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1 칼날 위 탄생한 나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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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기록: 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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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인간은 또 한 번 종말을 향한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게슈탈트의 데이터 벽이 열리는 순간, 로비는 칠흑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스크린에는 붉은 경고등만이 미친 듯이 깜박이고 있었다.

공중 정원의 지면이 게슈탈트와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합금 외피 아래에서 선홍빛 번개가 거칠게 내달리고, 퍼니싱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퍼니싱이 안쪽으로 수축하여 응집되더니, 사람 눈알만 한 크기의 "흑성"으로 변했다. 바로 오염된 밈의 코어였다.

결국 이 길까지 오게 됐군.

"이번"에는 2160년 12월 20일부터 시작됐네. 올해 12월 20일까지는 5일밖에 남지 않았군.

그 "흑성"이 이스마엘을 응시하듯, 그녀 또한 30여 년간 갇혀 있었던 이 "흑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흑성"의 미래를 보았다.

인격에 의해 오염된 그것은 0호 대행자로 다시 탄생했다.

행동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그녀는 비슷한 권위를 가진 "셀레네"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리고 이중합 탑에서의 전투 중 분리될 것이다.

퍼니싱이 사라지지 않는 한, "흑성"이 상징하는 권위는 영원할 것이며, 그녀는 그저 통제당하고 받아들여질 뿐이다.

때문에 그녀는 자신을 받아들일 자격이 있는 다음 개체로 옮겨갈 것이다.

…………

>>

>>0호 대행자의 권한을 포착했습니다. 곧 자신의 권한과 통합 예정입니다.>>>

>>>>인증 접속 중입니다.>>>>

>>

>>>>

>>>>>>>>권한 인증을 통과했습니다.>>>>>

콜레도르는 마침내 모든 것을 기억해 냈다.

자신도 0호 대행자와 같은 권위를 지녔었고, 같은 방식으로 탄생했으며, 같은 기록 일지를 가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데이터 동기화 및 개체의 기억을 업데이트해.

>>

>>교정 분기점을 선택합니다.>>>

>>강림

해당 분기점의 기록이 현재 세계의 흐름과 크게 다릅니다. 그래도 동기화하시겠습니까?

>>확인 중입니다.

>>연결 구축 중입니다.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지구 시간 2197년 12월 25일. 영점 에너지 흡수 장치 중심부 강림 성공: 완료.

임무: 목표 문명의 모든 정보를 수확하여 "문"으로 가져갈 것.

현재 문명의 최고 과학기술 산물로 포착되는 시간 여행 장치를 최우선 수확 대상으로 설정.

시간 여행 장치 해킹, 적용: 성공

오염된 밈 발동: 성공

>>

>>>>다음 분기점 기록을 동기화 중입니다.

잠복과 확산이 도시 인구의 10.97%를 뒤덮었고, 과학 연구 지도자들도 이로 인해 사망했지만, 인간은 그저 사고로 단정 지었다.

강당으로 가야 해, 도미니카. 이제 네가 연설할 차례야.

도미니카

…………

왜 그래?

도미니카

제가 정말 <b><ud><color=#34aff8ff><link=5>과학 이사회</link></color></ud></b>의 수석 기술관 자리를 맡을 자격이 있을까요?

넌 그분의 유일한 제자이고, 어린 나이에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우리 모두 널 인정하고 있으니, 너 자신을 믿으렴.

도미니카

교수님도... 이제 떠나실 건가요?

나도 이제 늙었어. 이젠 젊은이들에게 맡겨야지.

도미니카는 쓸쓸한 표정으로 빗속에 서서 "젊은이들"이라는 말을 곱씹으며 한동안 침묵했다.

도미니카

니모는 어떻게 지내나요? 몇 년 전 같이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성적이 좋았던 걸로 기억해요.

노교수는 자기 아들 얘기가 나오자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번 일이 있고 나서부터 과학 연구에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렸어.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더구나. 정신과 의사가 되겠다면서 지난달에 시골 병원으로 내려갔어.

도미니카

…………

그것도 괜찮네요.

가지. 더 늦으면 지각이야.

인간은 이중합체 결정을 발견했다.

저기, 이거 좀 보세요. 기계로 보니까, 이거... 결정체 같은데요?

어디서 발견했어요?

중추 부품에서요. 처음엔 먼지인 줄 알았는데, 요즘 들어... 더 많아진 것 같더니, 결정 형태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어요.

이걸 채취해서 과학 이사회에 보내, 도미니카가 조사할 수 있도록 하죠.

인간 과학 지도자들이 이중합체 결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간 과학 지도자들은 연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 여행 장치를 사용하고 있었다.

