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11월 10일, 05:47
화서 복구 종료. 만세명 붕괴
구룡 순환 도시 지하 1200미터, 만세명 물리층
"11월, 하늘이 남동쪽으로 기울이며 별이 나타나니, 황제는 무너진다."
곡이 지휘관과의 연결을 끊은 지 불과 2분도 지나지 않아, 강력한 지진이 화서 복구의 결과로 나타났다. 그 결과가 과연 긍정적인지 아니면 부정적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낮은 포효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고, 전장에 떠돌던 의식 투영도 사라져버렸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의식 투영의 억제가 사라지자, 이합 생물이 다시 서서히 땅에서 일어났으며, 모두 지하로 향하기 시작했다.
만세명의 인공 하늘도 이 분노에 휘말려 흔들리기 시작했고, 거대한 천장 구조물이 느슨해지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백에서 수천 톤에 이르는 봉쇄 구조물 아래에 갇힌 이합 생물들은 물론 인간과 구조체 모두 피해를 입게 됐다.
구룡 대지의 품에 안긴 만세명은 지금 무한한 분노를 견디고 있었다.
유일한 희소식은 이 강력한 지진이 외부에 있는 정비 부대를 오히려 도와주어 마침내 북서 공사 통로를 뚫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층에 있던 구룡 주민들은 도착한 카레니나와 심층을 지키는 차징 팔콘의 호위를 받으며 전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지휘관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응하기도 전에, 루시아가 온 힘을 다해 반대편에서 빠르게 달려와 지휘관을 품에 안고 몇 미터 떨어진 곳으로 순식간에 몸을 날렸다.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지휘관이 서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철근이 꽂혀 있었다.
지휘관님, 다치지 않으셨어요?
루시아가 넘어질 때 지휘관이 다치지 않도록 자신의 몸으로 충격을 그대로 받아냈다.
다행이네요.
루시아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지휘관을 안고 있음을 깨달았는지, 바로 일어섰다.
계속 이렇게 노출된 곳에 있을 수는 없어요.
펑!
루시아의 뒤에 있는 침식된 로봇이 붉은빛을 내며 쓰러졌다.
나는...
나는... 살아서...
루시아의 태도가 침식체의 전자두뇌를 관통하자, 그 기괴한 소리도 함께 멈췄다.
고마워요. 지휘관님.
화서 복구가 끝난 후, 로봇 침식체들이 모두 이런 상태가 됐어요.
우리를 공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합 생물들의 전진도 막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비 부대만큼은 심층에 합류했어요.
어쨌든, 여길 떠나셔야 해요.
지휘관님.
구조 분석에 따르면, 심층으로 철수하기 전에 안전을 위해 가능한 가장자리 쪽에 머무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붕이 중앙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니, 가장자리가 상대적으로 안전할 거예요. 저와 조풍은 안전을 위해 맞은편 쪽으로 이동하려고 해요.
네.
루시아, 지휘관님. 조심하세요.
리는 루시아가 지휘관 곁에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 통신을 끊었다. 남겨진 건 오직 엄숙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눈빛뿐이었다.
방금 크롬에게 전송된 메시지에 따르면, 30%의 인원이 정비 부대가 뚫은 터널을 통해 철수했다고 해요.
그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라도 이합 생물들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게 해야 해요.
끊임없이 부서져 내려오는 하늘과 주변에 타오르는 전쟁의 불길은 그야말로 종말의 광경이었다.
포뢰님! 포뢰님!
애타는 듯한 외침이 지휘관 뒤에서 들려왔다.
포뢰한테 무슨 일 생겼나요?
포뢰님을 보셨나요!?
포뢰님이 어디로 갔는지 찾질 못하겠어요. 심지어...
지실이 잠시 망설이다 결국 이를 악물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이미 울음이 섞여 있었다.
심지어 포뢰님의...
괜찮을 거예요.
루시아는 지실을 위로하며, 그 최악의 가설은 말하지 않았다.
넌 아직 가슴속 깊은 곳을 휘감는 진정한 상실의 아픔을 알지 못해.
언젠가 너에게 소중했던 사람들과 일들이 잠시 널 떠날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들은 결국 다시 네 곁으로 돌아올 거야.
하지만 그때까지는 네 자신을 속일 수밖에 없어. 결국, 그건 네가 속한 세상을 함께 속이는 일이 될 테니까.
하지만 그때까지는 네 자신을 속일 수밖에 없어. 결국, 그건 네가 속한 세상을 함께 속이는 일이 될 테니까.
지실도 대략 상황이 이해된 듯,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인 뒤 손에 든 무기를 꽉 쥐었다.
유기 생명체의 시대는 끝났다.
기이한 글자가 다시 한 번 지휘관 눈앞에 나타났다.
누구죠!
누가 제 눈앞에서... 말하고 있는 거죠?
