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정원
정비 부대 입구
테! 디! 베! 어!
또 네가 내 단말기를 해킹해서 알람 시간을 바꿔놨지!
네가 정신 차리지 못하고 또 중력을 잘못 계산하면, 내가 네 수면 캡슐을 직접 해킹해서 널 거기다 가둬버릴 거야.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 망치를 들고 네 손가락을 부러뜨릴 거야.
그리고 추가적인 기체 수리 비용은 보상 신청해 주지 않을 거야.
[삐]! 너랑 더 이상 말 안 해!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카레니나는 테디베어에게 반박할 구실을 찾지 못했다.
게슈탈트 쪽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아시모프 님과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을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니, 어서 가자.
테디베어는 카레니나에게 화낼 기회를 주지 않고 즉시 다음 이동 경로를 정해주었다.
정비 부대 문을 막 나선 뒤, 코너를 돌자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마주쳤다.
오, 크리스티나, 오랜만이야~
네가 왜 여기 있어?
기체 업그레이드했다고 오빠한테는 말해줘야 하지 않아? 이 세트가 너한테 더 잘 어울리는데~
우리 여동생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오빠가 좀 감동 받았다. 크리스티나.
여기엔 크리스티나라라고 불리는 이는 없거든.
항상 똑같은 반응이네. 오빠도 기분 상할 수 있단 말이야~
별일 없으면 가볼게.
하... 오빠에게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야?
야... 요즘은 뉴스도 안 보지? 뉴스를 안 본다 쳐도, 실험장에 가면 흰 가운 입은 익숙한 애들이 있잖아. 못 봤어?
……
테디베어는 카레니나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한 뒤, 조용한 복도로 자리를 옮겼다.
시간 없어. 어서 본론이나 말해. 그들이 너와 내가 접촉하는 걸 알게 되면 너나 나나 좋을 거 없어.
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핵심 관리 회의에서 나를 몰아냈어. 그리고 어르신과 빅토리아가 연합해서, 노르만 그룹을 통제하고 게슈탈트 사업에 간섭하려고 해.
후... 이 정도면 충분히 빨리 말했지?
흐, 그게 그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대가가 아니겠어? 네가 선택한 거잖아.
재산과 자유 중에 선택한 거잖아.
크리스티나? 거기 있어?
네 눈이 장식이 아니라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볼 수 있잖아. 용건이나 말해. 바빠.
그렇게 심각하게 굴지 마. 너와 그 "작은 계획"에 대한 얘기 좀 하려고 왔어~
문 닫아. 근처 감시기를 전환했어.
빅토리아는 어때?
어르신이 외부엔 "병으로 인해 요양 중"이라고 발표했어. 내가 감시기로 빅토리아를 몇 번 보긴 했는데, 더 이상 말하지는 않았어. 계속 네가 어디 갔냐고 묻더라. 놀고 싶다고.
빅토리아 데리고 나가려고 했는데, 어르신 사람들이 항상 근처에 있어서 기회를 찾지 못했어.
자꾸만 빅토리아를 이용하려는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네.
레오나르도는 미간을 찌푸렸다.
노르만 그룹의 모든 고위층은 레오나르도가 차기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버림받은 자였다.
노르만 그룹의 권력자인 찰스 노르만은 재능이 뛰어난 크리스티나와 병약해서 장기 요양을 필요로 하는 빅토리아를 늘 우선시했다.
어차피 널 믿지 않았어. 빅토리아는 그가 우리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인질이야. 그래서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야.
빅토리아는 데리고 나올 수는 없지만 어르신을 좀 귀찮게 하는 건 가능해.
최근 혼란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덕분에 최신 정보를 좀 얻었어.
단말기를 스크롤 하니 다양한 물자 및 금전 거래 내역이 스크린을 스쳐 지나갔다.
쿠로노? 확실해? 농담이라면 별로인 것 같아.
날 의심하는 거야?
아니. 그냥... 그 생각을 정말 하지 못했거든.
집사는 자기들이 은밀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보를 폐기할 때에는 더 전문적인 사람들을 써야 해.
예를 들면, 너?
흥, 그들은 나를 고용할 수 없어.
그 악명 높은 쿠로노 그룹과 관련이 있다니... 대담한데.
이걸 어떻게 쓸 거야? 바로 흘리면 위험해질 것 같아. 우리도 안전하지 않을 거고.
그건 네 문제야. 나랑은 상관없어.
난 빅토리아만 나오면 돼.
노르만 그룹을 떠날 생각은 없는 거야? "도미니카의 후계자"?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이 호칭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떠난다 해도 뭘 할 수 있겠어? 노르만 그룹에서 벗어나도, 공중 정원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
그저 작은 감옥에서 더 큰 감옥으로 옮겨졌을 뿐이야.
크리스티나는 차분히 단말기에 복잡한 프로그램 코드를 입력하는 동안에도, 레오나르도와의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도미니카의 후계자" 크리스티나, "리틀 도미니카" 크리스티나, "미래의 도미니카" 크리스티나...
