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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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6 청과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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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

구룡 상회, 내부 순환 도로, 구룡 중앙 도서관

12월 5일, 10:37

밝은 햇빛은 이 음습한 서가에서는 충분히 퍼지지 못했다. 그리고 헌 종이의 냄새가 책장 사이를 맴돌며, 고풍스러우면서도 조금은 불쾌한 향기를 풍겼다.

곡은 이유 없이 그 향기에 점점 빠져들어갔다.

그녀는 지금 책장 틈새에서 햇볕을 받으며 가볍고 조용히 걷고 있었다.

곡 님?

파란 옷을 입은 문관이 두꺼운 책을 한 무더기 안고는 책장 사이에서 걸어 나와 곡의 길을 막았다.

산예파의 상징적인 파란색 긴 옷에는 사자 모양으로 자수된 동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동물은 그가 들고 있는 책 때문에 가려져 뾰족한 뿔만 보이고 있었다.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산예파가 본능적으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여기 오면 안 돼?

아, 그런 뜻은 아닙니다.

몸을 편 산예파는 손에 든 책을 책장 가장자리에 잠깐 놓은 뒤,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곡 앞에 반쯤 무릎을 꿇었다.

치 대인께서 바쁘셔서 그랬습니다.

???

문란.

낮고 온화한 남자 목소리가 복도를 가로질렀다.

네.

문란이라 불리는 산예파는 즉시 본능적으로 대답하면서도 인내심 있게 곡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지금은 조용히 말씀하시죠. 치 대인께서 중요한 일을 계획 중이십니다.

아니면 셋째 도련님과 노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계속 여기 계시는 것도 좋지는 않습니다.

책을 찾고 있어.

어느 책을 찾으십니까?

곡이 몸 옆 작은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문란에게 건네주었다.

<고본죽서기년소정 상권>... 이 책을 다 읽으셨습니까?

하권을 찾고 있어.

알겠습니다, 찾아 드리겠습니다.

???

문란... 응?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리더니, 그림자 하나가 서가 입구의 모퉁이에 비쳤다.

치 대인.

곡, 무슨 일이냐?

책을 찾고 있어요.

치가 곡 앞으로 다가와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그러자 곡 앞에 있던 산예파는 자연스럽게 일어나 손을 내려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앞서 받은 선장본 치에게 건넸다.

상권을 이렇게 빨리 다 읽었어?

네.

이런 책을 즐겨보는 거구나.

네.

소녀의 대답을 들은 순간, 치는 마음속으로 강렬한 숙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 읽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니?

예전에 더 두꺼운 역사 서적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같은 사건인데도 책마다 조금씩 다르게 기록되어 있던데요.

역사도 사람이 쓰는 거란다. 곡.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같은 일도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

왜요?

고개를 갸웃거린 곡은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어려서 그러니, 괜찮아.

조금 더 크면 이해하게 될 거다.

문란, 하권을 갖다줘.

잠깐, 곡을 데리고 가. 그리고 윤도 같이 가고.

알겠습니다.

치는 일어나며 곡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은 뒤, 서가를 나섰다.

곡의 짙은 녹색 머리카락이 햇살 틈새에서 반짝였다. 이 색은 너무 깊어서, 곡이 서가를 떠나는 남자에게서 물려받았음에도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뻗은 한 줄기의 곧은 축이 구룡성을 가로질러 이 대도시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중앙에서 동쪽으로는 구룡성 내 부희파가 관리하는 크고 작은 학교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구룡성 주민들의 주요 거처이기도 했다. 또한 구룡성 동쪽 끝 절벽에 위치한 진람문 외곽의 험준한 자연 항구까지 이어졌다.

서쪽으로는 육교문까지가 구룡성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 중심지로, 육교문 외곽에는 구룡 상회가 전 세계와 연결된 육교항구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축의 중심선에 위치한 곳이 바로 상회의 중추였다.

이곳에는 정교한 고대 구룡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중 일부는 검은 대칠로 칠해진 고대 성벽들로, 건축물과 하나가 된 어떤 고대 기계 작업대는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었다.

