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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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1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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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성계 가장자리

지구력 기원 3177년 3월 19일, 15:07

NGC185 성계 외곽, 레보비츠호, 함교.

슐츠는 회중시계를 쥐고 함교 가장 끝 창문 앞에 앉아, 12광년 밖 작은 불빛을 바라보면서 함선 법정의 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회중시계는 그가 지구년으로 230년 전 유랑 상인들에게서 산 것이었는데, 그 상인들은 인간 문명이 은하계를 떠나기 전의 많은 물건들을 소장하고 있었다.

상인이 어떻게 그 물건들을 구했는진 아무도 몰랐지만, 상인에게 상고시대에 서열을 제어하는 데 쓰였던 특수 장비가 있다고도 전해졌다.

슐츠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함선 심리학자인 슈바르츠실트는 그가 어떤 강박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지만, 슐츠는 이 넘어설 수 없는 사고를 따르기로 했다.

이렇게 슐츠는 이전에 보았던 그 특수 장비, 즉 "주판"이라는 이름의 소장품을 기억 속에서 찾아냈다.

음...

그는 특히 오래된 것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했다. 지구년으로 1321년 전, 레보비츠호가 굴드 벨트 가장자리에 있는 W40 모항으로부터 출발했을 때, 할아버지가 남긴 회중시계를 가져오려고 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그 세계에서 그는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칸트

선생님, 과학 연합 의회 심문을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심문 녹음이 전송되었습니다.

슐츠 옆에 나타난 작은 빛의 남자 목소리는 레보비츠호 중추의 인공지능이었다.

레보비츠호의 모든 정보는 이 거대한 함선의 중심에 위치한, 가로 세로 3킬로미터의 슈퍼컴퓨터로 흘러 들어가고, 냉랭하고 다양한 빛을 발하는 이 기계에서 다시 흘러나왔다.

알았어.

슐츠는 옆에 떠 있는 빛에 가볍게 손을 댔다. 그러자 기록된 영상 화면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묵자

안녕하십니까? 로유 님, 저는 묵자입니다. 연합 의회를 대표해 몇 가지 필요한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공허한 방 안에 조금 쉰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에는 오직 하나의 책상, 하나의 의자,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옷차림이 단정치 못한 신경질적인 남자만 있었다.

어.

묵자

제 전임자와는 그다지 즐거운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전 군인이지만, 과학 자체는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흥, 말은 그럴듯한데, 그렇게 과학을 존중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묵자

구노 님의 죽음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칙상 몇 가지 질문을 드려야 합니다. 구스타프·구노와는 어떤 관계였습니까?

나는 구노 님의 부하였고, 그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첨단 차원 관측소 소장 자리를 임시로 맡았었다.

묵자

네. 기록에 따르면, 당신은 구노 님께서 자살한 이후 바로 구노 님의 직위를 대신하셨습니다.

관측소는 누군가가 이끌어야 해. 과학 연합 의회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묵자

물론입니다.

그런데 왜 이틀 전에 첨단 차원 관측소의 소장직을 사임하셨습니까?

그건 내 자유야.

묵자

하지만 당신은 그날 바로 장 대위에게 총기 사용 요청을 하셨습니다.

곧이어 로유 앞 책상 위에 총기 사용 권한의 데이터 기록이 홀로그램으로 투영되자, 로유의 차분했던 목소리가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뭐, 문제라도 있나?

묵자

왜 총기 사용을 신청하셨습니까?

레보비츠호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

묵자

그렇지 않습니다. 레보비츠호는 이민 과학 탐사선입니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는 총기 사용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고인의 사인을 언급하는 것은 죄송하지만, 구노 님도 총으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

묵자

죄송합니다.

난...

묵자

뭐라고 하셨습니까?

나한테는 자살할 권리가 있어.

묵자

하지만 저희는 더 이상 뛰어난 과학자를 잃을 수 없습니다. 그 점은 반드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함내 심리 상담사에게 도움을 청하십시오. 필요하다면 정체 상태의 휴면을 통해 상태를 완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총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조차 삶의 끝이 아닙니다. 그리고 과학 연합 의회가 구노 님에 대한 경의를 곧 보여줄 것입니다.

아니... 아니야.

소용 없어.

