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오는 비둘기다.
너희는 황금과 영광을 개척하는 여행자다.
너희는 노르만 그룹이 보낸 사절이다.
너희는 모든 사람의 희망을 가져와 불씨를 되돌릴 것이다.
너희는 노르만 그룹의 자랑이 될 것이다.
환호 속에서 노르만 그룹의 초엘리트 구조체들이 최첨단 방호복과 최고급 무기를 장착하고, 모든 이의 기대를 품은 채, 노르만 그룹의 표식이 찍힌 수송선에 탑승했다.
이 "사절"들은 몇 개 팀으로 나뉜 뒤, 1호 원자로 주변 구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
멀어지는 수송선을 지켜보며 빅토리아는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그들은 빛나는 선도자가 될 것이며, 황금시대의 빛이 다시 노르만 가의 문장을 비출 것이다.
이것은 영광이란다. 빅토리아.
옛날에 나도 네 아버지를 그렇게 노르만 그룹의 수송선에 태워 보냈었지.
그리고 그는 기대에 부응해 도미니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가져왔었다.
노르만 가의 첫 번째 가훈을 기억해라. 빅토리아.
노르만 가의 내일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노르만 가의 내일을 위하여.
지상에서
지도로 보면, 이쪽이야.
고농도의 퍼니싱이 1호 원자로를 중심으로 반경 약 1000킬로미터를 덮고 있었다.
수송기를 떠나자마자, 그들의 레이더는 고장 났다. 단말기만이 간헐적인 신호를 간신히 유지하며 공중 정원과의 통신을 이어갔다.
여기가... 1호 원자로야?
아직 앳된 모습의 그녀는 구조체로 개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흥분과 두려움을 안고 조심스럽게 앞에 있는 어두운 숲을 헤치고 나갔다.
정말 위험하지 않은 거야?
예전 선배들이 보내온 지도에 따르면, 이쪽은 안전 구역에 속해.
숲 너머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걱정 마. 우리는 노르만 그룹의 최신형 구조체야.
여기는 1호 원자로의 가장자리라서, 지도를 따라 탐색하면 큰 문제 없을 거야.
이번 임무는 개척이다. 지도의 목표 지점에 도달하거나 좀 더 나아가기만 해도 노르만 그룹이 포상해 줄 거야.
1호 원자로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면...
환호와 꽃다발이 가득한 장면을 떠올린 그는 억지로 기침하며 흥분을 감추려 했지만, 목소리에서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승진과 월급 인상뿐만 아니라, 빅토리아 님께서 직접 우리를 맞이해 주실 거야!
와...
정말 그런 포상을 받은 사람이 있었어?
있었겠지. 쉿, 조심해.
그들은 지도를 보며 적조가 퍼져 있는 습지를 우회해 갔다.
톡...
알지 못하는 사이, 엷은 안개가 조용히 땅 위에 퍼지기 시작했다.
어... 지도에 여기 안개가 있다고 표시돼 있어?
안개? 별거 아니라서 특별히 표기하지 않은 거겠지.
저쪽으로 돌면 도시의 경계가 보일 거야.
잠깐만...
침묵의 적조가 무성한 나무숲 속에서 선홍빛 색채를 물들이고 있었다.
잠깐...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빠르게 지도를 훑어보았다.
여기야!
새로운 경로를 확인한 그는 다른 구조체와 빠르게 이동했다.
지도도 틀릴 수 있는 거야? 거기에 있는 건 전부 선배들이 정리해서 본사에 올린 기밀 자료잖아?
실수가 있었겠지. 일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거니까.
도시의 경계가 희미하게 나타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가면, 지도에 표시된 최종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톡...
무슨 소리야?!
설마 또 그 이합 생물들은 아니겠지?
그 이합 생물들은 큰 해를 끼치진 않았지만, 그들을 처치하고 나면 퍼니싱이 든 액체가 기체를 부식시키곤 했다.
일단, 이쪽 상황 데이터를 본부에 전송해야겠어.
그녀가 단말기를 열기도 전에, 방호복의 퍼니싱 농도 경보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퍼니싱 농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톡...