대체 누구예요! 어서 내 머릿속에서 나가세요!!!
의식의 바다에 직접 침입해서, 사고를 조종할 수 있다니...
화서!!!
화서는 이미 내 일부다.
난 돌아왔고, 내 첫 번째 임무는 완료됐다.
인간에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로봇이 그들 자신의 세상을 창조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왕만 있어야 한다.
순수한 백색 빛이 갑자기 만세명 아래 중추에서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마치 새로운 태양을 점화하고, 새로운 낮을 만들어 내려는 듯했다.
하지만 이 빛은 의도적으로 지휘관에게 끊임없이 솟구치는 순수한 빛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연속된 산맥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 같았다. 이 빛은 만세명의 1000미터를 뚫고 구룡의 새로운 척량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한 세계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고 있었다.
그 "정보"들은 생과 사의 경계에서 배회하고 있었고, 이유 없이 생겨나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유 없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단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 뿐이었다.
곡은 혼자 구룡의 운명이 결정되는 장소로 향할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의 자만과 갈망 그리고 원한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영혼"으로 사는 "그"는 명분상 도륙을 통해서만 진정한 "육체"를 얻을 수 있었다.
세우고자 한다면, 먼저 무너뜨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복수는 본질일 뿐만 아니라 형식이기도 했다.
그녀가 앞으로 맞이할 미래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거운 표정의 포뢰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현재 포뢰는 한쪽에 쓰러져 있었고, 두 명의 그림자만이 포뢰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구룡에 박혀 있는 자신도, 그녀가 보았던 수많은 미래를 넘어섰다.
로봇의 심장으로 펌프질 되어 가슴 속을 흘러야 할 순환액은 결국 소리 없이 그녀의 갈비뼈에서 흘러내렸다.
장창이 그녀의 가슴을 가르자, 그녀의 감각이 척추와 접합되면서 다시 한 번 벌어졌다.
살색 표피에서 빨간 진피, 그 아래 금속광택의 뼈, 검은 혈관, 선명한 붉은 혈액과 진홍색 퍼니싱까지.
직접 마주할 용기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하지만 그건 아무 의미 없는 용기야.
유기 생명체의 시대는 끝났다.
화서는 이미 내 일부다.
난 돌아왔고, 내 첫 번째 임무는 완료됐다.
인간에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로봇이 그들 자신의 세상을 창조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왕만 있어야 한다.
곡은 자신을 이곳에 고정시킨 창을 잡으려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위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관통했던 장창이 갑자기 몸에서 빠져나왔다.
곡은 고통의 신음을 포함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오직 곡의 피만 이 땅 위에 흩뿌려질 뿐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end_loop>.
곡<name=qu>.
난<name=schulz_igor_roseum> 너의...
사형<DEATH>을 집행했다.
아이... 유유...
그녀를 데려가라.
유유...
포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 앞은 시체로 가득했다.
그리고 하늘을 가리키는 거대한 흰빛이 있었다.
아이... 유유...
누가, 누가 말하고 있는 거죠?
살아남아야 해... 유유...
살아남아...
포뢰는 그 흰빛 속에서 유령 같은 모습의 무리가 걸어 나오는 것을 봤다. 누군가는 우산을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깃발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흰빛의 구름 속에서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곡 님...
곡 님!
그녀를 데려가라. 아이야...
그녀를 데리고 나가.
그녀가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가.
포뢰는 오래전 그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한 사람이 빠져 있었다.
엄마, 아빠?
유유, 어서 가.
그녀가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가.
엄마, 아빠! 여기에 계신 건가요?
저...
알아요. 저도 알아요.
엄마 아빠가 이제 계시지 않다는 걸... 과거 기억을 받아들이기 싫었던 이유도...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엄마 아빠가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전...
우리는 여기에 있단다. 유유.
우리는 네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너를 만질 수는 없지만,
우리는 언제나 너와 함께할 거야.
쏟아져 나오는 흰빛에서 가느다란 흰 선 두 가닥이 작은 저장 장치를 매달고 갈라져 나와서 포뢰의 손에 떨어졌다.
우리는 여기에 있단다. 유유.
네가 어디에 있든지, 우리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우리는 네 마음속에 있으니까.
엄마...
강해지렴. 유유.
용기를 내. 유유.
마법 소녀는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아.
마법 소녀가 모두에게 전해야 하는 건 사랑과 희망이란다.
절대로 고난과 절망이 되어선 안 돼.
아빠...
일어나렴. 유유.
곡 님은 자신이 계셔야 할 곳에 계셔야 해.
구룡의 주인은 구룡의 주인이 계셔야 할 곳에 계셔야 해.
오직 너만이 곡 님과 함께 구룡의 마지막 운명을 증명할 수 있어.
어서 가렴. 유유.
우리는 너와 함께할 거야.
…………
알겠어요.
갈게요. 엄마,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