아무 소용 없어. 이렇게 가만히 앉아 모든 게 파멸로 치닫는 것을 지켜볼 순 없어.

난... 받아들일 수 없어.

묵자

파멸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그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가 올린 보고서를 읽어본 적은 있는 거야?

슐츠는 손을 들어 칸트에게 재생을 잠시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며 물었다.

무슨 보고서?

칸트

첨단 차원 관측소에서 최근 42건의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첫 번째는... <2753년 11월 20일-선진 첨단 차원 관측소 관측 보고서>로, 구스타프·구노 경이 제출한 것입니다.

슐츠 주변에 떠 있는 빛의 점들이 반짝이며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보였고, 곧이어 보고서 데이터 하나를 슐츠 옆에 투영했다.

계속해.

우리가 올린 보고서를 읽어본 적은 있는 거야?

묵자

무슨 보고서 말입니까?

봐. 역시 전혀 신경 쓰지 않는군.

묵자

아, 그... 최근 구노 님과 로유 님께서 제출하신 관측 보고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묵자

하지만 그 관측 보고서는 과학 연합 의회에서 터무니없다고 판정했습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로유는 크게 한 번 침을 삼키며 더욱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11월 18일, 구노 님은 함미의 천체 탐측기를 네 번이나 점검하라고 지시하셨어.

왜냐하면 우리가 함미 관측소에서 얻은 데이터에... 문제가 있었어.

하지만 나와 다른 네 명의 학사가 직접 확인했을 때, 그 천체 탐측기에는 설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

묵자

그럼, 대체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12광년 떨어진 우리... 목표 지점의 그 펄서...

그것의 거시적 규모에서 자극 전자기 복사에 문제가 생긴 거야.

묵자

전자기 복사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이걸 봐.

로유는 손을 들어 데이터를 투영했다.

이건 11월 17일에 받은 PSR-Z1975+2253의 펄스 신호야.

그 초록색 선들이 무수한 작은 사각형으로 나뉘어진 기록표에서, 하나의 가느다란 빨간 선이 계속해서 뛰어올랐다. 때로는 폭우처럼 격렬하게, 때로는 죽음처럼 고요하게, 또 때로는 우아한 무용수처럼, 미뉴에트와 탱고 사이를 오가며 움직였다.

묵자

이 보고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중성자성이 발산하는 동기화 방사능이 이렇게 무질서할 리가 없어. 그것들은 우주에서 극단적인 천체 중 하나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물리 법칙을 따라야 해.

로유는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죽음의 춤...

묵자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 후, 구노 님은 즉시 천체 탐측기의 방향을 돌려, 모항을 출발했을 때의 다른 몇몇 펄서를 점검하셨어.

전형적인 백색왜성과 중성자성도 있었지만, 문제는 없었어. 그리고 그들의 주파수 주기는 여전히 정상적이었어.

이건 우리 장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걸 의미해.

문제가 있는 건, 그 별, 그... 미친 별뿐이야.

묵자

하지만 이것이 구노 님께서 자살한 이유가 될 수는 없으며, 당신이 자살을 시도하려는 이유도 될 수 없습니다.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의 지식 체계에서는, 별 하나가 이렇게 완전히 무질서한 펄스 신호를 가질 수 없어.

이건 마치... 그 별이 카오스처럼 계속해서 붕괴하고, 다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는 것과 같아. 가시광선의 주파수가...

미트볼 같아. 한 순간은 완전한 미트볼이었는데, 다음 순간은 블랙홀로 변해버린 것 같아.

이건 플랑크 시간 내에 4가지 기본 힘을 완전히 바꾸고, 모든 걸 새로 써야 한다는 것과 같아. 심지어 빛의 속도조차도 고무줄처럼 때로는 늘어났다가, 때로는 줄어드는 상황이야.

묵자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우리의 이해로는 항성이 밀집성으로 붕괴할 때, 각운동량은 보존돼야 해.

그러니까 자전 속도가 상당히 빨라야 하고, 한 구역에서는 느리게 스쳐 지나가다가 다시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자극을 바꾸는, 그런 원뿔 방사 지역은 있을 수 없다는 거지.

나는 한 가지 가능성만을 믿고 싶어.

