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중합 탑 코어 레이어
본·네거트는 균열에서 도망쳐 반이중합 탑으로 돌아온 인형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카오스가 손을 펼치자, 작은 "나무 열매" 하나가 그의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현실을 직시할 때다.
…………
이게 마지막 "나무 열매"다. 이걸 만들 때 네 의식은 손상됐을 거고, "열쇠"가 없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미 봤겠지.
이번에도 실패할 거라 예상하셨나요?
그래. 하지만 시도해 보지 않은 다른 가능성이 있는 한 넌 절대 그 지휘관을 미끼로 쓰는 걸 동의하지 않을 테니까.
…………
그게 네 의식에 손상을 입힐 거다. 이게 최후의 수단이야. 밖의 적조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네가 연결을 만들어야만 콜레도르를 제압할 수 있다.
0호 대행자가 너의 교란을 받게 되면, "콜레도르" 본연의 의지가 주도권을 잡으려고 할 거다. 넌 그녀와 접촉해 봤으니, 콜레도르의 의식에 아직 대화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여기서 최악의 결과라 해봤자, 루시아가 "열쇠"를 한 번 더 소모해서 컨스텔레이션에 막 도착했을 때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없어.
루시아는 이제 "열쇠"를 소모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저는 그녀의 권한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0호 대행자만 더 통제 불능이 될 뿐입니다. 그 둘이 이런 결과를 본다면, 무슨 대가를 치르든 본·네거트 님이 계획한 경로대로 움직이며 목숨을 걸 것입니다.
그럼, 다른 방안이라도 있나?
…………
조용히 눈을 감은 카오스는 본·네거트 앞으로 걸어가 끈적끈적한 "나무 열매"를 받아 들었다.
카오스의 의식 일부를 담고 있는 열매는 따뜻한 심장처럼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뛰고 있었다.
왜... 결국엔 다시 이렇게 됐을까요?
D7 쌍둥이 전망대 3층
지휘관은 단말기를 통해 들려오는 전투음을 들으며 데이지, 로즈와 함께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 도착하자, 총을 든 여성이 떨면서 튀어나왔다.
움직이지 마!
로즈를 놓아줘. 너희들 어린 여자애까지 인질로 삼을 만큼 비열해진 거냐?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
진정시킬 틈도 없이, 그녀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었다.
지휘관은 재빨리 그녀의 옆으로 달려가 총을 든 손을 가격했다. 총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전시관 안쪽 전시품이 총알에 의해 깨지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너희들...
윽!
잠깐만요! 이 사람이 키리시마 유코예요.
데이지!! 쿠키 몇 개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데려온 거예요?
그럼, 먼저 저를 놓아주세요.
흔들리는 쌍둥이 전망대에서 데이지는 키리시마 유코와 그녀 뒤에 있는 청년에게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 줬다.
대충 상황은 이래요.
그리고 키리시마 유코 씨 뒤에 서 있는 이 사람은 그냥 보리라고 부르시죠.
이 사람이 제일 불운해요. 좋은 환경에서 자랐는데,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여기에 일하러 왔어요. 우리랑 시위한 것도 호기심에서였는데... 결국엔...
…………
보리라는 청년은 반박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기운이 하나도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지하 주차장... 아래는 굉장히 깊어요. 지하 12층까지 있는데, 대부분 공사 중이라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거예요.
키리시마 유코는 방금 가격당해 부어오르는 손목을 문지르며 말했다.
완전히 잠겼다고 하니 그쪽도 못 가겠네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키리시마 유코의 앞치마에 달린 작은 바보 개구리 인형에게 시선이 갔다.
어딜 보시는 거예요?
직원 몇 명이 다른 곳에 숨어 있고, 나머지는 용병들뿐이에요.
적조가 뭔가요?
세균 가득한 거인의 콧물 같네요.
그런 역겨운 표현은 안 하면 안 돼요?
알겠어요.
이곳 자체가 이상해요. 봉쇄 벽 말고도 어떤 곳은 보이지 않는 저항력이 있어요. 마치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가 있는 것처럼요.
봉쇄 벽에도 그런 게 있지 않았나요.
뭐라고 하셨어요?
…………
당신들... 엄브렐라 컴퍼니의 조사원이신가요?
