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 쌍둥이 전망대 21층
키리시마 센은 눈앞의 이합 생물을 해치운 뒤, 업고 있던 유코를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골랐다.
가장 높은 전망교까지 14층 남았어요. 잠시 쉬시죠. 유코의 상처에서 계속 피가 나고 있어요.
그녀는 유코의 복부 상처를 살피면서 주위를 경계했다.
…………
센은 살짝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정 고마우시면 우선 여기 상황부터 설명해 주세요. 저보다는 더 많이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지휘관은 적조, 이합 생물, 퍼니싱의 영향, 그리고 컨스텔레이션 밖의 상황을 대략 설명했다. 둘은 진지한 모습으로 지휘관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재난이 1~2년 안에는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
사건 사고들이 이제 막 터지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거죠? 그리고 왜 키리시마가 아니라 센이라고 부르시는 거예요?
믿을 수밖에 없죠. 다른 가능성은 없으니까요.
정말 미래에서 온 거예요? 그럼, 컨스텔레이션의 현재 상황을 바꿔서 우리를 구해줄 수 있나요?
"열쇠"가 곧 망가질 것 같아요. 제 추측으로는 기껏해야 두 번, 아니... 한 번의 기회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미래에서 오셨다면, 오늘 우리의 운명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겠네요?
들어보니 괜찮네요. 그다음은요?
제 희생으로 다른 사람들이 기회를 얻게 되나요?
나쁘지 않네요. 그럼, 오늘 최선을 다해 살아남을게요. 여기서 죽으면 무용지물이잖아요.
언니... 진짜...
놀랄 것 없어. 엄마가 그랬듯이 우리도 그렇게 자랐으니까. 네 상처를 보고 바로 이해됐어.
궁지에 몰린 사람은 언제나 희생을 영광으로 여기지.
컨스텔레이션
지하 6층
진한 적조가 지하 터널을 가득 메웠고, 그 속에 잠긴 루시아는 방향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고농도 퍼니싱 때문에 감각도 마비되어, 잠수하기 전에 파악해 둔 방향에 의지한 채 깊은 곳을 향해 헤쳐 나갔다.
수많은 장애물 속에서, 익숙한 붉은 그림자가 거침없이 파도를 가르며 살의를 품은 화살처럼 루시아를 향해 돌진해 왔다.
콜레도르!!
루시아가 몸을 돌려 검을 휘두르자 "쨍"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콜레도르는 뒤로 물러나면서도, 찰나의 순간에 다시 낫을 휘둘렀고, 이윽고 경멸스러운 웃음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적조 아래에서 두 개의 날이 맞부딪치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었고, 날카로운 이명이 길게 퍼져 나갔다.
이어지는 공명과 메아리, 끊임없이 반복되는 충돌.
끓어오르는 적조가 날카로운 소리를 모두 삼킨 뒤에야 비로소 무겁고도 깊은 울림만이 이곳에 온전히 남게 되었다.
"나무 열매"의 잔여물이 드디어 제거됐네요. 더 이상 자비를 기대하지 마세요.
낫이 구조체의 뺨을 스치면서, 날카로운 광채가 루시아의 진홍빛 눈동자를 비추었다.
상처에서 튀어나온 순환액이 속도의 충격에 실처럼 가늘어지더니, 순식간에 끝없는 적조 속으로 녹아들었다.
비켜!
추진기에서 눈부신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루시아의 동공이 순간 수축했다. 루시아는 강하게 검을 휘둘러 콜레도르의 빈틈없는 공세를 막아냈고, 콜레도르가 잔상을 남기며 뒤로 물러나려 하자 순식간에 그녀의 앞까지 돌진했다.
칼날이 높이 치솟아 물결을 가르며 만물을 비추는 빛을 발했다.
그렇게 소중한 지휘관을 버리고 혼자서 이중합 탑으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루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칼날의 빛이 폭풍처럼 퍼져 나가며 물줄기를 갈랐고, 마치 상처가 치유되듯 다시 빠르게 합쳐졌다.
