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사회
실험장
이 배열은 유효해. 숫자를 기록해 놓아. 테디베어의 재검사 보고서는 나왔어?
보고서에 문제는 없어. 테디베어의 적응도가 매우 높아.
그리고 이 테스트 모듈을 외부 인터페이스 모형에 적용하면, 약 0.8% 정도의 적합률을 안정적으로 높일 수 있어.
매카는 어떻게 아직도 일하고 있지. 정말 열심히 하네.
듣자 하니 지상에 친구가 있다고 하는데, 구조체로 개조할 방법이 없대. 그리고 유랑민의 다른 친구들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나 봐.
그래서 자신의 연구 성과로 특권을 얻어서 그들을 공중 정원으로 데려오거나 정화 구역 코어의 보육 구역으로 보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와, 그런 거였어? 이런 얘기는 또 처음 들어보네.
쉿, 그녀가 쳐다본다.
이 함수에 문제가 있어. 내가 다시 계산해 보고 오류 데이터를 통합해 볼게.
매카는 연구원들의 대화를 못 들은 척했다.
역원 장치의 외부 인터페이스 모듈이 점차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아직 대부분의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의식이 충분히 안정된 구조체들의 능력을 단기간 강화할 수는 있었다.
매카는 결코 욕망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세계 엔지니어 연합에서 역원 장치 연구를 하는 것도 교수님께서 그녀에게 성과가 있으면, 율시와 일행을 정화 구역 또는 공중 정원으로 데려올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녀는 아래를 보며 데이터를 계속 계산했다.
역원 장치의 외부 모듈 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 외에도, 과학 이사회 실험장에선 검증 확률이 50%가 넘는 수십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네 뇌수가 커피 맛 전해액으로 바뀐 거야? 이렇게 낮은 수준의 오류라니...
단말기 스크린을 두드리며, 분홍 머리 구조체는 빨갛게 표시된 항목을 무기력하게 표시했다.
죄, 죄송합니다! 전 그냥...
피곤하면 가서 쉬어. 네 잘못된 코드 때문에 내가 얼마나 시간을 낭비했는지 알아?
정, 정말 감사합니다!
뭔가 문제가 있었다면, 저렇게 정신이 말짱할 리가 없지.
흥.
지상 임무 신청은 승인됐나? 카레니나 대장.
아직 생각 중이야.
테디베어가 미쳤나 봐. 이합 재난 구역을 탐색하겠다고 신청했어. 그것도 1호 원자로 근처 그 지역을 하겠다고 말이야.
두 임계치의 한계를 실제로 검증할 방법이 없잖아. 공중 정원의 퍼니싱 샘플로만 실험하면 정확한 데이터를 영원히 얻지 못할 수도 있어.
게다가 내가 신청할 때, 어떤 두 사람이 제출했던 신청서를 보게 됐는데...
설마 너도...
위에선 지휘관과 리의 신청을 아직 승인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것만 같았다.
알잖아. 네가 승인을 안 해도, 난 방법이 있어.
……
너는 항상 기술자라고 주장하잖아? 거기는! 정말! 위험하다고!
싫어할 뿐이지. 못 하는 건 아니야.
역원 장치 개조도 했고, 노르만 그룹이 1호 원자로에 깊이 들어갔을 때의 상세한 자료도 대부분 가지고 있어.
그곳은 이번 이합 재난 구역 이상 현상의 핵심이야. 그곳에서 실험하는 게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성과를 낼 수 있지.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나도 사심이 있어.
그곳은 노르만 가의 무덤이야.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곳에서 희생될 필요는 없어.
걱정 마. 난 희생을 전제로 행동 계획을 세우지 않아.
음? 역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답게, 안목이 있네.
지상 임무 신청서가 승인됐어. 추가로 방호 물자를 더 신청했으니, 필요한 건 다 준비해서 가.
고마워. 카·레·니·나·대·장~
게슈탈트의 버그 상황은 어때?
