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0 거울에 비친 별무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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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5 몸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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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최상층에 다다랐을 때, "문"은 이미 셀레네와 0호 대행자의 권능으로 활성화되어 있어서, 전체 터널의 깊은 곳까지 희미하게 보였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간다면, 다른 시간으로 뛰어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안으로 추락한 몸은 여전히 주도권을 두고 다투고 있었다.

…………

소녀는 허공에 반쯤 엎드린 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몸은 멈출 수 없이 떨렸고, 움직임에는 미세한 경련이 나타났다. 마치 의식과 몸이 각각 다른 주인을 가진 것처럼, 목적이 서로 상충하는 것 같았다.

발버둥 치던 소녀가 오른손을 뻗었다.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 힘겹게 앞으로 손을 뻗었지만, 다음 순간 왼손에 들린 칼날이 오른손을 꿰뚫고 말았다.

으으...

쳇!!

전혀 다른 두 비명이 동시에 울렸다. 그리고 어렴풋이 소녀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영상이 어긋나 겹쳐서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젠장, 날 속이다니!

이중합 탑에서 결합하자고 제안한 건 너잖아.

이중합 탑은 지금 정상 상태가 아니라고! 분명 어딘가 잘못됐어. 설마 느끼지 못한 거니? 우리 힘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네가 원했던 거 아니었어? 승격 네트워크와 잘 결합하고, 시간이 넉넉할 때 지구 문명을 파괴하기 위해 이런 장소를 선택한 거잖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셀레네의 왼손이 칼날을 세게 비틀었다. 그러자 고통이 껍데기 속 두 의식을 순식간에 관통했다.

아아악!!!

하지만 네 행동은 전혀 달랐지. 권한 이양을 여러 번 거부했고, 심지어 서로를 해치면서까지 결합을 피하려고 했잖아.

넌 네 의무를 거부하고 있었다고.

셀레네의 담담한 물결 같은 의식 아래에는 더욱 거센 감정이 숨어 있었다. 고통은 그저 수면에 일렁이는 작은 파문에 불과했고, 그녀는 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셀레네가 움직이려던 순간, 비슷한 체형의 소녀가 둘의 감지 범위 끝에 나타났다. 그렇다. 루나가 탑 정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루나를 본 셀레네의 태도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마지막 경고야. 특성을 넘기고 의식을 승격 네트워크로 돌려보내.

그럴... 생각은... 접어...

0호 대행자는 여전히 타협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조금씩 약해져 갔다.

이내 목소리가 사라지자, 셀레네는 다시 한번 0호 대행자를 제압했다. 신체의 통제권을 조금씩 되찾자 셀레네의 경련도 멈췄다.

0호 대행자... 루나...

평온했던 얼굴에 터무니없어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둘의 이름을 되뇌는 셀레네가 천천히 일어나며 무언가를 곱씹듯 중얼거렸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너무 많고 복잡해, 승격 네트워크는 이런 의식을 원하지 않을 텐데. 이건 그냥 짐만 될 뿐이야.

루나, 다시 시작하자. 그래서 과거로 가는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 네가 승격 네트워크에 접속했던 그 시작점으로 날 데려가 줘.

난 네 인식을 바로잡고, 이념도 명확하게 해줄 거야. 순수한 감정만이 선별의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고, 원한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감정이지.

온갖 고난을 겪으며 이곳까지 온 루나를 바라보며 셀레네는 냉담하게 "선의"를 전했다.

승격 네트워크는 원래 원한과 복수를 위해 존재해야 해. 살아있는 인간들은 모두 배신과 비열함의 화신이라는 걸 넌 알아야 해.

자, 이리 와, 루나. 네가 깨어나는 그날, 온 세상은 네 증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