깊이 내려갈수록 적조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칼날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콜레도르는 비웃음만 남기고 사라졌다. 루시아는 자세를 고쳐 잡고 더 깊은 곳으로 계속해서 돌진했다.
하지만 적조의 물결은 순식간에 새로운 인영을 만들어냈고, 곡선 모양의 낫 다시 한번 루시아의 등 위에 드리워졌다.
제가 여기에 있으면 그 지휘관이 안전할 거라 생각했나요?
살기 가득한 기운이 순간 구조체의 감각을 파고들었고, 등에 장착된 기계 장치가 위험 신호를 알리는 붉은 빛을 발산했다.
맹렬한 불꽃이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고, 빠르게 적과의 거리를 벌렸다.
콜레도르는 이번엔 서둘러 추격하지 않았다. 대신 손목으로 낫을 크게 휘둘러, 무게 중심을 뒤쪽으로 내리면서 여전히 찬란한 미소를 얼굴에 띠고 있었다.
이중합 탑을 찢어발겨 짜낸 <phonetic=적조>피</phonetic>가 컨스텔레이션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시죠!
!
루시아는 거침없이 하강하던 중 갑자기 멈췄다. 왼손에 잡힌 대검이 순식간에 형태를 갖추더니, 몸을 회전시켜 두 개의 날을 앞에 나란히 겹쳤다. 바로 위에는 콜레도르의 얼굴이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적조가 낫의 날 주위를 감싸며, 마치 앞서 구조체가 칼날을 높이 든 것처럼, 눈앞의 인간형 이합 생물 역시 무기를 들어 올렸다.
"탕!"
두 개의 칼날이 진동하며 공격을 퍼붓자 방어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날카로운 칼날이 루시아의 가슴팍에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정밀한 기계 구조가 부서지며 몸통에서 파편처럼 튕겨 나갔다.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 될 것 같군요.
칼자루를 단단히 움켜쥔 루시아는 콜레도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모든 울림이 영원히 멈추지 않는 적조의 포효 속에 잠겨 버렸다.
D7 쌍둥이 전망대 33층
셋은 계속 적들을 처치하면서 중상을 입은 키리시마 유코를 번갈아 업고 전시관 계단을 쉼 없이 올라갔다.
이제 옥상이에요.
뒤쪽에서 적조가 순식간에 계단을 거세게 휩쓸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적조도 곧 옥상까지 차오를 거예요.
울림 속에서 거친 포효가 터져 나왔고, 앞쪽 건물 벽이 갈라지면서 기형적인 거대한 발톱이 그 틈 사이를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다시 한번 울리는 포효와 함께, 이합 생물이 순식간에 부상자를 업고 있는 키리시마 센 앞으로 덮쳤다.
"쾅!"
이합 생물이 비명을 지르며 맹렬히 추격해 오는 적조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다시 두 발의 총성이 울렸고, 길을 막고 있던 이합 생물들이 총을 맞고 양옆으로 떨어져 나갔다.
적조가 그들의 잔해를 삼키고 녹여내며 이 고층 건물을 조금씩 잠식해 갔다.
생존을 위한 길은 위로 이어졌고 끝이 없어 보였다. 계단에는 오로지 발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손을 들어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과 함께 또 다른 이합 생물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연이은 사격으로 두 팔이 조금씩 저려왔고, 남은 탄약의 수와 탈출까지 남은 거리를 가늠했다.
왼쪽 벽이 순식간에 붕괴되며, 날렵한 괴물이 발톱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괴물은 커다란 입을 벌려서 들고 있던 총을 물어뜯으려 했다. 지휘관은 괴물의 목구멍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재빨리 한 발을 더 날렸다.
앞에서 달려들던 적은 미처 피하지 못한 채 번쩍이는 칼날이 자신의 목에 꽂히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피가 인간의 얼굴에 튀었고, 이윽고 이합 생물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센 언니!
키리시마 센은 앞으로 나아가 길을 막고 있는 머리 없는 시체를 걷어찼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등에 업은 부상자의 자세를 바로잡고, 다른 손으로는 인간 지휘관의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아드레날린이 급격히 상승하며, 두 다리에도 힘이 솟았다.
