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11월 10일, 01:16
화서 방화벽이 파괴되기까지 30분 남음
구룡 순환 도시 지하 1410미터, 만세명 중앙 기계실
을축년, 조천이 도원이라는 곳에서 영공을 공격하였다.
산을 아직 벗어나지 않았던 선자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돌아왔다.
태사관이 역사서에 이렇게 기록했다. "조돈이 그의 임금을 시해하였다." 그리고 그 기록을 조정에 가져가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조돈은 이를 보고 말했다. "그게 아니오."
태사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은 나라의 정경으로, 도망치면서 국경을 넘지 않았고,
돌아와서도 적을 토벌하지 않았으니, 당신이 아니라면 누가 있겠소?"
선자는 이를 듣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내 마음속에 생각했던 것이 바로 나에게 근심과 재앙을 불러온다고 했으니
그 말이 바로 나를 두고 한 말이로다!""
"이것은 구룡 고서에 적힌 한 구절이었다."
"내 필력으로는 이 전쟁의 전말을 기록할 수 없고, 사건조차도 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방금 일어난 일을 이 구룡 고서의 구절로 임시로 기록할 수밖에 없다."
"훗날 진실이 밝혀지는 날, 후대가 내 기록을 수정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다."
만세명에는 생존자가 없었다.
과거에는 이 말이 완전히 맞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과거에는 이곳이 세상과 단절된 무인도였으나, 이제는 구룡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었다.
그래서 이 말을 정확히 표현하면,
만세명의 데이터 공간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게 맞다.
그리고 구룡의 주인은 여기서 목숨을 잃었다.
두형이 곡을 쏘아 죽인 후, 중추 기계실은 마치 얼음 속에 들어간 듯 적막이 감돌았다.
모든 사람의 예상을 벗어난 전개였다.
"구룡의 주인을 잃었는데,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공중 정원의 앞잡이가 암살을 했어!"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자업자득, 사필귀정..."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곡이 없으면, 만세명과 화서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수많은 침묵 가운데, 사람들은 각자 흩어지기 시작했고, 두 사람만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남았다.
...
...
사람을 죽이셨어요.
맞아.
당신은 구룡에 충성을 다하셨어야 했어요. 곡 님께서도 당신을 그렇게 믿으셨는데.
하지만... 곡 님을 배신했어요.
구룡을... 배신했어요.
소녀는 차갑게 자신의 고모를 바라봤다. 몇 번밖에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공중 정원... 그리고 당신이 곡 님을 죽였어요. 정말 비열하네요.
군주 시해자.
난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무슨 일이야?
지휘관과 조풍이 총소리를 듣고 달려왔을 때, 곡은 이미 정신을 잃은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조풍도 앞에 있는 상황에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용없어요.
두형은 떨리는 손으로 안전장치를 잠그고 총을 바닥에 던졌다.
기계실의 어두운 조명 아래, 총 손잡이에 있는 공중 정원과 세계 연합 정부의 문양이 희미하게 아른거렸다.
이건 정화 부대와 의회가 사형 집행 시 사용하는 총이에요.
구조체의 로봇 심장에 맞추기만 한다면, 이 총알은... 곧바로 구조체의 기능을 중단시키죠.
어떤 고통도 없이요.
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전 그렇게 해야만 했어요.
가끔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보다 더 큰 용기와 대가를 요구한다.
구룡에서는... 죽은 자는 모두 같은 곳으로 가죠.
두형은 그 철저히 닫힌 방을 바라보았다. 그 방은 전에 곡이 아무도 들이지 않았던 곳이었다.
의식 업로드를 반드시 실행해야 해요.
만세명의 문을 여는 것이 곡 계획의 일부라면, 그녀는 이 판을 끝까지 진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말을 놓는 자가 이 판을 떠난다면, 이 게임은 어떻게 계속될 수 있을까?
쾅!!!!
거대한 기계실의 시멘트 벽에서 먼지가 흩날리며 떨어졌고, 그 소리는 이 무거운 보루도 흔들어 놓을 만큼 강렬했다.
쳇... 바깥이야.
[player name]! 조심해!
리브와 반즈에게 도움을 청하려던 통신 단말기가 갑자기 켜졌다.
이합 생물들이 갑자기 미친 듯이 기계실 쪽으로 몰려오고 있어.
우리가... 최대한 시간을 벌고는 있어.
거기서 움직이지 마!
