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휘관도 쓸모없는 "썩은 나무"에게 붙잡혀 있을 테니까요.
고개를 들어 콜레도르가 "썩은 나무"라 불렀던 사람들을 올려다보니, 그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이 났나요?
결론이 날 리가 없잖아요. 2층에 시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 충분히 끔찍한데.
아래층에 나타난 적조랑 이합 생물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해도, 어떻게 7층까지...
게다가 저기 뒤에 있는 사람은... 죽은 지 며칠은 된 것 같은데요.
…………
잠깐만요. 저 사람... 3일 전 밤에 쿠키 훔치러 왔던 용병 아닌가요?
맞아요. 며칠째 안 보이길래 왜 이렇게 잠잠하나 했더니... 죽은 거였어요. 용병들 내부 모순 때문이었을까요?
…………
꽤 전문적이네요. 경찰이세요?
대체 왜 여기 온 거예요? 길을 잃었다고 하기엔 너무 멀리 온 거 아닌가요?
아직 이들에 대해 잘 모르고, 시간 여행 같은 이야기를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설명한다고 해도 미래 일을 말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모른다는 거였다.
지하철이요? 하지만 지하철은 여기서...
일행은 바닥의 시체를 보고 나서 의심스러운 눈길로 서로를 쳐다본 뒤,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당신이 경찰이라면 저희보다 수사나 지휘에 능숙하겠네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도 위험하잖아요. 시체 중에는 얼마 전에 죽은 용병도 있고요.
죽었으면 그나마 다행이죠. 어쩌면 그 고급 커스텀 로봇이 한 짓일지도 몰라요.
여기 갇힌 직후에 고급 커스텀 로봇이 키리시마한테 말을 걸었었어요.
그러네요. 그 무적의 로봇도 며칠째 안 보이네요. 그때 뭐라고 하던가요?
저도 몰라요.
네. 그건 마치...
그냥 로봇일 뿐이에요. 알잖아요. 일부 부자들이 자기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로봇으로 커스텀하는 거. 가사도우미나 경호 기능이 있는 것도 있긴 하지만, 그게 다예요.
그런가요? 당신도 전에 고급 커스텀 로봇을 데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루시아라고 했던가요? 꽤 세 보이던데요. 뭐든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정말인가요? 뭐든 이길 수 있는 로봇이요? 그 이합 생물들도요?
계속 무기력해 보이던 키리시마 유코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아? 정말요?
하지만 그 외형은... 아무리 봐도 코팅 같았어요. 게다가 올해 가장 유행하는 디자인이었어요.
네. 외주 플랫폼에서 이런 디자인 의뢰를 많이 봤어요.
예술 협회도 코팅을 디자인할 때 "이 기체로 황금시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라 역시 이를 위해 과거 자료를 참고했을 것이다.
그 기계... 어, 루시아는 지금 어디 있나요?
아니요. 그녀는 카오스처럼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로즈! 그 괴물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잖아.
…………
아는 사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로즈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가끔 지나가는 걸 봤을 뿐이에요. 대화는... 딱 한 번, 이름만 물어봤어요.
로즈는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겁먹은 듯 고개를 저었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이 로즈를 혐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카오스가 이들에게 무슨 나쁜 짓이라도 했던 것일까?
괴물이라 그래요. 어떤 사람이 그녀를 건드리고 난 후, 피부에 궤양이 생기는 걸 제가 직접 봤어요.
키리시마도 그 괴물이 위험하다고 했어요. 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괴물이나 폭주한 작업용 기계체보다도 더 위험하다고요. 그런데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다면서, 어떻게 그 이름을 아세요?
로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이 정말 카오스라는 이름을 언급한 적이 있었나 고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더는 묻지 않았다.
어쨌든 고립된 상황에서 이런 소식을 듣게 된 건 뜻밖의 수확이었다.
키리시마, 당신이 걔랑 더 친했잖아요. 아는 거 없어요?
키리시마 유코는 한참을 말없이 고개를 돌리다가, 건물 전체가 지진으로 흔들리자,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몰라요.
설마 싸웠어요?
로봇하고 싸웠다니요?
인격 데이터가 있는 고급 커스텀 로봇이잖아요. 자기만의 성격도 있을 테니까, 사람이랑 싸울 수도 있죠.
이름은... 키리시마가 말한 적이 없어요.
데이지는 키리시마를 쳐다봤다. 하지만 키리시마는 그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생김새는... 검은 트윈테일 머리에 녹색 망토를 입은 소녀예요.
피어오르려던 희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휘관은 더 물어보려다가 입을 멈췄다. 아직 그들이 콜레도르와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고, 콜레도르가 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내부자임을 밝히고 자세히 설명한다 해도 지금보다 도움이 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무심결에 놓치다니.
콜레도르가 이 도시에 먼저 왔기 때문에 본·네거트가 역장 차단막을 친 것일 터였다. 그렇다면 콜레도르도 이곳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들을 "썩은 나무"라고 부르던데, 중요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은 걸까?
