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0 거울에 비친 별무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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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6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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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루나가 반이중합 탑을 빠져나오자, 부드러운 하늘의 빛이 그녀의 눈을 찔렀다. 빛 때문에 찡그려진 좁은 시야로 희미한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서로 말없이 바라보던 중, 루나가 입을 열려는 찰나 상대방은 한 손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다른 손으로는 이어폰을 가볍게 두드렸다.

???

[player name], 그쪽 상황은 어때? 대행자는 나왔어?

???

밖에서 정보 교란이 관측됐어. 그리고 모든 데이터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

???

예전에 말한 예비안은 검토해 봤어?

……

루나가 피식 웃었다. 입술 끝에서 맴돌던 말을 삼키고 다른 말을 꺼냈다.

그 의견, 마음에 드는걸.

이 말 한마디에 긴장된 공기가 순식간에 풀어졌다. 상대방은 이어폰을 벗더니 표시등이 꺼질 때까지 기다렸다.

탑 코어의 악화는 막았어. 하지만 셀레네와 0호 대행자가 함께 일으킨 일이라 정화 구역을 완전히 되돌리긴 어려울 거야.

잠시 말을 멈춘 루나는 깊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고는 진지한 눈빛으로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난 0호 대행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어.

서로 돕고 돕는 거지.

루나는 무언가를 떠올린듯, 비꼬는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의 이어폰을 가리켰다.

이번 협력은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해. 너희는 정화 구역을 지켜냈고, 나도 원하는 걸 얻었으니까.

입장이 다르다 해도 가끔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

오늘의 일이 앞으로 우리가 협력할 때 좋은 선례가 되길 바라. 이해관계가 맞을 땐 언제든 도움을 요청해도 좋아.

하지만

루나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목소리에 무게를 실었다.

나와 내 부하 승격자들은 오직 [player name]만 믿어.

왜 그래? 내 태도에 놀란 거야?

그럴듯한 보험을 하나 더 든 것뿐이야.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공중 정원이 승격자들을 대하는 방침이 언제 바뀔지 모르잖아.

깊게 생각할 필요 없어. 그냥 나한테 유리한 쪽을 택한 것뿐이니까.

하지만?

그럼, 방금 말한 거 좀 수정할게. 사실 우리 협력 관계는 최악이었어. 그리고 싸우다가 둘이나 죽었어.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과 승격자 롤랑.

말이 끝나자마자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잠시 후 각자 고개를 돌려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감추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을 뿐이야. 게다가...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루나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그녀의 등 뒤에 있는 한쪽 날개가 살짝 들썩였다.

다음에 만날 땐 너무 뒤처지지 않길 바라.

촤아아——

루나의 마지막 음절이 갑자기 몰아친 바람 소리와 겹쳐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땐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며칠 후

정화 구역

며칠 후, 정화 구역

수치가 안정적이고 외부 상태도 정상이라, 이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거 같아. 정화 구역의 퍼니싱 농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고, 비교적 안전한 저농도 범위에서 멈췄어. 승격자가 우리를 속이진 않았다는 거지.

이제부터는 내 일이 아니야.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정화 구역을 재건하는 건 내 업무 범위가 아니니까. 기술 지원이 필요하면 다시 연락해.

좋다 나쁘다 같은 추상적이고 부정확한 표현으로 게슈탈트의 상황을 설명하기는 어려워. 필요하다면 방금 작성한 서면 보고서가 있는데, 약 100MB야. 지금 보내줄까?

최소한 받아놓고 난처해할 줄 알았는데. 뭐, 중요한 건 아니야.

없진 않지. 이번에 승격자가 반이중합 탑에 들어간 일로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있어.

여러 프로젝트가 기획 중이고, 다른 프로젝트들도 재개되고 있어. 그런데 하필 이 중요한 시기에 내가 모든 프로젝트를 신경 써야 해서 말이야.

솔직히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생각이나 목적이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하지만, 이 말 한마디만큼은 맞는 것 같아.

반이중합 탑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기체가 필요해. 예를 들면... 루시아 같은 기체 말이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만두자.

영상 속의 아시모프가 드물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만 끊지. 나중에 다시 연락하자.

아시모프의 모습이 스크린에서 깜빡이며 사라졌다. 하지마 그의 말은 여운으로 남았다.

지휘관은 멀리 우뚝 솟은 탑을 올려다보며 주머니에서 칩 하나를 꺼냈다. 반이중합 탑에 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틀림없이 여기일 것이다.

단말기에 칩을 꽂자 어지러움이 밀려왔고, 시야는 다시 한번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데이터에 둘러싸였다.

"도미니카"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되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감정이 줄어들고 차가움이 더해져 있었다.

이건 그 "초대장"의 잔재였다. "도미니카"의 초대를 거절한 후, 데이터 공간을 떠돌던 유령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남은 건 정해진 프로세스처럼 작동하는 문답 메커니즘과 그 메커니즘 가장 끝에 숨겨진 검은 상자뿐이었다.

"도미니카"

이중합 탑의 상태는?

사실 답할 필요도 없고 프로세스도 알아서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파라미터처럼 주어진 이 질문들은 그 안에 담긴 논리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도미니카"

오염된 밈의 상황은?