크리스티나는 이런 칭호들을 싫어했지만, 점점 그런 규칙과 이름 아래서의 삶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난 이미 구조체로 개조됐어. 여길 떠나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일단 빅토리아를 보내고, 다음 일은... 나중에 생각해 보자.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바깥세상은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 크리스티나.
걱정 마. 우리 모두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거야.
한 살이라도 많은 오빠를 믿어야지~
레오나르도는 갑자기 커튼을 걷어 올렸다. 그러자 눈부신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모든 게 잘될 거야. 너희는 이곳을 떠나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안녕하세요. 테디베어님. 로그인 인증이 통과되었습니다.
단말기에서 기계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래도 믿을 만하네. 오빠.
분홍 머리 구조체는 드물게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줄게.
빅토리아를 구해낸 후... 뭐 해서 먹고살아야 살지?
단말기 수리점을 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번 "거래"를 통해, 그녀에게 억지로 강요됐던 "신성한" 이름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태어날 때부터 짊어져야 했던 큰 짐이 서서히 무너져 갔다.
그녀는 더 이상 누구의 추종자나, 누구의 대체자가 아니었다. 지금부터는 그녀 자신이 되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다음은 레오나르도가 지정한 장소에서 합류하는 것이었다.
어르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지만, 그녀는 자신이 노르만 그룹의 더 큰 약점을 잡아 빅토리아를 어르신의 손에서 구해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시간만 있다면...
오빠... 레오나르도?
공중 정원에서 사전에 이야기된 작은 민간 아파트에는 그녀가 예상했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는 레오나르도의 의도가 적힌 간단한 메모만 놓여 있을 뿐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노르만 그룹의 유산을 물려받기로 했어~
하하, 어린 크리스티나, 행복하게 살아야 해.
……
그녀는 손에 쥔 메모를 힘껏 움켜쥐었다.
여, 오랜만이야~
여기가 네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야? 어때? 크리스티나, 일은 재미있어?
여기엔 크리스티나라라고 불리는 이는 없거든. 만약 기억이라는 걸 한다면, 내가 테디베어라고 불리는 걸 들었을 텐데... 노르만.
왜 노르만 가로 돌아가기로 한 거지?
테디베어는 거래 수단으로 충분한 파일을 남겨뒀었다. 따라서 계획대로라면, 그들은 먼저 노르만 그룹에서 벗어나 충분한 증거를 찾아 빅토리아를 데리고 나와야 했다.
하하하, 아마 그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서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너는 떠났고, 빅토리아가 항상 "요양" 중이라면, 어르신은 당연히 나에게 재산을 넘길 수밖에 없잖아~
하... 그렇다면 정말 축하해...
레오나르도는 과장되게 웃으며 말했다.
테디베어 아가씨,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일은 즐겁게 하고 있어?
그럭저럭 괜찮아. 하지만 너처럼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아.
그래. 그럼, 됐어.
테디베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레오나르도를 바라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하, 여전히 날카롭구나, 테디베어 아가씨.
재산과 자유,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거라, 그렇게 말하는 것도 틀린 건 아니지.
진흙탕을 선택했으니, 그곳에서 깨끗하게 벗어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너도 들었겠지만, 그들이 다시 "사절"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어.
비꼬듯 레오나르도를 힐끗 쳐다본 테디베어는 느긋하게 벽에 기댔다.
그럼, 내가 오늘 여기서 왜 너랑 시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아?
빅토리아도 못 이기는 주제에, 정말...
하, 역시 내 동생이라, 소식이 빠르군.
레오나르도는 호기롭게 두어 번 기침을 한 뒤,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빅토리아는 지금 이사회 쪽에 있어. 노르만 가 후계자 중 한 명으로서, 사절 계획을 열심히 밀어붙이는 중이지.
어르신과 "도미니카의 유산" 지원 덕분에, 그녀는 이사회의 큰 지지를 받고 있어.
너도 알고 있겠지만, 그들... 이사회 사람들은 "도미니카"를 미친 듯이 믿고 있어.
레오나르도는 비아냥거리듯 웃었다.
내가 권력 다툼으로 정신없는 동안, 어르신이 빅토리아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어르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진 아무도 알 수 없어.
이사회 쪽 상황은 알았어. 그 골칫덩어리 계획을 중단시키고, 빅토리아를 구하기 위해서 내가 도와줄게.
테디베어는 노르만 가의 깊은 늪에서 빠져나왔지만, 빅토리아는 여전히 그 안에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지하의 "사절"로 보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 그리고 누구도 버림받아서는 안 된다.
당분간 협력해서 정보를 교환하도록 하자.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와는 일하고 싶지 않아.
주위에 있는 감시기를 흘끗 본 테디베어가 빠르게 단말기를 조작해 몇몇 데이터를 덮어씌웠다.
자, 이제 말해봐. 너희 쪽 상황은 어때?
