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S곡_문안 재사용 CG
구룡
11월 10일, 05:27
만세명 데이터 전체 섹터에 대한 자체 검사 종료
구룡 순환 도시 지하 1200미터, 만세명 물리층
전쟁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상회와 순환 도시를 태운 전쟁의 불길은 이제 만세명 전체를 태우려고 했다.
구...
의식의 바다의 깊은 곳에서 오는 강렬한 통증이 곡으로 하여금 말을 잊게 했다.
보통의 경우, 만세명에 업로드된 의식 데이터는 다시 내려받을 수 없었다.
의식을 쓰기 위해서는 매우 정밀한 작업과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했다. 그리고 만세명과 화서를 이용해 의식 조작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만세명에 업로드된 의식은 "사망"의 낙인이 찍혀있었다.
이것이 만세명 안에 살아 있는 이가 없다는 근본적인 이유였다.
사망이라는 건, 인간 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 새겨진 공포이며, 인간이 생명 전 상태로 돌아가려는 본능적 충동에서 시작됐다.
의식에 이러한 낙인이 찍히게 되면, 현실로 되돌아온다 해도 인간 자신이 가진 생과 사의 충동이 얽히고설키며 완전히 찢겨 나갈 때까지 교차한다.
죽음은 죽음이며, 죽은 자는 결코 진정한 부활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죽지 않은 자는 죽음의 따뜻한 포옹에 둘러싸일 운명은 아니었다.
만... 세명...
비어 있는 거리에서 곡에게 응답하는 것은 오직 전쟁의 메아리뿐이었다.
곡은 자신이 만세명의 데이터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그저 대륙이 분리됐다가 다시 합쳐졌고, 바다가 증발해서 다시 채워졌고, 행성이 죽고 재창조되었던 것을 기억할 뿐이었다.
"이상적인 연산 목표의 마지막 분기점은 당신의 죽음입니다."
"본 기체는 이 연산 목표가 올바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의 간섭 하에서 유일한 근사치입니다."
그녀 자신이 구룡이 미래로 나아가게 할 대가였다.
이에 따라 곡은 만세명 안에서 수많은 순환을 겪으면서, 그만큼의 굴곡이 있었다.
전쟁
굶주림
역병
죽음
하지만 모든 미래에서 세상을 태운 불길은 결국 구룡의 촛심마저 말려버렸고, 예외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처럼.
자신의 "진정한" 죽음을 설정했다 해도, 이 세계는 어떠한 구원을 받지 못했다.
구룡을 이어주는 얇은 줄 위에 얽힌 운명이었다.
시체의 산과 피바다를 지나온 자는 결국 살아남은 마지막 왕<//죄인>이었다.
내 왕좌 아래에는 언제나 역사의 무덤이 있었다.
시체와 거짓으로 쌓아 올린 궁전이 내 삶에서 유일한 거처였다.
<야수는 모든 것을 잡아먹었고, 맹렬한 불길은 모든 것을 씹어 먹었으며, 끓어오르는 피의 강은 모든 것을 앞에 드러냈다.>
<붉게 물든 하늘은 낮도, 밤도 아니었으며, 태양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구조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지만, 이 죽음으로 이루어진 숲에선 메아리만 울릴 뿐이었다.>
예언이 일어나고 있었다.
퍼니싱과 이합 생물들이 현실의 살과 가상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침식하고 있었고, 하늘을 핥는 불의 혀가 만세명 강철의 척추를 씹어먹고 있었다.
<나중에 시체의 산과 피바다 위에 도착했을 땐, 그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 시체 산과 피바다 속에 있으며, 전쟁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전쟁의 일부이고, 반드시 치뤄야 하는 대가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언가가 "마음"을 울렸다.>
<그것은 곡의 손을 땅에 더듬게 했고, 손톱 사이에 피와 흙을 가득 채우게 했다.>
<그것은 곡을 움직이고, 찾고, 파헤치도록 했다.>
<이곳은 시간의 개념이 없기에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강철과 함께 녹아든 시체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곡은 폐허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수십억 년의 피로와 수억 번의 순환이 곡 위에 얹혀 있었다.
그것들이 곡을 갉아먹고 있었다.
삐!!!
그것들이 곡을 갉아먹고 있었다.
크크!
하지만 곡은 여전히 폐허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곡은 무엇이 이토록 자신을 재촉하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기울어진 벽 사이, 하얗게 태워진 산비탈 위에서...
"나는 구룡과 이 세상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남길 수 없어."
"미안해."
곡 옆의 줄들이 하나씩 끊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입니다. 곡 님."
""대가"가 있었다면, 이는 반드시 지불해야 할 "보상"이겠지요."
만약...
정말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그 대가는 구룡이 치러야 할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전쟁의 결과였다.
곡은 누구도 구할 수 없었다.
곡은 폐허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진홍색 진흙탕 속에서 그리고 부서진 시대 속에서...
그러다 또 다른 부서진 석판을 뒤집었을 때, 청색 머리카락 한 올이 그 아래에 숨겨져 있었다.
!!!
그러다 곡의 손이 구룡의 땅에 자신의 피를 남길 때까지 계속됐다.
안돼.
그녀의 몸은 붕대와 상처로 가득했다. 그리고 일부는 오래된 상처 위에 새로 생긴 상처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염유! 염유!
살아남아야 해.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살아남아야 해. 살아남아야 해.!
손에선 여전히 미세한 순환액이 스며 나오고, 머릿속에서는 용암 같은 고통이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곡의 손은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고, 자신의 가슴을 압박하고 있었다.
곡... 님. 곡... 님.
곡이 마침내 눈을 떴을 때, 그녀가 굳게 쥐고 있던 손이 비로소 서서히 풀어졌다.
그녀의 손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훈장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
백령, 포뢰파의 책임자로서, 오늘부터 당신의 왼팔이자 오른팔이 될 것입니다.
――
곡 님, 어쩐 일로 여기에 오셨습니까? 이 신병들은 아직 검토할 단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엄격합니까?
신병들에게 이런 불평을 듣는 건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나중에 전장에 나갔을 때, 조금이라도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너무 진지했었습니까? 죄송합니다. 축하연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잘 모릅니다.
――
백령... 임무를 무사히 완수했습니다...
억만 년의 세월 동안, 항성은 시들고, 우주는 노쇠해졌다.
인간의 짧지만 긴 문자가 기록한 역사 속에서, 곡의 손에 이렇게 억압되고, 어둡고, 희망이 없는 진흙탕 같은 세월들이 더 큰 색채로 덧칠됐다.
곡은 스스로 이러한 시대에 들어서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자신의 백성들이 그러한 시대에 들어서는 것 또한 허락할 수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여기에 있으니, 모든 것이... 잘될 거야.
구룡은 결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