하지만 내부 사정을 너무 잘 아시는 것 같은데요.
키리시마 유코는 몸을 숙여 방금 떨어뜨린 총을 주워 들고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어 아무렇지 않게 돌리기 시작했다.
네.
키리시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총을 건넸다.
방금 그게 마지막 총알이었어요. 이 총을 주웠을 때 총알이 하나밖에 없었거든요.
믿기 어렵겠지만, 흥분해서 실수로 당긴 거예요.
자, 이제 가시죠. 우리에게 아직 이 빌어먹을 계단을 오를 힘이 아직 남아있을 때... 언니는 괜찮을...
조용히 해주세요. 더 이상 당신이 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요.
데이지 언니. 가족 걱정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런 의도로...
저기, 여러분...
네 사람의 말다툼 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지휘관은 그들의 말다툼이 멈추기도 전에 3층 복도의 긴 창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 아래 거리를 바라보았다.
어스름한 달빛이 적조 위에서 은은하게 반사되어 마치 죽은 자의 눈을 떠올리게 했다.
D7 쌍둥이 전망대에 처음 왔을 때보다 수위가 0.5미터 정도 더 높아졌고, 계단은 이미 잠겨버렸다.
적조가 방제 격리벽에 막혀 거리 끝에 머물러 있었고, 밖으로 새어 나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는 곧 1층이 잠기고, 도시 구역 전체를 조금씩 삼켜서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란 의미이기도 했다.
아무리 황금시대라고 해도, 예술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 구역에 적조를 막는 격리벽을 세운다는 건 너무 앞서간 발상일 것이다.
추측이 맞다면, 이는 본·네거트가 역장 차단막에 격리벽으로 한 번 더 보강해서 가능했을 것이다.
그 망할 대행자도 적조가 넘쳐날까 봐 걱정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
이 역장 차단막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지하까지 이어져서 붕괴 후 균열로 흘러나오는 적조까지 막을 수 있을까?
적조, 황금시대, 컨스텔레이션... 모든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돼버렸다.
바닥의 균열 방향으로 봐선 확실히 적조를 과거나 미래로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휘관님도...
루시아는 눈을 내리깔며 몇 초간 침묵하다가 이어서 말했다.
중상을 입고 의식을 잃으셨을 때, 그 광경을 보신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그때도 적조가 갑자기 터졌는데 우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잖아요. 뭔가를 놓친 것 같은...
이대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지겠죠?
이미 종말인데, 제 감정까지 통제하라고 요구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세 사람에게 얼른 높은 곳으로 대피하라고 말하려 했지만, 격렬하게 다투느라 다른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였다.
아니요. 전 그냥... 아직 말할 힘이 남아있다는 게 의아해서요. 혹시 우리 몰래 어디서 먹을 걸 찾으신 건 아니시죠?
하하, 당신 같은 부잣집 도련님도 우리처럼 먹는 걸 걱정하는 날이 오다니, 종말도 나쁘지만은 않네요.
다 죽게 생긴 마당에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있으면 <color=#ff4e4eff>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방법</color>이나 고민해 보세요!
▅▂▄▁▃▆▃은 ▂▄▁▅▇▁ 해결할 수 없다.
문득 반이중합 탑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루시아는 서염 기체의 능력을 사용해 적조가 모인 곳에서 본·네거트가 남긴 기록을 발견했다.
이 반이중합 탑은 원래 ▁▇▅▂▄그녀의 "작품"이었다. 나는 ▁▃▆▃▆▁코어도 그냥▁▇▅▂▄▁▃▆▃▆▁
기록의 파편 속에서 대행자의 모습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누구에게 한 말인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반이중합 탑의 코어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리가 개조해서 그녀가 쉽게 접근하기는 힘들 거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본래 그녀의 것이었던 ▁▃▆▃▆▁을 되찾으려 해. 우리가 적조를 이용해 ▁▂▄▁▃▃▆▁ 침투한다 해도 그녀의 반격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그녀에게 ▁▂▄▁▁당해서, 그 시대의 ▁▇▅▂▃▆▁을 가져올 거다.
기록 속 본·네거트가 고개를 숙이고 남긴 말이 유독 선명하게 들렸다.
그녀가 바로 우리 시대에 강림한, 도미니카가 이름 붙여 준 최초의 0호 대행자니까.