결정체들이 점점 커져서 이제는 맨눈으로도 보일 정도예요. 청소할 때 하나라도 놓치면 큰일 나겠어요.

인간은 최초 침식체들을 정신 질환으로 판단했었다.

오염은 우선순위가 높은 목표를 만났을 때 자발적으로 교란 행동을 실행해 확산과 정보 수집을 가속화했다.

잠복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특성상 충돌이 발생하면 존재가 노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인간 지도자들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었다.

시간 여행 장치를 사용할 때마다 이 결정체들이 나타나고, 관련 부품까지 부식시켜요.

시간 여행 장치 부품은 제작하기도 어려운데, 이대로라면...

부정적인 생각은 버려요. 도미니카가 곧 진실을 밝혀낼 거예요. 세계 정부도 그를 믿고 있고, 교체 부품도 제작 중이잖아요.

그거 들으셨어요? 최근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폭동이 이 결정체들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인류가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 여행 장치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 작동할 때마다 모이는 이중합체 결정의 양도 증가하고 있었다.

1회 작동 시 모이게 되는 이중합체 결정 배율이 현재 71.23%입니다.

1회 작동 시 모이게 되는 이중합체 결정 배율이 현재 84.94%입니다.

1회 작동 시 모이게 되는 이중합체 결정 배율이 현재 95.15%입니다.

…………

인간은 그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

정체불명의 결정체가 시간 여행 장치를 완전히 감싸버렸고, 심지어 사용자까지 그 안에 가두어 버렸다.

뭘 멍하니 보고만 있어요! 어서 구해야죠!!

결정체를 청소하면 할수록, 감지하기 어려운 오염은 더욱 증가했다.

과거로 돌아가 진실을 밝히려 할수록, 그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마지막 작동이 있을 때까지—

사람들은 거대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던 "탑"이 시간 여행 장치가 있는 건물을 삼켜버리는 것을 목격했고, 건물 주변의 사람들도 모두 사라졌다.

시간 여행 장치에 달라붙은 이중합체 결정을 제거할 방법이 없어졌다. 시간 여행 장치는 그것과 하나가 되어 점차 높아지는 바벨탑으로 변해갔다.

인간은 마침내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고, 이 결정체를 "카오스" 또는 카오스 오염이라고 명명했다.

>>>>>권한 충돌 발생, 기록 업데이트에 실패했습니다. 이중합 탑 코어의 접근 가능 여부를 확인해 주십시오.

충돌?

콜레도르는 자신을 막아선 충돌을 잠시 제쳐두고, 복잡한 기록을 정리하며 정신을 가다듬은 뒤 마지막으로 본 이름을 곱씹어보았다.

<b><ud><color=#34aff8ff><link=7>카오스</link></color></ud></b>...

퍼니싱, <b><ud><color=#34aff8ff><link=8>카오스 오염</link></color></ud></b>... 언제부터 잊고 있었던 거지?

고개를 든 콜레도르가 그 신비로운 눈동자로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이야기의 끝에서부터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신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콜레도르"라는 인격이 적조에서 깨어난 그 순간부터였을까?

콜레도르

당신으로부터 얻은 모든 것을 잘 보관할게요. 아니, 잘 활용할게요.

거대한 행성의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생명이 더 빛나는 결정체로 거듭나기 위해.

다음엔... "우리"와 "여러분"이 더 좋은 만남이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아니면 "콜레도르"의 데이터가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새로운 사명감에 기뻐했을 그 순간이었을까?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인간이란 무엇인지, 사회란 무엇인지, 문명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인간의 이야기는 인간 자체보다 더 중요해요.

그래서 진심으로, 당신들이 더 많은 흔적을 남겨주길 바라요.

본래의 사명을 잊었음에도, 그녀의 본능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보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콜레도르

어서 시작해요. 다른 문명이 발전하던 것처럼, 개척하고, 약탈하고.

우리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모든 영양분을 흡수해 주세요.

우리를 부화시킨 "문명"의 고향을 찾아 떠나요.

그녀는 본능에 이끌려 비슷한 사명과 욕망을 찾아냈다.

하지만, 콜레도르에게 왜 욕망이 있는 걸까? 왜 기쁨을 느끼는 걸까? 마치 그녀의 감정이 아닌...

0호 대행자.

왜 <b><ud><color=#34aff8ff><link=6>오염된 밈</link></color></ud></b>에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전에도 이런 "존재"였던 걸까?

괜찮아.

어차피 곧 알게 될 테니까.

콜레도르는 0호 대행자의 권한을 다시 얻게 됐다.