내 손에 노르만 그룹이 서명한 원본 파일과 내가 가로챈 고위층 메일 일부가 있어. 그리고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묻지 마.
너는 교환할 만한 게 있어?
그래도 오빠를 그렇게 믿어 주다니, 감동인데.
나 가야 해.
아, 아, 잠깐, 잠깐만, 이런 수법은 한 번이면 족해.
빅토리아가 날 많이 경계해서 피상적인 정보만 가지고 있어. 하지만 확인된 정보도 있어.
어르신이 "도미니카의 유산"에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예전에 사절이 어떤 소식을 들고 온 적이 있어서래.
과학 이사회
며칠 밤낮으로 이어진 작업 끝에 연구원들의 대부분은 옷을 입은 채로 바닥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방 한쪽 구석, 니콜라는 조용히 아시모프의 옆에 서 있었다.
니콜라는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아시모프 앞에 놓인 빨갛게 된 감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분석 결과는 나왔나?
어.
아시모프가 단말기를 조작하자, 짙고도 옅은 적조가 한 방향으로 모여들었다.
각 보육 구역에서 전송된 측정 데이터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 가져온 샘플 검사 결과가 모두 이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어.
이번 이합 재난 구역 적조 폭동의 중심 그리고 그것들의 집결점이 영점 에너지가 최초로 나타난 도시일 가능성이 높아.
그것은 문명의 번영을 상징하면서도, 문명 쇠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
데이터 출처는 정확한가?
87.67%. 작은 범위의 편차는 있을 수 있지만, 대략 그 위치일 거야.
즉시 주변 소대들을 파견해서 조사시켜. 그리고 자신들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최대한 많은 샘플과 데이터를 가져오라고 해.
도미니카가 이끄는 팀이 영점 에너지 원자로를 봉인하러 간 후, 지금까지 그 도시에 접근하는 이는 없었다.
퍼니싱이 처음 폭발한 도시로, 그 주위는 매우 높은 농도의 퍼니싱으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다.
너무 위험해.
아시모프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니콜라를 바라보았다.
가능하다면, 나도 직접 Ω 무기를 이용해서 1호 원자로를 정화하고 싶어.
하지만...
도미니카가 이끄는 영점 에너지 원자로를 봉인하는 선발대는 여전히 "실종" 상태로 등록되어 있어.
당시 퍼니싱 작전 지휘 센터의 기록에 따르면, 과학 이사회의 수석 도미니카가 과학 이사회의 다른 멤버들을 이끌고 1호 원자로를 봉인하려고 했어.
지원을 간 군 병력, 노르만 그룹 기술자 그리고 구조체 모두 도시 외곽에 남겨뒀지.
30분 전, 군이 주변에 세운 45개의 관측소가 동시에 구역 내 퍼니싱 농도의 급격한 상승을 감지했다.
300밀리초 내에 기존 농도의 20000배로 상승하면서 도미니카 일행과의 연락도 끊겼다.
그 후 30분 동안, 구역 내 퍼니싱 농도는 더 이상 상승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주변으로 확산 중이지만, 그 확산 패턴은 우리가 세운 모형과 일치했다.
모든 관측소가 그 폭발 이후 더 이상 내부 에너지 반응을 감지하지 못했다.
참모부는 다른 가능성을 모두 배제했기 때문에, 1호 원자로는 봉인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1호 원자로를 봉인한 선발대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까지 실종 상태로 등록되어 있지.
이상 요인이 너무 많아서, 무턱대고 Ω 무기나 우주 무기를 사용한다면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니콜라의 단말기에서 통신음이 울렸다. 서둘러 내용을 훑어본 그는 간단히 신호를 보낸 뒤 과학 이사회 로비를 떠났다.
……
어.
퍼니싱 작전 지휘 센터의 기록을 봤는데, 그런 농도의 퍼니싱 속에서는 인간이 살아남을 수 없어.
도미니카는... 어떻게 1호 원자로를 봉인할 수 있었을까?
너 도미니카 혼자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도미니카 말고도"...
도미니카... 그가 본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 비밀을 간직한 채, 도미니카는 고농도 퍼니싱에 둘러싸인 도시 깊숙이 숨어 버렸다.
아시모프는 고개를 저으며 단말기의 다른 화면을 열었다.
네가 가져온 그 저장 카드 말이야. 테디베어랑 둘이서 두 번째 층을 열었는데, 그 안에는 일련의 코드가 있었어.
어떤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아. 이런 암호화 방식... 익숙한 느낌이 들어.
예전에 비앙카가 근원 추적 장치에서 발견했던 그 이중합 조각 기억나?
리의 초각 기체에 사용했던 거야. 그건 퍼니싱 이중합으로 만들어진 코어 조각이었지.
맞아.
확실히 대답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어.
하지만 나나미라면... 새로운 단서를 남겼을지도 몰라.
아시모프는 뭔가 떠오른 듯, 서둘러 로비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