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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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5 계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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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흐름에서 과거가 현재를 지배한다.

그리고 역사의 저술 속에선 현재가 과거를 지배한다.

-전종서

???

안녕하세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전해왔다.

다시 깨어났을 때, 곡은 태사 의자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책을 읽다가 잠시 눈을 붙인 것처럼 보였다.

곡의 곁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높이 쌓인 책장이 줄지어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회전 손잡이가 달린 밀집 책장과 큰 철제 캐비닛이 있었다. 그리고 얇은 먼지가 철과 나무 사이를 날아다녔다.

이 책장들에는 죽간, 석판과 파피루스가 있었고, 선장본과 스크랩 그리고 큰 붉은 도장이 찍힌 파일들 그리고 클립으로 묶인 낡은 인쇄용지가 있었다.

위에는 인쇄된 듯 정갈한 검은 글씨가 적혀 있었고, 라틴 문자, 한자, 아랍 문자, 키릴 문자, 히브리 문자가 쓰여 있었다.

화서

안녕하십니까? 만세명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본 기체는 화서입니다. 완벽한 의식 업로드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화서

여기는 만세명 접속을 위한 선행 중계 공간입니다.

번호 제5784221930. 곡 님께서는 사망하신 것으로 확인되셨기에, 만세명 계획에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곡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덮은 뒤, 도서관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자신의 손을 살펴보았다.

내가... 죽은 건가?

화서

만세명 의식 업로드 규범에 따라, 사망으로 확인되셔야 본인의 의식을 만세명 인간의 의식 보존소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제가 완벽한 의식 업로드를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곡의 주변에 쌓인 책장이 이음새처럼 서로 교차하고 펼쳐지면서 끝없는 책의 바다를 만들어냈다.

도서관이 변화하는 틈새 속 조금 떨어진 곳에 또 다른 곡이 자신처럼 태사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곡은 화서에 의해 방금 깨어난 듯 보였으며, 손에 들고 있는 책도 아직 덮지 않은 상태였다.

조금 더 떨어진 곳에 또 다른 곡이 있었는데, 그녀는 태사 의자에 앉아 있었고, 아직 깨어나지 않은 채 자고 있는 얼굴이었다.

또 그 앞에는 또 다른...

무수한 "곡"들이 그녀 앞에 펼쳐져 있었다. 마치 책상 위에 두루마리 그림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두루마리 그림은 책상 위에 평평하게 놓여 흐르거나, 아래로 기울여져서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그 안에 "곡"은 무한한 프랙탈로 복잡하게 말려 들어가 내재된 형태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 두루마리 그림들은 끊임없이 뻗어나가고 말려들면서 무수한 끈을 형성한 뒤에 결국 같은 두루마리 그림으로 다시 엮였다.

화서

출생 기록, 성장 기록, 생활 기록, 작업 기록, 이력서입니다.

화서의 목소리와 함께, 그 두루마리 그림들 속에서 굴러 나온 다양한 높고 거대한 캐비닛들이 곡의 앞에 놓였다.

웅장한 산맥처럼 보였다.

이 모든 게 나와 관련된 역사인가?

화서

맞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바로 곡님의 역사입니다.

이 기록들은 과거 구룡 데이터 센터에 입력된 역사 정보로, 만세명은 이를 바탕으로 곡 님의 일생을 완벽히 재구축하게 됩니다.

곡 님을 만세명 데이터베이스로 투입시키고, 그곳에서 시간 제한 없이 이 역사 정보를 검토하실 수 있습니다.

이후, 이 역사 정보들은 가상 의식의 일부가 되어 곡 님의 의식과 함께 만세명에 들어가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 계속 삶을 이어 나가게 됩니다.

새로운 세계?

곡은 앞에 있는 캐비닛에서 크라프트지로 된 파일 봉투 하나를 뽑아 들었다. 그 봉투의 은백색 밀랍 인장 위에는 "구룡 제3 인민병원"의 큰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구룡 제3 인민병원...

곡은 손에 파일 봉투를 열 수 있는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봉투의 봉인 부분에 있는 밀랍을 따라 찢어서 크라프트지 봉투투 속에 있는 종이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출생 증명서...

황금시대의 디지털화가 고도로 발전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중요한 파일과 기록을 종이로 보존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 장소, 인물, 원인, 경과, 결과.

이 종이는 그녀의 기원을 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한 줄 한 줄 종이를 훑으며, 인간 생리학적으로 기억될 수 없는 태어날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구룡의 한 공립 병원 13층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출생했고, 출생 번호는 01323이었다.

뿐만 아니라 곡의 오빠와 남동생까지도 이 공립 병원에서 태어났다.

"어디든지, 구룡의 병원이고, 구룡의 사람이다."

아버지...

곡은 청록색 출생 증명서에서 두 이름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의 이름에 손이 닿자 전기가 오는 것처럼 한 장면이 떠올랐고, 그녀의 눈앞에서 책장이 바로 휘몰아치면서 무너지더니 수술대가 드러났다.

안돼요. 심박이 불안정해요.

원장님, 태아 심박도 약해요.

일단 어른부터 살려야겠어요. 아트로핀, 도파민을 주사하세요. 뭐해요? 어서.

피가 멈추질 않아요. 주입된 피가 금방 출혈로 이어지고 있어요.

아기는요?

서 부주임님, 제가 어른은 최대한 숨이 붙어있게 할 테니, 아기를 부탁해요.

비리야.

이것도 만세명에 기록되는 건가?

화서

개인 역사에 기록되어야 할 모든 정보는 만세명에 함께 수집됩니다.

곡은 수술대 앞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염유파의 사람들에 가려져서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검게 물든 무균 시트 위에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곡은 그날 수술대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면 안 됐다.

하지만 여러 해가 지난 후, 염유파의 봉인된 파일을 열어보고 난 곡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어머니가 어떻게 가족의 음모에 휩쓸리게 됐는지 알게 됐다.

지위와 기밀 여부와 상관없이...

화서

한 가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만세명에 기록되는 개인 의식은 모두 사망 판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준비가 되셨다면," 의식 업로드의 재현 및 구성을 언제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주먹을 꽉 쥔 곡은 출생 증명서를 옆에 있는 캐비닛에 다시 넣었다. 그러자 방금 전 떠올랐던 수술대는 끝없는 책장 속으로 사라졌다.

시작하자.

곡은 손을 뻗어 옆에 있는 무거운 책장을 밀었다.

난 준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