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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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8 불멸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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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진실과 역사의 아버지이며, 변덕스러운 자식의 포대기를 벗길 때마다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남기고 끊어지지 않는 여운을 만들어내곤 한다.

곡이 그 역사의 포대기를 들춰볼 때, 시간은 그녀를 구룡 역사에 기록되지 못할 여운으로 이끌며, 미지의 세계로 데려갔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가, 곡과 대는 가문에서 해마다 이어지는 교육을 받으며 성인이 되었다.

그에 반해 밤낮없이 일하던 치는 조금씩 늙어갔다.

곡은 물론 구룡에 사는 사람들도 구룡 상회가 구룡을 이끌어가면서 조금씩 강대해졌고, 이 평화로운 세계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지위와 존중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곡은 보면 볼수록,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아졌다.

치가 곡의 어깨를 두드리며 곡을 깊은 생각에서 끌어냈다.

곡은 아버지와 천문대 꼭대기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의 희미한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는 구룡 산악 지대에 자리 잡은 전파 망원경 어레이의 본부로, 구룡성에서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도 구룡성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불빛을 볼 수 있었다.

구룡성과 달리, 여기는 별들로 향하는 엄숙한 무덤처럼 고요했다.

이 시간에 내가 널 불러냈는데, 화나지 않았지?

아니요. 아버지를 모시는 건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나도 슬슬 나이가 들었나 보구나. 많은 것들이 흐릿해지는 느낌이야.

하지만 한 가지는 절대 잊히지 않는구나.

여기서 네 어머니를 처음 만났단다.

그랬군요.

하지만 본부가 아니라, 57번 어레이 렌즈의 관측소에서였지. 아주 또렷하게 기억해.

그때, 이 천문 어레이가 막 완공됐고, 나랑 구룡파가 봄을 느끼러 왔던 게 57번 관측소였거든.

바로 그날이었어.

저... 아버지께서 그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없어요.

그래? 아무래도 네가 기억도 못 할 때 그녀가 떠났으니까.

그녀가 지금의 구룡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 혹시 대를 원망하세요?

전 가족 기록에서 어머니가 대를 낳으실 때, 위험에 빠지셨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곡아, 왜 그렇게 생각하니? 아니다. 대를 탓하지 않아.

그는 내 아이야. 너와 윤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시간은 치가 사랑하는 이를 잃은 고통을 흐리게 했거나, 구룡의 모든 것을 품은 그의 심장에 슬퍼할 여유가 남아있지 않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일들은 결과는 결과일 뿐, 감정으로 결과를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단다.

이해했어요.

내... 내가 이해한 걸까?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건 어떤 감정일까?

곡아, 너와 난 부녀지간이야.

부녀지간?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나와 아버지 사이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버지.

…………

치도 이 미묘한 거리감을 느낀 듯했다.

그들 사이에 있는 묘한 어색함이 금세 퍼져나갔다.

"구룡의 주인"이라는 명칭은 치에게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새겨져, 사람들로 하여금 존경하게 만들면서도 자연스레 멀어지게 했다.

곡의 마음속에서도 아버지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거부하는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곡아.

저 하얀 별이 보이니?

치가 별하늘을 향해 손을 뻗자,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흩어진 별빛이 스며들며 조용히 별들의 강에 잠겼다.

혹시... 북극성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북극성 또는 지금의 북극성이라고 말할 수 있지.

저것은 북극성이란다. 3개의 별로 이루어진 연성이지.

수백 년 전, 우리 선조들은 저 별을 따라 바다를 건너 넓은 세상을 여행했단다.

곡이 역사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700여 년 전 인간이 이 대양을 정복하려 할 때, 구룡의 선조들은 가장 큰 규모의 원양 항해를 조직해, 배와 군함으로 바닷길을 가득 채우고, 돛을 펴고 하늘과 맞닿으며 항해했다고 한다.

이 별은 그들을 안내하며, 차가운 바닷바람을 역사의 별하늘에서 불어오게 했다.

이 3개의 별 중에서, 단 하나만이 가장 밝게 빛나지만, 다른 별들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430광년이나 떨어져 있지. 멀고도 아주 멀단다.

그녀는 거기서 혼자 외롭게 자신을 불태울 수밖에 없어. 그래야만 사람들이 그녀를 볼 수 있거든.

사람들의 나아갈 길을 비춰주고 안내해 주기 위해서.

천천히 손을 거둔 치가 난간에 기댔고, 지구의 중력은 여전히 그를 당기고 있었다.

안내해 주기 위해서.

아버지의 뜻은...

곡아, 알고 있니?

아버지가 너한테 이 얘기는 한 적이 없구나.

아주 오래전, 상회가 처음 설립될 때, 사실 난 구룡의 주인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단다.

네?

이것도 하나의 직업이라면, 내가 원하던 직업은 이게 아니었다.

난 저곳에 가보고 싶었어. 은하 깊은 곳, 다른 별들 사이에서 가슴 떨리는 모험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내 이름을 그곳에 남기는 게 내 꿈이었어.

우주는 사실 아주 작아. 우리와 가장 가까운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도 겨우 4광년 떨어져 있지. 오히려 이 세상이 너무나 넓어서 모든 갈등과 격차를 메우기 어렵지.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극북 지역의 우주 도시와 이 천문 어레이를 계속 추진하신 건가요?