모든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탄창을 교체한 뒤 조준을 맞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총구를 빠져나가 적의 몸을 관통했다.
총알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 괴물의 비명소리, 히스테리한 포효 그리고 고막이 터질 것 같은 뒤쪽의 파도 소리.
이 모든 것이 웅장한 무도곡을 만들어냈고, 건물의 유리창은 도망치는 이들의 춤사위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옥상에 있는 문만 지나면, 전망교를 건널 수 있어요.
이는 희망에 찬 선언이 아닌, 막다른 길에 다다른 카운트다운이었다.
적조가 전망교를 넘어오면 어떡하죠?
없어요.
그럼... 우린 앞으로 어떻게 하죠?
고개를 숙여 손에 든 카오스가 건넨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이합 생물의 질감을 가진 "나무 열매"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 열매는 콜레도르와 하나가 되어 분리할 수 없게 되겠죠. 그 열매를 이용해 그녀를 견제하면, 더 이상 마음대로 적조를 제어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이합 생물을 삼키는 걸 견딜 수 있는 인간은 없어요.
목숨을 걸고 시도해 볼까?
"열쇠"가 곧 망가질 것 같아요. 제 추측으로는 기껏해야 두 번, 아니... 한 번의 기회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뒤에 조심해요!
뒤돌아보니 이합 생물 몇 마리가 적조에서 거대한 발톱을 뻗어 출구를 향해 기어오르고 있었다.
기습을 노리던 이합 생물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나씩 적조로 떨어졌다.
공격을 피하려다 균형을 잃은 키리시마 센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적조는 어느새 이곳과 한 걸음 남짓한 거리까지 빠르게 확장되었다. 계단 아래 키리시마 센의 다리는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꺾여 있어 혼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태였다.
죽음이 코 앞까지 다가오자 키리시마 센은 몸을 일으키려고 애쓰며, 본능적으로 두 팔을 뻗어 여동생을 위로 들어 올렸다.
안 돼. 내가 언니를 끌어올릴게!
일어서려고 몸부림치자 복부의 상처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목소리마저 떨렸다.
구원의 손길이 이들에게 닿기도 전에 수많은 어둠의 나비들이 등 뒤에서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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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파도를 넘어간 붉은 나비는 키리시마 유코의 귓가에 내려앉아, 알아듣기 힘든 속삭임으로 주인의 명령을 전달했다.
………………
그리고는 위협을 가하듯...
윽!
키리시마 센의 어깨를 관통했고 이윽고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간신히 키리시마 센을 끌어올려 전망교의 문 앞으로 옮겼지만, 키리시마 유코는 이미 체념한 듯 계단에 주저앉아 붉은 나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붉은 나비들은 그녀를 피해 지휘관과 키리시마 센을 향해 날아갔다.
이 말에 정신을 차린 키리시마 유코는 상처를 부여잡은 채 힘겹게 일어나 옥상 출구를 향해 달렸다.
세 사람은 가장 높은 곳에 있던 막다른 길로 들어섰다.
밤은 여전히 어두웠고, 바람 한 점 없는 전망교위에는 붉은 나비들이 바로 눈앞에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비들은 쓸데없는 공격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망교에서 세 사람이 맞이하게 될 최후를 구경하려는 듯했다.
결국 죽음의 길로 내몰렸고, 어쩌면 이 상황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지휘관은 마치 자신이 끝없이 이어지는 반이중합 탑에 갇혀 있는 듯했다. 전에도 이런 추격전과 사투를 경험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비극적인 순간의 끝에는 언제나 루시아가 있었다.
처음엔 자주 당황하던 루시아였지만 그녀도 점차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다만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루시아의 표정은 늘 비통함으로 가득했다.
루시아는 지금 어디쯤일까? 반이중합 탑에 들어갔을까? 시간을 반이중합 탑 진입 전으로 되돌리는 게 가능할까?
만약 반이중합 탑 시간이 이곳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거라면, 본인이 반이중합 탑으로 돌아가더라도 컨스텔레이션은 계속해서 적조에 잠긴 채로 남아있게 되는 걸까?