그 데이터 벽에 있는 정보를 전력으로 해독 중이야. 나머지 부분은 아시모프 님이 맡고 계셔.
식은 커피가 책상 위에 방치된 채, 아시모프가 단말기 스크린을 빠르게 두드리고 있었다.
버그 속 데이터 벽은 매우 복잡한 코드로 구성되어 있어. 그 논리 중 일부는 나와 아시모프 님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야.
그것들은 게슈탈트의 기초 데이터베이스를 참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그리고 과학 이사회가 설정한 연산 능력 락의 내부에서 게슈탈트에 여러 개의 보안 기억 장치를 추가로 설치해서 내부 정보를 완전히 잠가버렸어.
버그에서 해독한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일부 응용 프로그램을 분석했지만, 그 데이터 벽을 완전히 우회할 순 없었어.
언더레이 프로토콜을 이용해 강제로 접근할 순 있지만... 그러면 게슈탈트의 데이터베이스가 자체 보호 프로그램이 작동돼서 손상될 가능성 있어.
게슈탈트의 데이터베이스 코드를 본 적이 없어서, 데이터베이스가 얼마나 손상될지 확신할 수 없어.
나는 여전히 강제로 제거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아.
지난번 게슈탈트 정기 점검 때 물어본 적이 있어. 하지만 게슈탈트가 데이터 벽 제거 가능성에 대한 연산을 거부했었어.
이유는요?
"탑".
세 번이나 반복해서 물어봤지만, 게슈탈트는 그 이유만 말했어.
맞아. "탑"과 관련된 모든 이미지와 개념을 조사해 봤는데, 너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어.
게슈탈트가 점쟁이라도 되나요?
구룡에서 그 일이 있고 난 후... 게슈탈트를 완전히 믿는 건 추천하지 않아.
그럼에도 게슈탈트의 연산 능력에 의존해야 하긴 하지만...
[player name] 님!
세리카의 초조한 표정을 보자, 불안감이 순식간에 밀려왔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연락이 닿았어요! 루시아와 리브가 이합 재난 구역 가장자리에서 지원차 출동한 집행 소대와 합류했다고 해요!
하지만 적조가 여전히 확산되고 있어요. 그들이 보고한 데이터와 정보에 따르면...
적조 내부에 자체적인 "의지"가 생겼다고?
세리카가 전송한 자료를 읽으며 아시모프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일어날 줄은 몰랐어.
젠장! 저게 도대체 뭐야!
전송된 영상에는 어두운 숲속에 서 있는 녹색 망토를 입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네가 말했던 그...
소름 끼치는 이질감이 신경을 타고 퍼져나갔다.
썩어가는 혈장 위로 소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네요. [player name] 님.
이전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은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치마를 잡고 인사를 건넸다.
영상에서 본 것과 같았다.
공중 정원과 망각자들의 싸움이 끝난 후, 이 사건을 보고했다. 하지만 공중 정원에서 파견된 집행 소대가 그 위치에 도달했을 땐 적조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주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이합 생물의 흔적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이 일은 잠시 묻혀버렸다.
그들이 데이터를 보내온 이 방향은... 노르만 그룹이 두 번째 "사절"들을 투입한 방향이에요.
두 번째 사절들은 이틀 뒤에 출발하는 거 아니었어?!
정보력이 그렇게 떨어지세요? 그들은 이미 지상에 착륙했을 거예요.
지휘관님의 지상 임무 신청이 승인됐어요. 단말기 확인해 보세요.
군에서는 좌표 위치 근처에 있는 집행 소대를 동원해 포화 구조를 실시하라고 긴급 임무를 내렸어요.
추가로 지휘관님과 리에게 즉시 지상으로 내려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루시아와 리브를 지원하라고도 했어요.
저도 갈래요.
대장. 내 지상 임무 신청을 다시 제출할래. 날짜는 오늘이야.
