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만 그룹의 표식이 새겨진 수송기가 다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번 출발 때처럼,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시끌벅적했다.
와... 지난번 노르만이 보냈던 이들 중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잖아? 그런데 왜 이번에도 이렇게 북적거리는 거야?
노르만 그룹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나 봐?
죽음을 두려워하면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어? 그러니까 노르만 그룹이 그렇게 큰 사업을 하는 거야. 넌 아직도 여기서 우주 항을 지키고 있는 거고.
그는 비밀이라도 말하는 듯 속삭였다.
내 친구가 말해줬는데, 노르만 그룹이 군사 쪽... 극비 자료를 손에 넣었대!
듣기로는 새로운 역원 장치의 개조 방식이래. 그래서 일반 구조체도 고농도 퍼니싱에 적응할 수 있게 해준대.
넌 그걸 믿어? 난 아직 노르만 그룹의 속임수 같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아. 이번에 팀을 이끄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빅토리아야!
노르만 그룹의 딸이자, 미래의 그룹의 수석 집행관이라고! 며칠 전 뉴스 못 봤냐? 노르만 그룹이 자기 딸을 큰 위험에 빠트릴 리가 없잖아.
그렇긴 하네.
노르만 그룹의 운송 장비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첫 번째 운송 장비에서 분홍색 머리의 남자가 먼저 내렸다.
아... 오늘 날씨 참 좋네.
지상의 날씨도 이러려나?
현재 하강 계획에 따르면, 당신의 착륙 지점은 1호 원자로 근처예요.
오늘 같은 날씨를 볼 기회는 없을 거예요.
쳇, 좀 좋은 얘기 좀 해줄래? 너의 전 사장이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완벽히 "영광"을 가져올 수도 있잖아?
저도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트로이는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그래도 착륙할 때 방호복이 망가지지 않길 바라요. 그래야 제가 당신을 무사히 데리고 돌아올 기회가 생길 테니까요.
세 시간 전.
우리는 결국 희망의 불씨를 되돌릴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희망의 불씨를 되돌릴 것입니다.
음침한 방 안에서 선택된 "사절"들이 모여서 노르만 그룹이 수십 년간 지속해 온 훈계를 되새겼다.
각자 돌아가 준비하세요. 수송기는 세 시간 후에 정시 출발할 겁니다.
짧은 집회가 끝난 뒤, 빅토리아는 외부의 응접실에 혼자 서 있었다.
응접실의 액자에는 얼마 전 예술 협회의 화가에게 고가로 의뢰해서 그린 거대한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다시 만날 때쯤이면,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거야.
오, 빅토리아, 오랜만이야~
……
여긴 어쩐 일이지?
에이, 날 너무 얕보지 마. 내가 이래 봐도 의회에 있는 늙은 여우들을 맨날 상대하던 사람이잖아~
네가 찾은 그 작은 문제들로는 내 발목을 잡을 수 없다고.
빅토리아. 정말 이 오빠의 마음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구나.
더 할 말은 없...
빅토리아가 말을 마치기 전에, 마취 주사 하나가 그녀의 목덜미에 꽂혔다.
행동이 느리잖아. 트로이.
지불하신 돈으론 이 속도 밖에 안 나와요. 더 빠른 걸 원하시면 돈을 더 주시죠.
트로이는 잠든 빅토리아를 조심스럽게 응접실 의자에 눕혔다.
지금 이 순간에 정말 이러시겠다는 건가요?
안 그러면 어쩔 건데?
옷깃을 정리한 레오나르도는 변함없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좋은 오빠로서, 내 여동생들이 모두 행복하고 자유롭게 자랄 수 있게 응당 해줘야 하지 않겠어.
오빠가 네 속셈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빅토리아?
할아버지같이 정신이 흐린 중환자는 속일 수 있어도 날 속일 수는 없어.
푹 자라. 깨어났을 때쯤에는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거야.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공항으로 향했다.
과학 이사회 실험장
네 시간 전
세 번째 버전 역원 장치 외부 인터페이스 모형을 제 역원 장치에 적용할 거야.
