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11월 10일, 01:11
화서의 방화벽이 망가질 때까지 35분 남음
곡이 만세명으로 몰려든 사람들에게 아래로 피난할 것을 허락한 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중추 기계실에 배치되었다.
이 강렬한 구성주의 스타일의 로비는 만세명이나 구룡 전체의 건축 양식과는 전혀 달랐다. 이 로비는 만세명이 아닌 북극 항로 연합에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어쨌든... 곡 님의 말씀으로는, 여기가 만세명의 가장 안전한 "중추"라고 하더군.
야항선 구룡파는 이미 백규와 형기의 요구에 따라 더 많은 주민을 다른 곳으로 분산 배치했지만, 여기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기계실에 배치될 수 있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도착하자, 조풍은 무언가 빠져나간 듯 힘없이 벽에 기댄 채, 멍하니 로비 중앙에 있는 금색의 나선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어제 오후, 포뢰와 공중 정원에서 구룡으로 돌아온 후, 조풍은 거의 쉬지 못했다.
야항선을 정화 구역으로 옮기는 절차를 도와주고, 보조성에서 이합 생물이 나타난 후 즉시 방어 태세를 구축했으며, 몇 차례 돌파 반격을 시도했다. 그리고 공중 정원의 지원이 올 때까지 구룡 사람들이 모든 힘을 다해 저항하도록 전 과정을 지휘했다.
조풍만이 아니라, 모든 구룡파들, 남녀노소, 인간이든 구조체든, 어제 오후부터 지금까지 잠시도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지휘관은 조풍에게 전해액 한 병을 건넨 뒤, 눈을 붙이지 않고 조풍 근처 시멘트 벽에 반쯤 기대어 있었다.
어. 괜찮아... 고마워.
그런 셈이지. 이전에는 보고서에서만 봤어.
포탄뿐만이 아니야.
냉핵융합로도 있었어.
오메가 무기? 그런 무기가 스스로를 시체의 산과 피바다가 있는 전쟁터로 나가 싸우게 할 수 있어?
조풍은 쓴웃음을 지었다.
야항선 정도밖에 없었지만... 우리 공장이 전력을 다한 생산한 무기는 수십 년 전 방어전 규모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군수 생산 라인의 4분의 1을 복구했지.
어젯밤에만 해도 13000 톤 이상의 포탄을 소비했지만, 수십 개의 중요한 요새와 공장 창고를 잃게 됐어. 야항선이 내항 수로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고철 덩어리가 됐을 거야.
그리고 지금은... 구룡성마저 잃게 됐어.
구룡의 역사에서 사람과 총은 둘 다 중요했어.
갑자기 조용하던 로비의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조풍도 즉시 몸을 일으켜 경계했다.
저쪽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
펑!
맑은 총성이 울려 퍼졌는데, 체스 말이 체스판 위에 놓이는 소리와 같았다.
사람들이 둘러싼 작은 공간 가운데 아니나 다를까 곡이 서 있었다.
그녀 맞은편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고, 곡이 만세명의 지표면에서 마주했던 상황과 같았다.
다만 이번에는 그 사람이 총으로 곡의 이마를 겨누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윤.
정말 예상 못 했어. 곡.
윤은 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다시 만났구나.
말했었지. 그때 이후로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은 참 쉽게 하네.
너와 대에게서 구룡의 주인 자리를 뺏지 못한 건, 당시 계획이 부실했던 탓이야.
그 후, 넌 내 지위를 빼앗고 날 구룡에서 쫓아냈지. 그건 내가 패자로서 받아들여야 할 결과였어.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을 참 쉽게 하는군.
하지만 구룡을 잃고 나서, 내가 대체 뭘 할 수 있겠어? 하고 싶은 일에 어떤 의미가 있지?
구룡을 잃고 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남았지!?
구룡은 잃지 않았어.
여기 그대로 있어.
봐!
지금...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곡.
조상님께서 물려주신 구룡이 네 손에 들어가더니 지금 이렇게 됐다고!
…………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대체 무슨 말이 더 필요하단 거야!
화서의 통제권을 넘겨. 화서는 핵심 권한을 가진 사람만 따른다는 걸 알고 있어.
내가 다시 구룡을 이끌어서, 화서를 이용해 이 역겨운 괴물들을 몰아내고, 상회가 다시 번영할 수 있도록 만들 거야.
아니. 넌 못 해.
곡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녀의 시선은 윤에게 머무르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절박하게 찾았다.
넌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어.
아직도 이해 못 하겠어? 네가 화서를 넘기지 않더라도, 네가 버렸던 사람들, 네가 거부했던 사람들이 널 강제로 그렇게 하도록 만들 거야!
내가 그때 너희를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너희는 오늘 여기에 서 있을 수 없었을 거야.
…………
역시 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군. 윤.
안목이 없고 또 항상 조급해하는 건, 네가 피할 수 없는 결점이란 말이지.
네가 여기서 날 가르칠 자격은 없어!
곡은 앞에 있는 윤이 정말로 총을 쏠지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자신과 함께 자란 그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우린 같은 교육을 받으며 자랐어, 윤.
우리 각자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사명"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그녀는 분명 자신의 오빠가 아닌 다른 이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했던 일들에 대해 변명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지 않을 거야.
네가 해야 할 일을 해.
펑!
그녀는 그렇게 뒤로 쓰러졌다. 신음 소리조차 내지 않았고, 손에는 용창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구룡 상회의 주인이자, 연합 공동체의 주인 그리고 구룡의 주인, 곡.
32년 전, 가슴에 총알을 관통당해 숨졌다.
아니야. 내가 한 게 아니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군중 속에서 작은 키에 왜소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그녀는 몸에 먼지와 말라붙은 피가 잔뜩 묻어 있었고, 눈에는 지친 기색과 고통이 가득했다.
이것은 아마 그 지옥 같은 밤을 겪은 수많은 구룡 사람들의 공통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시선은 그녀의 손에서 아직 연기가 사라지지 않은 칠흑 같은 총구에 집중돼 있었다.
그 총은 세계 연합 정부군의 대구조체 전용 권총으로, 9.33mm 구경의 구조체 기능을 멈추게 할 수 있는 특별한 총알이 발사된다. 의회나 정화 부대의 특별 명령 없이는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로 운 좋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끝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