잠깐, 너 정비 부대 내부 시스템을 이렇게 제멋대로 건드려도 괜찮은 거야?
어서... 승인해 줘! [player name]. 나와 같이 가는 게 어떨까?
정말로... 날 약한 기술자로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리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 휴게실에서 출발할 거라, 공항에서 만나시면 될 거예요.
참, 매카, 내가 그 두 가지 임계치 방안을 네 단말기에 남겨뒀어.
A 방안이든 B 방안이든... 이번 임무가 끝나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공항
공항.
오랜만에 지상 임무네.
마지막으로 지상 임무를 수행했을 때가 아마 정비 부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을 거군.
뭐가 그렇게 두려워?
그냥 옛날 일들이 문득 떠올랐어.
가문의 그늘에서 막 벗어났을 때, 처음으로 정비 부대에 들어갔을 때, 처음으로 카레니나랑 싸웠을 때, 처음으로 같이 지상 임무를 수행했을 때...
언니!!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녀의 소중한 회상을 깨뜨렸다.
빅토리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나, 나도 1호 원자로에 함께 가고 싶어!
오빠, 오빠가...
오빠가 너 대신 내려갔다고? 그래도 오빠 노릇은 하는구나.
하지만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어. 난 그저...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네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지금은 그 얘기 할 때가 아니야.
나, 난 더 이상 언니를 잃고 싶지 않아. 아버지도 그곳에 계시고, 할아버지도...
걱정 마.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함께 가는 거니까, 그들이 날 보호해 줄 거야.
테디베어가 지휘관에게 눈을 살짝 깜빡거렸다.
하, 하지만...
울지 말고, 돌아가 있어. 빅토리아.
소녀는 몇 걸음 더 걸어가더니 돌아서서 미소를 지었다.
울지 마. 레오나르도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야.
이제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차례야.
레오나르도를 포함한 모두를 공중 정원으로 데려올게.
그게 "도미니카"든, "적조의 의지"든 상관없이 말이야.
최선을 다할게.
우리가 계속해 오던 일이잖아. 맞지. 지휘관?
지휘관을 바라보는 분홍 머리 구조체의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였다.
"도미니카"가 없어도, 게슈탈트 데이터의 대부분을 잃게 돼도.
전방에 있는 게 끝없는 어둠뿐이라, 한 줄기 빛도 보이지 않더라도.
타오르는 작은 불씨를 든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맞서며 나아갈 것이다.
돌아가. 어린아이는 어른들을 믿기만 하면 돼.
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과 함께, 이합 재난 구역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가져올 거야. 죽지 말아야 했을 생명들도 데려올 거고, 더 많은 희망과 가능성도 가져올 거야.
언니...
돌아가. 그리고 네가 해야 할 일을 해.
노르만 가의 권력을 되찾아, 우리 것이어야 했던 것을 다시 가져와.
작은 소녀는 계속 흐느끼고 있었지만, 쫓아오던 발걸음은 멈췄다.
가. 그리고 난 축하 연회에서 체리 맛 전해액을 마실 거야.
응!
빅토리아는 눈물을 머금은 채, 미소를 지었다.
수송기 안에서 테디베어는 단말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방법을 찾으면 언제든 신호를 잡을 수 있어. 그리고 이건 규정을 어기는 게 아니야.
테디베어가 경계하듯 나와 리를 힐끗 쳐다봤다.
다른 이를 고발하는 취미는 없어요.
난 일을 좀 처리해야 겠어. 빅토리아 혼자 이사회의 늙은이들을 상대하게 할 순 없잖아.
레오나르도가 전에 나에게 맡긴 일이 있어서.
단말기의 스크린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테디베어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위로의 말로는 좀 무색할지도 모르지만, 테디베어에게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마워. [player name]. 그리고 방금도 내 편을 들어줘서 고마워.
빅토리아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나와 레오나르도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 왔어. 그래서 계속 요양원에 있게 된 거다.
