을 써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양쪽 다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지. 그때 너의 첫 번째 목적은 미래를 찾는 것이 아닌 "귀환"으로 바뀌었지.
나를 미워해도 좋고, 혹사를 미워해도 좋다. 반이중합 탑에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미워하지 않아요.
그건 남은 기회를 낭비할 뿐이에요. 이 모든 걸 끝낸 다음에 당신을 죽여도 늦지 않아요.
…………
하지만...
두 손을 꽉 쥔 카오스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
왜 아직도 누군가를 희생시켜야만 제 의식이 완성되는 거죠? 왜... 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건가요?
인간의 의식으로 "열쇠"를 만드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너의 탄생 자체가 기적이니까.
이건 정상적으로 "열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가 아니다. 기껏해야 "모조품"을 만들 수 있을 뿐이야.
0호 대행자도 마찬가지다. 이중합 탑의 코어를 되찾기 전까지는 그 육체와 "콜레도르"라는 인격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젠... 네가 남긴 나무 열매라는 제약까지 더해졌지. 이 모든 게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본·네거트는 손을 뻗어 혐오의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오스의 키를 재어보았다.
이 키까지 자라는 데, 반복된 시간을 모두 더하면 6~7년은 됐을 거다.
좀 더 보완해서 0호 대행자의 권한을 받아들일 수준까지 되면... 네 몸도 더 커지게 될 거다.
…………
그때 되면, 넌 0호 대행자의 권한은 보존한 채, 충분한 의식 안정도를 바탕으로 "그녀"의 본능을 이겨내 그녀가 완수하려는 사명을 막을 수 있게 될 거다. 이게 내 원래 계획이었다.
콜레도르가 이런 식으로 반이중합 탑을 계속 파괴하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충분히 시간이 있었을 거다.
지금의 넌 그녀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얻었고, 콜레도르도 마음대로 적조를 끌어 쓰지 못하게 됐지.
이제는 루시아와 그 지휘관이 하루빨리 너를 보완해 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컨스텔레이션에서 진짜 맞서야 할 적이 누구인지 깨닫기를 바라야지.
…………
카오스는 할 말이 있어 보였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이 대행자를 갈갈이 찢어 죽여 앞으로 일어날 참사를 막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카오스는 이미 진실을 직접 목격했고, 바꿀 수 없는 현실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카오스는 본·네거트의 모든 계획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시투성이인 이 철사만이 미래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전 인류가 심연으로 추락할 것이다.
루시아의 "열쇠"는 거의 다 소진됐어요. 콜레도르가 또 방해한다면, 그녀는 반이중합 탑으로 무사히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
항상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 같은 이 대행자는 카오스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본·네거트.
인형은 한탄하듯 반복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만약 여전히 콜레도르의 계획대로 흘러가서, 아무런 전환점도 찾지 못하게 된다면...
당신은 정말... 다른 대비책이 없나요? 말씀해 주세요.
…………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