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0 거울에 비친 별무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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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0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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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도르의 뒤를 따라 이합 재난 구역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일행은 붉은 심연 옆에 멈춰 서서 양손을 적조에 담그는 모습을 그녀의 지켜보았다.

이제 시작하죠. 제가 이곳의 적조를 "질서 있는" 형태로 만들어 놓았어요. 적절한 인터페이스만 찾으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적조를 먼저 잡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 필요는 없어?

그럴 필요 없어요. 이건 당신이 기억하는 그 "거대한 고래"와 비슷해요. 그냥 들어가기만 하면 돼요.

아니면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 의식체를 데려오시면, 제가 여기서 비슷한 것을 만들어볼 수도 있어요.

콜레도르는 그녀의 기이한 눈동자로 뒤에 있는 인간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들었던 바로는... 인간이 적조 속에서 죽으면 의식도 온전하기 힘들다고 해요. 그러니 의식의 바다로 전환하는 게 더 나을 거예요.

그럴 필요 없어.

나와 심층 연결해.

이건 좋은 기회야. 위험하더라도 내가 볼 수 있는 모든 걸 보고 싶지 않아?

지휘관님, 하지만?

리브는 무언가 더 말하려 했다. 하지만 주위 승격자들과 보라색 안개 속에 가려진 반이중합 탑을 바라본 후 결국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러났다.

그레이 레이븐을 노린 함정이 적조 안에 숨겨져 있을까 봐 걱정되는 거라면...

루나는 콜레도르를 곁눈질하며 보았다.

그럼, 확실해지면 심층 연결하자. 이건 네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어. 그리고 지금은 준비만 하면 돼.

루나는 침묵 속에서 한 걸음 다가와 인간의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주위의 시선과 복잡한 감정들을 뒤로한 채, 소녀는 걸쭉하고 차가운 적조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썩어 문드러진 비린내가 후각 모듈을 자극했고, 녹아내린 죽은 자들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휘감으며 달빛과 같은 순백의 기체를 둘러쌌다.

부유 능력이 해제된 몸으로는 이 죽음의 늪에서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루나는 필사적으로 균형을 잡으며 한 걸음씩 물가에서 멀어져갔다.

죽은 자들의 수많은 허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루나는 붉은 지옥 속으로 완전히 잠겨 들어갔다.

눈을 떴을 때도 루나는 계속 가라앉고 있었다. 썩어 들어간 적조가 수많은 죽은 자들의 원한을 담아 지옥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거미줄처럼 그녀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타인의 감정과 기억의 파편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한결같은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이 기체를 차지하기만 하면, 이 기체 속 의식을 대체할 수만 있다면, 이 끝없는 고통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믿는 것 같았다.

귓가에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수많은 외침이 쏟아졌다. 사람들로 가득 찬 광장에서 고함치는 것만 같았다. 지금 그녀야말로 그 끝없는 혼돈의 잡음 그 자체였다.

그 소리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녀의 몸을 찢어발겼고, 지금의 고통을 수많은 죽은 자들과 이어지게 했다. 순백의 기체는 그녀의 붉은색에 물들면서 그 붉은색 속에 잠겨 들었다.

그들은 울고 웃으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끊어질 듯 이어서 말했다.

왜 하필 너야?

나도 너처럼 선의를 품었었고, 너와 똑같은 배신을 겪었어.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던 소중한 것도, 모든 걸 빼앗긴 뒤의 원한도 같아.

왜, 선택받은 게 너지?

왜 살아남은 게 너지?

왜 승격 네트워크가 찾은 게 너야?

왜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왜

<b>대체 왜</b>

루나는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퍼니싱으로 이루어진 이 늪은 통제력을 잃어가는 "대행자"의 손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루나는 유일하게 남은 마인드 표식을 붙잡고 자신의 몸을 다시 제어하려 했다.

하지만 발버둥 칠수록 의식은 더 흐릿해져만 갔다.

그때 다시 한번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루나의 "의식" 일부가 떨어져 나가 적조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호수 표면의 퍼니싱이 조금씩 높이 피어오르더니, 안개 속으로 스며들었다.

루나는 찢겨나간 의식의 조각을 통해 안개 속 <//자신>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 흐릿한 감각으로 바람이 스치는 흔적과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 그리고 호숫가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느껴졌다.

