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9 근원의 표지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29-15 문명의 의지

>

리브가 전송한 정보대로, 지도에 표시된 범위에 들어서자 공중 정원과의 통신에 조금씩 교란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퍼니싱이 통신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퍼니싱 농도가 너무 높았을 때도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하긴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심각하진 않았어요.

난 신호의 출력 주파수를 높여서, 지금도 간신히 통신을 유지할 수 있어.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진 저도 장담할 수 없어.

테디베어가 미간을 찌푸렸다.

초기의 사절들은...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방법으로 깊이 탐색할 수 있었던 걸까?

여기 퍼니싱 농도가 매우 높다는 건, 콜레도르가 이합 재난 구역을 흡수하려고 조작했을 가능성이 커요.

관련 자료를 찾아봤는데, 1호 원자로가 중단된 후, 이곳 퍼니싱 농도는 오랜 기간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였어요.

일반 구조체는 핵심 부분에 여전히 접근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외곽은 접근할 수 있었어요.

앞에서 생명 징후가 감지됐어요.

풀숲을 헤치자 기절한 레오나르도와 다른 "사절"들이 있었다.

레오나르도!

아직 생명 징후가 있어요. 지금 그들을 데리고 나가야 해요.

하지만 우리에겐 운송 장비가 없는데...

쉿, 무슨 소리가 들려요.

풀숲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분홍빛 구조체가 어두운 숲속에서 나타났다.

지휘관님?!

정말 다행이에요! 드디어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았네요.

루시아! 이쪽은 위험하지 않아요!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루시아와 먼지투성이 유랑민 무리가 잇달아 걸어 나왔다.

지휘관님. 여기는 너무 위험해요. 오시면 안 되는...

루시아는 재회를 기뻐하면서도 미간은 여전히 찌푸리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여기엔 아직도 많은 유랑민들이 있어요.

루시아가 이렇게 심각한 부상을 입은 모습을 오랫동안 본 적이 없었다.

여긴 이합 재난 구역의 외곽이에요. 저희가 빠르게 움직였지만...

적조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저희를 쫓아오고 있어요. 콜레도르라는 "의지"가 적조를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쪽에서 주둔지를 막 세운 뒤 쉬고 있었다가, 이쪽에서 소리가 나서 확인하러 왔던 거예요.

리와 리브는 루시아를 도와서 의식을 잃은 노르만 그룹의 "사절"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고, 지휘관은 테디베어와 함께 이곳에 남아 부상 입은 다른 구조체와 유랑민을 돌보기로 했다.

리브가 전송해 준 1호 원자로 자료를 훑어보던 테디베어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이게 할아버지가 평생 쫓아다니던 건가? 도미니카의 유산?

없어.

최첨단 기술로 만든 구조체를 동원하고, 그 뒤로 몇 번이나 "사절"을 보냈어도 여기까지 오지 못했어.

노르만 그룹이 온 힘을 다해 얻은, 이른바 "도미니카의 유산"이란 게, 고작 파편적인 자료뿐이라니. 그것도 당시 도미니카와 함께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과 연구원들에게서 나온 거였어.

하지만 이 진정한 "도미니카의 유산"도 결국은 영점 에너지 원자로 종료 매뉴얼에 불과했다.

어떤 식으로든 노르만 그룹의 "사절 계획"은 인정할 수 없었다.

단순히 "답"만 찾으려 하지 말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야 해.

인간은 더 이상 전설에 의지해 살아가서는 안 돼.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이상한 집착으로 희생시킬 수는 없단 말이야.

난 도미니카가 인간에게 가져다준 영광을 부정하지 않지만 결국 그도 과거가 되었어.

인간 문명이 지속될 수 있었던 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가기 위해 멈추지 않았고, 그 후에 더 높은 봉우리를 향했기 때문이야.

제자리에 멈춰 서서 뒤만 돌아보고, 과거의 신앙을 그리워하다간, 절대 과거를 뛰어넘을 수 없어.

고열에 머리가 타버린 늙은이들만이 이런 식으로 과거의 전설에 집착할 거지.

불쾌해진 테디베어는 단말기를 클릭하며 자료들을 접어 넣었다.

언젠가 먼 훗날, 1호 원자로가 있는 도시를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과거의 역사를 복원하고, 지나간 일들을 추측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목숨을 바쳐 시체의 다리를 놓고, 과거의 역사에서 전설의 유골을 얻으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명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굴러야 한다.

붉은 바람이 불어오더니, 옅은 안개가 조용히 퍼졌다.

아, 새로운 외부인들이군요.

크리스티나? 당신의 이름인가요? 하지만 당신은 이 기억 속의 모습과는 다른 것 같네요.

누굴 말하고 있는 거야?!

주둔지 주위는 고요했고, 지친 유랑민들과 구조체들은 초병들의 보호 아래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지휘관 못 들었어?

[player name] 님 이시군요.

인간의 예의에 따라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쪽... 크리스티나 씨에게도요.

당신들의 규칙에 따라, 저를 콜레도르라고 부르셔도 좋습니다.

네가 어디서 그 이름을 알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크리스티나는 없어.

그렇군요. 인간의 문명에서는 이름도 버릴 수 있다는 건가요?

흥미롭네요.

보랏빛 잔디가 조용히 자라나더니, 옅은 안개가 서서히 퍼졌다.

음? 화 나셨나요?

콜레도르의 얼굴에는 소름 끼칠 정도로 천진난만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저 몇몇 찌꺼기들일 뿐입니다. 이렇게 약한 존재는 적조의 세계에서도 도태될 뿐이니까요.

이런 것도 용납할 수 없으세요?

콜레도르는 "언어"를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인간의 노래가 찬란한 이유는 약하든 강하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상관없이 수많은 생명이 이곳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생명...

맞습니다. 생명이 있어야 문명이 이어질 수 있죠.

하지만 쓸모없는 생명을 위해 슬퍼할 가치가 있나요?

쓸모없는 생명은 없어.

여기서 가장 쓸모없는 건 퍼니싱으로만 이루어진 너뿐일 거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감정이네요.

그들을 살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찾아오세요.

우리들만의 나라로 들어오세요.

콜레도르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콜레도르

당신들의 과거를 만질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보여주세요.

진정한 당신들만의 "문명"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