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11월 9일, 23:40
이합 생물이 만세명 물리층에 진입하기까지 16분 남음
구룡 순환 도시 지하 1200미터, 만세명 물리층
이곳은 인간 공학의 기적이었다.
지상의 광대한 현대화 도시를 훼손하지 않고, 지하 1200미터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 낸 뒤, 2200만 입방미터에 달하는 복원된 "고도"를 건설한 것이다.
온 세상이 깊은 우주로 시선을 돌리던 장엄한 시대에, 인간은 이 행성에 가장 깊고 오래된 경의를 그 이름으로 표했다.
만세명.
이곳을 건설하기 위해 구룡은 천 년의 세월과 역사를 바쳐 수많은 자료를 채워 넣었고, 웅장한 산과 골짜기를 깎아 그 기반을 다졌다.
수천만 톤의 강철로 영원히 꺾이지 않을 척량을 주조했고, 밤낮없이 돌아가는 수십 개의 원자로가 그 밝은 불빛을 책임져주었다.
이것이 원래 그곳이 지니고 있었던 모습이었다.
서두르지 마세요. 밀지 마세요. 떠밀지 마세요.
여러분은 앞 통로를 지나 외곽으로 내려간 뒤에 아래층 안치 구역으로 가세요.
조심하세요. 수력 발전소 고압 구역에는 서 있지 마세요.
시설 운송 시 안치 통로를 점유하지 마세요! 여기 담당자가 누구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구룡파는 큰 확성기를 들고 계속해서 안내를 하며 시민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질서 있게 대피시켰다.
시민들을 안내하는 일부 구룡파의 목소리는 쉰 것을 넘어, 듣기만 해도 성대의 고통이 느껴질 정도였다.
고요하던 만세명의 옛 거리가 이제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면서 소란스러웠다.
몇백 명만 더 철수하면 끝나.
그럼... 야항선에 있던 사람들도 철수를 다 마친 거군.
조풍은 피곤한 표정으로 천막으로 만든 오두막에 들어와, 임시로 펼쳐놓은 설계도 옆에 기댔다.
형기가 보낸 설계도에 따르면... 지표면에서 아래로 20미터마다 관로층이 하나씩 있는데
지표면의 안치 구역이 가득 차면, 사람들을 여기에 안치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부하들이 방금 가서 확인해 봤는데, 방공 터널과 비슷해. 하지만 아주 튼튼해서 문제없을 것 같아.
그리고... 15분 남았어.
붉은색 카운트다운이 스크린 한가운데에 있었다. 구룡파 지휘부가 만세명으로 철수한 후, 화서가 보낸 카운트다운은 이미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적이 들어오는 구역은? 전선 배치는 어떻게 됐지?
2시 방향의 천궁 하단부요.
크롬이 만세명의 구조 설계도 위에 원을 그렸다.
30분 전, 카무이, 카무, 리, 루시아가 천궁의 격리층에서 이합 생물을 이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어요.
야항선이 항구를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 야항선의 무기와 병력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과 차징 팔콘 소대를 더한다 해도 사방을 철통같이 둘러싼 이합 생물의 포위망을 뚫기엔 승산이 없어요.
이 "만세명"의 설계도가 맞다면, 여기서 아래로 400미터 정도 내려가면 구룡성 북서쪽으로 통하는 공사 통로가 있어요. 지상으로 갈 수 없다면, 지하로 가는 게 최선이에요.
지친 몸으로 겨우 움직인 조풍은 크롬이 말한 지하 공사 통로를 보다가 다시 일어섰다.
좋아. 실행하자.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할 뿐이야.
조풍은 잠깐 멍해 있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크롬 앞에 내밀었다.
그건 차징 팔콘 소대의 휘장이었다.
마스크 너머로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전투 지휘는 너희가 우리보다 더 잘하고 경험도 많잖아.
널 믿어. 그리고 이 전술을 만든 [player name]도 믿어.
잘 보관해 줘. 다 끝난 후에 내가 다시 찾으러 갈게.
알겠어요.
크롬은 조풍이 내민 손을 꽉 잡았다.
모두들 10분 내로 시민들의 철수를 반드시 마무리해.
그 후, 무기를 들 수 있는 사람은 적이 들어오는 구역으로 모두 모여.
네!
당연하지. 같이 싸운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
조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텐트를 걷고는 밖으로 나갔다.
10분 후, 이 멈춰져 있는 순간은 새로운 잔혹한 전장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player name]. 다시 생각해 봐.
10분 후, 어떻게 해야 하지?
책상 위에 놓인 거대한 만세명 설계도를 치울 때, 한 시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장이 이건 제가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어요. 하 참.
설계도를 보니, 전체 만세명은 방추형 구조로 되어 있는데, 위쪽 가장 넓은 구조가 바로 우리가 있는 고도란 곳이죠? 여기의 평면 면적이 가장 넓고요.
중심부로 약 500미터 정도 더 파고들어가면, 여러분들께서 말하는 "지표면" 아래에 있는 것들이 나와요.