상회는 이런 고대 건물을 완벽하게 보존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건물들을 많이 건설하여 이곳에 고풍스러움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이 모습은 오직 구룡에서만 볼 수 있었다.

이곳에는 구룡 상회의 핵심 부서가 90% 이상 모여 있었다. 그래서 상회의 각 지역 사무소뿐만 아니라 구룡파도 자연스레 모이게 되면서 명실상부 중추라 말할 수 있는 정도였다.

구룡성을 내려다볼 수 있는 1,000미터 높이의 초고층빌딩에서는 매 순간 셀 수 없이 많은 청부가 상회와 전 세계 경제를 장악한 이문파 엘리트들의 손에서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탐욕과 계산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에 대서양 경제 공동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세계 금융 중심지인 이곳을 구룡과 상회의 근간이라 여기며 지켰다. 청부가 오가며 들려오는 경쾌한 소리는 이문파에게 최고의 보상이 됐다.

이 초고층빌딩에서 불과 100미터 떨어진 곳에는 벽돌과 기와로 이루어진 고대 건축물에 기대어 지어진 5층의 종루가 있었다. 이곳은 고층 건물의 그늘 속에 있었지만, 포뢰가 밤낮으로 항상 삼엄하게 지키고 있는 광활한 구룡의 영토였다.

구룡의 극북 깊은 설원에서부터 우주 궤도 최고의 우주 항까지 그들은 언제나 구룡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활약해왔다. 하지만 사람들이 더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은 포뢰파가 늘 변함없이 그들의 평범한 삶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약 80만 평방미터의 영역에서 구룡파는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구룡 상회를 항상 지탱해 주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나태한 적이 없었다.

구룡의 고제에 따르면, 모든 장서는 항상 물로 불을 다스리게 되어 있었기에, 연못을 짓거나 물을 의미하는 이름을 지어야 했다.

상회 중추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곳, 구룡 중앙 도서관의 문 앞에는 구룡 북서쪽에서 흘러 들어오는 큰 강이 도심을 가르며 둘로 나뉘는 강심섬이 있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이곳은 이미 1,000년 전부터 고대 구룡성의 중요한 요지였다.

멀리서 보면, 이 도서관과 행정 중심은 구룡 상회가 나중에 건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변 고대 건축물들과 동일한 고전적인 건축 양식을 사용하여 매우 정교한 건축 구성과 형태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약 200미터 높이의 강철 천장에는 트러스 구조의 인공 하늘이 펼쳐져 있어서, 사시사철 외부의 하늘 풍경을 실시간 투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3개의 거대한 구룡 깃발은 본관 바닥에 그늘을 드리우며, 구룡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고 있었다.

현청과 회백색이 섞인 석조와 대리석은 구룡의 단순하고 두터운 개념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을 융합시켰다. 그래서 조용하고 장엄한 본관 로비에 서 있기만 해도 무형의 엄숙함이 감돌았다.

원래 상회의 패하파가 고용한 설계사는 구룡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건축물이 가져야 할 기품, 다시 말해 구룡이 가져야 할 기질을 매우 정확하게 파악했다.

"내 궁극적인 이상은 내일과 대화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구룡은 이미 충분한 역사와 깊이를 지닌 도시이기 때문에 이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라고 젊고 유망한 그 건축가는 말했다.

상회의 행정 기관도 이 거대한 도서관 문서 보관실 안에 자리 잡고 있어, 일상의 크고 작은 정무의 결정이 이곳에서 모두 이루어졌다. 또한, 구룡의 중심인 구룡의 주인도 이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아직 어리고 어린 곡과 그녀의 오빠인 윤이 의사당 복도에서 회의를 들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치 대인,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북도지사가 이번 회계 연도의 결산을 마무리했는데,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계속 말해봐.

문제는 극북 지역의 위성 발사 센터에 주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재작년 극북에 치올콥스키 발사장을 건설하기로 했을 때, 북도지사와 패하 북공무사가 협력하여 제출한 예산이 705억이었습니다.

