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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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2 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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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

11월 10일, 01:56

화서의 방화벽 파손(지연됨)

구룡 순환 도시 지하 1410미터, 만세명 중앙 기계실

포뢰!

포뢰 주변은 이미 잔해투성이였다. 그리고 이합 생물과 침식체들의 첫 번째 공격은 저항에 부딪혀 퇴각하고 있었다.

기계실 높은 곳에 위치한 리가 다시 한 번 총알을 쏟아내며, 포뢰 주위의 이합 생물에서 커다란 상처를 만들어 냈다. 이합 생물들은 몇 번 몸부림치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포뢰는 아직도 만족스럽지 않은 듯, 다시 회선의 칼날을 들어 새로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제가 갈게요.

아니. 그냥 둬.

조풍은 총을 들고 포뢰를 막으려던 크롬을 제지하고, 포뢰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미... 많은 걸 잃었어.

분노를 쏟아내게 해 줘.

포뢰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체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회선의 칼날을 계속해서 휘둘러 댔다.

앞에 무엇이 나타나든, 제거될 때까지 계속했다.

그 아직까지 의식이 없는 로봇 말이야.

야항선 위에서 그녀를 구해주고 입양했어. 그녀가 없었으면 포뢰는 야항선에서 죽었을 거야.

그녀는 포뢰가 이 세상에서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지막 존재였어.

그 로봇, 함영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리도 좋은 수리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하던데...

작고 왜소한 뒷모습이 전장에 혼자 서 있었다.

그녀의 "언니"는 "슐츠"라 불리는 로봇에게 배신당한 후, 일반적인 전기회로의 신호만 간신히 감지될 뿐 계속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때부터 포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수행해야 할 사명을 묵묵히 이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야...

지휘관은 눈앞에 있는 포뢰 옆에서 희미한 두 개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았다.

네?

다시 머리를 흔들었을 때, 그 두 그림자는 사라져 버렸다.

너도 봤어?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가 지휘관에게 다가왔다. 그는 손에 페인트가 벗겨진 쇠지레를 들고 있었다.

나이를 꽤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눈빛에선 여전히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너도 그 그림자들을 볼 수 있나?

노인은 멀리 있는 포뢰 쪽을 가리켰다.

난 그녀의 그림자는 보지 못하지만, 내 그림자는 봤어.

나뿐만이 아니고, 마씨의 손녀도 그녀의 그림자를 볼 수 있어.

이것들은... 모두 죽은 자의 그림자야.

가끔 나도 그런 그림자를 봐. 바로 내 옆에 나타나곤 하지.

노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그렇겠지.

아버지...

순간적으로, 앞에 있는 노인 옆에서도 방금처럼 그림자가 깜빡였다.

너도 본 거지, 맞지?

이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곳에서 일부 현상은 더 이상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휘관님, 무슨 일이시죠?

더 이상 화력 지원이 필요 없다는 것을 확인한 리가 걱정하며 다가왔다.

리는 심각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저도 없어요.

본 적 없어요.

혹시 마인드 표식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요?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세요?

이상하네요.

혹시...

리의 눈이 반짝 빛났다.

화서인가요!?

어서 방어 준비를 해야겠어요. 루시아, 리브.

지휘관님, 확실한 가요?

리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고, 루시아와 리브의 얼굴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화서와 이 "죽은 자의 그림자"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강한 예감 혹은 호기심이 지휘관을 움직였다.

본능적으로 곡의 시체가 놓인 작은 방을 봤다.

이 "그림자"들이 만세명에 기록된 망자라면...

방금 "죽은 자"가 된 그녀는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걸까?

너 그리고 우리 모두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네가 볼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우리는 그런 걸 믿지 않아.

노인은 손에 들린 쇠지렛대를 움켜쥐었다.

죽은 건 그냥 죽은 거야.

뭐라고... 말해봐야 별 의미 없어.

그들이 진정 있어야 할 곳은...

우리 살아 있는 이들의 가슴 속이야.

나<//우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화서... 만세명... 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어.

네가 해야 할... 할 수 있는... 일을 해.

수...석.

지휘관의 눈앞에 떠오르는 문자들이 점차 사라지더니, 머릿속에는 메아리만 남게 됐다.

???

쿨럭...

지휘관님... 맞으시죠?

뒤에서 따스한 손이 지휘관의 소매를 살며시 잡아당겼다.

저... 쿨럭...

함영은 힘겹게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 그들을 보았어요.

유유... 그들은... 유유 옆에 있어요.

함영, 상처가...

함영은 떨리는 손으로 지휘관의 손을 잡았다.

아니요. 전 중요하지 않아요.

이건 그녀의 엄마 아빠... 그리고 구룡에 대한 기억이에요.

이걸... 만세명에 입력해 주세요.

만세명에 입력을... 꼭... 부탁드려...

마지막 힘을 다한 그녀는 지휘관의 옆에 쓰러졌다. 그리고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남아 있었다.

인간과 다름없는 그녀의 손이 스르르 풀렸다. 그러자 지휘관의 손에는 작은 저장 장치가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는 색이 바랜 술 장식이 달려 있었다.

부희! 어서!

인간을 치료하는 염유는 로봇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리고 구룡의 부희들 또한 함영이 혼수상태에 빠진 순간부터 재가동시킬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포뢰 옆 두 명의 그림자를 본 뒤, 함영은 깨어나 이 저장 장치를 지휘관의 손에 쥐여주려 애썼다.

제가 할게요. [player name] 님.

곡의 시체가 있는 방을 지키고 있던 두형이 말했다.

그때, 그녀의 손에는 또 다른 저장 장치가 쥐어져 있었다. 그것은 함영이 준 것보다 손상이 훨씬 심하고... 거칠어 보였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은 만세명을 위한 것이에요.

카이남이든, 숙보든, 곡 님이든요.

죽은 자만이 만세명에 들어갈 수 있어요. 그리고 죽은 자는 반드시 만세명에 들어가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