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0 거울에 비친 별무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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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남겨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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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예상대로, 그들이 행동을 실행하는 동안, 검은 그림자가 폐허의 한구석에 서서 반이중합 탑을 향한 시선을 거두고 있었다.

지금 가시게요?

소년이 다가왔다. 그의 품에는 작은 붉은색 인형이 담요에 감싸여 있었다.

그래.

그 탑의 코어가 인간에 의해 개조된 후 다시 오염됐다. 인간들에겐 나쁜 소식이지만, 덕분에 다시 들어갈 수 있는 상태가 됐지.

그리고 이중합 탑을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뿐이다.

이 말을 듣자 소년의 품속에 있던 인형이 살짝 고개를 들어 탑을 바라보았다.

…………

도미니카가 후계자를 찾지 못한 모양이군.

후속 조치도 앞당겨야겠어.

본·네거트가 소년의 품에서 인형을 받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인형은 몸을 움츠리며 그의 손을 거부하는 듯했다.

담요째로 안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혹사는 담요와 함께 인형을 본·네거트에게 건넸다.

나머지는 전부 릴리스에게 맡기시는 건가요?

릴리스는 아직 우리 힘의 근원이 루나와 무엇이 다른지 모른다. 난 그냥 필요한 것만 줬을 뿐이야.

이제 네가 나 대신 첫인사 선물을 들고 루나를 찾아가서 그녀의 밑에서 승격자가 되어야 해.

루나에게 의지해야만 승격자의 신분으로 남을 수 있고, 필요할 때 릴리스에게 간섭할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난 이미 그녀에게 있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말해줬어. 그녀가 사리사욕 때문에 콜레도르 같은 존재와 협력하지만 않는다면, 넌 신경 쓸 필요 없을 거다.

콜레도르라...

콜레도르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 이상체인가요?

그래. 여기서 그녀를 죽여도 새로운 신분으로 나타날 거야. 콜레도르가 아니라면 다른 "캐릭터"가 이어받겠지.

"올바른" 이가 이 자리에 설 때까지.

고개를 든 카오스는 무심한 눈빛으로 적조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왜... 이런 상황이 된 건가요?

미래에서 가져온 건 기술뿐만이 아니다. 그 시대의 문제도 함께 왔지.

본·네거트는 품 안의 인형을 향해 말하듯 고개를 숙였다.

…………

이제 막을 방법이 없는 건가요?

일단 그것이 풀려나면... 재선별을 통과하지 못한 루나를 통해서든, 콜레도르를 통해서든, 승격 네트워크와 언젠가 융합하게 될 거다. 차이는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 뿐이지.

둘을 비교하자면, 이합 생물을 육체로 삼은 콜레도르가 덜 위험하지.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야.

몇 달 전에 루나와 대화를 나눴는데, 그녀는 자신만의 계획이 있는 것 같더군.

혹사, 루나에게 가라. 그리고 이게 네 마지막 임무다.

이 일이 끝나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 네 방식대로 죽든... 살든.

로즈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소식을 들은 이상, 확인하기 전까진 당분간 살아있겠습니다.

본·네거트는 마지막 작별 인사로 혹사의 야윈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작별 인사도 없는 겁니까?

우리가 나눈 "작별 인사"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

고개를 숙인 혹사는 알고 있었다. 매번 "작별 인사"를 나눴다는 건, 눈앞의 이가 실패를 겪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그는 실패에 지쳤고, 지쳐야만 했다.

아닙니다. 이미 충분합니다.

실패는 이미 충분히 겪었다.

작별 인사에 익숙해 있음에도 그의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묻어났다.

선생님께서 방금 내린 명령을 갑자기 바꾸시거나, 평소의 태도와 다르실 때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셨다는 것으로요.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걸 빨리 이루실 수 있기를... 하지만...

본·네거트는 대답하지 않았고, 미련 한 점 없이 붉은 인형을 데리고 반이중합 탑을 향해 걸어갔다.

선생님!

검은 그림자가 멈춰 섰다.

이게 마지막이라면...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본·네거트는 침묵으로 허락을 표했다.

선생님...

지금 여기 서 계신 선생님은...

보육원에서 저를 구해주신 킬고어·트라우트 교수님이... 맞으십니까?

밤이 깊어갈 무렵, 루나 일행은 정화 구역과 이합 재난 구역의 경계에서 롤랑과 합류했다.

루나 아가씨.

루나의 상태를 본 롤랑의 얼굴에서 평소의 미소가 사라졌다.