묵자

그게 뭡니까?

12광년 떨어진 PSR-Z1975+2253이 사실 펄서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슐츠는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칸트에게 재생을 잠시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저 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

칸트

출발 시 지정된 경로에 따르면, PSR-Z1975+2253은 우리가 관측해야 하는 중성자성입니다.

그건 나도 알아.

이 중성자성에 무슨 문제가 있지?

칸트

저는 천문 관측기기가 얻은 데이터만 추출할 수 있습니다.

어제 관측 데이터를 보여줘 봐.

칸트

알겠습니다.

슐츠 주변의 불빛들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파일 보고서를 불러올 때 방금 전보다 조금 더 걸렸다.

칸트

어제의 관측 보고서에 따르면... PSR-Z1975+2253의 모든 상수 지표가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우리가 원래 기대했던 관측 결과와 일치합니다.

여기 상세 데이터가 있습니다.

슐츠 옆에 각종 관측 지표와 전파 관측 이미지가 가득 채워진 높은 벽이 펼쳐졌고, 그 벽에 있는 별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데이터에 문제가 없어?

칸트

그렇습니다. 우리의 관측 목표에 부합합니다.

흠... 이상하군.

칸트

한 가지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PSR-Z1975+2253은 이번 비약 관측 임무에서 잠재적인 목표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곳에만 집중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말이 맞아.

슐츠가 손을 한 번 휘젓자, 그를 바라보던 별이 데이터, 그래프와 함께 사라졌다. 함교에는 다시 슐츠 혼자만 남게 됐다.

일단 여기까지 하지.

칸트

로유 님에 대한 문의를 계속 검토하실 필요가 있으십니까?

지금은 필요 없어.

연합 의회가 로유를 휴면시키기로 한 거 맞지?

칸트

네. 맞습니다. 3일 후에는 구노 님께서 로유 님을 대신해 관측소장 역할을 임시로 맡으실 겁니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로유 님을 다시 깨울 예정입니다.

이 방법이 맞을 수도...

칸트

로유 님께서 휴면 상태에 들어갈 것을 고려하여, 연합 의회는 그의 카보르 동포들의 의견을 구했으며, 버넬 님도 이번 지구년 내에 로유 님과의 카보르 관계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캐서린이 재혼할까?

슐츠는 무심코 고대 문헌에서 본 "재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결혼, 가족, 출산 같은 것들이 그저 아주 평범한 카보르 관계에 불과했다.

칸트

그건 버넬 님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알았어. 그리고 연방에 연락해 줘. 구노 님께서 임기 중에 자살하셨으니, 그의 가족에게 위로금을 보내라고.

관측소 사람들은... 익숙하고 존경하던 사람의 "두뇌"가 매일 그들을 지휘하는 게 불편할 거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칸트

알겠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칸트

현재 처리하셔야 할 일은 없습니다.

그럼, 이제 다음 항로를 계획해 보자.

슐츠가 칸트를 터치하자, 거대한 항성도가 그의 앞에 펼쳐졌다.

현재 그들은 NGC185에서 M33으로 가는 항로에 있으며, 방금 전에 화로자리 왜소은하에서 넘어왔다. 그들은 정해진 지구년 내에 이 구역의 과학 탐색을 완수해야 했다.

이 고지식한 학자들을 이끌고 탐색을 마무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연방은 모든 과학 함선에 군 출신의 책임자를 배치했다.

우리가 제일 빨리 워프 상태에 들어갈 수 있는 시점이 언제지?

칸트

레보비츠호가 던져졌을 때의 편차 교란을 계산한 결과, 목표 항로에서 2.87%의 편차 지수가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전 함선의 시공간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워프 엔진은 최소 5.7 지구일 동안 더 냉각해야 합니다.

그들의 새총 정확도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칸트

이것은 허용 범위 내의 편차입니다.

다음 워프 목적지는 PSR-Z1975+2253 근처로 설정해. 좌표는 내가 설정할게.

칸트

PSR-Z1975+2253에 대한 과학 탐사를 수행하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칸트

이 펄서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원래 목표 중 하나였어. 수행해.

칸트

알겠습니다.

참, 5일 후에 로유 님의 정체 휴면을 해제해.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되는군.

칸트

알겠습니다.