치 대인께서 내리신 결정에 따라, 이 발사 센터는 현행 최상의 기준으로 지어졌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부희 연구소와 그들의 과학 이사회가 협력하여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잠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극북 위성 발사 센터 프로젝트 과정에서, 저희 중앙 연구소, 구룡 중앙 대학 및 과학 이사회와의 협력 연구 개발 예산은 저희 쪽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구소와 구룡 중앙 대학의 예산과 결산에는 문제없습니다.

알았다.

회의장 안은 잠시 조용해졌고, 방금 전의 이문파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부희파의 예산과 결산 역시 저희도 확인해 봤고, 문제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북도지사와 북공무사 측에서는 늦어도 내년 여름까지 이 발사 센터가 모든 발사 임무를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북도지사가 제출한 결산은 최종으로 총 770억이었습니다.

65억... 거의 10%를 더 썼군.

이 65억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나?

…………

이는 과아급 화물선을 열 척 더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이 문제에 대해 북도지사에게 즉시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돈은 이미 썼다.

뭔가 설명할 것이 있을 것 같은데, 말해 봐라.

북도지사가 결산을 제출했을 때, 제가 즉시 확인해 봤습니다.

위성 발사 센터의 위치가 비교적 높은 곳에 있어서 절반은 매우 단단한 영구 동토층이었습니다. 지하 조립 공장과 기초를 파기 위해 특별한 경질 쉴드 머신을 사용해야 했고, 봄과 겨울 동안 기초가 흔들리지 않도록 석재를 추가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발사 플랫폼을 건설할 때, 북공무사의 사람들은 북극 항로 연합에서 얻은 희토류가 품질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해서, 결국 자체적으로 더 좋은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또 계획 외 시설 때문에... 위성 발사 센터 근처에 2개의 냉각로를 추가 설치했는데, 이에 따른 연료와 추가적인 건설 비용도 들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들을 합치니 35억이 더 들게 됐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그 외에도 기존 북쪽 위성 발사 기지와 신설 발사 센터를 연결하기 위해, 선정된 위치가 너무 사람이 적어서 북도지사 측에서 로켓 부품을 운반할 지상 궤도를 추가 건설했습니다.

무슨 지상 궤도에 30억이나 들지?

그게...

저희가 알기로는, 대규모로 로켓과 항공 우주선을 분해하지 않고 큰 하중과 안정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상 궤도를 맞춤형으로 건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뭔데 그러냐? 말해라.

보안 문제를 고려해서인지, 지상 운송 궤도와 발굴 작업을 노르만 광업 그룹에 하청 주지 않고, 대인 친족 산하의 하청업자에게 맡겼습니다

무례하다! 이게 지금 무슨...

그만!

냉정한 질책의 목소리가 회의장을 가득 채웠고, 경직된 침묵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했다.

오랜 침묵 후, 발소리가 회의장 안에서 문밖에 곡과 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아버지.

치의 모습이 복도 가장자리에서 나타나자, 십대 소년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아, 곡을 데리고 돌아가거라.

네, 아버지.

오늘 일은...

아버지, 설마 이렇게 참고 넘어가실 건가요?

윤, 내가 어떻게 가르쳤지?

대답해 보렴.

일시적인 명예에 연연하지 말고, 영원한 이익을 생각해라.

곡을 데리고 돌아가거라.

윤의 어깨를 두드린 치는 문 옆에 있는 호위에게 지시한 후, 다시 회의장 안으로 돌아갔다.

곡, 가자.

흥...

이건 누명이야.

아버지 말씀 못 들었어?

일시적인 명예에 연연하지 말고, 영원한 이익을 생각하라고.

아니. 이해가 안 돼.

가슴에 <고본죽서기년소정 하권>을 품고 있던 곡은 고개를 숙인 채, 복도 의자에서 내려왔다.

복도 안에서 호위들이 힘겹게 회의장의 크고 오래된 나무 문을 당기고 있었다. 천 년 전의 문경첩은 지금도 충실히 제 기능을 다하며, 곡과 윤 앞에서 서서히 닫혔다.