그것뿐만이 아니란다. 곡.

치가 이생에서 다시는 닿지 못할 별하늘을 응시하며 조용히 말했다.

이 시대에는 경쟁도 없고, 두려움도 없어.

검소한 생활에서 호화로운 생활로 가기는 쉬워도, 호화로운 생활에서 검소한 생활로 돌아가기는 어렵지.

문명 자체가 인간이 별하늘로 나아갈 가능성을 조금씩 침식하고 있어.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건 쉽지 않아. 그리고 계속 추진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지.

우주 도시와 천문 어레이만이 아니야.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이 세계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그래서 아버지가 그 부희 연구소 프로젝트를 승인하신 건가요?

그 외에도 많단다. 곡.

우리 사람들 그리고 의식주와 의료 혜택, 이런 것들이야말로 구룡이 내일로 나아가는 근본이란다.

구룡의 주인이 된 후,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구룡과 이 세계에 그곳으로 향하는 주춧돌과 방향표를 남기는 거였다.

가문이 날 선택한 게 아니라, 백성이 나를 선택한 거란다.

왜죠?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엄격한 법이 필요하지. 우리 가문은 구룡을 이끌어 통합과 정복을 완료했고, 상회의 모든 것을 구룡 사람들의 손에 맡겼단다.

구룡파가 우리의 의지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줬고, 우리가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는 구룡 전체 및 구룡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해.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큰 나무에 너무 많은 넝쿨이 자라면 그 나무 자체의 영양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지.

구룡의 근본을 형성한 사람은 나를 포함한 소수의 사람이 아닌, 바로 구룡의 모든 사람들이란다.

그들이 구룡의 색을 대표할 사람으로 나를 선택했다면, 난 그들의 바람에 보답해야 한단다.

바람에 보답해야 한단다.

치는 본능적으로 곡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으나, 결국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거두었다.

10년이 흘러, 그 소녀는 이제 그의 옆에 서서 구룡의 땅 위에 굳건히 서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엔 별빛이 가득 차 있었고, 그 별들은 차갑고도 쓸쓸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들의 바람에 보답할 수 있겠니?

치의 목소리에는 애원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곡은 자신의 앞에 서서 구룡 전체의 방향을 이끌고 있는 남자의 그 애원에 어떤 작은 바람이 담겼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저는 저와 윤 그리고 대가 우리 가문의 사명을 완수할 거라고 믿어요.

곡은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곡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치의 눈빛이 바로 어두워졌다.

시간은 18년 전 그 오후로 되돌아간 듯, 조용히 앉아 있던 아이가 울지도, 망설이지도 않고, 옆에 놓인 고서를 숙명처럼 집어 들었다.

그는 "숙명"이라는 것을 느꼈다.

치의 눈에 곡은 항상 자신의 딸이었고, 상회의 지도자 후보가 결코 아니었다. 장남인 윤이나 차남인 대보다 곡을 더 아끼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아들들을 불공평하게 대하지 않았다.

치는 곡이 하루하루 성장하며, 좋은 교육을 받고, 행복하고 충실한 유년기를 보내는 것을 지켜봤다. 하지만 가문과 사명의 족쇄에서 곡을 벗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

치는 곡이 진정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바람과 내면에 충실하며 평온하게 삶을 마칠 수 있기를 바랐다.

구룡 만방을 담은 그릇으로서가 아닌, 아버지로서의 유일한 바람이었다.

물론이지, 곡. 난 너희가 모두 해낼 거라고 믿는단다.

치는 손을 뻗어 곡의 손에 따뜻한 나사 한 개를 쥐여주었다.

이건...

이건 우리가 구룡의 방식으로, 이 세상에 만들어낸 척량이란다.

치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사람은 항상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단다. 곡아.

그러니 좀 더 멀리 봐야 한다.

미안하구나. 곡아.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이었다.

저 별들은 얼마나 많은 광년을 지나야, 그 넓고 텅 빈 우주에서 지구에 시선을 줄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과 지구의 중력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3일 후.

도미니카

어쩌면 이 세계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사람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전쟁의 연기가 사라진 뒤, 찬란한 구룡을 세워 수천 년간 두터운 척량으로 세상의 반을 짊어졌습니다.

이제 고아, 기근, 굶주림과 전쟁은 더 이상 없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말씀하셨듯이...

구룡에는 여전히 고난이 존재하고, 그분 혼자만으로는 제거하기 어려운 여러 불합리한 점들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분은 아주 진보된 생산력으로 진정한 공정을 추진하는 이상을 결국 이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구룡의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원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그분은 시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세계를 보더라도, 구룡 사람들은 여전히 그 이상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규정과 법률이 천장 위 아치형의 대들보라면, 가득 찬 희망과 꿈꾸는 미래만이 그 천장을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쐐기돌입니다.

그분께서 후대에 남긴 구룡과 세계는 이미 그분의 손으로 그 쐐기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우리 시대에 가장 멀리 내다보는 가장 위대한 정치가이셨습니다.

후세의 사람들이 그 이상적인 아치에 오를 때,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를 위해 결국 뜨거운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저는 구룡과 이 세상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남길 수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 말은 그의 유언장에 남긴 마지막 문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