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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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0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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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후, 그 시대를 위한 묘비명을 작성할 때, 후세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길 것이다.

무한한 에너지가 사람들의 생산력을 해방시켰고, 깨끗한 전기가 사람들의 생활 모든 곳에 스며들었다. 푸른 하늘 아래 검은 연기를 뿜는 굴뚝은 더 이상 찾기 힘들었고, 식량도 기계를 통해 합성할 수 있게 되었다.

생체의학과 의족 강화는 인간의 수명을 더욱 연장했지만, 아무도 영생을 갈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문명의 미래는 반드시 진보와 함께 찾아오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희망은 자손들에게 있다.

족쇄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아 가치를 실현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됐으며, 더 이상 주거와 생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들은 실험실의 과학자와 우주 기지의 우주비행사를 동경했고, 인문 예술도 마침내 다시 번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산처럼 쌓인 쓸모없는 정보에서 지식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고, 진리의 문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열렸다. 오직 진보만이 그리고 갈망하는 지식만이 남게 됐다.

더 이상 고아, 굶주림, 가난 그리고 전쟁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은 젊은 손으로 세계를 비추는 한 편의 시를 써 내려가고 있었으며, 모든 시선은 이 푸른 행성을 넘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별들은 더 이상 손에 닿지 않는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내일이 됐다. 우리는 달에 거대한 도시를 세웠고, 검과 방패, 쟁기로 태양계를 개척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의 시대는 고귀하고 위대했으며, 희망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시대였다고.

영광이여! 미래를 내다보는 이들에게!

영광이여! 힘차게 전진하는 이들에게!

과거에 전망했던 현재와 같이.

"지구상의 인간들은 가까운 위성과의 소통을 넘어 광활한 우주 전체와 교감하게 될 것이다."

창밖에서 천천히 회전하는 푸른 행성을 바라보며, 곡은 예전에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곡은 이런 위치에서 지구를 되돌아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곡 앞으로 손 하나가 뻗어오면서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 그 흰 소매는 그가 이 우주 정거장에 소속되었음을 의미했다.

여기서 이렇게 하루 종일 지구를 바라보고 있으라고 한다면, 저는 질리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곡 님. 저는 회한이라고 해요.

동시 통역기를 거치지 않아도, 익숙한 사투리와 아시아인의 얼굴이 그의 정체를 말해주고 있었다.

넌 누구지?

제가 구룡에서 과학 이사회 항공 센터로 파견됐을 때는 치 대인께서 구룡을 다스리고 계실 때였어요.

20여 년이 흘렀고, 그동안 세계 정부도 설립됐죠. 정말 빠르네요. 마치 한순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그렇게 십여 년 동안 지령장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평범한 오퍼레이터로 물러나게 됐어요.

그렇군.

곡도 회한과 예의상 악수를 나누며 존경의 뜻을 표했다. 그리고 잠시 회한이라는 이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려 했던 곡은 이내 기억하는 걸 포기했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계속 살고 있었던 건가?

가끔 운반 창고와 함께 내려간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전 여기가 더 좋아요.

회한은 창밖의 지구를 가리켰다.

지금은 구룡이나 지상보다 여기가 제 집인 것 같아요.

가끔 내려갈 때면, 무언가에 눌리는 기분이 들어요. 너무 붐비는 느낌이랄까요.

일이 없을 때면, 우주 항을 나가서 홀로 떠 있거나, 달 표면 공사장에 나가 거닐기도 해요.

우주에 있을 때만이 편안함이 느껴져요. 참 신기하죠.

자유로워서 그런 거겠지.

인간의 두 발은 지면에 얽매인 지 너무 오래됐어.

그럴지도요. 우주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이렇게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네 아이도 너와 같은 생각이겠지.

아직 가정을 꾸리지 못했어요. 부모님도 곡 님의 보살핌을 받고 계셔서, 제가 딱히 걱정할 건 없고요.

중년 남자가 활짝 웃었다. 그와 곡 사이에는 상하 관계의 벽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친근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구룡성은 로봇과 생체공학 인간이 유행한다고 들었어요.

고향에 관심이 많은가 보군?