콜레도르, 0호 대행자, 도미니카의 명명, 다른 시대... 여전히 많은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콜레도르의 능력을 본 후로 "콜레도르가 0호 대행자"라는 추측이 더욱 신빙성 있게 느껴졌다.
정말 그렇다면, 그 불완전한 기록들이 남긴 단서로 볼 때 그녀가 가져올 재앙은 적조보다도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항상 여유만만해 보이던 그 대행자조차 "해결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위험한 존재라니...
대체 뭐지? 본·네거트도 해결하지 못한 재앙을 지금의 공중 정원 실력과 준비 상태로 과연 맞설 수 있을까?
이미 늦었어요.
혼란스러운 악몽 속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은 것 같았다.
꿈속에서 인형만 한 크기의 이합 생물이 반이중합 탑 바닥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으로 바닥의 균열을 끊임없이 쓰다듬고 있었다.
결국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뱉는 한숨처럼 들렸다.
저는 대체.. 대체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온 걸까요?
붉은 눈물이 인형의 뺨을 타고 흘러내려 균열 속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듯 반이중합 탑의 상처를 꿰매고 넘쳐흐르는 "피"를 멈추려는 것처럼 그 균열들을 쓰다듬고 있었다.
늦었어요.
이미 늦었어요.
동시에...
콜레도르가 말한 대로, 반이중합 탑의 영향권 안에선 그녀를 진정으로 죽일 수 없었다.
비록 "나무 열매"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고, 루시아가 전투에서 우위를 점했다고는 하지만 적조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하는 생물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양측의 싸움은 몇 시간 동안 이어졌고, 밤이 깊어질수록 희미해져 가는 비명 소리 속에서 모두가 새해를 맞이했다.
서두를 필요 없어요. 지하의 적조가 완전히 준비되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어요. 지금은 내려갈 수 없어요.
당신이 가려고 해도 제가 막을 거예요. 그 지휘관도 쓸모없는 "썩은 나무"에게 붙잡혀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들어 놓은 길로만 갈 수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선택은 할 수 있죠. 루시아, 저를 도와 카오스를 죽이시죠.
내가 말했을 텐데. 너나 본·네거트나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루시아가 빛 무늬 태도를 꽉 쥐고 다시 한번 돌진하자, 콜레도르는 다급히 몇 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현을 튕겨 차가운 달빛 같은 현의 울림으로 적조 속 망자들을 불러냈다.
이런 의식 오염은 반이중합 탑에서 이미 익숙해졌어!
루시아는 칼을 휘둘러 눈앞의 환상을 베어내며 콜레도르에게 돌진했다.
계속 반복되는 그 환상도 네 짓이지!
맞아요. 결국 그 지휘관이 죽을 때의 표정을 봤잖아요...
당신이 가장 큰 약점을 드러낸 순간이었죠, 그렇죠?
콜레도르는 몸을 숙여 칼을 피한 뒤, 가로등을 발판 삼아 가볍게 루시아의 뒤로 돌아가 웃으며 속삭였다.
진정으로 그 사람을 죽이려면 우선 당신을 쓰러트려야겠죠. 의식의 바다 교란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죠. 마인드 연결이 없다면...
루시아의 칼날은 웃고 있던 그 머리를 관통했고, 칼빛은 떨어지는 몸을 따라가, 결국 그녀를 붉은 파도처럼 부서지게 만들었다.
바로 그 순간, 거리가 심하게 흔들리며, 균열이 지하 주차장 붕괴 지점에서 빠르게 퍼져 루시아의 발밑까지 도달했다.
그녀가 막 일어나 피하려고 할 때, 갈라진 땅 아래에서 붉은 파도에 잠긴 지하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위험한 지름길이 눈앞에 있었다. 콜레도르가 아직 부활하지 않은 지금, 적조로 이루어진 이 심연으로 뛰어든다면 반이중합 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급박한 목소리로 곧 연락이 끊긴다는 사실을 알렸다.
콜레도르는 제가 잠시 움직이지 못하게 처리했어요. 반이중합 탑으로 가는 입구가 지하에 있을 거예요. 그녀가 부활하기 전에 내려가 봐야겠어요.
적조에 들어가면 단말기가 손상되겠지만, 곧 돌아올게요.
그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