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기" 전시구역 동쪽
지하 주차장 입구 부근
지면이 흔들리면서 끔찍한 균열이 발생했고, 거리는 큰 입을 벌려 지표면의 모든 구조물을 삼켜버렸다.
적조가 균열 사이를 뚫고 샘물처럼 뿜어져 나와 무너진 거리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거대한 파도와 소용돌이는 붕괴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은 이미 물에 잠겼어요.
루시아는 지휘관을 품에 안은 채, 공중을 가로질러 붕괴하는 구역을 통과했다.
조심하세요!
폭발의 불꽃이 건물의 각 층을 산산조각 냈다. 루시아는 손으로 지휘관의 머리를 보호하며 재빨리 옆으로 이동해 무너지는 벽을 피했다.
뒤쪽 짙은 연기 속에선 처절한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여전히 지휘관을 보호하는 두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지만 그들을 도울 수 있어요.
방금 데이지와 로즈를 서쪽의 D7 쌍둥이 전망대에 안전하게 피신시켰어요. 지대가 높고 지하 주차장과도 거리가 있는 곳이어서 일단은 안전해요.
알겠어요. 꽉 잡으세요. 지휘관님.
D7 쌍둥이 전망대 2층
루시아와 함께 전시관 2층으로 이동했다. 지휘관이 데이지의 뒷모습을 발견한 순간, 위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변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조심하세요!
이, 이게 무슨 일이죠?
어둠 속에서 데이지의 당황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단말기의 등이 주변을 희미하게 비추었고, 발걸음을 늦추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발소리와 함께 빛이 앞쪽 구역을 비추었다. 전시관 안을 훑던 시선이 바닥에 흩뿌려진 혈흔과 시체에서 멈췄다.
시체인가요?
통일된 무장과 제복, 바닥에 쓰러진 이들은 모두 방금 전 밖에서 도발하던 병사들처럼 모 구역의 용병 같았다.
저도 모르겠어요. 여기로 걸어올 때 깜짝 놀랐네요. 분명 어제까진 없었는데!
갑자기 한 줄기 전광이 아래에서 스쳐 지나가며 루시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루시아의 손에 든 칼은 공중에서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그 전광을 정확하게 두 동강 냈고, 이어 그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저건 뭐죠?
이합 생물이에요. 여기까지 왔네요.
루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더 많은 나비들이 어둠 속에서 달려들었다.
지휘관은 루시아에게 다가가 그녀와 등을 맞대고 서서 총으로 후방을 방어했다.
불빛이 비추는 곳에 수많은 나비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어와 등을 맞댄 두 사람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나비들의 공격은 단순하고 약했지만, 작은 몸집과 수적 우세를 이용해 포위 공격을 펼쳤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시야의 사각지대로 파고들어 몸에 달라붙어 떼어내기 힘들어졌다. 마치 나비를 제거하려다 자신의 살점까지 베어내게 만들려는 것 같았다.
열 마리, 스무 마리, 서른 마리... 부서진 날개가 주위에 붉은 원을 그리며 조금씩 쌓여갔다.
긴 소모전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들 때쯤, 남은 나비들이 무언가 명령을 받은 듯 갑자기 어둠 속으로 물러났다.
네. 대체 무슨 일이죠?
그것들의 목표는 확실히 우리였어요. 이건 이합 생물이 가질 수 있는 지능이 아니에요.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루시아는 나비의 날개 한 조각을 주워 Ω 코어에 가까운 쪽에 가져다 댄 후, 서염 기체의 근원 추적 장치를 가동했다.
역시 콜레도르였어요. 이 나비 모양의 이합 생물들은 콜레도르가 만든 거예요.
루시아는 다시 한번 주변을 살펴보며 남아 있는 위협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칼을 쥔 손을 천천히 내렸다.
지하에 반이중합 탑과 연결된 균열이 있어서 적조가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던 거예요.
아래가 정말 적조에 잠긴 상황이라면, 지휘관님도 갈 수 없어요.
…………
알겠습니다. 반이중합 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균열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서, 지휘관님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요.
루시아가 갑자기 전시관 동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활동 신호에요. 인간이고, 무기를 소지한 채 위층으로 퇴각하고 있어요.
용병 중 한 명은 아닌 것 같아요. 이 건물에 또 다른 인간의 활동 신호도 확인돼요.
키리시마 유코나 다른 동료 아닐까요?
그럴 수 있어요. 이 사람들 제외하고도 위층에 다른 이합 생물의 활동 신호도 있어요.
루시아는 눈을 감고 탐측된 윤곽을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그것들의 행동 방식이 좀 이상해요. 콜레도르가 근처에 있는 것 같아요.
네. 그럼, 저와 구역 통신을 연결해 주세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통화를 끊지 말고 계속 유지해 주세요.
구역 통신을 연결한 루시아는 다시 한번 자신의 무장 상태를 점검했다.
출발하겠습니다. 지휘관님도 조심하세요.
루시아의 목소리가 이어폰과 옆에서 동시에 들렸다.
…………
이 부름에 대한 답은 갑작스러운 포옹이었다.
지휘관님.
루시아가 걱정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지휘관은 반이중합 탑에서 끝없는 순환을 겪었고, 그로 인해 헤아릴 수 없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었다.
언제든 변할 수 있는 통로와 공간 구조, 의식의 바다를 교란하고 환상이 침투하는 고통, 피할 수 없었던 죽음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었다.
지금 지휘관과 루시아는 준비도 없이 재난에 휩싸인 낯선 도시로 떨어졌고, 적이 미리 설치해 둔 함정에 빠졌다.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모든 위로와 약속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때, 포옹과 접촉은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지휘관을 안은 팔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지휘관님, 꼭 자신부터 챙기셔야 해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모든 사람을 살릴 희망이 생겨요.
그리고...
루시아는 지휘관의 귓가에 다가가 가장 두려운 현실을 알렸다.
"열쇠"가 곧 망가질 것 같아요. 제 추측으로는 기껏해야 두 번, 아니... 한 번의 기회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네. 그럼, 저는 가볼게요. 여기서 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저를 부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