공중 정원은 어떤 상황이지?

…………

연이은 질문들이 끝나자, 새로운 화면이 나타났다.

"도미니카"

미리 설정된 암호를 입력해라.

암호 오류입니다.

화면이 초기화되었다. 차가운 입력창은 하늘과 땅 사이의 틈처럼, 비밀과 진실을 바로 눈앞의 심연에 감추고 있었다.

"관련 인원"이 만약 이 시대에 뭔가를 남기고 싶었다면, 그 대상은 아마 너 일 거다.

[player name]

뭘 하려는 거지?

주의를 기울여봐. 단서는 네 주변에 있으니까.

본·네거트의 말에 따르면, 아시모프는 비밀리에 여러 암호 전문가를 찾아가 정보 출처를 분리한 뒤, 보안을 유지하면서 가능성이 있는 물건들과 데이터를 각각 이들에게 분석하도록 맡겼다고 했다.

커뮤니티 계정부터 단말기 암호, 학적 수험번호, 파일 정보까지... 암호 전문가들은 이것들을 바탕으로 수많은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모든 추측이 예외 없이 다 빗나갔다.

머릿속에서 여러 내용이 스쳐 지나가다가, 결국 너무나도 익숙한 숫자 하나만 남게 됐다.

암호 오류입니다.

예상했던 오류 메시지였다. 이 숫자는 원래 자신만의 비밀이었기 때문에 도미니카와 관련이 있을 리가 없었다. 파일에 나와 있어서 누군가가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여기 암호일 리는 없었다.

칩 프로그램을 종료하자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시 단말기를 조작해서 정화 구역의 수치 통계를 백업한 뒤 후속 처리 부서에 보내려는데, 예상치 못한 알림이 떴다.

시스템 알림

단기간에 암호 확인과 변경이 여러 차례 발생한 것이 감지되었습니다. 계정 도용의 가능성이 있으니, 암호를 재설정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암호 전문가들의 새로운 작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들의 작업에 협조하기 위해 자신의 각종 암호를 제공할 때마다 보안을 위해 추후 재설정해야 했다.

시스템 알림

암호 설정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해서는, 재설정할 암호에 대문자, 소문자, 숫자, 특수문자 중 세 가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다.

중얼거리며 암호를 재설정하려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리고 이상한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만약 본·네거트가 준 힌트가 유효하고, 정말로 지휘관 자신과 관련이 있다면...

알 수 없는 충동이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그리고 강렬한 예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 다시 한번 칩을 삽입하고 시작 부분의 질문들을 빠르게 건너뛰었다.

"도미니카"

암호가 일치합니다. 접속을 환영합니다.

화면이 밝은 빛으로 가득 채워지더니, 전혀 다른 응답이 울려 퍼졌다.

한편.

루나는 어둡고 황폐한 도로를 따라 텅 빈 옛집으로 돌아왔다.

곧 날이 밝겠네.

먼지 쌓인 바닥을 바라보며 루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날, 반이중합 탑의 문을 들어서자,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별빛으로 가득한 터널이 눈앞에 펼쳐졌다.

셀레네의 계획에서 루나는 "열쇠"가 되어 셀레네를 완벽하게 과거로 보내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승자는 루나다. 그렇기에 적절한 "열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셀레네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루나는 이 터널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욱 선명히 알 수 있었다.

루나에겐 인간들처럼 과거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기체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울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한 발자국 내디뎠다.

혹시 이건, 자신의 비참했던 과거를 바꾸고 싶어서였을까?

아니.

그 긴 탐색의 여정 동안, 루나는 셀레네가 보여준 무한한 연산을 통해 시간을 함부로 바꿨을 때 어떤 결과가 찾아오는지 알고 있었다.

겨울 물자를 건네주지 않았더라도, 루나와 언니는 결국 그 겨울에 습격을 당했을 것이다.

게다가 루시아를 대신해 구조체가 되지 않았다면, 루시아의 짐이 되어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터널을 따라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퍼니싱이 막 발생했을 때로 가서 가족들을 구한다 해도... 그녀들은 대철수 자격을 얻지 못했을 것이고,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셀레네가 보여준 수없이 많은 무의미한 결말들, 그리고 과거를 바꾸라며 부추긴 건 모두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였다. 바로 루나를 허망한 시도로 절망에 빠뜨리고...

다시 한번 그 원한으로 가득 찬 길을 걷게 하려는 것이었다.

2161년 1월 5일

2161년 1월 5일

창백한 달빛이 텅 빈 거리를 감싸고 있었다.

루나는 모든 것을 잃은 몸으로, 퍼니싱이 발생한 지 16일째 되는 날, "현재"와 같은 장소로 돌아왔다.

이 짧은 여정은 과거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 사람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 작은 마을의 많은 사람이 멀리서 들려오는 소식을 듣고 피난을 떠났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불안한 마음에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달빛 말고는 그 누구도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긴 창문을 바라보며, 루나는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밤은 이미 깊었고, 어머니는 집 안에 계셨다. 루나는 규칙을 어기고 문을 무단으로 통과한 대가를 치르기 전까지는 어머니를 한 번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냥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전부일지 모른다.