이 5일 동안 휴면 상태에 들어가시겠습니까?

음...

슐츠가 잠시 망설였다.

할 일은 이미 모두 끝났고, 워프 엔진이 냉각되는 동안 선장으로서 할 일은 없었다.

그럼, 난 잠 좀 자야겠군.

칸트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슐츠가 손을 휘젓자 앞에 있던 항성도가 사라졌다. 그리고 칸트를 한 번 터치하자, 그의 주변에 떠 있던 불빛도 점차 사라졌다.

슐츠는 손에 쥔 회중시계를 만지작거리며, 그가 곧 마주하게 될 12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별을 바라봤다.

슐츠는 이제 잠을 청하려 했다. 이번 여행에서 그는 몇 백 년에 걸쳐 간헐적으로 잠을 잤지만, 그에게는 그저 눈 깜빡할 사이였고,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

지구력 기원 ■■■, ■월 22일, 19:36

?????, 레보비츠호, 유생 로비

?????, 지구력 기원 ■■■, ■월 22일, 19:36, ?????, 레보비츠호, 유생 로비

???

경고! 경고! 함선 속도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대칭성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동력 시스템에 이상 발견됐습니다!

중력파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광자 수치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경고! 경고...

사방에 울려 퍼지는 경보음이 슐츠를 휴면에서 강제로 깨게 했다. 슐츠는 더듬거리며 밀폐된 선실 안의 밸브를 당기자, 비릿한 공기가 그의 폐 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천천히 배출돼야 했을 휴면 액체는 기침으로 토해냈다.

콜록... 콜록...

무슨 일이지?

유생 로비는 밝게 빛나고 있어야 했지만, 실제는 칠흑같이 어두웠고, 깜빡이는 경고등만이 그의 몸을 비추고 있었다.

칸트.

슐츠는 수면 캡슐의 제어 패널을 두드렸으나, 익숙한 불빛은 그의 곁에 나타나지 않았다.

휴면에서 깨어나면 최소 십여 분은 근육 조직의 수용체가 회복할 시간을 줘야 했지만, 슐츠는 군인으로서의 강인함을 발휘해 두 손에 힘을 주어 온몸을 힘껏 일으켰다. 그리고 수면 캡슐에서 튀어나와 땅에 섰다.

맨발로 땅을 밟았을 때 깨진 유리 조각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했던 유리 조각 대신 발밑에서 느껴진 건 미끄러운 액체였다.

슐츠는 깜빡이는 경고등의 붉은 빛에 의지해 발밑의 상황을 확인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붉은 조명 아래 유생 로비 전체 그리고 셔츠만 입고 있는 슐츠 자신도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경고 알림

경고! 경고! 함선 속도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대칭성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동력 시스템에 이상 발견됐습니다!

중력파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광자 수치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경보는 계속 울리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려면 먼저 함교로 가야겠어.)

(동력 시스템도 문제가 생긴 것 같아.)

훈련받았던 기억을 떠올린 슐츠는 유생 로비의 밀폐 밸브를 더듬거리면서 대문의 수동 밸브를 찾았다.

군인은 역시 군인이었다. 일반인이었다면, 휴면 상태에서 막 깨어나 직경 1미터에 이르는 철제 밸브를 돌릴 수 없었을 것이다.

???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유생 로비 바깥 통로도 어둠에 잠겨 있었고, 경고등의 붉은 빛만이 깜빡이고 있었다.

이 통로 안에서 희미하게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만일을 대비해 슐츠는 비상 수동 밸브 옆에서 렌치를 집어 들고 경계하며 외쳤다.

누구야?

로유

저예요! 로유에요!

슐츠 선장님! 살아계셨군요!

통로 안에 있던 로유는 비틀거리며 슐츠의 발치까지 달려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여러 번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로유 학사!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미쳤어요. 다 미쳤어요.

전부 다 미쳤어요!

평소 신경질적인 로유는 덜덜 떨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가 미쳤다는 거야?

사람들이요... 이 사람들이요...

그리고 이 함선도요! 다 미쳤어요! 전부 다 미쳤다고요.

찰싹!

로유를 진정시키기 위해 슐츠는 어쩔 수 없이 로유의 뺨을 한 대 때렸다.

