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11월 10일, 03:35
화서 연산 코어 손상(지연됨)
구룡 순환 도시 지하 1200미터, 만세명 물리층
"전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전쟁의 냉혹함은 때론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 있었다."
"난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붉은 퍼니싱의 마수에 희생되었는지 말해 줄 수 있고,
염유의 구호 텐트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마지막 말을 남겼는지도 전해 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주운 종잇조각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힌 소녀의 마지막 소원을 알려줄 수도 있다.
그 소녀는 집에 있는 케이크를 엄마에게 남겼고,
몸에 걸친 천 조각을 아빠에게 남겼지만, 그녀의 부모님과 집은 이미 퍼니싱 속에 잠겨 버렸다."
"고난과 투쟁은 우리의 역사의 바탕을 이뤘다. 그리고 수천 년 역사 속에서 고난을 기록한 내용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고난의 유일한 의미는 우리가 투쟁하고 계속 살아갈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 외에는, 고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고난들을 기록하고 싶지 않다. 고난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은 내 동료들이다. 나는 그들을 위해 슬퍼하지만,
나의 연필로 동포들의 고난을 역사의 일부로 남기고 싶지 않다. 이것이 내 마지막 양심이다."
"소수의 구조체만이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살과 피로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선에서 자진하여 물러난 이는 없었다. 그들 모두가 훌륭했다."
우리가 이 심층 기계실에서 잠시 피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영원히 숨을 수는 없다. 버티는 건 임시 대책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공중 정원의 사람이 곡 님을 해쳤다고 적의를 품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layer name](이)라는 지휘관은 의심의 여지없이 어느 정도 전세를 뒤집었다."
"그렇다. 여기는 구룡이다. 하지만 구룡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만세명 중앙 기계실에서 이합 생물의 가장 맹렬한 공격을 막아낸 후, 만세명 중추로 몰려들던 이합 생물들도 많이 느려졌다. 일부는 철수하려는 기미까지 보였다.
전쟁에서 기회는 한순간이었다. 십여 분 전, 이합 생물이 철수하려는 기미를 보일 때, 만세명 표면으로 돌파한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이 기회를 잡아 북서쪽 공사 통로의 차징 팔콘 대원과 합류에 성공했다.
지금은 필수 보안 인력을 제외하고, 만세명 안에 있던 생존 병력들이 전선을 만세명 돔 아래 "지면"까지 밀어 올렸다.
노르만 광업 그룹 명의의 대규모 구성도에 따라 최적의 철수 경로는 북서쪽 공사 통로를 통해 반대편 산악 지대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 생명선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퍼니싱 신호의 교란은 크게 줄어들어서 간신히 통로 반대편에 있는 정비 부대와 지원 부대에게 연락할 수 있었다.
여...
너... 설... 중이야...?
신... 됐지!
[삐...
통신 반대편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면서 카레니나의 목소리를 덮어버렸다. 하지만 이후 통신 상태는 좀 나아진 듯했다.
야!? 너희 쪽 신호가 너무 안 좋잖아!
구룡의 네트워크 상태가 이렇게 안 좋단 말이야?
대장. 그들이 폭약을 다 쓸려고 해?
이런 상황에서 폭약 아껴서 뭐해!? 다 갖다 써!
[player name], 지금 공중 정원의 위성 신호로는 너희의 지상 위치를 스캔할 수 없어.
여기 무슨 산이지... 무슨 오동산이라고 했던가? 하여튼 여긴 깊은 산속이라 그런지 이합 생물과 침식체도 거의 없어.
대략... 2시간 17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아.
카레니나의 대답에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었다.
2시간이라니, 이합 생물의 공세를 2시간 더 막아야 하다니...
2시간은커녕, 구룡 사람들은 매 순간 피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폭파 작업을 통해 산 중간 지점부터 공사 터널로 가장 빠르게 연결되는 경로를 뚫고 있어. 이게 게슈탈트가 분석한 최선의 해결책이야.
최선을 다하고 있어!
게다가! 노르만 광업 그룹이 사용한 재료가 너무 튼튼해. 이거 대체 무슨 돌로 만든 산이야...? 겉보기엔 고풍스러워 보이지만, 안쪽은 전부 강화 합금이야.
야, 카레니나?
뭐야! 바쁜 거 안 보여?
네가 필요하다고 했던 폭탄과 열융탄 가져왔어!
알았어. 고마워. 테디베어, 가서 확인해.
쿨럭... 너희, 너희들 버틸 수 있겠어?
조건만 허락된다면... 젠장!
지표면에서 아래로 직접 폭파하면 훨씬 빨랐을 텐데!
그건 안 돼. 지금 지상은 이합 생물로 가득하다고.
지원팀이 위험해질 뿐만 아니라, 구룡성을 잿더미로 만들 순 없어.
나도 알지! 그래서 내가 다른 방법을... 지지직... 지지직...
지직...
지직...
통신이 다시 끊겼다.
지휘관님!
퍼니싱 신호가 감지됐는데... 잠시만요.
이건 퍼니싱 신호가 아니에요!
리브는 옆에 있는 장치를 계속 조정했다. 그런데 리브뿐만 아니라 진지에 있는 부희파들이 사용하던 도구들도 이상이 나타났다.
또 무슨 일이지!
출처를 알 수 없는 고밀도 신호가 수신됐어요.
이 특징 코드는...
머릿속에서 익숙한 "촉감"이 다시 전해졌지만, 이번에는 예전처럼 부드럽지 않았다. 다급하고 거친 느낌으로 지휘관의 의식을 휘저으며 극심한 고통을 일으켰다.
수... 석...
즉시 사고 마인드 표식을 교정하세요. 화서예요!
제가... 억제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아주... 위험합니다.
강한 질식감이 가슴을 관통했다. 지난번 화서에게 조종당해 두 손으로 스스로 목을 조이던 것과는 달랐다. 이번 질식감은 화서의 "깊은 곳"에서 온 듯했고, 화서의 본의는 아닌 것 같았다.
[player name] 님!
어서... 도망치십시오.
구해...^&0xEFBFBD$*&$??CCCCCCCC▄▆▁▃▆▆▆▃
난 복수할 것이다.
난 살아남을 것이다.
난 인간의 사형을 집행할 것이다.<execution>
망막에 새겨진 붉은 글자가 지휘관이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남은 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