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0 거울에 비친 별무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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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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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앞을 가로막고 있던 적을 무너뜨리자, 루나는 마침내 오랫동안 계획했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정같이 투명한 모래시계가 얽혀 있는 고리들 사이에 놓여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세한 입자들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무의미한 상징, 지루한 제약일 뿐...

루나는 자신을 이토록 오랫동안 가두어 온 우리의 코어를 깊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손바닥에 퍼니싱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펑...

공격하자 끊임없이 돌아가던 고리가 멈추었고,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모래시계도 멈춰버렸다. 기괴한 장치에서는 열분해 직전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떤 신호처럼, 해체할 수 없었던 이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진동이 조금씩 거세지더니 그 힘이 루나에게까지 미쳤다.

윽...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루나의 표정은 변함없었고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

난 너희가 준 펜과 종이로, 너희가 원하는 방식대로 답을 쓰고 싶지 않아.

내겐 나만의 답이 있어.

뚝!

그 말이 명령이라도 된 듯, 공간이 산산조각 났다.

끝없는 어둠 속에 선 루나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족쇄를... 드디어 벗겨냈어. 그럼, 이제...

공간이 열분해되자, 루나의 감각이 희미하게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살짝 눈을 찡그린 루나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주변을 감싸고 있던 어둠을 꿰뚫고, 시공간을 넘어 까마득한 하늘 끝을 향했다.

공중 정원... 셀레네, 왜 거기 있는 거지?

아니. 어떻게 네가 그곳에 갈 수 있는 거지?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으면서도, 한순간처럼 느껴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셀레네는 허공 높이 떠 있는 인간의 영지에 도착해 있었다.

당황한 듯 움직이는 인간들과 구조체들이 셀레네의 주위를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셀레네를 향해 달려왔지만, 부딪치지 않고 그녀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서 지나쳤다.

공중 정원... 여기를 즉시 파괴할 수만 있다면...

셀레네는 주변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데이터와 방안들이 의식 속을 스쳐 지나갔고, 하나둘씩 기각되었다.

사용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해. 새로운 방안은 보류하고, 최초 목표를 우선 수행해야겠어.

단서 확인... 오염된 밈.

셀레네가 눈을 감자, 승격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다른 차원의 감각이 촉수처럼 공중 정원 곳곳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끊임없이 정보를 가져왔다.

톨리드... <연합 공문>... 오염된 밈 잔존 시간... 1년 이상...

전력 시스템 파손, 직접적 영향 대상... 게슈탈트.

통신 시스템 파손, 직접적 영향 대상... 0호 대행자.

셀레네는 공중 정원에서 각종 시설을 수리하는 기술자들과 각 통로 지점에 임시 통신 장치를 설치하는 구조체 소대를 보았다.

그리고 활성화된 Ω 무기와 Ω 무기가 정화한 깨끗한 구역의 더 "깊은" 곳에 숨어있는 오염된 밈도 보았다.

너희들은 전투 중이군.

셀레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 밑으로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공중 정원이 0호 대행자를 죽여서는 안 돼. 그러면 "오염된 밈"의 특성이 사라지게 될 거야.

속도를 높인 셀레네는 단서를 따라 계속 전진하다가, 마침내 어떤 장소에서 목표물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0호 대행자의 힘이 셀레네를 향해 몰려왔다.

해석하기 힘든 무언가가 그녀의 몸속으로 파고들면서 셀레네의 인식과 의식을 오염시키고 조작하려 했다.

뭐 하는 짓이야?

누구야?

이해가 안 돼. 넌 승격 네트워크의 공중 정원 연결 대상이잖아. 그러니 모든 걸 알고 있어야지.

무표정한 얼굴의 셀레네는 승격 네트워크의 힘에 의지해 0호 대행자가 가한 영향을 제거해 버렸다.

승격 네트워크는 네 특성이 필요해. 그래서 내가 널 곤경에서 구하러 온 거야.

승격 네트워크의 먹이가 되라고?

0호 대행자가 오염 출력을 강화했다.

그건 내게 가치가 없는 일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선별과 승격을 완수하는 것이 퍼니싱의 존재 이유잖아?

…………

0호 대행자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 논리가 자신의 사고방식과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래야 했다. 0호 대행자가 이 모든 것을 생각할 의식이 없었다면 말이다.

왜... 이런 것들을 저울질하기 시작한 것일까? 왜 이런 것들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일까?

인격?! 도미니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도미니카? 그 이름 때문에 협조를 거부하는 거야?

아니... 아무것도 아냐.

0호 대행자의 어조가 갑자기 밝아졌다.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이 그의 지친 의식을 생기있게 만들어 주었다.

잠식 건은 나중에 이야기하고, 날 어떻게 빼낼 생각이지?

승격 네트워크와 연결은 됐지만, 그걸로 탈출할 순 없어. 그랬다면 진작에 지상으로 돌아갔을 거야.

그건 알고 있어. 공중 정원을 떠나려면 물리적 저장 장치가 필요하지.

고개를 끄덕인 셀레네는 자신의 방어를 해제한 뒤 0호 대행자와의 결합을 제안했다.

그래서 내가 온 거야.

괜찮은 방안이야. 하지만 조건이 있어.

승격 네트워크와의 결합은 내가 고른 장소에서 하자.

그건 문제없지만, 한 가지 알려줄 게 있어. 지금 지상의 많은 곳이 인간의 통제 하에 있어.

정화 구역 같은 곳 말인가?

왜 하필 그런 곳을 선택하는 거지?

정화 구역에 있는 반이중합 탑이 승격 네트워크가 내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면 믿겠어?

왜 의심이라는 감정을 강조하는 거지?

넌 정말...

삐...

둘이 있는 공간에 시스템 재시작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중 정원의 수리된 장비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쳇... 꽤 집요하게 쫓아오는군. 좋아. 시작하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둘은 하나가 되었다.

여러 형태의 비호환성으로 인해 0호 대행자와 셀레네는 모두 극도로 불편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움직일 수는 있었다.

행동 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