넝쿨이 나무줄기 속으로 깊이 뻗어가더니, 적조가 조용히 그들의 발밑으로 다가왔다.
아니야. 이 길은 틀렸어!
돌아가! 지원 요청해! 어서!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리자, 죽은 듯 고요한 숲속에서 끝없이 메아리쳤다.
하지만 누가 그들을 구할 수 있을까?
어떤 명령을 받은 듯, 수많은 이합 생물이 적조 속에서 쏟아져 나와 기괴한 속삭임을 내뱉었다. 그리고 단거리 비행 장치를 가동한 구조체들에게 돌진했다.
윽...
고농도 퍼니싱이 그의 기체를 부식시키면서, 금속 뼈대를 흔들어댔다. 그는 뒤에 있는 구조체를 힘껏 잡아당겼지만, 갑자기 줄어든 무게가 뒤에서 일어난 불행한 상황을 암시하고 있었다.
지원...
발성 모듈도 이미 망가져 버린 그는 무력하게 적조 속에 쓰러지고 말았다.
지금 죽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노르만 그룹이 특별히 개조한 기체는 이 죽음을 지독히 길게 만들 예정이었다.
할 얘기가 하나 있다.
대장님. 뭔데 이렇게 비밀스럽게 말씀하세요?
빅토리아 님께서 특별히 요청하신 거다. 기체의 이 안전 구역을 열면...
여기 있는 이 버튼은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절대 누르지 마.
네? 이게 빅토리아 님께서 저희에게 설치해 주신 "비밀 무기"인가요?
아니. 그렇지 않아. 아무튼, 내가 한 말 명심해라.
대장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이제서야 그 버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버튼을 보호하던 금속 케이스가 완전히 부식된 상태였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힘겹게 팔을 뻗어 마지막 버튼을 누르려 했다.
나뭇잎 사이로 소리 없이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살려...
과거 문명의 생존자로서, 인간의 예의에 따라 당신께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를... 살려줘...
이름이라면... 전 "콜레도르"라고 합니다.
음... 당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글자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승격자?!
그는 시각 모듈이 심하게 손상됐지만, 어렴풋이 인간 소녀가 적조 위에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닙니다.
당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자면, 저는 적조의 의지, 새로운 문명의 부화자...
"콜레도르"라고 합니다.
그녀는 기쁜 미소를 지었다.
아...
그의 발성 모듈이 퍼니싱에 완전히 부식되었을 때, "콜레도르"라는 소녀가 적조 속에서 동료의 잔해를 부드럽게 꺼내는 것을 어렴풋이 목격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생존자여.
"우리"가 세운 계획 덕분에, 당신들은 요람에서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게 될 겁니다.
꽃들은 우리가 주도하는 문명에서 다시 피어날 것이고, 당신들도 다시 깨어날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에서 당신들은 최고의 기쁨과 행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윽... 아...
마지막 의지를 폭발시킨 그는 힘겹게 팔을 움직여 기체 위 빨간 버튼을 눌렀다.
저쪽에서 소리가 났어요!
뭔가 폭발하는 소리 같은데, 우리와는 아직 거리가 있어요.
레이더가 통제 불능에 빠졌고, 전방의 퍼니싱 농도도 계속 오르고 있어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리브는 초조하게 뒤에 있는 유랑민들을 바라보았다.
충분한 혈청과 방호복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런 농도는 일반 사람들이 견딜 수 없는 수준이었다.
통신 상황은 어떻나요?
아직 통신 경로를 세우지 못했어요.
……
둘만 있었다면, 돌파는 매우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유랑민들이...
리브는 루시아의 다리와 팔에 있는 상처들을 바라봤다.
퍼니싱은 루시아의 특화 기체에도 손상을 주고 있었다.
구조체에 쓸 붕대도 이제 얼마 없어요.
괜찮아요.
방호복은 이미 다 나눠줬으니, 리브는 여기 남아서 대기해 주세요. 제가 저쪽을 탐색해 볼게요.
그녀들 뒤 주둔지에는 방호복을 입은 유랑민들이 소중한 휴식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방호복 잘 입어. 율시.