뉴스는 항상 보게 되더군요.

나도 우주 정거장 안에서 공용 장난감 회사의 제품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통신

치지이직...

곡 님, 달 기지 도킹 작업이 거의 완료됐습니다.

곡의 귀에 달린 통신 장치에서 렌산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다기능 궤도 위성에 연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날이었다. 달 표면 기지 건설을 주도하던 노르만 광업 그룹과 세계 연합 정부군은 지상에 있는 많은 지도자들을 특별히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초청해 준공식을 개최했다.

곡뿐만 아니라, 북극 항로 연합의 선박 총장, 대서양 경제 공동체와 아딜레 상업 연맹의 대표들, 그리고 세계 연합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의장 톨리드까지 이곳에 모였다.

국제 우주 정거장이 중앙 제어실 중추 역할을 맡기 위해 궤도의 최저 고도로 내려왔다. 240개의 궤도 위성 배열을 조정한 후 서서히 저지구 궤도에서 지구 정지 궤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최종적으로 25킬로미터 궤도 높이에 장기 정박했다.

이것이 곡 앞에 있는 그 푸른 행성이 창문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이유였다.

알았어. 수고했다.

달 표면 기지의 확장이 끝나고 나면, "에덴-II"형 건설이 달 기지와 달 궤도로 완전히 전환되겠죠?

그래서 국제 우주 정거장을 통해 도킹을 완성하려는 거야.

그 순간 경보음이 크게 울리며, 곡이 하려던 말을 끊었다.

이와 동시에, 제복을 입은 몇몇 카이사이파가 구석에서 튀어나와 곡을 둘러싸며 보호했고, 그 바람에 회한이 넘어질 뻔했다.

쳇...

상황이 발생했어요.

카이사이파가 곡 님을 먼저 안전실로 모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곡 님뿐만 아니라 다른 지도자들도 차례로, 안전실로 모셔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할게요. 그리고 제가 가서 한 번 확인해 볼게요.

곡 앞에 있던 군인이 구룡의 군례를 올린 뒤, 우주 정거장의 깊은 곳으로 달려갔다.

가자.

안전실이 어디 있는지 아나?

크지 않은 선실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앞자리에 앉은 톨리드를 제외하고, 각 지도자들 뒤에는 그들의 호위병들이 서 있었다.

공간이 상당히 협소하네요.

지도자분들의 호위병들은 다 나가 있도록 하세요. 문 앞에만 있어도 돼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곳에선 한두 명만 죽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이 몇몇 호위병만으로는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톨리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키가 큰 호위병들은 그들의 지도자로부터 허락을 얻고 나서야 안전실을 떠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때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겁니까?

제가 듣기로는 방금 발사된 운반 로켓과 위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던데요?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 톨리드 의장님, 말씀 좀 해주시겠어요?

신호를 모두에게 지금 바로 연결해 드릴게요.

톨리드가 테이블 위 다이얼을 돌리자, 그의 등 뒤에 있는 스크린에 실시간 화면이 투사됐다.

우주군 사령부

α, 여기는 연합 정부 우주군 사령부입니다.

여러분의 요청에 따라, 궤도에 불법 진입한 공중 수송 로켓을 파괴했습니다.

α

감사합니다. 그 반대파 잔당들의 생명 신호가 이제는 감지되지 않습니다.

우주군 사령부

좋습니다. 이제 도킹해서 회수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α

뭐라고요!?

우주군 사령부

현재 에덴 A012, A055, C006호 위성에 대해 도킹해서 회수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α

안 됩니다! 현재 각 위성들의 상태가 불규칙한 회전 운동 상태라서, 며칠 뒤 지상에서 새로 조립해 재발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임시로 브리징은 구축할 수 있습니다!

우주군 사령부

우주군에 전달된 명령은 오늘 반드시 에덴의 다기능 위성 발사 임무를 완수하는 겁니다.

신 대령, 그리슨 소령, 체르니흐 대령.

순서대로 A012, A055, C006호 세 위성의 수리 임무 도킹을 진행한다.

함선 통신

알겠습니다!

α

하지만 이건 불가능합니다!