곡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에 품고 있던 역사 서적를 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아버지의 고독한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구룡

구룡 상회, 내부 순환 도로, 고성 내원

8월 25일, 17:22

???

돌려줘. 어서 돌려줘.

??

이게 네가 만든 거라고? 누가 믿어!

???

이건 내 물건이야. 어서 돌려줘.

??

희 이모를 돌아가시게 만든 쓰레기 주제에!

???

내 장난감을...

돌려줘!!!

마당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 뒤, 이어서 아이의 쉰 울음소리가 들렸다.

곡도 더는 책을 읽을 수가 없어서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는 예스러운 방 문을 밀어 열었다.

두 소년이 마당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소년이 싸운다"고 하기에는, 6, 7살로 보이는 어린 소년이 14, 15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의 상체를 끌어안고 두 손으로 그 소년의 목을 세게 꽉 쥐고 있었다.

다툼 중에 어울리지 않는 힘이 발휘됐는지, 나이 많은 소년은 도리어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산소 부족으로 눈에 핏줄이 섰음에도, 손에는 뺏어 온 수공 로봇 인형을 여전히 높이 들고 있었다.

소년의 목을 조르고 있는 그 어린 소년도 미친 듯이 포효하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

???

돌려줘!!!!

대!

그 싸움 소리에 이끌려 윤도 정원 반대쪽 곁채에서 급히 뛰어나와, 거의 상대방을 죽일 뻔한 소년을 꽉 붙잡았다.

대!!!

돌려줘!!!!

곡! 와서 도와줘!

오빠의 부탁을 들은 곡도 마당 한가운데로 달려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동생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가 땅에 누워 있는 사촌을 정말로 목 졸라 죽이지 않도록 했다.

온 힘을 쏟아부은 윤과 곡이 간신히 대를 끌어내려 제압했을 때, 땅에 누워 있던 사촌은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 실제로 죽음의 공포에 직면했기 때문인지, 울면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대의 장난감은 이미 두 동강이 나서, 정원의 옛날 푸르스름한 벽돌 바닥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

무슨 일이야!!! 가(轲)!!

마당 입구 쪽에서 키가 크고 건장한 20 살 정도의 청년이 뛰어와 윤, 곡, 대 맞은편에 누워 있는 소년에게 달려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가(轲)

그... 저... 저...

나... 목이... 죽을... 것 같아.

언... 언 형... 살려줘.

언(彦)

괜찮아? 많이 안 다쳤어? 내가 염유 불러올게.

쟤... 쟤가...

방금 대에게 목이 졸려 거의 죽을 뻔한 가는 벌벌 떨면서 대를 가리켰다.

야, 너희...

몸집이 큰 언은 동생의 생명이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후, 굳은 얼굴로 윤, 곡, 대 앞에 섰다.

대체 무슨 일이야?

대(黛)

쟤가... 쟤가 먼저 내 물건 훔쳤어!

그리고 나보고 거짓말쟁이라고... 내 물건을 쓰레기같다고 했단 말이야.

대는 멀리서 돌에 기대 있는 가를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죽일 거라는 눈빛을 보냈다.

증인 있어!?

내가 증인이야!

내가 들었어! 먼저 대를 욕한 건 가라고, 우리 가족도 모욕했단 말이야!

윤 뒤에서 머리를 내민 곡은 겁먹지 않고, 언의 험악한 눈빛에 당당히 맞섰다.

네가 말해봐. 윤.

윤은 곡의 소매를 살짝 당겨 그녀와 대를 뒤로 숨겼다.

우리 가족이 어떤 교육을 받고 자랐는지 너도 잘 알고 있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결과만 중요하다는 걸.

윤은 뒤에 있는 곡과 대를 보호하며 몸을 뒤로 피한 뒤, 대를 향해 날아온 주먹을 가까스로 피하게 했다.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두 청년이 마당에 다시 뒤엉켰고, 그들의 싸움은 방금 전 대와 가의 다툼보다 훨씬 더 격했다.

???

무릎 꿇어라.

