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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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0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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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

11월 10일, 00:27

화서 방화벽 파괴까지 1시간 19분 남음

구룡 순환 도시 지하 1200미터, 만세명 물리층

공작새 같은 그림자가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가며, 마지막으로 방어선을 침입한 침식체를 땅에 꽂아버렸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곡...

하, 또 만났네.

옆에서 평민을 보호하고 있던 루시아와 리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든 전투를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곡의 시선은 루시아와 리를 지나쳐갔다.

수석이라면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건가?

그래? 안타깝군.

정말 그러길 바라.

곡이 손에 힘을 주자, 땅에 꽂힌 용창에 그 힘이 전달됐고, 침식체는 몇 번 경련하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그럼, 내 목적은 달성된 셈이네.

만세명을 실행하는 동안 방해받고 싶지 않았거든.

???

곡... 곡 님이신가요?

온몸에 붕대를 감은 무기 든 소녀가 놀라며 말했다.

곡... 곡 님.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진짜였군요.

곡의 시선이 잠시 그 소녀에게로 향했다.

어딘가 익숙하군.

너...

???

이 모습은... 틀림없어요!

곡! 곡 님이야!

점점 더 많은 평민들과 구룡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곡이 수격자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마 곡에게서 퍼니싱을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깊은 곳으로 철수하려던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들었으나, 아무도 곡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점점 몰려오는 것을 보고, 지휘관은 리와 루시아에게 무기를 거두라고 신호를 보냈다.

곡... 곡 님...

구룡의 주인님, 저희를 버리지 않으셨군요!

어서 가세요! 다른 데로 가세요!

저희를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고, 거절한 당신을...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다시는 이 공동체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하셨으면서...

이거 당신이 한 말이죠!

저희는 밖에서 매일을 전전긍긍하면서 살았는데, 당신은 지하에서 그냥 보고만 있었던 건가요!

저희가 밖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는 해요? 당신은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대답해 보세요!

예상치 못한 소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고, 그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누구도 곡에게 반걸음도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타인을 거절했던 이 구룡의 주인은 혼자 공터 한가운데 서서, 다른 이들의 거절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럼, 내가 진실을 알려주지.

구룡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난 진정한 구룡의 주인이 되어 이 도시를 통치하게 됐다.

하지만 비리야가 내 외모를 모방해 화서의 복제를 무단으로 가져가서, 예정된 계획에 있던 또 다른 존재 야항선을 가동시켰다.

그 후의 일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비리야는 복제 시스템에 무의미한 감정을 품었고, 결국 자신과 그 시스템을 망쳐버렸다.

분명 이 도시와 야항선 모두 화서의 연산이었는데, 다른 쪽의 결말은 이렇게 우스꽝스럽다니, 구룡의 체면에 먹칠을 한 셈이야.

그리고 말이야.

비리야를 몰래 따라갔다가 이제 와서 꼬리를 내리고 돌아온 건가?

구룡엔 이제 너희가 끼어들 틈은 없다. 배를 안전하게 이곳으로 가져온 건 칭찬할 일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희를 다시 이 공동체로 받아들일 순 없다.

처음엔 분명 너희도 구룡의 일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너희의 마음가짐은 이미 변했어.

내가 지금 공중 정원을 공격하라고 명령한다면, 너는 이걸 받아들일 수 있나? 너희는 받아들일 수 있겠어?

3년 전, 그 전쟁이 시작되기 전 그녀는 외부에서 떠돌며 고향으로 돌아오려는 사람들을 거절했다.

3년 후, 또 다른 전쟁이 구룡을 휩쓸 때, 세상은 이미 변해 있었다.

그녀는...

구룡 순환 도시에서 있었던 일이죠.

우리가 구룡 야항선과 함께 구룡 순환 도시의 항구에 도달했을 때, 그녀는 이 구룡 야항선 주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걸 공개적으로 거부했어요.

그녀가 하는 모든 일이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때 그녀는 우리 모두를 속였어요.

그땐 저도 그녀가 가브리엘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 형기라는 구룡파의 말이 맞다면, 화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손안에 있었던 게 틀림없어요.

즉, 그때 가브리엘과 루나에게 빼앗겼다는 "화서"라는 건, 결국 단말기에 불과했을지도 몰라요.