우주군 사령부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과거에 가능했던 일이라면, 오늘도 반드시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우주에서 발휘할 수 있는 힘을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고개를 끄덕인 톨리드가 테이블 위 다이얼을 다시 돌려 우주군 사령부와 국제 우주 정거장의 통신 소리를 끈 뒤, 화면만 남겼다.

그럼... 우주군 사령부의 다음 단계는 도킹 회수인 것이군요.

맞아요.

이렇게 고난도의 임무라니...

젠장,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죠.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시죠. 그리고 우주의 일은 우주군에게 맡기시고요.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어떤 수단을 사용할 것인지입니다.

당신들은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예상해야 했던 거 아닌가요?

세계 연합 정부가 존재하는 한, 그것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존재할 거예요.

지금에 와서 고민하는 건 너무 늦었어요.

곡의 날카로운 질문이 방 안의 분위기를 잠시 어색하게 만들었다.

물론, 계획 외의 일도 계획 안에 포함되어야겠죠.

연초에 도미니카 수석과 협의를 이미 마쳤어요. 과학 이사회는 제4 개발부에서 필요한 성능의 전투 무기 개발 외에도, 지상 방어 전쟁 무기 개발에 별도로 자원을 할당해 줄 것을 제안했어요.

이 일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빅터 교수가 이끌게 될 것이고, 제 생각에는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쳇... 정말 단순하고도 강압적인 해결 방안이로군요.

이렇게 해서는 또다시 반대파와의 전쟁이 촉발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더욱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해요.

본질적으로는 이득의 문제죠.

왜 구룡은 상회 연합에 저항하지 않았죠? 그리고 왜 연합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 중에 구룡 사람은 없을까요?

평화를 저해하는 자들에게는 처벌을, 단결하는 자들에게는 보상을. "정의로써 원한을 갚고, 은혜를 덕으로 갚는다."는 그런 것이죠.

하지만 이 반대파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데, 정말 전쟁을 벌이려고 이런다는 건가요?

전쟁을 두려워하시는 건가요?

곡의 말이 단호하게 울렸다.

…………

이런 결단력과 단호한 모습은 구룡이 외부에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시점이 아니었다면, 구룡의 주인이 한 이 발언은 전쟁 선언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죠. 때로는 부드럽고 강경한 방법을 병행해야 할 때도 있어요.

저도 곡 님의 의견에 동의해요.

톨리드는 곡 쪽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의회가 제시한 방안은 전 세계에 대규모로 징병을 실시하는 거예요.

징병하겠다는 겁니까?

또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일이군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무슨 뜻인가요?

지금은 아직 초안 단계일 뿐이며, 최종안은 아니에요. 몇 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일단 자금을 마련해 전 세계에 있는 다양한 전역 군인과 무장 인력을 모집한 뒤, 서서히 반대파의 생존력을 약화시킬 거예요.

모든 사람이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정규군 방안에 따라 이들을 훈련시킬 예정이에요. 다만 처음에는 정규군에 바로 편입시키지 않고, 육군 관할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해요.

신병 훈련조차 통과하지 못한 이들을 원래 거주지로 돌려보낸다해도 게슈탈트의 치안 관리 하에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거예요.

신병 훈련을 마치고 군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은 정규 육군이나 다른 부대에 배치할 예정이며,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세계 연합 정부의 "도움"을 받아, 비정규군으로 필요한 곳에 배치하여, 고용제로 운영할 거예요. 그리고 연합 정부는 이에 따른 상당한 수수료를 받게 될 거예요.

연합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지는 않겠지만, 고용주들이 이러한 용병을 고용할 때에는 반드시 연합 정부가 지정한 경로를 통해 무장을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려고 해요.

세계 연합 정부의 "도움"은 뭡니까?

그들을 고용하는 사람이 반대파라면요!? 그럼, 반대파에게 이로운 거 아닌가요?

반대파든 개인 고용주든 용병을 사용하는 건 그들의 자유죠. 단지 세계 연합 정부에 도전한다면...

그들 앞에 놓이는 건 세계 연합 정부의 당근이 아닌 과학 이사회의 채찍일 거예요.

원래 톨리드를 쳐다보지 않던 곡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가며 톨리드가 있는 방향을 봤다.