대청의 태사 의자에 앉아 있는 청색의 긴 옷을 입은 노인이 바람과 같은 무시무시한 소리로, 기도하는 많은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와 여자, 아이들의 울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윤은 긴 옷자락을 잡아당긴 뒤, 미동 없이 대처에 무릎을 꿇었다.

곡과 대는 윤 뒤에 서 있었고, 대의 손에는 부서진 로봇 인형이 있었다.

???

문연, 족인끼리 다툴 때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문연

순 대인, 예법에 따르면 매질 20 대를 맞아야 합니다.

순은 단순한 삼베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산처럼 방 안을 짓누르며 모든 사람을 숨 막히게 하고 있었다.

형제간에 다툼은 밖에서의 치욕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다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까지 말한 순은 의도적으로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대청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윤과 고개 숙인 채 침묵하고 있는 곡과 대를 주시했다.

곡, 대, 그리고 가는 아직 어리니, 가법에 따른 처벌을 내리지 않겠다.

윤, 방금 전 언은 매질 20 대를 맞았다.

순이 일부러 윤의 이름을 불렀으나, 그 청년은 목을 꼿꼿이 세운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들 셋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순의 눈에서 감지를 못할 정도의 강렬함이 번쩍였으나, 이내 천천히 말했다.

시작하게.

아, 아파...

집안 개인 병실에서 염유가 조심스럽게 윤의 등에 진통 소염제를 발라주고 있었다.

곡은 염유 뒤에서 윤의 등에 생긴 파랗고 빨간 상처들을 눈여겨보았다.

대는 옆에 있는 다른 병상에 앉아 조용히 염유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봤고, 손에는 부서진 인형을 여전히 쥐고 있었다.

곡 님, 윤 대인께서는 당분간 일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이미 소독과 살균 치료를 했고, 진통 소염제도 사용했습니다.

고마워.

아닙니다. 당연히 저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염유는 손을 뻗어 병상 옆에 걸려 있는 작은 통을 툭툭 쳤다. 그러자 통 안에 옅은 노란색 가스가 곧바로 가득 찼고, 그 통 밑으로 이어진 여러 가는 관들이 윤의 등 뒤에 붙어 있었다.

윤 대인께서 또 아프다고 하시면, 방금처럼 이 작은 통을 톡톡 치시면 됩니다.

이 물건은 간단한 로봇 구조로 되어 있어서 전기회로도 없고, 아주 안전합니다.

알았어.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흰 가운을 입은 염유들이 곡에게 인사를 하고, 여러 의료 장비를 들고 병실을 나갔다.

하지만 곡이 염유와 함께 병실을 떠나려 했을 때, 문 앞에 서 있던 몇 명의 카이사이파가 곡을 막아섰다.

곡 님.

치 대인의 명령입니다. 곡 님과 대 님 그리고 윤 대인께서는 오늘 자정 전까지 여기서 나갈 수 없습니다.

왜!?

명령서를 보여줘 봐.

치 대인께서 직접 구두로 내린 명령입니다. 이곳에서 3분의 안전을 지키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그제야 곡은 방금 염유파가 윤을 치료하는 동안 병실 밖에 완전무장한 많은 카이사이파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게...

다른 일은 저희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가 있는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고, 안전상 3분도 나가실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 아버지는?

아버지가 너희에게 우리를 보호하라고 했다면, 뭔가 위험하다는 뜻이잖아.

왜 우리 아버지를 보호하지 않는 거야?

치 대인께서는 직접 하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더 이상은 질문하지 말아 주십시오. 곡 님.

돌아가 주십시오.

잠깐.

곡은 문틀을 꼭 잡았다.

그럼, 우리 서재에 가서 내 책을 좀 가져다줘.

그리고 대의 도구 상자도 같이 가져다줘.

알겠습니다.

카이사이파의 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뒤, 즉시 옆에 있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곡도 할 수 없이 조용히 병실로 돌아와, 대 옆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시간은 저녁 해질녘을 지나 한순간에 깊은 밤으로 가라앉았다.