진정해. 로유 학사!

배 안의 사람들은 어디 있지? 그리고 왜 전부 다 미쳤다고 말하는 거야!?

하지만 로유는 무언가에 목이 메인 것처럼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미친 듯이 고개만 흔들었다.

젠장...

이런 상황에서 레보비츠호가 정말로 동력을 잃었고, 칸트를 호출할 수 없다면, 슐츠는 반드시 함교로 가야만 했다. 그곳이 바로 선장으로서 그가 있어야 할 곳이었다.

칸트의 컴퓨터 코어와 엔진실은 모두 함교 바로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코어실과 엔진실에 가기 위해선 함교에서 승인 카드를 받아야만 했다.

로유 학사, 움직일 수 있겠어?

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어나. 함교로 가야 해.

이 함선에 무슨 일이 생기든, 난 반드시 거기에 있어야 해.

지금은 칸트를 깨울 수 없으니까, 함교 아래로 가면 칸트의 상황도 알 수 있을 거야.

로유는 떨리는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슐츠의 발 옆에서 일어섰다. 슐츠도 손에 들고 있던 렌치를 허리에 걸었다.

날 잘 따라와. 시야가 너무 좋지 않아.

어두운 통로 속에서 두 사람은 절뚝거리며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경고 알림

경고! 경고! 함선 속도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대칭성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동력 시스템에 이상 발견됐습니다!

중력파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광자 수치에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슐츠는 한 손으로 로유의 멱살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렌치를 움켜쥔 채, 더듬거리며 유생 로비에서 함교로 나아갔다.

슐츠는 유생 로비를 떠날 때가 대략 저녁 7시쯤이었다고 기억했으나, 함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됐다.

사실 이 시점에서는 더 이상 지구력의 24시간 시간제 기준으로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다.

함교에 도착했을 때, 함교 전체는 칠흙 같은 어둠에 빠진 상태였고, 심지어 창밖도 깜깜했다. 오직 함교 중앙의 콘솔만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레보비츠호 전체가 주머니 속에 들어간 것처럼, 밤과 낮의 경계가 사라져 버렸다.

젠장...

함교에 있는 사람들은? 지령관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저에게 물어보셔도... 저도 잘 모르겠어요...

슐츠는 로유를 붙잡고 함께 콘솔 위로 몸을 던져 레보비츠호의 상태를 확인하고 승인 카드를 얻으려 했다.

일반 동력실... 워프 엔진...

이 수치들이 계속 오류를 보고하는데, 대체 무슨 일이야?

동력실... 지금 출력 중인 건가요?

그럴 리 없어요. 동력은 끊긴 거 아닌가요?

출력은 어디로 간 거야. 여긴 완전히 깜깜하잖아?

하지만 이 데이터가 아아아아아아...

로유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콘솔 맞은편을 가리켰다.

그들이 마주 보고 있는 콘솔 옆에는 짙은 붉은색의 형언할 수 없는 그림자가 있었다.

푸, 푸, 푸.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푸, 푸, 푸.

붉은 그림자는 무언가에 의해 묶여 있는 듯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푸푸 소리는 바로 그 그림자 내부에서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

저게 뭐지!

슐츠가 허리에 있는 렌치에 손을 뻗기 전, 그 그림자가 갑자기 슐츠 옆으로 번쩍 이동했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슐츠를 통과하려다 무언가에 막힌 듯했고, 눈 깜빡할 사이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그림자의 하반신이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나타나지 않고, 몸 상반신에서 약 다섯 미터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푸, 푸, 푸.

또 한 번 눈 깜빡하는 사이에, 반대쪽에서 번쩍이며 다가온 "다른 하반신"이 그 그림자와 "합쳐"졌다.

살려주세요. 절 죽이지 마세요. 안 돼요. 아아아악!!

슐츠가 로유를 단단히 붙잡고 있지 않았다면, 로유는 미쳐서 함교를 뛰쳐나갔을지도 모른다.

로유의 말에 "놀란" 것처럼, 그 그림자는 한순간 어둡게 변했으나, 곧 더 기묘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인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부와 모든 내장과 뼈를 뒤바꿔놓은 것처럼 겉과 안이 바뀌어 있는 상태였다.