곡이 톨리드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땐,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였다.

그때는 톨리드가 그냥 젊은이일 뿐이라고 들었는데, 현재 그는 세계 연합 정부 의회 의장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곡은 자신을 "인간의 단결을 담는 미천한 도구"라고 칭하는 톨리드에게 꽤 큰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곡이 보기에는 톨리드가 묘사하는 인간의 최종 연합이라는 꿈꾸는 미래는 그저 꿈꾸는 미래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곡은 눈앞의 톨리드가 이런 방안을 꺼내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되면 반대파의 생존력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전 세계의 육군을 적당한 곳에 배치할 수 있어요. 그리고 초기 계산에 따르면, 실제 비용은 예상 수익의 30%도 되지 않아 아주 낮죠.

하지만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선, 의회가 제공하는 당근과 과학 이사회의 전쟁 무기 같은 채찍도 필요해요. 제가 듣기로는 그들이 큰 로봇 같은 것도 만들고 있다고 하더군요.

구룡은 이 제안에 찬성해요.

인간의 본성과 현실을 꿰뚫어 본 사람만이 이런 의안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계 연합 정부의 명의로 징병을 한다는 건 그냥 허울뿐이고, 곡이 말한 것처럼 결국은 이익이었다.

세계 정부 기관과 의회 운영, 조금씩 늘어나는 우주군 비용 유지, 평화 유지에 필요한 비용, 일반 사람들에 대한 보장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사소한 일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돈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많은 돈이 필요했다.

각국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자금만으로는 분명 운영이 힘들었다.

이른바 "징병과 용병" 계획은 세계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해체하고, 사회의 불안 요소를 통합하여 관리 및 교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침체기에 남겨진 각국의 군비를 소모하거나 심지어 판매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계획의 가장 교묘하고 현실적인 점은 세계 정부가 군대 조직에 포함되지 않은 용병의 행방에 대해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부유한 상인에게는 톨리드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고, 반대파에게는 톨리드가 눈감아 줄 수도 있었다.

이 용병들은 세계 정부가 뿌린 비료처럼 흑백 양쪽을 동시에 키울 수 있었다.

용병을 고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상당한 자원을 장악하고 있을 것이 뻔했고, 자원의 불평등이 있는 한 싸움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호"하기 위해 사설 부대를 고용하고 싶어 했다.

보이는 건 약탈하고 발견하면 점유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들의 싸움이 시작되면, 세계 정부는 단지 관전하기만 하면 되었고, 그들의 손이 세계 정부가 만들어 놓은 판에 닿는 순간이 바로 세계 정부가 낫을 들어 비료로 자란 작물을 수확할 때였다.

결국 모든 돈은 최종적으로 세계 정부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다.

감사하군요. 곡 님.

세계 정부가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는 수단들은 곡에게 너무나 익숙했다.

다만, 이런 상황을 만들고 마무리하는 사람은 실제 이익은 별로 내놓지 않아도 되지만, 보통 양심과 도덕적인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어요. 구룡은 이 제안을 지지하겠지만, 세계 연합 정부의 용병을 구룡에 파는 것은 하지 말아 주세요.

아직 초안일 뿐이고, 추진하는 것도 여전히 쉽지 않아요. 그리고 의회에서 추가 심의가 필요해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인간의 단결을 위한 일이에요.

구룡도 찬성하는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0분쯤 지나서, 각국 정계 인사들이 안전실에서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을 땐, 국제 우주 정거장 안의 경보는 이미 해제된 상태였다.

불가능할 것만 같던 도킹 임무를 완수한 세 명의 우주군 장교들도 무사히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복귀했다.

가시죠.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한 군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게 좋겠어요.

네?

그렇게 해야 하지 않나요?

"에덴 계획"의 시작을 구해낸 사람들이니까요.

평화를 저해하는 자들에게는 처벌을, 단결하는 자들에게는 보상을. "정의로써 원한을 갚고, 은혜를 덕으로 갚는다."는 그런 것이죠.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 연합 정부를 "구해줬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지 않나요, 톨리드 의장님?