카무의 분노에 찬 외침은 통신을 뚫고 모든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이합 생물들이 뭔가에 끌리거나, 누군가가 뒤에서 지휘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매우 이상해요. 지휘관님.
방금 외곽 지원으로 내려온 케르베로스 소대와 정비 부대의 통신 신호를 겨우 받았는데, 그들도 지금 정면 돌파는 어려운 상황이래요.
차징 팔콘은 아직 북서쪽 공사 통로에 있는데, 뚫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요.
여긴 우리가 맡을게. 대장.
리와 루시아는 외곽 세 번째 경로로 우회해서 기계실로 가고 있어요. 조금만 버텨 주세요! 저도 다시 지원하러 갈게요.
그들이... 왔어요.
크롬의 통신이 끝났다.
이와 함께, 평화롭던 기계실이 곧바로 혼란에 휩싸였다.
포뢰! 지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움직여!
여기에 공사를 시작해서 지형에 따라 저지 방어를 준비해!
동시에 다른 통신이 들어왔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저와 루시아는 지금 중추 기계실로 돌아가는 중이에요. 약 3분 30초 정도 남았어요.
무슨 일이 일어났었던 건가요? 이합 생물들이 갑자기 새로운 형태의 공세를 시작했어요.
뭐라고요!?
...
루시아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쳤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다.
곧 도착해요. 지휘관님.
꼭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꼭 기다려 주세요. [player name] 님.
루시아의 눈에는 흔들리지 않는 빛이 깃들어 있었다. 그건 어떤 상황에서도 붙잡아야 할 시선이었다.
지지... 지직...
계속되는 퍼니싱 신호 때문에, 근거리 통신도 교란을 받게 됐다.
이 말은 즉, 이합 생물의 거센 공격이 곧 도달할 것임을 의미했다.
땅에 쓰러져 있던 곡은 두형에 의해 작은 방으로 옮겨졌다.
당황한 사람들이 점점 기계실 깊숙한 방으로 몰려들었다. 만약 기계실이 함락되고, 차징 팔콘과 카이사이가 이끄는 돌파 소대가 북서쪽 방향의 공사 통로를 뚫지 못하며, 외부에 있는 케르베로스 소대와 정비 부대가 합류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할 것이다.
제발...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바다에서 느릿하게 가라앉는 개구리밥처럼, 그 속삭임은 지휘관의 의식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휘관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렇게 곁에서 말할 수 있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변수로서, 당신은... 변수로서의 책임을 지셔야 해요.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인드 표식에 침입하는 느낌은 아주 익숙했다.
이렇게 의식을 자극하는 느낌은...
파오스의 창 시스템을 통해 지휘관 링크로 침입 중입니다.
역방향 제어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그때, 075호 도시에서.
루시아가 알파와 대치하던 그 순간...
두 손이 통제력을 잃은 듯 지휘관의 목을 향해 뻗어나갔다. 질식감이 급속도로 뇌를 잠식하면서 시야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무수한 혼돈의 사고가 뇌로 들이닥쳤다. 질서 없는 정보와 뒤엉킨 논리가 순식간에 의식을 가득 채웠다.
이건 그때 자신의 의식을 건드렸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때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았고, 혼돈스러운 사고들이 밀려오지는 않았다. 따스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해야 할 일을 해. 수석.
나<//우리>는 여기 있어.
눈앞에는 각기 다른 형태의 환영이 떠오르더니, 사람의 형상으로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냥 데이터야.
우리는 생과 사의 경계에 있어.
우리는 저 언덕 너머로 가는 마지막 문턱이야.
나<//우리>는 최대한 너를 도울 거야.
곡이 너를 믿기로 했으니까.
모르겠어. 하지만 곡은 너를 믿기로 했어.
나<//우리>도 믿을 거야.
만세명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야.
우리는 저 언덕 너머로 가지 않아. 너희도 그래.
뭔가가 지휘관의 머릿속을 떠나가는 것 같았고, 원래 눈앞에 떠올랐던 데이터 형상들도 차츰 사라졌다.
모두 정신 차려!
기계실 정문 앞, 모든 사람들이 전투 준비를 마쳤다.
우리 뒤에 있는 건 마지막으로 남은 구룡의 모든 것이다!
여기는... 절대 우리의 끝이 아니다!
지휘관님.
그렇게 총을 들고, 칼을 잡고, 삽과 스패너를 들며, 서로의 손을 꼭 쥔 사람들이었다.
용기를 내, 무기를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