혹사는 그 자리에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롤랑은 루나가 사라진 자리를 여전히 응시하고 있었다.

라미아는 뭔가를 감지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언<color=#ffffffff>니</color>.

알파는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루나>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호숫가에서 고개를 들었다.

"계속 말이 없었던 게, 루나 때문이야?"

루나는 안개<//루나> 속에서 그 인간이 루시아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둘은 한동안 침묵했고, 안개<//감각>가 거의 사라질 무렵에야 대답이 들려왔다.

"공중 정원을 떠날 때만 해도 위에 있던 사람들은 폭발 사고를 수습 중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안정을 찾지 못했죠."

"반이중합 탑이나 정화 구역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런 상황에서 얻은 게 고작 승격 네트워크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정보뿐이었어요."

다른 언니는 이렇게 말하며 인간이 무사한지 확인하려는 듯 손을 잡았다.

"예전에 075호 도시에서도 루나를 구하고 싶었지만... 지금의 제가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구할 수 있겠어요?"

"저도, 그레이 레이븐도 더는 지휘관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지난번 일이 또 반복된다면..."

루시아에게 한 걸음 다가선 인간은 자신이 멀쩡하다는 걸 보여주며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했다.

"지휘관님..."

마지막 한 줄기 바람이 의식 속 불빛을 꺼 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한숨처럼 적조를 만드는 자의 품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

이대로는 안 된다. 반드시 마인드 표식을 잡고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남아있는 의식마저 찢겨나가 바람에 흩어져버릴 것이다.

?

우연한 순간, 적조를 만드는 자는 모든 방어가 무너진 틈을 타 의식을 붙잡았다. 그러자 대행자가 내려다보았던 심층 정보가 콜레도르의 눈에 비쳤다.

승격 네트워크의 의지... 대행자... 의식 데이터...

조각난 인식이 적조 속으로 흘러 들어가자, 콜레도르의 의식 연산으로 천천히 재구성되어 본 모습을 드러냈다.

내면이 이렇게나 단순하다니, 역시 인간 문명답네. 이건 의지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야.

조금씩 더 많은 것을 파악해 가던 중, 문득 이상한 생각이 콜레도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만약 승격 네트워크가 자신이 본 그대로 작동한다면...

그렇다면... 적조의 특성을 이용해 루나의 구성을 시뮬레이션한다면, 대행자와 동등한 존재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거야.

콜레도르의 사고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적조의 시뮬레이션 복제는 만능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콜레도르가 진작에 상식을 벗어난 복제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루나는 지금 콜레도르의 손에 있다. 그러니 적조의 힘으로 루나의 의식을 찢어 버리고, 그 기체에 적조의 개념을 심어 적조의 허상 같은 존재를 만들어 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루나가 가려고 했던 곳으로 가 그녀가 마주해야 하는 시험을 통과한다면, 대행자의 권한을 얻을 수 있을 테고... 어쩌면... 그 이상도...

단지...

존재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콜레도르의 눈빛이 조금씩 더 깊어져 갔다. 이건 완벽하게 안전한 시도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없었다. 파도가 조금만 더 거세져도, 그 위에서 외롭게 흔들리는 고독한 배는 깊은 바닷속으로 삼켜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작은 파도만으로도...

살짝 눈을 내리깐 콜레도르가 가느다란 손가락을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러자 더욱 깊은 곳에서 루나를 감싸고 있던 물결이 조금씩 더 짙어져 갔다.

루나가 적조 속으로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이상한 감각이 뇌리를 스치며 의식이 순간 멈춰 섰다. 그리고 마인드 연결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던 감각마저 빠르게 흩어져 갔다.

[player name].

언제부터인지 생각에 잠겨 눈을 감고 있던 알파가 눈을 떴다. 그리고 칼집에서 뽑아 든 예리한 검처럼, 그 기세가 적조를 향해 날카롭게 뻗어나갔다.

콜레도르를 향해 몸을 돌린 알파는 오른손을 허리춤에 내렸다.

설명해 봐.

몸을 돌린 콜레도르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눈치챈 듯했다. 그녀는 곧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감지하려는 듯했다.

그녀가 너무 약해졌어요. 적조가 루나를 더 깊은 곳으로 끌어당기고 있어요. 제가 아직 만들지 않은 깊은 심연으로요.