곡은 여전히 공터 한가운데 서서 자신이 거절했던 사람들의 분노를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갑자기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이 멍하니 걸어 나와 공터에 서자, 끊이지 않던 불평과 비난의 소리도 점차 조용해졌다.

곡도 다가오는 이를 알아보고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왜죠?

그 남자는 꽤 왜소했고, 얼굴과 옷에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으며, 코에 걸친 안경도 살짝 휘어져 있었다.

왜죠?

왜 일찍 문을 열지 않으셨죠?

왜... 왜요?

그는 곡으로부터 약 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빨리 열었더라면...

1시간... 아니, 40분이라도 좋았을 거예요.

30분만 빨랐더라면...

벼... 밀... 합성로...

그 시설들도... 잃지 않았을...

돈을 들인 시설들이고, 어렵게 구한 것들이에요.

들여 올 수 있었던 것들인데... 들여올 수 있었어요.

퍽 소리와 함께,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곡 앞에 쓰러졌다.

정적 속에서 곡이 먼저 입을 열며, 차갑게 말했다.

너희 중 염유 없나?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

제복을 입은 염유파 몇 명이 조용히 앞으로 나가 곡 앞에 섰고, 기절한 야항선 상인을 즉시 치료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처리하는 사람들이 오자, 다시 지휘관의 방향으로 향한 곡의 시선은 강철처럼 차가웠다.

너희는 계속 아래로 가야 해. 여긴 안전하지 않아.

곡이 조용히 말했다.

곡은 땅에 꽂혀 있던 용창을 뽑아 들고는 뒤돌아보지 않고 먼 곳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떠난 후, 사람들은 다시 떠들썩해졌다. 그리고 그 열기는 영원히 뜨거워질 수 없는 그녀의 뒷모습을 태웠다.

구룡

11월 10일, 00:29, 같은 시각

구룡 순환 도시, 내부 순환 도로, 만세명 격리층 균열 틈

구룡, 11월 10일, 00:29, 같은 시각, 구룡 순환 도시, 내부 순환 도로, 만세명 격리층 균열 틈

고풍스러웠던 구룡의 건물들이 끈적거리는 퍼니싱에 오염되어 있었다. 한밤중의 불길이 구룡 전체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크고 작은 두 개의 그림자가 폐허 속에 서 있었다.

그중 몸집이 작은 그림자는 망토를 두르고 있었고, 후드 아래로 갈색으로 땋은 두 갈래 머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손상된 로봇으로, 몸에서 끊임없이 불꽃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문명은 그렇게, 쇠퇴하고, 흥성하고, 다시 쇠퇴하죠. 이것이 문명의 이야기에요.

이런 것들을 역사라 불리며, 역사는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었죠.

변명일 뿐이야.

이것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비열한 행위를 설명하고, 스스로를 자만심으로 칭찬하는 것에 불과해.

그런 이야기들도 읽어보셨나요?

많이 읽어봤지.

한 줌의 잡초가 그녀의 옆에서 솟아올랐다. 그녀가 그 잎을 쓰다듬자, 손끝에 진한 보라색 꽃이 피어났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어요.

이 별의 이야기도 여기에 있죠.

정보가 충분하다면, 여기가 바로 지구 전체야.

감사해요. 착하시네요.

우리 둘 사이에 그런 좋은 마음 같은 건 없어.

내가 바라는 세계에 네가 있을 자리는 없어.

네가 바라는... "문명"엔 나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없지.

지금 우리는 그저 서로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야.

이용하는 것도 인간의 이야기에서는 일종의 전략이죠.

너는 속이는 법을 배웠군.

이건 당신에게 배운 거예요.

나를 인간과 같은 선상에 두지 마!

여기서부터는 서로 갈 길을 가자.

언젠가 우리 종족 간에는 피할 수 없는 충돌이 있게 될 거야.

그때 네가 마주할 난 지금의 내가 아닐 거다.

문명의 충돌도 문명의 "규칙"이지요.

소녀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조심스럽게 덮어 정리한 후, 망토 주머니에 넣었다.

책 읽는 걸 좋아하네... 흠.

어딜 가든 책을 들고 다니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야.

책, 이야기...

우연도... 결국 필연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