그때, 침묵하고 있던 보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당신, 그 괴물이 꽤 익숙한 듯이 구네요.
여러분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우리가 저런 괴상한... 이합 생물들을 처음 본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며칠 전에도 비슷한 걸 봤었잖아요? 다만 왜 나타났는지 몰랐을 뿐이죠.
게다가 그것들은 무섭게 생겼어도 아무도 공격하지 않았어요. 근데 당신은... 이 시체들이 이합 생물한테 당했다고 했는데, 이 죽은 용병이 먼저 우리를 공격해서 이렇게 된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 괴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전 관심 없어요. 설명하셔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그냥 이 한 가지만 묻고 싶어요. 왜 당신이 나타나자마자 여기 있는 모든 게 통제 불능이 된 거죠?
너네 조가 이번 시뮬레이션 구조 임무에서 왜 실패했는지 알아?
추악한 인간의 본성 때문에 누가 좋은 사람인지 알아보지 못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원인을 파악해야만 전장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환경이 열악할수록 사람들은 의심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경계심과 의심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만들지. 갑자기 구조하러 온 너희들조차도 말이다.
두려움의 끝에 뭐가 있는지 아나? 바로 분노다.
이건 본능적인 자기방어야.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이 있지. 그들을 먼저 안심시켜야 다음 임무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player name], 이번엔 잘했어. 다음 시뮬레이션 테스트부터는 네가 조장을 맡아.
미지, 두려움, 분노... 적조가 황금시대를 침식한 문제에만 신경 쓰느라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 지휘관도 쓸모없는 "썩은 나무"에게 붙잡혀 있을 테니까요.
이것도 콜레도르의 예상대로인가?
그들은 이런 복잡한 문제와 무관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과거에 일어난 일에 영향을 미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방향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시선에 한숨을 내쉬며 "여러분께 말씀드릴 게 있어요."라고 말하려는 찰나, 쌍둥이 전망대가 다시 한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 지진은 유독 거세서 전시관의 조명마저 깜빡거렸다.
혹... 혹시 무서운 소리 들리지 않나요?
어둠 속에서 데이지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당신의 비밀을 알아내서 입막음하려는 건가요?
먼저 위층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탁, 탁... 10층쯤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듯했다.
그 후, 계속되는 건물의 흔들림 속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물소리도 감지됐다.
하지만 위에는 그 이상한...
당신 말을 어떻게 믿어요!
***!!
그들은 여전히 의심스러워하면서도,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잠깐만요!
전시관 조명이 마침내 안정을 되찾으며 다시 사람들을 비추었다.
마치 모든 불행이 이 순간에 집중된 듯, 키리시마 유코의 공포에 질린 표정이 비극의 시작을 알렸다.
로즈는요? 로즈가 안 보여요!
설마 이합 생물인가요?
혹시 카오스라는 괴물이 로즈를 데려간 거 아니에요?
굶어 죽을 지경인데, 어떻게 빨리 움직이라는 거예요? 계단까지 겨우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데이지는 이렇게 소리치면서도 로즈를 찾기 위해 다른 사람들처럼 각자 맡은 구역을 수색했다.
그 애는 포기하시죠. 이러다간 우리 모두 죽게 될 거예요! 저 사람이 우리를 흩어놓으려는 계략일 수도 있어요!!
***, 알았어요!
전 아래층에 가볼게요. 이 층에서 잘 찾아보고, 화장실도 확인해 보세요. 당신은요?
로즈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무엇이 그녀를 데려간 것일까? 왜 도움을 청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을까? 소리 지를 기회조차 없었던 걸까?
로즈가 언급했던 이름이자, 지휘관이 잘 알고 있는 이름이다.
혼란스러운 생각과 함께 급하게 계단을 올라가 8층에 도착하자 바닥의 선명한 혈흔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붉은 자국은 유독 선명하게 보였다.
피가 아직 굳지 않았다. 로즈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부상자가 멀리 가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혈흔을 따라 적막하고 텅 빈 전시관 안으로 들어갔다. 핏방울 간격이 확연히 좁혀지는 걸 보니,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혈흔이 끝나는 모퉁이에서 로즈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핀을 발견했다.
얼음장 같은 한기가 지휘관의 온몸을 감쌌다.
지휘관은 총을 꽉 쥐고 머리핀이 놓여있는 모퉁이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벽을 엄폐물 삼아 재빨리 몸을 돌려 적이 있을지도 모르는 전방을 향해 조준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로즈의 시신이 샹들리에에 기괴하게 매달려 있었다.
로즈는 고개를 떨군 채, 얼굴과 목에는 거대한 손바닥 형태의 궤양이 두 군데 남아있었다. 마치 어떤 이합 생물이 목을 조르고 입을 막은 다음...