안타깝네요. 이번 거래를 중단하고 루나를 끌어올릴까요? 미리 말씀드리면, 여러분들의 실패로 인해 대가를 돌려드리지는 않을 거예요. 그 데이터들은 이미 제 몸에 융합되었으니까요.

담담한 표정과 진지한 눈빛으로 콜레도르는 오른손을 허공에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알파가 한마디만 하면 즉시 루나를 적조에서 끌어올릴 태세였다.

…………

알파가 고민하는 모습을 본 콜레도르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다시 한번 전했다.

음... 아직 그녀가 저항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음... 상황이 그리 좋진 않지만, 아직은 버틸 수 있겠어요.

어떠세요? 결정하셨나요? 중단할까요? 아니면 좀 더 기다려볼까요?

………

[player name].

알파는 같은 어조로 지휘관의 이름을 두 번째 불렀다. 단순히 이름을 부른 것뿐이었지만, 그 속의 물음은 명백했다.

잡념을 지우고, 희미하게 남은 흔적을 따라 의식을 더듬어갔다.

몇 번의 방향 전환 끝에, 루나의 흔적을 마침내 붙잡았다.

우연일까? 루나는 안전해 보였다.

감지한 정보를 전하려 했지만, 입을 열자마자 조금 전과 같은 이상한 감각이 다시 밀려왔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가운데, 원망이 담긴 낮은 신음이 귓가에 들렸다.

콜레... 도르!

촤아아...

파도 소리가 신음을 덮어버렸고, 질식할 것 같은 감각이 의식을 산산조각 냈다.

이것이 그녀가 어떻게든 전하고자 했던 분노의 외침이라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지금의 모든 상황은 콜레도르가 꾸민 것이었다. 그녀에게 다른 계획이 있었던 거였다.

캉... 촤아아...

알파는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았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콜레도르가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양처럼 순했던 적조가 갑자기 나무 높이만큼 솟구쳐 올랐다.

그곳에서 이합 생물들이 흉측한 얼굴을 드러내며, 튀어나왔다. 상황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히익! 이게 무슨 상황이야!

네.

어? 무슨 계획? 아무도 나한테 계획이 뭔지 알려주지 않았잖아?

리브, 지휘관님 곁을 지켜주세요.

원래는 후방이 안전한 곳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걱정하는 걸 보니 우리도 경계 대상에 포함된 건가?

롤랑은 루시아의 명령에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등을 루시아에게 완전히 노출한 채, 알파를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 돌진했다.

히익!? 나... 너희들... 이... 이게 무슨 뜻이야?

내, 내가 확인해 볼게!

지휘관의 말에 자원한 라미아는 혹사 일행과 그레이 레이븐 소대 사이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이동 과정에서 롤랑과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의도를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군. 승격자들도 마찬가지로 속고 속이는 관계인가 보군.

멀지 않은 곳에서 혼란을 본 테슈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혹사가 막아섰다.

우리는 이 분쟁에 끼어들어선 안 돼. 함부로 나섰다간 적으로 몰릴 뿐이야.

봐. 라미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잖아.

옆쪽 공터를 바라본 혹사는 손을 거두면서 그레이 레이븐에게 접근하던 이합 생물 한 마리를 붙잡아 손안에서 녹여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손짓하며 셋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지시했다.

미안. 라미아. 지금은 방관하는 것만이 우리의 선의를 증명할 수 있을 것 같군.

떠나기 전, 혹사는 그 공터를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

정말 위급한 상황이 되면, 우리를 불러.

이어서 혹사는 부두와 테슈 쪽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먼저 가. 여기서 목숨 버릴 필요 없어. 릴리스에게 가면 살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말했잖아. 릴리스를 보면 다른 못된 여자가 생각나. 죽어도 찾아가지 않을 거야.

넌 갈 거야?

선생님과 약속했으니까... 게다가... 루나 아가씨가 쉽게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알았어.

혹사는 고개를 들어 전장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뒤덮은 적조의 물결을 가르듯, 혹사의 시선은 누군가에게서 멈추었다.

펑...

혼란 속에서도 총알이 지나가는 날카로운 소리는 귀를 찌르는 듯했다.

찾았다.

뚝!