멀리서라도 보고 싶었다. 비록 그것이 자기 위안일지라도, 오래전에 헤어져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그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다.

그때, 방에서 불빛 하나가 조용히 켜졌다. 루나는 창문 너머로 일어선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어서 복도의 불도 켜졌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자신의... 아니, 예전 자신의 방 앞에 멈춰 선 것이 보였다.

그림자는 손을 들었다 내리는 동작을 몇 번이나 반복하더니, 결국 문에 살며시 손을 가져다 대었다.

…………

루나는 자기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감정은 데이터가 아니었다. 스위치처럼 켜고 끌 수도, 차단할 수도 없었다.

이제 가야 해.

루나가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일어서려는 순간, 전화 부스가 살짝 흔들리면서, 부스 안 전화기에 걸려 있던 수화기가 떨어졌다.

(전화)

뚜... 뚜... 뚜...

낮은 신호음이 재촉하는 것처럼, 또는 무언가를 묻는 듯 울렸다.

이내 한 손이 수화기를 들어 올렸지만, 걸지는 않았다. 결국 루나는 전화 부스 안으로 들어갔고, 몇 번을 망설이다가 아무도 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 번호를 눌렀다.

(전화)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루나

…………

(전화)

여보세요?

루나

안녕하세요.

루나는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처럼 어색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에 있던 사람은 순간 침묵했다.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루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전화기를 내려놓으려 했지만,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전화)

누구세요?

루나는 천천히 수화기를 다시 귀에 가져다 댔다.

루나

저...

저는... 루나의 친구예요.

(전화)

루나? 아, 지금 자고 있는데, 깨워줄까? 아니면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말하렴. 내가 전해줄게.

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조금 지친 듯했지만, 그보다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더 컸다.

(전화)

지금 바깥 상황이 혼란스러운 데다 통신도 며칠째 끊겼어. 전화가 와서야 통신이 복구된 걸 알았네. 너희 가족들은 다 괜찮니?

루나

네. 가족들은... 지금 괜찮아요. 저도... 별일 없어요.

루나는 전화 부스 유리창 너머로 밤중에 딸을 기다리며 지키고 있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루나

밤이 늦었는데... 아직 주무시지 않았네요?

(전화)

루시아가 자기 아빠랑 나간 뒤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너는? 왜 이렇게 늦게까지 안 자고 있어?

"기다리지 마세요. 어서 도망가세요. 여기도 곧 함락될 거예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과거에 개입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 알고 있었기에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루나

저희 가족들도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혹시 저랑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아주머니?

집 안의 그림자가 일어나서더니 창가로 다가왔다.

(전화)

그렇구나. 루나랑 정말 닮았네. 그 애도 잠이 안 올 때면 맨날 나한테 이야기하자고 한단다.

루나

그래요?

대화란 이런 거였다. 일단 시작하면, 그다음은 좀 더 수월해지는 법이 있었다. 그들은 짧으면서도 긴 거리를 두고 통화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어색했던 말투도 자연스러워졌다.

루나는 자기 신분, 시간 그리고 여러 민감한 내용들을 피해서 말했다. 그저 평범한 일상적인 대화처럼, 목소리가 조금씩 희미해질 때까지...

이게 바로 "열쇠"가 없는 대가였다.

(전화)

무슨 일 있니, 얘야?

루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졸려서요.

(전화)

그럼 어서 자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그렇게 피곤하지 않을 텐데.

루나

저기...

(전화)

무슨 일이니?

루나

집에 있던 설광 난초는 아직 피어 있나요?

(전화)

설광 난초... 아, 네가 말하니까 생각나는구나. 화분 가져오는 걸 깜박했네. 요즘 밖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정신이 없었거든.

루나

네.

루나의 목소리에는 애틋함이 묻어나 있었고, 눈앞은 조금씩 어두워져 갔다.

루나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전화)

잘 자렴, 얘야.

전화기 너머의 걱정 담긴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그러자 루나는 눈을 감았다.

주변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흩어지면서 사라져 갔다.

α

루나.

흐릿한 기억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어보니, 알파가 곁에 서 있었고 이미 날이 밝았다.

α

괜찮아?

루나

…………

루나는 대답하지 않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α

그 문 뒤에서 겪었던 일 말이야, 여전히 기억나지 않아?

루나

계속 흐릿한 게 꿈을 꾼 것 같아. 또는 퍼니싱에서 읽은 영상 같다고 할까.

하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건 분명해.

루나가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방향을 알파가 살며시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폐허 속에서 설광 난초 새싹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α

설광 난초...

그렇게 오랫동안 찾았는데, 집에 있었다니.

루나

맞아.

그래서 계속 생각했어.

퍼니싱이 뒤덮지 못한 곳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것과 승격 네트워크의 연산이 관측하지 못한 변수가 있을 거라는 거야.

거울이 아무리 광활한 별하늘을 비출 수 있다고 해도, 거울 틀이라는 제약은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난 승격 네트워크의 연산이 현실이 되는 걸 막고 언니가 떠나게 두지 않을 거야.

우리는 반드시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