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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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1 지옥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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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신이 시간을 빼앗아 가서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여기는 총과 대포, 세균과 강철, 피, 불 그리고 죽음만이 존재했다.

장전, 조준, 발사, 탄피 배출.

리-엔필드가 가지고 있는 탄창은 겨우 열 발만 넣을 수 있었고, 모두 발사하는 데는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말 정확한데!

이 정도로는 부족해! 내 스승이 여기 계셨다면, 1분에 30발은 쐈을 거야!

병사 C

괜히 탄약 낭비하지 말고, 머리를 정확히 조준해서 쏴.

네가 한번 해보지 그래?

됐어. 겨우 이렇게 잠시나마 쉴 수 있게 됐는데, 그만 말해.

<그때 곡은 역삼각형 모양이 된 낮은 벽 옆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여기에는 구식 소총, 자동 소총, 기관단총, 저격총, 자기펄스 소총, 에너지원을 알 수 없는 대포 그리고 보기에 멋져 보이는 현란한 총들이 있었다.>

<또한 망치, 태도, 수술용 메스, 지나치게 무거워 보이는 대검, 마법사 지팡이, 전기톱과 비수, 심지어 무기 없는 사람과 군악대도 존재했다.>

<화가와 음유시인까지 전쟁터에 나올 수 있는 건가?>

<무엇이든 상관없었고, 뭐든지 가능했다.>

<손에 있는 그 검처럼 말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사람 소리가 곡의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곡은 억지로 피로를 참으며,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 쪽으로 절뚝거리며 가려고 했다.>

그...

엇. 생존자네요!

어서 여기 앉으세요.

<병사들이 갑자기 주위로 모여들더니, 희귀동물을 구경하듯 했다.>

엇? 옷이 왜 이렇게 깨끗해요?

하얀 옷을 입은 걸 보니, 이제 막 장례식이라도 치르고 온 건가요?

말 좀 조심해. 농부처럼 낫 들고 전쟁터에 오는 사람도 있었잖아.

중간에서 중재 좀 하네.

아, 그런데 말이죠. 어디서 왔어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됐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 전투... 전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나?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괴물들은 어디서 온 거고, 너희는 여기 얼마나 있었던 거야?

잘 몰라요.

우리는 단지 이틀 후면 지원군이 도착한다고 들었고, 그때 돌파할 계획이었어요.

말도 안 돼. 너도 카카한테서 그렇게 들었지?

근데 카카가 죽은 지 벌써... 3일이나 지났다고!

어떻게 3일이나 지났다는 걸 알아?

내가 날짜를 기억하거든!

항상 밤 같은데, 어떻게 날짜를 알 수 있어?

그래서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네.

그럼, 지원군은 도착했어?

아직 안 왔어요.

그래서 계속 여기 있는 거야?

그렇죠. 갈 곳도 없으니까요.

내가 여기에 온 지도... 5일은 된 것 같아.

봐. 내가 뭐랬어!

이 엉망인 곳의 시간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해!

분명 무슨 이상한 것이 왔다 갔다 하면서, 시곗바늘을 여기저기서 돌리고 있을 거야!

내 말은...

됐다.

저기요. 뭐 좀 드실래요? 제가 방금 막 만든 건데!

<병사가 진한 붉은색 국물이 들어있는 그릇을 곡 앞에 내밀었다.>

<끈적하면서 작은 기포가 올라오는 국물에는 정체불명의 큰 고기 덩어리들과 색깔이 일정치 않은 내장이 떠다니고 있었다. 보기에는 다소 역겨웠지만 묘하게도 좋은 향이 풍겼다.>

아니... 괜찮아.

<거절은 하나의 미덕이고, 거절하는 데 능숙했다.>

<그 병사는 눈치를 보다가, 그릇을 들고 병사들 속으로 돌아가 조용히 음식을 즐겼다.>

<좋은 향기가 오히려 피로를 더 느끼게 만드는 듯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전투로 몸 구석구석이 아팠다.>

<이 참호에는 온통 흙뿐이라 어쩔 수 없이 참호에 기대어 앉았다.>

<앉은 자리에 뭔가 있는 것 같았다.>

이건!

<잘려나간 손 한쪽이 있었다.>

<이런 전쟁 속에선 누구라도 죽음을 맞닥뜨려야 했다. 하물며 이런 신체의 부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다리, 눈, 귀, 갈비뼈, 팔... 모두 잃을 수 있었다.>

<물론 "생명"도 잃을 수 있었다.>

<이런 일들은 전쟁 속에서 수천수만 번 일어나고, 계속해서 반복된다.>

<계속, 계속 반복된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계속, 계속 반복된다.>

전쟁에서 죽게 되다니...

그래도 손엔 총이 쥐어져 있네.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싸우게 되겠지.

<죽을 때까지...>

붉은색 공기가 불타오르듯, 참호 먼 곳의 평원에서 뜨거운 흰빛이 전장을 환하게 밝혔다. 그런 뒤, 거대한 버섯구름이 하늘 전체를 눌렀다.

몇 초 뒤, 하늘과 땅을 울리는 거대한 폭음이 일어났다.

지원군이다!

지원군이 도착했어!

<전쟁에 몸을 던지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참호 밖으로 뛰어나가, 흰빛을 향해 환호했다. 눈이 빛에 찔려 눈물이 나고, 실명할 수도 있다는 것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이라면...

어서 돌아와! 빨리! 안 그러면 다 죽어!!

엎드려!!!

<그들을 지휘할 자격은 없었다.>

<곡의 존재는 이 전쟁에서 하나의 숫자일 뿐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숫자였다.>

고에너지 입자가 흐르는 "열풍"이 폭발 몇 초 뒤, 곧바로 전장에 휘몰아쳤다.

그것들은 피부를 벗겨냈고, 지방을 불태웠으며, 근육을 뜯어낸 뒤, 내장을 찢고, 뼈를 부수었다.

나중에 칼에 의지해 시체의 산과 피바다 위에 도착했을 땐, 그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 시체의 산과 피바다 속에 있으며, 전쟁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전쟁의 일부이고,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언가가 "마음"을 울렸다.

그것은 곡의 손을 땅에 더듬게 했고, 손톱 사이에 피와 흙을 가득 채우게 했다.

그것은 곡을 움직이고, 찾고, 파헤치도록 했다.

이곳은 시간의 개념이 없기에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강철과 함께 녹아든 시체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전쟁의 결과였다.

곡은 누구도 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미쳐 날뛰는 불빛과 연기가 하늘을 핥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고, 뜨거운 바람이 몸을 태우는 것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자, 이 전장에는 오직 한 마리의 대머리독수리만 남아 있었다.

곡은 불빛 한가운데에서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사람이 보였다.

그는 너무나도 왜소했고, 그 불빛 속에서 몸을 구부리고 있는 것이 갓 태어난 아기 같았다.

그는 생존자가 아니었다.

그는 곡과 같았다.

곡과 그는 모두 죽음을 거부했다.

하지만 밤이 다시 찾아왔고, 이제 우리는 떠나야 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