총알의 궤적을 따라 알파의 칼날이 내리꽂혔다. 그러자 콜레도르의 몸이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이합 생물 무리 뒤에서 다시 일어섰다.

혼자서 여섯을 상대로 싸우면서도 콜레도르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적조가 뒤덮은 이 구역에서 전투의 승산은 그녀 쪽에 있었다.

당신의 통찰력은 제 예상을 뛰어넘네요.

즉흥적으로 한 거라 완벽하지는 않죠.

콜레도르!

알파가 다시 한번 콜레도르에게 돌진하며 그녀와 그녀를 지키던 이합 생물들을 모조리 베어냈다.

무시한 건지 아니면 업신여긴 건지, 다시 일어선 콜레도르는 알파와 협력하는 롤랑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분노는 내가 여정에서 가장 많이 맛보았고, 가장 무의미했던 감정이에요. 당신들이 무엇을 하든 저를 막을 수는 없을 거예요.

그것보다,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 저와 대화를 좀 하시죠?

시간을 좀 더 주시면, 루나가 줄 수 있는 걸 저도 드릴 수 있어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승격자들은 이해관계를 빼면 굳이 협력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콜레도르의 말에 그레이 레이븐 소대 대원들과 롤랑의 움직임이 잠시 멈칫했다.

콜레도르의 말 중 앞부분의 의미를 모두가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뒷부분의 이간질하려는 의도는 명백했다.

쳇!

칼날이 다시 한번 휘둘러졌다. 이 대화에서 유일하게 영향을 받지 않은 건 알파뿐이었다.

지금 목표는 하나뿐이야. 롤랑. 집중해.

알파가 칼끝을 휘둘러 이합 생물의 잔해를 깨끗이 털어냈다. 그녀의 시선이 그레이 레이븐 소대원들을 훑더니 마지막에 멈췄다.

적이라 해도 우린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player name]. 굳이 이런 선택에 오래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알파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지휘관은 불안한 눈빛을 보내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원들의 시선에 답했다.

[player name]. 루나를 믿지만... 여긴 콜레도르의 적조 구역이야. 그녀가 순순히 물러날 리 없어.

마인드 연결은 끊기지 않았지?

알파의 차가운 목소리에 걱정이 배어 있었다.

이 이합 생물들이랑 싸우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야. 콜레도르를 제거해야 해. 나머지는...

알았어.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콜레도르가 다시 나타나자 망설일 겨를도 없이 모두가 콜레도르와 이합 생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의식이 희미한 흔적을 따라가다가 방향을 여러 번 틀었다.

초조함에 의식이 흐트러질 뻔했지만, 이성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지휘관은 위기 상황일수록 더욱 냉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루나가 적조 안에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에게는 지금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루나를 찾아내 도와줘야 했다.

단순하게 정리된 생각일수록 더욱 선명했다. 이처럼 명료한 메시지가 마인드 연결을 통해 가장 빠르게 전달될 수 있었다.

간단할수록 더 강력했다.

혼란과 광기가 가득한 적조를 지나자, 의식의 끝자락에서 희미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를 포착한 바로 그 순간...

만물을 녹여버리는 적조가 격렬하게 솟구쳤고, 특유의 부패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누군가가 입을 막은 것처럼 숨이 막혔다. 의식이 흐려지는 그 찰나, 흐릿하고 탁한 달빛이 숲을 뒤덮었다.

그녀는 말없이 손을 들어 콜레도르의 위치를 가리켰다. 콜레도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이, 뒤이어 나타난 알파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

이런 방법으로는 제게... 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기 중의 퍼니싱이 날카로운 수많은 가시로 응결되어 콜레도르를 관통해 버렸다.

루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공허한 두 눈은 웃는 것 같기도 하고, 화난 것 같기도 했다.

무심한 듯 손을 가볍게 움켜주자, 퍼니싱으로 이루어진 이합 생물이 산산조각 나며 퍼니싱 파편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일그러진 비웃음과 함께, 적조의 심연 속으로 무너져 내렸다.

콜레도르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어!

콜레도르의 파편이 적조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 인간의 손에 들린 Ω 무기가 그것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알파가 재빨리 강가로 달려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루나의 몸을 받아냈다.

방금 전 전투가 그녀의 한계였던 것이다.

마지막에 도와줘서 고마워. [player name].

소녀는 언니의 품 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