연한 분홍색의 위, 짙은 색의 간과 폐, 희고 뽀얀 뇌 그리고 연신 움직이는 심장은 보이지 않는 안쪽에 있는 사람의 피부에 막과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주머니의 바닥을 잡아당겨 안쪽을 밖으로 꺼내놓은 것만 같았다.

건강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장기가 밖으로 드러나 있었지만, 정상적으로 그 기능을 다 하고 있었다.

푸, 푸, 푸.

그때야 슐츠는 노출된 심장이 혈액을 펌프질할 때 나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웩...

푸, 푸, 푸.

혈관과 근육 섬유로 엮인 "손" 하나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뇌"를 잡고 있었고, 다른 "손"은 입이었야 할 검은 구멍을 덮고 있었다.

로유는 이 끔찍한 장면에 기절할 지경이었지만, 슐츠가 로유를 꽉 붙잡고 있어서 땅에 주저앉을 수 없었다. 그냥 무력하게 마른 헛구역질만 할 수밖에 없었다.

산이 우리 앞에 있을 때, 우리는 정상에 올라야 합니다.

그 검은 구멍에서 갑자기 끈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분홍색 기관이 위아래로 꿈틀거렸다.

눈앞에 바다가 있다면, 우리는 정복해야 합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지라도... 산과 바다가 그곳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나아가야 합니다.

슐츠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콘솔에서 승인 카드를 뽑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뒤, 머릿속에서 이 말과 이 목소리에 대한 기억을 생각했다.

하지만 슐츠는 아무런 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건, 오직 우주뿐입니다.

검과 쟁기로 별들 사이에 우리의 길을 개척할 때가 됐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바칠 겁니다. 지구 연방을 지키고, 인간의 권리를 수호할 것입니다.

우리 은하가... 우주에서 모두를 밝혀주는 등대가 되도록 합시다.

인간이... 그 무한한 정점에 오르도록 합시다.

설령... 단 한 사람일지라도...

선명한 붉은 빛에 떨고 있던 "인간"은 점점 "말하는" 것을 멈추었고, 기관과 몸의 장기도 더 이상 꿈틀거리지 않았다. 그리고 연기가 사라지듯 다시 어두워지면서, 처음 시작했던 그 붉은 그림자 상태로 돌아가 "인간"의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그것은 귀신처럼 그들 맞은편에 서서 꼼짝 않고 있었다.

슐츠는 한 손으로는 힘없이 쓰러진 로유를 꽉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뒤에 있는 렌치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조금씩 콘솔에서 뒷걸음질 치며 함교 문 옆으로 다가갔다.

우웩...

이제 로유의 위에는 더 이상 토할 것이 남아 있지 않았고, 그가 쏟아낸 위액은 바닥에 있던 축축하고 비린 액체와 뒤섞여 하나가 되었다.

일어나.

함교에는 이제 아무도 없어. 아래쪽 엔진실로 가자.

레보비츠호의 엔진실과 컴퓨터 코어실은 모두 함교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고, 거의 동일한 위치였다.

"칸트"라는 이름의 자율 함선 슈퍼컴퓨터는 사실 3킬로미터에 달하는 큐브 모양의 거대한 정사각형 로봇 구조로, 마치 거대한 로봇 슈퍼 브레인과 같았다. 엔진실은 이 슈퍼컴퓨터의 중앙에 부유하는 형태로 자리 잡고 있었으며, 뇌간의 역할을 했다.

함교에서 엔진실로 가는 길은 예상외로 순탄해서, 슐츠와 로유는 아무런 장애물도 만나지 않았다.

모든 문이 동력 상실로 인해 고장 나 열리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미끈미끈한 액체가 점점 더 많아졌다. 함교에서는 발밑에서 찰싹거리는 정도였는데, 엔진실에 도착하니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다.

어두운 푸른빛을 발하는 양자 워프 엔진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고, 아무 이상이 없는 듯했다.

엔진 대에는 다양한 고리가 하나의 질점을 둘러싸며 회전하고 있었다. 이 고리들은 함선이 워프를 준비할 때만 같은 회전 주기에 놓이게 됐다.

엔진은 문제없어 보이는데, 왜 에너지 공급에 오류가 생긴 거지?