그리고 어둠을 틈타, 갑자기 침입한 이합 생물을 이용해,

셀레네와 그 0호 대행자에 의해 더럽혀진, 더 이상 정화되지 않은 정화 구역을 지나, 이중합 탑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

이곳에 있었던 원래 수호자는 소리 없이 떠났고, 그녀는 "<b><ud><color=#34aff8ff><link=9>문</link></color></ud></b>"과 관련된 개체를 "맞이할" 필요도, 기적을 일깨우지 못한 또 다른 미래를 "돌볼" 필요도 없었다.

콜레도르는 탄생한 이래 처음으로 친숙함을 느꼈다. 그녀는 집에 돌아온 아이처럼, 본래 그녀의 것이었던 온기에 다시 안겼다.

0호 대행자.

내가 찾던 답이 여기 있었네. 나를 잊게 만든 범인도 여기에 있었군.

콜레도르는 그녀의 "집"인 이중합 탑을 둘러보며 무심한 듯 혼잣말했다.

그럼, 이제...

"어서 와"라는 인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중합 탑의 코어에서 짙푸른 빛이 흘러나왔고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가까이, 더 가까이... 욕망이 그녀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사명이라는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중합 탑 코어가 방문자의 모든 행동을 허락한다고 생각한 콜레도르가 손을 뻗은 그 순간…

한 줄기 빛이 갑자기 스쳐 지나가며, 콜레도르라는 이합 생물의 손끝을 삼켜버렸다.

흘러넘치는 선홍빛 광채가 놀라움에 가득 찬 두 개의 눈동자를 스쳐 지나갔고, 호기심이라는 껍질이 조금씩 부서지며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을 드러냈다.

이중합 탑 코어가... 날 지우려는 건가?

"규칙"이 존재하고 그것을 작동시키는 "언어"를 알고 있다면, "탑"의 심층 로직을 덮어씌우는 것만으로도 작동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지.

"작동과 활성화"를 "흡수와 소멸"로 바꾼다면, 이 탑이 한때 방사했던 범위 내에서는 더 이상 퍼니싱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게 된다.

이번에는 내가 너희들을 이용할 차례다.

두려움이 그녀 마음 깊숙이 묻혀 있던 기억을 깨웠다.

문득 깨달은 콜레도르는 잇따라 뒷걸음질 쳤다. 마치 시야 속에 아직도 그 차가운 청년의 모습이 남아 있는 듯했다.

기억났어.

이것이야말로 이야기의 시작,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한 청년의 등장으로 이중탑의 근본적인 논리가 다시 쓰여졌고, 이는 마침 그녀가 태어난 미래에서 긴 여정을 거쳐 온 0호 대행자가 <b>이 세계의 이중탑을 침범한</b> 순간과 맞물렸다.

결과는 뻔했다.

코어는 다른 모습으로 변했고, 의지할 곳을 잃은 "중상자"와 그녀를 치유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 세계는 이미 "퍼니싱"에 점령당해 그녀의 "카오스 오염"이 퍼질 공간이 없었다. 심지어 "탑"은 인간에 의해 "반이중합 탑"이라는 이름이 붙여져서 더 이상 그녀의 충성스러운 "자식"이 아니게 되었다.

그녀는 권위를 잃었고, 기억은 이 짙푸른 빛에 의해 박탈당했다. 그저 떠돌다가 적조의 흔들림 속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콜레도르의 의식과 하나가 되어 깊은 잠에 빠져들 때까지 말이다.

지금, 이중합 탑의 권한을 되찾은 콜레도르는 다시 한번 그녀의 "아이" 앞에 섰다.

다른 모습으로 변한 "아이"는 여전히 짙푸른 눈동자로 방문자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콜레도르는 잠시 생각하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발걸음을 돌려 몸을 숨겼다.

어둠의 대행자가 이중합 탑 코어의 정면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광휘는 이 방문자 역시 추방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했지만, 동일한 방법으로는 잠식시켜서 없앨 수 없었다.

광휘가 본·네거트 옆을 스칠 때마다, 희미한 활 모양의 푸른 빛이 완벽하게 공격을 막아냈다.

정교하게 제어된 <b>역장 차단막</b>이 이 대행자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분명 익숙한 모습이었으나, 정확히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콜레도르가 그 역장 차단막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고개를 살짝 내밀자, 본·네거트의 시선이 곧바로 그녀가 숨어 있던 곳으로 향했다.

