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합 숲
루나의 상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콜레도르를 찾아가는 도중, 그녀의 의식의 바다는 피로로 인해 큰 파동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미리 마인드 연결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 적조와 접촉할 때를 대비한 연습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거친 모래와 자갈이 발목을 스치고, 두꺼운 먹구름이 하늘을 가려 한 줄기 빛도 보이지 않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때려서 따끔거렸다. 공기 중에는 바다 특유의 짠 냄새가 아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안한 냄새가 가득했고, 검은 바다는 격렬하게 솟구쳐 오르면서 겹겹이 쌓인 파도가 밀려왔다.
파도는 가까이 다가올수록 보이지 않는 힘에 억눌리는 것처럼 기세가 급격히 꺾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파도가 섬의 높은 절벽을 때릴 때마다 몇 개의 바위가 바다로 떨어져 내리곤 했다.
몸을 숙여 손가락으로 바닷물을 살짝 건드리자, 뜨거운 고통이 피부와 뼈를 관통했다. 그러면서 살을 파고들어 더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섬이 보였는데, 그 탁한 바닷물은 섬에는 전혀 닿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의 파도가 그렇게 사납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 외에도...
음산한 철근이 촘촘히 얽혀 파도 위로 솟아올라 그물망처럼 섬을 감싸안고 있으면서 바닷물을 막아내고 있었다.
촤아아——
말이 끝나자마자 먹구름이 모여들더니 파도가 치솟았다.
깨끗한 기운이 양손에 가득 차고, 발밑의 자갈이 부드럽고 고운 모래로 변했다. 질서와 안정을 상징하는 능력이 이 세계의 작은 공간을 조금씩 개선하고 있었다.
루나의 자아를 상징하는 섬에 발을 내딛자, 온몸에 묻어있던 바닷물이 그녀의 능력에 의해 정화되어 증발해갔다.
시야 앞에 펼쳐진 섬의 중심에 낯익은 건물이 있었다. 그건 루나의 옛집이었다. 그곳에 들어가 남은 절차만 마치면 루나의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래사장 위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상호 불가침은 루나의 일방적인 구두 약속일 뿐이었고
자신의 안위를 타인에게 맡기는 건 원래 어리석은 일이다.
반이중합 탑의 이상 사태 이후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루나 일행은 그때부터 의료센터를 공격하는 척하며 지휘관의 주의를 끌 수 있었다. 이는 정화 구역이 더 이상 승격자들을 막아낼 수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
탑 근처에 퍼니싱이 출현했고, 퍼니싱이 그곳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는 상황에서 콜레도르가 적조를 이끌고 다시 공격해 오기라도 한다면...
지휘관은 곰곰이 생각하며 다시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앞에 도착하자 철창문이 삐걱거렸다. 행동하기 전 루나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난 마인드 연결이 필요해.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그래서 내가 적조와 접촉할 때, 내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켜줬으면 해.
난 너나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게 해로운 짓은 하지 않을 거야.
날 믿을 만한 이유?
음... 곧 알게 될 거야.
생각을 정리한 지휘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철문을 밀어 열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며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