예전에 부탁하신 일은 모두 처리해 뒀습니다.

그의 입에서 새어 나올 뻔했던 걱정스러운 말들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수고했다.

부유할 수 없게 된 대행자는 고개를 들어 군중 뒤에 서 있는 롤랑을 바라보았다.

너의 그 기체로는 이제 전투하기 힘들 텐데.

이번 일만 잘 끝나면, 내가...

그런 걱정을 하실 때가 아니에요. 루나 아가씨. 지금은 이번 일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게 중요해요.

루나는 롤랑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정화 구역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앞으로의 임무는 하나뿐이야.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을 이곳으로 데려와.

그리고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해야 해.

꽤 도전적인 임무네요. 이런 어려운 임무는 라미아밖에 못 할 것 같은데요.

라미아.

잠깐만. 이곳 경비가 너무 삼엄한 데다,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경비병들의 경계심도 더 높아진 것 같아.

나도 겨우 외곽까지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지휘관이 거기에 있을 리가 없잖아?

천천히 찾아볼 시간 없어. 통신이 안 되면, 인간들 내부 통신망을 가진 사람을 한 명 잡아 오면 돼.

하지만 루나 아가씨가 방금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말라고 했잖아.

소란의 범위를 방 안으로만 제한하면 충분할 거야. 루나 아가씨의 목적은 이 시기에 인간과 전쟁을 벌이지 않는 것이니까.

아직 공중 정원의 일부 사람들과 은밀히 연락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맞아?

…………

내가 뒤에서 따라가다가, 필요하면 적을 유인할게.

하지만 이래도 괜찮을까? 누군가를 납치해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을 만나자고 하면...

화내지 않을까?

우리가 할 이야기로 정화 구역의 상황이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을 거야.

너도 이런 때에 그레이 레이븐이 용납할 수 없을 정도의 살육은 저지르지 않겠지?

…………

라미아는 루나를 바라보다가 따라가겠다는 손짓을 보내는 롤랑과 서두르라는 눈빛을 보내는 알파를 번갈아 쳐다본 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인어는 모습을 감추고, 더 이상 정화되지 않은 "정화 구역"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갔다.

여기서 기다려.

이어서 알파와 롤랑도 루나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곳에는 저녁 바람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만이 남게 됐다.

…………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대행자를 다시 보게 됐을 때, 그 사람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증오? 놀람? 아니면 언젠가는 올 거라 예상했을까? 만약 매우 놀란다면...

재미있을지도...

화내지 않을까?

라미아가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머릿속에 다시 울렸다.

…………

루나는 불확실한 감정을 느끼며, 정화 구역을 향해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몸이 무척 무거웠다.

오랫동안 걷지 않았던 데다, 이렇게 먼 거리는 더더욱 걸어본 적이 없었다.

이런 상태로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만난다면 그들은 분명 자신의 이상한 점을 즉시 눈치챌 것이고, 꼭 해야 할 이야기를 마치기도 전에 공격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퍼니싱을 다시 제어하는 것이 자신을 더 빨리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지라도 원래 상태를 되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손을 들어 올린 루나는 이합 재난 구역의 고농도 퍼니싱에 휩싸인 채, 기체의 부양 모듈을 재가동했다.

익숙한 고통이 의식의 바다로부터 즉시 전해졌다. 루나는 그것이 퍼니싱에 침식될 때 오는 통증이자, 통제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통제해야만 하는 퍼니싱의 대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침식이 심해지고 있었다. 팔을 꽉 움켜쥔 루나는 간신히 기체를 지탱하며 부유하기 시작했다.

…………

점점 심해지는 고통이 그녀의 결심을 갈가리 찢어놓으려 했지만, 루나는 부유 상태를 해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합 재난 구역의 나무들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더 은폐했다.

누군가가 오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간신히 잡은 희망마저 사라져 버렸잖아. 정화 구역에 이렇게나 많은 자원을 투자했는데...

희망을 잡았다고? 정말로 잡았던 거 맞아?

반이중합 탑은 갑자기 나타난 거잖아. 우리는 한 번도 그걸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어.

예전에 승격자들도 마찬가지였지. 승격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어.

그 승격자들을 다시 잡아 와야 해. 그러면 특화 기체도 개선할 수 있을 텐데. 마치...

어, 유성이다.

루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이 보였다.

유성을 보면 소원을 빌어야 해.

그럼, 유성은 어떻게 되는 거야?