가벼운 발소리가 이곳의 적막을 깨뜨렸다. 급히 돌아보니 꿈속에서 자주 보았던 그 모습이 어둑한 구석에 서 있었다.
…………
카오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위에 매달린 시신을 바라보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카오스가 슬프게 고개를 저었다.
…………
카오스는 작고 투명한 상자를 들어 지휘관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사과를 닮은 열매가 들어있었다.
카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이건... 이합 생물의 일부 의식이에요.
콜레도르가 당신의 기억을 원해요. 당신이... 이걸 먹으면, 콜레도르도 당신처럼 그것을 먹게 돼요.
…………
그녀는 여전히 침묵을 유지한 채, "이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라고 묻는 듯했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 열매는 콜레도르와 하나가 되어 분리할 수 없게 되겠죠. 그 열매를 이용해 그녀를 견제하면, 더 이상 마음대로 적조를 제어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이건 반이중합 탑과 연결되어 있어서 시간 역행을 해도 변하지 않아요. 좋든 나쁘든 그 영향은 남게 되죠. 마치 데이터 복구처럼, 그녀가 직접 지우기 전까지는 죽음조차도 되돌릴 수 없게 될 거예요.
하지만 이 나무 열매를 먹으면... 반드시 죽어요. 이합 생물을 삼키는 걸 견딜 수 있는 인간은 없어요.
인간의 기억은 복잡해서 완전히 소화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만에 하나 운이 좋아서 첫 시작부터 우리의 이 대화를 보게 된다면...
더 늦어지기 전에 "나무 열매"를 제거해 버릴 거예요. 그렇게 되면 모든 계획이 실패하는 거죠. 더 이상 그녀를 제압할 다른 방법이 없게 돼요.
…………
우리가 나눴던 많은 대화들을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그래도 저를 믿으시겠어요?
…………
카오스에게 다가가 그 상자를 받아들려는 순간, 전시관 입구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는 거예요?!
집합 장소에 왜 오지 않으신 거예요! 당신이 말했던 적조가 벌써 7층까지 올라왔다고요!
그 괴물한테서 뭘 받은 거예요?? 그 괴물... 잠깐, 어디로 사라진 거죠?
카오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로즈는요?
설명하기도 전에 데이지가 매달려있는 로즈의 시신을 보고야 말았다.
당신이 죽였죠??
그 괴물한테서 뭘 받고 로즈를 죽인 거죠??
말하던 도중에 누군가의 주먹이 날아왔다.
그것은 본능에 가까운 자기방어였다. 순식간에 습격자를 바닥으로 내던져 제압했다.
당신!!
아아아아아악!!
며칠간의 굶주림과 공포는 일반인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 이해할 수 없는 재앙과 죽음 앞에서 그녀의 모든 감정이 분노로 변했고, 손에 든 과도로 지휘관을 찌르려 했다.
데이지!! 그만해요!!
피가 튀었다.
그 칼은 지휘관이 아닌 키리시마 유코의 몸에 꽂혔다.
역시... 역시 우리를 배신했어요!! 저 시체들도 당신이랑 관련 있는 거죠!!
키리시마 유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구리의 상처를 감싼 채 비틀거리며 몇 걸음 물러나 지휘관과 보리 옆에 섰다.
데이지는 결국 완전히 무너졌고, 울부짖으며 계단으로 달려갔다.
먼저 가세요. 저는 이미...
그렇지만...
바닥에 제압당한 보리가 이를 갈며 고개를 끄덕였다. 키리시마 유코도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지휘관의 등에 업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지휘관이 키리시마 유코를 업는 순간, 계단 쪽에서 데이지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너무 아파!! 너무 아파아악!! 아아아악!!
이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적조 속으로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데이지!
당신들은 당연히 도망가는 게 우선이겠죠!! 이 괴물과 결탁한 두 배신자!!
어디선가 구한 총을 꺼내 든 보리는 처음엔 지휘관을 겨누었지만, 곧바로 총구를 낮춰 무력한 상태의 키리시마 유코를 조준했다.
죽어!!!
전혀 다른 두 발의 총성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가슴과 등을 관통당한 보리가 바닥에 엎어졌다. 그의 입과 코, 상처에서 피가 솟구쳐 나왔다.
그림자 속에서 용병 복장을 한 사람이 빠르게 걸어 나왔다.
제가 그랬어요. 당신들을 공격하려는 것 같아서요.
용병?!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안 돼요! 먼저 가세요. 제가 여기서 저 녀석을 막을게요!
상처를 부여잡은 채 비틀거리며 일어난 키리시마 유코는 남은 분노를 이 용병에게 모두 쏟아내려는 듯했다.
용병은 제자리에 서서 키리시마 유코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서 가세요!!
그녀가 비틀거리며 바로 앞까지 다가갔을 때, 용병이 마침내 얼굴에 쓰고 있던 보호 마스크를 벗었다.
유코, 나야.
?
센... 키리시마 센... 왜 여기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