곡의 손에 들려 있던 역사서는 이미 300년의 시간이 지난 것이었고, 대도 망가진 인형을 다 고쳤다. 그리고 통증 때문에 숨을 헐떡이던 윤도 지금은 안정적으로 숨을 쉬며 어렵게 잠에 들었다.

뚝.

방 안의 조명과 염유의 모니터가 모두 꺼졌고, 병실에는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만 남게 됐다.

정전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곡은 책을 덮고 병상에서 내려와 병실 문을 밀어 올렸다. 하지만 문 앞에 있는 건 카이사이파가 아니었다.

아버지...

곡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턱에 선 치는 웅크린 채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아버지...

아버지...

인형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대도 문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 그래.

윤은 방해하지 말고 좀 쉬게 두자.

이거...

잘 고쳤구나. 대단한걸.

내일 부희파의 학자에게 가서 물어보렴. 인형이 움직이도록 도와줄 수 있을 거다.

네.

안으로 들어가렴.

치가 인형을 대에게 돌려주며 그의 어깨를 두드리자, 대는 조용히 인형을 가지고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괜찮다. 곡.

여기에 있으면 너희는 안전할 거야.

아버지는 항상 아무 말도 안 하시잖아요!

…………

곡, 정말 알고 싶니?

흔들리는 등불이 부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곡은 수년 후에야 그때 아버지 얼굴에 있던 그 깊은 표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알고 싶어요.

네 오빠는 정말 잘한 거야. 오늘은 마침 이런 일이 발생해서 이렇게 하게 된 거야.

사실 윤은... 오늘 나를 대신해 고생한 거야. 그리고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

오늘 이후로,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질 거고,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질 거야.

왜죠?

지금의 넌 아직 어려서 이해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좀 더 크면 알게 될 거야.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사실이 그렇기 때문이란다. 곡.

숨겨진 어떤 일들은 역사에 기록될 수 없어. 비록 그것들이 옳더라도, 역사에서는 거짓말로 남을 수밖에 없어.

우리가 지금 하는 많은 일들이 당장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리고 더 먼 미래가 돼야만 그 의미가 드러날 거야.

더 먼 곳을 봐야한다. 곡.

치는 등롱을 흔들어서 그 안에 있는 초를 꺼내 곡에게 건네주었다.

초?

정전은 좀 더 기다려야 될 거야. 우선 이 초를 켜자.

이것도 등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럼, 당연히 등불이지. 그리고 이런 등불만이 이런 순간에서 꺼지지 않는단다.

치 대인, EMP가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저희는 준비됐습니다.

알았다.

악으로 악을 제압한다. 그들을 상대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치가 몸을 곧게 세우자, 곡의 손에 들린 초가 그의 마르고 큰 그림자를 문밖에 드리웠다.

곡, 여기를 떠나면 안 된다. 그리고 대와 윤을 보호해주렴.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절대 나가선 안돼. 알겠니?

네.

시작하지.

치가 뒤에 있는 카이사이파를 향해 손짓을 한 뒤,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병실 문을 떠났다. 그리고 곡과 그녀의 손에 든 촛불만이 문 뒤에 남았다.

이것은 구룡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그날, 구룡성 전체는 황금시대 상회가 통합된 이후 최대 규모의 정전에 빠졌다.

구룡 거리에는 늘 이런 소문이 떠돌곤 했다. 정전이 시작된 순간부터 다음 날 전력이 복구되기까지의 5시간 동안, 폐안과 포뢰가 간섭할 수 없는 카이사이파가 밤의 어둠을 타고 구룡 전체를 깨끗이 정화했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조풍파의 정찰병들조차 그날 밤만큼은 숨죽이며 조용히 지냈다고 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했다. 소문은 결국 소문일 뿐,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다.

수년이 지난 후, 산예파가 이 역사를 기록할 때, 그들은 구룡의 주인이 된 곡의 지시에 따라 그날의 역사 페이지를 완전히 자료에서 삭제했다.

"어떤 숨겨진 일들은 역사에 기록될 수 없어, 비록 그것들이 옳더라도, 역사에서는 거짓말로 남을 수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