걱정하지 마. 유성이 하늘에서 이곳까지 온 건 우리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니까.

아빠가 말씀하셨는데, 유성은 우리가 쳐다보는 그 순간부터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셨어.

…………

부상자들은 정화 구역에 주둔하고 있는 이들의 도움으로, 의료센터로 이송되었어요. 중상 2명, 경상 57명, 구조체 손상 7기이며, 사망자는 없어요.

의료 물자도... 현재 상황에선 충분해요. 다음 임무가 시작되기 전까지 의료센터에 남아서 블랙 램 소대의 릴리안과 함께 부상자들을 돌보도록 할게요.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리브가 남아야 하는 상황이 돼서... 제가 인간 치료를 잘 못하거든요. 그리고 여기 의사가 워낙 적어서...

맡겨 주세요. 지휘관님.

네. 방금 시몬 지휘관을 만나고 왔는데, 지휘관님께 안부 전해달라고 했어요.

주위 단서 수색 및 순찰도 계속하고 있습니다만, 현재까지 특이 사항은 없어요.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통신을 끊었다.

…………

현재 상황으로 봐선, 당분간은 변화가 없을 것 같네요. 지휘관님도 좀 쉬시는 게 좋겠어요.

왜 그러세요?

인간은 반이중합 탑 아래에 서서, 푸른 결정체들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어떤 꿈인데요?

지휘관님?

고개를 숙인 인간이 손에 든 데이터 칩을 만지작거렸다.

의회 결의가 통과된 그날, 지휘관은 마침 나나미가 남긴 감응 시뮬레이션 장치로 도미니카의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도미니카는 이게 초대장이라고 했고, 지휘관에게 테스트를 받은 뒤 자신의 데이터를 "도미니카"에 추가하라고 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건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생명이지, 불명확한 과거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하하하, ■(이)가 예상했던 답변이군.

그런 의지가 있어야만 초대장을 열 자격이 있지.

어쩌면, 네 선택이... 옳은 걸지도 모르겠군.

어둠의 세계가 침묵에 잠겼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도미니카가 되기를 거부한 건 후회할 일이 아니었다.

저녁 바람이 12월의 매서운 추위를 몰고 왔다.

우리가 처음 왔을 때보다 0.012% 증가했어요.

지휘관님,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계속 무리하시면...

단말기에서 갑자기 긴급 통신 채널의 알림음이 울렸다.

승격자 롤랑의 위치를 발견했습니다. 루시아, 전면 경계 태세에 돌입하세요.

통신 너머로 연이은 총성이 들렸고, 리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뒤 달리는 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여긴 제가 경계하고 있을게요. 리브는 괜찮나요?!

리브 쪽은... 알파가 나타났다고요?

이럴 때 승격자들이 총출동이라도 했다는 건가요?

통신으로 리브를 계속 호출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잠깐만요!! 부탁드립니다. 먼저 의료센터로 오셔서 부상자들을 구해주세요!

저희가 인질로 잡혔어요!

더 물어볼 겨를도 없이 릴리안의 통신 화면에 라미아의 얼굴이 나타났다.

오... 오랜만이야. 그...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이번엔... 문제를 일으키려는 게 아니라... 탑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어.

통신 연결되지 않아서 이런 방법으로 찾을 수밖에 없었어. 정화 구역 외곽으로 와줬으면 해. 위치는 따로 보내놨어.

그...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만 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이 사람들을...

히익!!

장난 아니야! 정말 탑의 이상 현상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고!!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최후의 수단을 쓰게 된 거야. 그러니까 우리 싸우지 말고, 대화로 해결할 수 없을까? 이번 한 번만이라도.

원래 혼자 오려고 했어. 루나 아가씨도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여긴 경계가 너무 삼엄해서 어쩔 수 없었어.

어... 맞아. 이 반이중합 탑의 문제는 아마... 승격 네트워크와도 관련이 있는 거 같아.

그때, 릴리안의 단말기에서 알파의 목소리가 들렸다.

α

라미아, 네가 의료센터에 있다는 걸 리브가 눈치챘어. 일단 철수해.

화면 밖 그림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인어는 마지막으로 영상 속 인간의 모습을 한 번 바라본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지휘관님!

네. 의료센터 안 사람들도 다치지 않았어요!

롤랑도 함께 철수했습니다.

정화 구역 내 순찰 중이던 구조체들이 승격자의 침입을 감지했습니다.

다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승격자들의 요구대로 혼자 가실 건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