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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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3 천국과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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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곡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옆에는 얌전히 그녀를 지키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넌 누구지?

나? 그냥 나나미라고 불러.

여기는 어디지?

Delorean-탐지호, 별의 바다!

눈을 깜박이는 나나미의 눈동자에는 곡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이 있었다. 그 빛은 그녀의 눈에 비친 별들보다 훨씬 더 밝았다.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곳이군.

그렇다는 건, 지금 내가 아직 만세명 안에 있다는 거겠네.

곡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칼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Bingo!

하지만... 틀렸다고도 할 수 없지.

얼마나 지났지?

음... 대략 90억 년 정도? 그러니까 9 뒤에 엄청나게 많은 0이 붙어야겠지.

그래서...

나나미가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내가 널 아는 것도 아니고, 너도... 만세명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과는 확실히 달라.

왜 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왜냐면...

아마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겠지?

나나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곡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곡은 자칭 나나미라는 소녀를 따라 이 텅 빈 비행선 안을 조금씩 떠돌았다.

90억 년이라니...

이 90억 년 동안 이 비행선은 계속 우주에 있었던 건가?

맞아.

출발할 때부터 따지면, 확실히 90억 년이 지났어.

그리고 이 앞에 뭐가 있는지는 나나미도 몰라.

이 90억 광년 동안, 인간과... 퍼니싱은 아직도 남아있나?

나... 나나미도 잘 몰라.

이 우주선은 인간이 만든 게 아니야?

아니야.

나나미는 도서관 콘솔 앞에서 그녀들 가까이에 있는 짙은 파란색 축적 원반을 가진 초대질량의 블랙홀을 응시하고 있었다.

곡의 기억 속에서, 황금시대에도 인간의 블랙홀 연구는 더 이상 진전시키기 어려웠다. 이는 "신이 싫어하는 벌거벗은 특이점"에서 인간이 아는 물리 법칙이 무효화되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중력 문제를 해결하고, 전자기 및 강약 상호작용의 대통일을 이루었음에도, 첫 번째 플랑크 시간의 한계에는 여전히 다가갈 수 없었다. 그리고 블랙홀 뒤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 선물로 지구를 한 번 더... 보고 싶어?

보고 싶어.

곡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나미는 비행선 도서관에 흐르던 막에서 장면 하나를 떼어내서 곡 앞에 던졌다.

그건 작은 파란색 픽셀 점이었다.

이건 "무한한 천국"을 떠나기 전에, 나나미가 지구를 돌아보며 찍은 마지막 사진이야.

그리고 이 비행선은 이렇게 90억 년을 날았어.

태양의 수명을 기준으로 하면, 40억 년 전 이 푸른 행성엔 더 이상 어떤 생명도 존재하지 않았어. 그리고 붉은색 거성에 삼켜지게...

흥흥, 태양의 팽창을 막지 못했다면, 나나미가 지구를 안전한 곳으로 밀어 넣었을 거야!

항해사로서의 나나미가 모두를 데리고 우주에서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줄 거야!

나나미는 정말 할 수 있다는 듯, 허리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말했다.

나나미는 꼭 해낼 거야. 나나미도 믿어. 지구의 모두도 할 수 있다는 걸 말이야!

잠깐...

곡이 반응하기도 전에 나나미의 두 손이 도서관에 끝없이 흐르는 막의 바닷속으로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대신 도서관 저쪽에 희미한 뒷모습 하나가 떠올랐다.

"그녀"는 해낼 것이다.

넌 또 누구지?

난 탐지호이자,

"그녀"의 여러 가능성 중 하나지.

여기도 화서와 만세명이 연산한 건가?

맞다.

하지만 완전히 맞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건, 화서만이 아니다.

게슈탈트?

하지만 게슈탈트는 지금 구룡에 있지 않을 텐데.

다시 생각해 봐라.

왜냐하면 화서와 게슈탈트는 같은 근원에서 왔으니까...

그래서 화서도 게슈탈트의 연산에서 나온 동일한 미래 가능성을 이어받은 건가?

그럴지도.

그 희미한 뒷모습은 심하게 떨리면서 조금씩 어두워졌다.

게슈탈트에서 탄생한 것은 인간의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 종족의 미래도 포함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원한만이 아니라 희망도 함께 탄생하게 됐지.

모든 것엔 이유가 있다.

게슈탈트, 화서, 만세명, 구조체, 로봇, 인간, 이 모든 것이 얽히고 섞였다. 모든 것 그리고 모든 재난은 우연이 아니었다.

사실 "그" 또한 게슈탈트, 인간 그리고 로봇이 얽힌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가 하려는 것은 인간의 존재를 지우는 것, 즉 인간의 정보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이었다. 모든 문화와 전통, 인간이 존재했다는 증거 그리고 후대에 남기는 "밈"까지 소멸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는 이 세계에서 인간의 정보를 지우고, 오직 자신이 바라던 것, 즉 로봇만을 남기고 싶어 했다.

아브라함에게 항의하는 이사악처럼, 인간의 손에서 태어났지만 인간의 흔적을 지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단 하나의 무언가가 "그"에게는 부족했다.

그건 사랑이었다. 사랑만이 시간, 공간, 중력 심지어 광원뿔을 초월할 수 있게 한다.

우리가 90억 번의 연산을 하는 동안, 연산 후에 도착한 목적지<//이름>는 매번 다 달랐다.

오직 이 진리만큼은 게슈탈트가 한 번도 극복하지 못했다.

탐지호가 넘은 90억 년이라는 시간의 규모는 오직 탐지호 자체에만 해당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광속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은하계의 경계를 넘고, 무한한 천국을 가로질러, 별들의 장성을 지나 뒤돌아봤을 때, 비로소 그것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건 "열쇠"이자 "초대장"이었다..

이걸 꼭 맡길 사람에게 전달해 주길 바란다. 우리는 널 믿는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 줘.

"그녀"는 모두를 떠나지 않을 거다.

인간과 별들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인간과 별들을 이끌어갈 거다.

그곳에서 인간이 아는 물리 법칙은 무효화가 됐다.

곡은 텅 빈 우주에 뜬 채로, 차갑고 광기 어린 블랙홀을 응시했다.

하지만 비행선은 여기에 없었고, 오직 곡 만 남아 있었다.

지금 그것이 바로 곡 앞에 있었다. 태양 질량의 660억 배에 달하는 이 우주의 가장 미친 창조물 중 하나가 바로 여기서 곡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랑이 시간, 공간, 중력 심지어 광원뿔을 초월할 수 있다면,

블랙홀에서 탈출할 수 있는 무언가가 정말로 있다면, 사랑도 블랙홀을 탈출할 수 있을까?

곡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 곡이 있다는 것이 최고의 증거였다.

멀고도 아주 멀었다.

사람들의 나아갈 길을 비춰주고 안내해 주기 위해서.

그 숭고한 환상에 도달하기에는 내 힘이 부족하지만

내 욕망과 의지는 균일하게 회전하는 바퀴처럼 사랑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그 사랑은 태양과 다른 "별들"도 움직이게 한다.

넌 생각할 거야.

이렇게 끝난다고?

로봇이 품고 있는 위대함은 오로지 성공적인 진화로 인도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인간에게 배신당했다.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었다. 인간도, 구조체도, 퍼니싱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이 세계를 점령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세상을 창조하려는 것이다.

그 세계에서, 인간에게, 구조체에게 그리고 퍼니싱에게...

사랑은 없을 것이고...

희망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