미쳤어?! 그건 실험적인 기술이야! 너는 평범한 구조체일 뿐이야! 특화 모델이 아니라고!
[삐]! 실험적인 기술을 네 역원 장치에 직접 적용할 경우 발생하게 될 위험성에 대해 모르는 거야?!
게슈탈트 시뮬레이션에 침입하는 것과 개조는 완전히 달라!
아... 목소리 좀 낮춰. 지휘관과 카레니나 때문에 귀가 다 먹먹해.
진지하게 물어볼게. 테디베어. 너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1호 원자로에서 도미니카의 유산을 가져와 이 세상을 구할 거야.
군에서 오랫동안 미뤄뒀던 임무잖아? 아무도 하지 않고...
테! 디! 베! 어!
응. 이 대답이 마음에 안 드나?
테디베어는 단말기를 껐다.
우리의 실험 계획에 따르면, 지금은 역원 장치에 대한 실제 개조를 진행해야 할 단계이잖아. 안 그래?
다시 한번 말하겠는데, 너의 기체는 평범한 거야. 특화 모델이 아니라고.
침식되면, 돌이킬 수 없어.
평범한 기체가 더 실험 가치가 있잖아. 특화 기체는 참고 가치가 별로 없다고.
그 두 임계치를 실제로 검증해 볼 수 있는 기회잖아.
……
알잖아. 난 그 두 임계치를 검증하고 역원 장치를 개선하려는 것만이 아니야.
나도 나 자신을 구하고 싶어.
남한테 신세 지는 게, 가장 싫다고.
레오나르도가 뭐라고 했어?
……
아니야.
분홍 머리 구조체는 앞에 있는 모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 가족은 한때 모든 걸 다 바쳐서 날 다른 사람의 그림자로 만들려 했어.
맞아.
"성녀", "버림받은 자" 그리고 "후계자", 이게 우리 할아버지가 나, 레오나르도 그리고 빅토리아에게 준 "역할"이었어.
할아버지는 나에게 도미니카의 후계자가 되어, 도미니카의 발자취를 온 힘을 다해 쫓으라고 하셨어. 노르만 그룹 전체가 도미니카의 가장 충실한 신자가 되길 바라셨지.
할아버지는 빅토리아를 가장 훌륭한 후계자로 키우려 하셨어. 그래서 빅토리아가 아주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가 그녀를 곁에 두고 키우셨지. 나와 레오나르도는 빅토리아를 특별한 방식으로만 만날 수 있었어.
레오나르도... 그는 버림받은 자였어. 공중합체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해서 그런지, 할아버지는 그를 좋아하지 않으셨어.
이게 바로 대가족이라는 거지.
무엇이든 이익으로 환산할 수 있고, 모든 것이 가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단 말이야.
그냥... 우리 셋의 가치는 할아버지에게 구체적으로 환산될 수 있는 무엇인가에 불과해.
테디베어가 보기 드물게 약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나와 레오나르도가 같이 반항했어. 그 당시엔 우리가 최선이라고 생각한 결정을 내렸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내가 가족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레오나르도가 뒤에서 다른 계획을 세운 덕분이었거든.
예전엔 세상이 날 배신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꼭 그런 게 아니었던 것 같아.
젊은 시절의 자만에 대한 작은 보상일지도 모르지.
난 항상 보호받고 있었지만, 그걸 알지 못했어. 이젠 나도 다른 사람들을 좀 보호하고 싶어.
도미니카의 유산을 정말로 가져올 수 있다면, 공중 정원이 지금 하고 있는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거지.
그 정도는 아니야. 이렇게 사소한 일로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질 순 없어.
정말로 이렇게 많은 신세 지고 싶지 않아.
정말 도움이 필요 없다는 거야?
카·레·니·나 대장. 계속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네 단말기에 침투해서 너의 못생긴 사진 전부를 뿌려버릴 거야.
그리고 지휘관도.
크흠. 난 아무것도 안 했어.
세 번째 버전 역원 장치 외부 인터페이스 모형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문제 발생 확률은 4.28%를 넘지 않아.
걱정 마. 난 희생을 전제로 행동 계획을 세우지 않아.