이런 혼잡한 생각들로 주의를 분산시키려 했지만, 여전히 불길한 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루시아는 돌아올 수 있을까?
무의식적으로 주머니 속에 있던 카오스가 준 "나무 열매"를 꽉 쥐었다. 이걸 먹으면 죽음을 피할 순 없겠지만, 콜레도르를 제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 차라리 여기서...
유코!!
다리 가장자리에 엎드려 있던 키리시마 유코 주변에 온통 위협적인 나비들로 가득했다.
다가오지 마.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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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시마 유코는 하려던 말을 겨우 삼키고 눈물을 쏟아냈다.
이 말과 함께 비수를 꽉 쥔 채 유코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는 떨리는 몸으로 고개를 저었고, 시선은 두 사람 사이를 끊임없이 배회했다.
연속된 사격에 그녀 주변의 나비들이 떨어져 나갔지만, 곧바로 다음 무리가 달려들었다.
의도를 눈치챈 나비들이 잇달아 유코의 몸에 내려앉았고, 잠깐 망설인 사이 나비 한 마리가 그녀의 눈을 찔렀다.
아아악!
키리시마 유코는 극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해 얼굴에 붙은 나비를 억지로 떼어냈고, 그녀의 손에 급속도로 궤양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세요.. 제발... 저를 놔두고 가세요!
어차피 적조가 밀려들 거고 나비들이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고요!
비수로 길을 열어 전망교 가장자리에 있던 키리시마 유코를 붙잡았다.
뒤바뀐다니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가슴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키리시마 유코가 정체불명의 긴 바늘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미... 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너희 조가 이번 시뮬레이션 구조 임무에서 왜 실패했는지 아나?
과거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콜레도르... 이 정도면 됐잖아!
그 지휘관도 쓸모없는 "썩은 나무"에게 붙잡혀 있을 테니까요.
이제 그만 놓아줘!!
다리 위 나비들이 이 비통한 절규에 응답하듯 일제히 흩어졌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제가... 제 목숨으로 갚을게요.
흐려진 시야 속에서, 그녀가 다시 긴 바늘을 들었다.
유코!!
피가 입과 코를 통해 손상된 폐에 흘러들어오면서 호흡이 곤란해졌다.
일단 앉히고 지혈부터...
지휘관은 키리시마 센의 부축을 밀쳐내고 비틀거리며 전망교 가장자리에 주저앉았다. 적조가 이제 손에 닿는 거리까지 왔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궁지에 몰려 있었다.
"열쇠"가 곧 망가질 것 같아요. 제 추측으로는 기껏해야 두 번, 아니... 한 번의 기회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이왕...이렇게 된 거.
도박이라도 해 봐야지...
지휘관은 고통으로 인한 떨림을 참으며 주머니에서 그 나무 열매를 꺼내 목구멍의 피와 함께 삼켰다.
그리고 눈앞의 적조를 향해...
뛰어내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파도 소리가 조금씩 멀어져갔다.
하늘에선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 움직여 봐도 자신의 윤곽은 잡히지 않았고, 이미 물이 되어버린 것마냥 의식이 물속을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이 상태로 오랫동안 떠다녔더니, 흩어졌던 오감이 조금씩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보를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눈앞"의 광경을 그려낼 수 있었다.
지금은 2161년 1월 2일. 컨스텔레이션에 온 지 3일째 되는 날이다.
카오스가 멀리에 서서 심어둔 "나무 열매"를 통해 콜레도르의 능력을 억제하고 있다.
콜레도르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지휘관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적조가 왜 물러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적조는 그렇게 물러갔다.
쌍둥이 전망대를 향하던 발자국이 멈춰섰다.
그녀는 적조에서 찢어진 외투 하나를 건져올렸다.
루시아였다.
지휘관님...
루시아의 목소리와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저희에게... 이런 결말밖에 없는 건가요?
…………
또다시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또다시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게 만들었다.
저희에게..
이 선택밖엔 없는 건가요!!!
가슴 찢어지는 울음 속에서, 선명한 붉은빛 하나가 나비들 행렬 속으로 소리 없이 스며들어 갔다.
기적과 여명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