괜찮아. 난 보호 마스크 쓰면 돼.
내 몸은 너희들보다 훨씬 강하다고!
율시는 씩씩하게 팔을 들어 보디빌더 같은 자세를 취한 뒤, 자신의 방호복을 한 아이에게 억지로 입혔다.
잠깐... 저건 뭐지?
그녀는 아이를 뒤로 물러나게 한 후, 두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나무숲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적조로 얼룩진 가방 하나를 끄집어냈다.
이건... 다른 팀이 남겨놓은 "묘비"인가? 하지만 이 표식은... 음...
노르만 가의 표식이에요. 그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요?
그거 좀 볼 수 있을까요?
일부 물자들이 소모된 가방을 받은 리브는 찡그린 얼굴로 물품을 검사했다.
오래전부터 남겨져 있던 걸지도 모르잖아?
그럴 리 없어요. 이 제식 무기는 공중 정원에서 최근 2년 이내에 보급된 신형 무기예요.
리브는 가방 밑에서 낡은 지도를 꺼내 들었다. 지도에는 간단하게 기록과 위치가 표기되어 있었다.
"X월 X일 X시, 예정된 목적지 도착."
"다음 목표: 1호 원자로가 있는 도시로 진입."
설마...
그녀들은 레이더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서 지상에서 완전히 방향을 잃게 됐다. 그리고 통신 시스템의 이유 없는 고장으로 인해 공중 정원과 연락도 지속할 수 없었다.
계획대로라면 그녀들은 정화 구역의 가장자리에 접근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왜 정반대 방향에 있게 된 건지 그녀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절..."
리브는 지도 뒷면에 적힌 문구를 중얼거렸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희망을 가져와 불씨를 되돌릴 것이다."
"우리는 빛나는 선도자가 될 것이다."
지도의 후반부는 완전히 부식되어 있었다.
리브? 리브? 무슨 일이야?
전 괜찮아요. 지금 이 상황을 루시아에게 어서 알려야 해요.
지도를 접고 루시아가 떠난 방향으로 움직이려던 순간, 루시아가 그쪽 나무숲에서 뛰쳐나왔다.
루시아? 다리가...
무언가에 감긴 것처럼, 루시아의 다리 아머에 뚜렷한 상처가 나 있었다.
8시 방향에서 적조가 이쪽으로 이동해 오고 있어요. 어서 떠나야 해요.
적조... 저 방향에 있는 게 적조라고? 아니. 말도 안 돼. 이 파동은...
이건 분명 일반적인 적조가 아니야.
어떤 적조든, 상관없어. 목숨을 노리는 건 다 똑같다고!
어서 짐 챙겨! 여길 떠날 준비해!
저게 대체 뭔지 확인해야겠어. 이번 적조에는 분명히 뭔가 다른 게 있어.
관측원은 해져버린 외투를 걸치고 낡은 종이와 펜을 꽉 쥔 채, 스크린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리고 기계에서 계속 튀어나오는 주파수 대역을 하나씩 기록했다.
똑같아. 이전에 감지됐던 것과 동일한 주파수야.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어서 가!
나, 난 마지막에 떠날 거야.
그들은 생명을 대가로 내 목숨을 구해줬어. 그들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순 없어.
나는 그들이 온 힘을 다해 연구한 모든 것들이 가치가 있다는 걸 반드시 증명해야 해.
기기를 마지막 운송 장비에 실은 관측원은 계속해서 복잡한 주파수를 기록했다.
유랑민들이 짐을 챙기는 동안, 리브는 지도를 꺼냈다.
루시아, 이것 좀 보세요...
통신 상황은 어떤가요?
편향된 경로와 기이하게 나타난 노르만 그룹의 표식, 이 모든 것을 공중 정원에 보고해야 했다.
리브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
우리 먼저 여길 떠나죠.
야. 우리 준비가 다 됐어!
멀지 않은 곳에서 율시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우리 먼저 여길 떠나죠.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
루시아와 리브는 더 어려운 일들도 함께 이겨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을 데리고 반드시 여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