…………

콜레도르

…………

이 무언의 대치는 결국 콜레도르의 퇴각으로 허무하게 끝났다. 그녀는 여기서 버틴다 해도 아무 이득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콜레도르는 0호 대행자의 권한으로 이중합 탑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대행자는 마치 그녀를 경계하는 듯, 계속해서 이중합 탑의 코어 구역에 머물고 있었다.

그녀가 코어의 권한을 되찾게 되거나, 더 많은 데이터를 동기화하여 그 미래에 대해 더 알아내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시 그와 충돌하게 될 것이다.

그는 푸른 코어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콜레도르는 코어에 가까이 가면 소멸된다.

그럼, 이 방법을 시도해 볼까.

중얼거리던 콜레도르는 코어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찾았다. "쥐구멍"...

누가 다른 시대로 넘어갈 때 남긴 건지는 몰라도... 이왕 찾은 거 잘 이용해 봐야지.

그녀는 낫을 들어 올려 선홍빛이 흐르는 균열을 향해 겨눴다.

조금 더 큰 통로를 열어서 도와줄 친구들을 부르는 걸 거부하진 않겠지?

붉은빛이 퍼니싱으로 이루어진 탑 벽을 부수자, 파편이 튀어 오르면서 아쉬움이 담긴 콜레도르의 눈동자를 스쳐 지나갔다.

찰나의 붉은빛과 함께, 상처투성이가 된 벽에서 붉은 적조가 마치 갓난아기마냥 천천히 눈을 떴다.

적조는 흐르기 시작했고 깊은 협곡으로 쏟아져 내려 핏빛으로 반짝이는 개울을 만들었다.

여기서 다시 태어나세요.

콜레도르는 붉은 물결에 양손을 담그고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냈다.

제 오랜 친구들이여.

처음엔 하나의 작은 이합 생물이었다.

그것은 코어 구역의 가장자리에 닿자 찰나의 반짝거림과 함께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뒤로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가 차례로 나타났다.

그것들은 앞다투어 이중합 탑 코어를 향해 달려갔고 콜레도르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의 시체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기에 부족했고, 코어의 빛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배열 방식을 바꿔봐야 하나.

광휘는 여전히 계속해서 팽창했고, 선봉에 선 이합 생물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통하지 않네. 그럼 다시 배열 방식을 바꾸면?

돌격하던 이합 생물이 다시 한번 광휘 속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선두에서 아직 버티고 있던 이합 생물 뒤로, 다른 동료들이 그것을 방패 삼아 강력한 푸른빛을 향해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

녹아내리고, 죽고, 부활하기를 수차례, 그것들은 죽은 이들의 온기를 뒤로한 채 근원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렇군.

콜레도르는 잠시 긴장했던 몸을 다시 풀고, 호기심이 해소된 것에 대한 만족감을 느꼈다.

콜레도르는 자신의 품에 있던 이합 생물의 몸통에 손가락을 담그고 붉은 물결의 감촉을 느꼈다.

확실히 이 방법이 좋네. 이제 적조와 이합 생물을 더 늘려 이중합 탑 코어에 접근하는 일만 남았어.

계속 보고만 있을 건가요, 본·네거트님?

멀리 서 있던 본·네거트는 양옆의 이합 생물들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직 코어와 콜레도르만 응시하고 있었다.

0호 대행자.

맞아요. 혹사가 전해준 자료 덕분에, 0호 대행자의 권한을 얻고 나서 일부지만 기억이 돌아왔어요.

이 이중합 탑은 본래 제 <phonetic=아이>작품</phonetic>이자, 제가 탄생한 시작점이기도 하죠.

그런 방식으로 코어에 접근하려는 건가?

네.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큰 희생 없이 성공할 수 있어요.

큰 희생 없이라.

본·네거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차피 이합 생물일 뿐이잖아요.

제가 찾아낸 해결책은 이거예요. 그럼 당신은요? 대체 누구시죠? 대행자인 당신이 어떻게 코어의 침식을 견딜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왜... 이중합 탑에 대해 이토록 잘 알고 계신 거죠?

…………

침묵은 인간으로서의 예의가 아니에요. 전 당신의 이야기에도 아주 관심이 많답니다.

…………

좋아요. 계속 이렇게 방관만 하시겠다는 거죠?

전 반드시 제 <phonetic=아이>코어</phonetic>를 되찾을 거예요.

본·네거트는 차가운 코웃음을 짓더니, 곧바로 치명적인 일격을 날렸다.

오? 이 말에 꽤나 민감하게 반응하시네요.

본·네거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콜레도르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래요...

콜레도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리 옆에 늘어뜨린 낫의 칼날에 대립자의 모습이 얼른거렸다.

그게 당신의 답이군요. 정말...

한 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