곡은 창밖으로 천천히 회전하는 지구를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톨리드는 여전히 차분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 깊고 가늠할 수 없는 정치가 특유의 미소는 곡조차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서로 어떤 사람인지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물론이죠. 곡 님.

"대가"가 있었다면, 이는 반드시 지불해야 할 "보상"이겠지요.

곡은 이 숫자가 흐르는 공간에 떠 있었고, 세월은 곡 앞에서 흘러갔다.

자신을 포함해서 곡의 곁에 있는 모든 것이 빠르게 아래로 추락하는 것만 같았다. 모든 세월이 곡과 함께 세분되었고, 각각 세분된 순간마다 곡의 위쪽과 아래쪽에는 선명한 그림자가 동일하게 남아 있었다.

모든 시간이 그녀 곁에 매달린 줄처럼 뚜렷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어떤 줄은 색을 띠고 있었고, 어떤 실은 무색인 상태였다. 그것은 인간의 색채로 물들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했음을 뜻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줄은 은은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물속에서 첫 생명이 태어난 순간부터, 인간의 발자취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시기까지.

곡은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만져보려 했다. 줄은 매우 부드러워서 어느 정도의 편차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어느 정도의 극한이 항상 존재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어떻게 해도 그 극한을 넘어선 줄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안이 바로 운명이었다.

구룡인가?

곡은 "구룡"이라고 표시된 줄을 향해 부지런히 "헤엄쳐" 갔다.

그 줄은 주위의 다른 줄들보다 두껍고 더 깊은 색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구룡에서 줄 하나가 자라나 구룡과 평행하게 끝없이 뻗어 나갔다.

만세명...

그것들은 무한히 위로 뻗어 나가다가, 어떤 지점에서 그 줄은 부자연스러운 진홍색으로 변했다. 위로 더 올라가면서 다시 이전의 색으로 돌아왔지만, 더 어두워져 있었다.

다시 위로 올라가자, 또 작은 진홍색 부분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 진홍색 부분에는 순수한 흰색의 빛이 스며들어 있었다.

루나...

곡은 계속 더 멀리 떠내려갔다.

오래, 아주 오래.

세분된 순간에 구룡과 만세명의 원래 색깔이 급격히 흐려졌고, 그 이후로 무궁무진한 공백이 펼쳐져 있었다.

역사의 색은 여기서 끝을 맺었다.

역사와 문명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곡의 곁에 떨리는 데이터 영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여러 목소리의 집합체였다.

여긴 변수들이 너무 많아. 화서와 만세명도 미래를 정확히 연산할 수 없어.

화서의 연산은 내가 죽어야 구룡의 문명이 계속될 수 있다고 했어.

난 이미 죽었어.

만세명... 여기가 바로 죽은 자가 있어야 하는 곳 아니야?

아니야, 곡.

만세명에 산 자는 없지만, 그렇다고 죽은 자가 있는 것도 아니야.

죽음은 그저 죽음일 뿐이고, 사람에게는 진정한 해방을 줘.

곡, "죽은 자가 있어야 하는 곳" 같은 건 없어.

우리에게 죽음이 가득 차면, 생명은 완전히 제거돼.

생명이 우리를 떠나면, 죽음이 우리를 꽉 채워.

정보도 마찬가지야, 곡.

죽음을 속일 수는 없어. 우린 그저 존중해야 할 뿐이야.

여기는 사후세계가 아니야. 왜냐면 사후세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럴 리 없어.

화서와 만세명이 나에게 보여준 미래는 그렇게 돼 있어야 해.

시간은 조작할 수 없고, 미래는 알 수 없는 거야.

미래는... 알 수 없는... 거...

처음에는 떨리던 의식체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복잡한 줄들도 함께 없어져 버렸다.

기다려!

화서!

만세명!

곡의 목소리가 끝도 없는 고독한 어둠 속에 울려 퍼졌다.

???

역사와 문명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

왕권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백성들은 어떻게 된 거지!?

???

"그것들"은 단지 위대한 걸 향한 필연적인 희생일 뿐이야.

누구야!

???

나는... 사신이다.

나는... 너희의 처형자다.

나는... 모든 로봇들의...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