빅토리아를 데리고 나오려고 했지만, 매번 실패했어.
빅토리아는 불안해하고 있어. 그리고 왜 그녀가 할아버지의 명령을 따라 레오나르도와 함께 권력을 빼앗고 사절 계획을 재개했는지도 잘 알고 있어.
할아버지의 가르침 아래, 빅토리아는 명확한 선악의 관념이 없어졌어. 그저 목적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알고 있을 뿐이다.
흔들리는 수송기가 테디베어의 눈에 맺힌 눈물을 가려주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그는 항상 자신이 큰 나무처럼 보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내가 빅토리아와 함께 밝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왔어.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바보 같아…
응? 뭐라고?
편향된 교육을 받으며 자란 동생을 바로잡든, 모든 걸 숨기려 드는 오빠를 혼내주든,
이 세상엔 안타까운 일이 너무 많지만, 이 모든 게 아직 늦지 않았다.
네 말이 맞아.
눈물을 닦은 테디베어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휴, 이렇게 슬퍼본 지도 정말 오랜만이네. 아무튼, 고마워. [player name].
음...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은 참 말을 잘하네. 차라리 정비 부대로 와서 내 보좌관이 되는 건 어때?
……
정비 부대 부대장에게도 보좌관 배정권이 있나요?
사비로 하면 돼. 난 노르만 그룹의 큰·아·가·씨잖아.
……
회의실로 돌아온 빅토리아의 머릿속에는 언니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다른 두 대원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빅토리아는 이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빅토리아는 아주 어릴 적...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집사가 "도련님"과 "아가씨"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와서 놀아주곤 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도련님"은 항상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었고, "아가씨"는 늘 짜증 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매일 그들과 함께 노는 시간이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사가 빅토리아를 살고 있던 방에서 데리고 나왔다.
집사는 빅토리아가 병에 걸려서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그 후로 오빠와 언니는 매주 지정된 시간에만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오빠는 조금씩 말이 없어졌고, 언니의 표정도 더욱 무거워졌다.
집사는 그들의 "아버지"가 영광스럽고 닿을 수 없는 목표를 위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집사가 말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어서 항상 울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후에는 언니가 사라졌다.
언니 어디 갔냐고? 언니는... 일하러 갔어.
꽃무늬 셔츠를 입은 오빠는 그렇게 대답했다.
크리스티나가 우리 가문을 배신했다.
넌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빅토리아. 더 나은 "사절", 더 나은 "도미니카"가 되어야 한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이야기 하나 들려주마.
옛날 한 마을이 있었는데, 그곳 사람들은 곰을 키웠단다.
매년 같은 시기에 그들은 그중 한 마리를 보냈단다. 산신이 사는 산속으로 말이야.
무서워요.
그건 무서운 게 아니고, 신앙이자 영광이란다. 빅토리아.
보내진 곰은 마을의 소원을 가지고 갔다가, 그들이 신에게 기원한 불씨를 가져왔단다.
"내가 너에게 말한 것을 기억하거라. 너의 인생 그리고 우리가 너를 위해 쏟은 노력을."
"이제 너의 의무를 다할 때가 되었으니, 내가 시킨 일을 잊지 마라."
"신들에게 말하거라. 우리에게 부를 내려 달라고."
"신들에게 요청하거라. 사냥감을 내려 주시라고."
"우리는 네가 음식, 기쁨 그리고 건강을 주었다."
"이제..."
빅토리아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빅토리아는 "사절 계획"을 알게 됐고, 만난 적 없는 아버지가 어떻게 희생됐는지를 알게 됐으며, 언니가 왜 노르만 그룹을 떠났는지도 알게 됐다.
누군가의 그림자로 살아가고 싶은 이는 없으며, 태어날 때부터 "사절"이 되어야 할 사람은 없다.
빅토리아의 원래 계획은 이 모든 걸 지옥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오빠와 언니는 여전히 깊은 진흙탕에 빠진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답할 때가 왔어.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