그리고 여기서 천궁을 향해 보면, 지하의 수많은 관로들이 구룡 순환 도시 지표면으로 이어져 있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마치 이 관로들이 혈관처럼 지하 창공과 구룡 순환 도시 지표면 사이의 격리층에 끼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암석과 토양을 대체하는 인공 지층 구조를 건설할 때, 반영구적인 모듈형 봉인 설계를 사용했어요.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면,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의 철제 블록들이 조립되어서 구룡 순환 도시의 기존 심층 기반을 조금씩 대체하게 한 거예요.
이렇게 하면, 장점이 지표면 건물 구조의 안정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지하 내부 거대한 구조와 관로 조립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단점은 이런 반영구적인 모듈형 구조의 위치를 봉인한 후에는 큰 규모로 이동시키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한 번 위치가 틀어져서 다시 맞추더라도 외부에서 밀폐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지표면과 그 돔 사이에 많은 틈이 생기게 될 거예요.
이건... 이미 만든 모형을 분해하고, 각 부품 사이의 나사까지 모두 제거한 뒤에 다시 조립할 때, 일부 부품이 재조립이 안 되거나 원래처럼 단단하게 맞춰지지 않는 것과 비슷해요.
이런 설계 방식... 설계할 때부터 한 번 닫히면 다시 여는 걸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잠깐만요. 이 각주와 설계원 코드는...
이게 정말 노르만 광업 그룹의 설계도인가요? 왜 이런 복원이나 복각이 불가능한 건축 방안을 사용했던 거죠?
이제 됐어.
잠깐만요. 아직 다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이 책벌...
반대편에 있던 아시모프가 테디베어와의 통신을 끊었다.
그러니까 너희가 지금 "만세명"에 있다는 거야?
난 아시모프가 말한 "만세명 계획"이 단순한 데이터 계획인 줄 알았어.
근데 노르만 광업 그룹과 손잡고 이렇게 거대한 지하 도시를 건설했을 줄이야.
어쨌든, [player name], 지금 너희를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부대를 다 파견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그들이 구룡 순환 도시의 항구나 시내로 직접 공중 강하할 수는 없다. 거긴 이미 이합 생물로 가득하니 착륙 지점을 상대적으로 바깥쪽으로 잡을 수밖에 없어.
현재 총 철수 인원은?
수십만 명이라니...
하산의 눈에 걱정이 비쳤다.
이합 생물들은 지금까지도 그 출처를 알 수 없는데, 모든 게 너무 빨리 벌어지고 있어.
[player name], 이런 전쟁을 어떻게 할지는 전부 너한테 달려 있다.
나와 니콜라 사령관이 최선을 다해 지원해 줄 테니, 지원은 걱정하지 마.
지난번 톨리드 사건 이후로, 의회는 이런 문제에 그렇게 완고하지 않아.
연산 능력 락과 화서 문제를 제외하면, 그들도 게슈탈트를 무시할 수 없어.
너희를 군사력으로 지원하는 문제에 있어선, 게슈탈트의 제안은 항상 만장일치로 찬성했어.
하지만 의회가 정말로 우주 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게슈탈트가 강력히 반대해도 최종적으로는 의회의 결정을 우선시할 거야.
그때가 되면, 너희는 반드시 철수해야 돼.
…………
그래도 자네는 이성을 잃어서는 안 돼. [player name].
만세명을 지키고, 그 이후의 일은 자네의 판단에 달려 있어.
그전에는 "각자 해야 할 일을" 계속하도록 하지.
앞으로 10분 후의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철수해야 하나?
아니면 여기서 방어하면서 외부의 지원이 돌파해서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합류해서 반격해야 하나?
10분 후에 이합 생물이 정말 만세명에 침입하게 된다면, 그 후의 전쟁은 어떻게 해야 하지?
이 2200만 입방미터 크기의 체스판에서 몇 천 명을 지휘하며 전투를 치른다고 했을 때,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수를 잘못 계산할 경우, 뒤에 있는 수십만 명의 목숨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연합 공동체의 주인이자, 구룡의 주인이라면... 이런 전쟁은 직접 지휘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세명을 개방한다고 선언한 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생각이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그녀의 목적이 처음부터 만세명뿐이라면, 이합 생물이 가져온 퍼니싱이 만세명을 파괴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만세명을 열어 사람들을 들여보내기로 선택했다. 이것은 그녀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건, 그녀에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거나 혹은...
쿵!!!!
멀리서 들려오는 낮고 무거운 소리가 생각을 끊게 만들었다.
밝았던 천궁도 진동하며 다소 어두워졌다.
북동쪽 방향이에요! 스캔 신호에 따르면... 마지막 방호층이 제거된 것 같아요!
우리도 가죠. 그쪽에 있는 넷도 안내를 마칠 것 같아요.
또 다른 신호가 들어왔어요!
대형 스크린에 표시되던 기존 카운트다운이 사라지고 새로운 타이머가 나타났다.
1:57:46... 1:57:45... 1:57:44...
잠깐만요! 누군가 심층에서 올라오고 있어요! 이 사람에게서 왜 퍼니싱 신호가 잡히는 거죠!
승격자인가요!?
근데 신호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아요.
만세명에 있으면서 승격자처럼 강한 퍼니싱 신호를 가지지 않은 건, 오직 한 사람일 것이다.
말을 놓는 자... 결국 자신이 직접 게임 판에 올라오겠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