5시간 전, 과학 이사회 밖.
이번엔 정말로 일이 있어서 왔겠지?
간만에 우리 남매간의 정을 좀 나누려고 왔지~
테디베어는 레오나르도를 한 번 흘겨보고는 실험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야. 이봐. 너무 진지하게 그러지 마. 이번엔 진짜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서 왔단 말이야. 단말기에서 말하기 그런 얘기...
그들이 1호 원자로로 사람을 계속 보내려고 하는데, 이번에 팀을 이끌게 된 게... 빅토리아야.
정보 출처는 정확한 거야?
가장 은밀한 정보원이 가져다준 소식이라, 틀림없어.
내가 빅토리아를 요양원에 오래 두면 안 된다고 했었잖아. 머리가 소독액에 절여지기라도 한 걸까?
와, 내 여동생, 많이 컸네. 이제 자기 생각이 생긴 거야.
그들이 그렇게 내려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거야?
당연히 아니지.
레오나르도는 재수 없으면서도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오빠를 얕보지 마. 테디베어.
이번에 내려가는 "사절" 중에 내가 심어둔 사람이 있어.
그들이 지상에 도착하면, 가능한 한 모든 걸 기록할 거야. 그리고 기록은 정기적으로 내 특정 이메일로 자동 전송되게 할 거야.
이 계획 자체가 처음부터 거짓말이었으니, 이제 밝힐 때가 된 거지.
그게 다야?
에이... 너도 알잖아. 오빠는 항상 감시받고 있다는걸...
그들은 언제 출발해?
이틀 후.
아직 늦지 않았어.
지난번에 나한테 준 그 자료는 어디서 난 거야?
헤이, 그건 기밀이야. 어어어, 가지 마. 말할게. 말해줄게! 내 가장 은밀한 정보원이 빅토리아 쪽에 속임수를 써서 빼낸 거야.
그러니까, 도미니카가 1호 원자로에 뭔가를 남겼다는 거잖아?
맞아. 하지만 그쪽에 인간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이전에 했던 모든 사절 계획을 조사해 봤어. 몇 번의 성공 축하 파티도 열었고, 일부 자료가 돌아오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사절"도 공중 정원으로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어.
그 기록들로 내가 추측하기에는... 초기 몇 번, 퍼니싱이 널리 퍼지지 않았을 때...
몇몇 "사절"들은 1호 원자로 내부 깊숙이 들어가... 뭔가를 가져오는 데 성공한 적이 있었던 거 같아.
내가 심어둔 그 "사절"...
정말로 안에 심어놓을 수 있어?
난 못 믿겠어.
테디베어는 의심스럽게 레오나르도를 바라보았고, 레오나르도는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고 항복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알았어. 사람을 심어 놓지는 않았지만, 내 정보원이 대신 빅토리아의 소대에 들어갈 거야.
자료를 가져와서 어르신을 단념시키든지, 아니면...
사절 계획을 지지하는 고위층을 전부 지상에 데려가는 거야.
내가 갈게.
그런 뜻이 아니라, 나는 그냥...
너와 상의하고 있는 게 아니야.
나는 구조체다. 역원 장치의 최신 외부 모듈을 내 기체에 장착할 수 있어. 그럼, 내 생존율이 더 높아.
이틀 후, 우주 공항에서 기다릴게. 나머지는 알아서 해.
레오나르도가 거부할 기회도 없이, 테디베어는 고개를 돌려 떠났다.
후...
그래도 결국 오빠를 챙겨주는구나. 크리스티나.
걱정 마. 이틀 후면 모든 게... 끝날 거야.
공항, 노르만 그룹의 표식이 새겨진 수송기가 다시 이륙했다.
지상, 1호 원자로, 340킬로미터 지점.
주... 주위 관측소에서 보내는 신호를 조금씩 받을 수 있어요!
우리가 정말 이합 숲의 경계까지 돌파해 왔어요!
단말기에서 하염없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알아들을 수 없는 희미한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신호 통로를 통해 전해졌다.
[지지직...]9시 [지지직...]방향으로 [지지직...] 돌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