슐츠 선장님, 제발 부탁드려요.

로유는 애원하듯이 슐츠의 소매를 붙잡고 있었다.

여기...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정말... 많은 것들이 말을 하고 있어요.

뭐?

머릿속에 많은 것들이... 계속 파고들고 있어요. 나가요! 나가라고요!

말하지 마세요!

알고 싶지 않아요! 알고 싶지 않다고요!!

갑자기 그의 왜소한 체형과 어울리지 않는 힘을 발휘한 로유는 옆에 있던 쇠지렛대를 집어 들고 슐츠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체격이 좋은 슐츠는 즉각 몸을 비틀어 로유의 광기 어린 공격을 피했다.

뭐 하는 거야!

싫어요! 전 알고 싶지 않아요!

로유는 엔진실 안에 있는 색을 알 수 없는 액체를 두드리면서 미친 듯이 쇠지렛대를 휘둘렀다.

독립적인 시스템... 아니에요! 에너지는 보존돼야 해요. 그럴 리 없어요!!

빛의 속도... 빛의 속도가 어떻게 음수가 될 수 있죠!!!

말하지 마세요!! 알고 싶지 않아요!!!

로유는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로유 학사?

이미 늦었어요.

뭐라고?

우리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우주의 끝에 이미 와 있어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어요.

빛과 에너지도 일종의 정보이지만, 우주는 하나의 칠판과 같아요.

"그들"에게 있어 법칙을 수정하거나 세우거나 지우는 건 칠판 위 분필 글과 같아요.

"그들"은 이 속세에 있지 않으며, 더 높은 차원에 존재해요.

이미 너무 늦었어요.

워프 엔진이 갑자기 회전하면서, 광란의 푸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로유는 슐츠의 눈앞에서 녹아내렸다.

로유 학사!

로유의 몸은 사막에 놓인 얼음 조각처럼, 처음에는 출혈하다가 머리부터 사지로, 이어서 내장과 뼈까지 안팎을 가리지 않고 조금씩 녹아내리더니, 알아볼 수 없는 액체로 변해 슐츠 발밑의 점액 속으로 녹아들었다.

로유는 그렇게 슐츠의 앞에서 사라졌고, 그 과정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젠장.

슐츠는 다시 허리의 렌치를 움켜쥐었지만, 이제 이 마지막 방어 무기를 꺼내야 할 대상이 주변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눈을 깜빡이는 사이, 그 고리들이 다시 하나의 평면으로 돌아와 엔진 대 위에 곧게 서 있었다. 마치 명중을 기다리는 다트판처럼 보였다.

푸, 푸, 푸.

로유가 녹아내렸던 자리에, 함교에서 봤던 그림자와 비슷한 형상이 나타났다가, 한 번 반짝이더니 다시 사라져 버렸다.

망할 것.

침을 뱉은 슐츠는 워프 엔진의 굳어버린 광양자 규약 고리를 다시 쳐다보았다.

크기가 다양한 고리들이 동일한 평면에 멈춰 있었고, 정중앙의 원형 구멍은 마치 동공이 없는 푸른색 눈처럼 보였다.

슐츠는 그 고리의 중앙에 질량 중심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워프 엔진이 시공 연속성을 실제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곳이었다. 이론적으로 레보비츠호는 매번 그 작은 질량 중심을 통해 다른 곳으로 워프하는 것이었다.

그 무한한 정보를 전송하는 질량 중심이 이 눈의 정중앙에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기로 와.

슐츠의 머릿속에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예언과도 같은 그 목소리는 워프 엔진 안, 바로 그 작은 점에서 들려왔다.

여기로 와.

그 순간, 무언가가 슐츠를 이끌고, 제단 같은 엔진 대로 올라가게 했다.

슐츠는 함선의 관리 규정과 절차를 어기는 것이기에, 자신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슐츠는 거부할 수 없었다.

여기로 와.

슐츠는 광양자 규약 고리가 이룬 평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는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매우 작은 질량 중심이 있었다.

그의 생각은 신탁에 매료됐고, 그의 손은 곧 신의 손을 향해 뻗어가려 했다.

젠장, 아니야!

자신의 행동을 인식했을 땐, 이미 늦은 상태였다. 슐츠는 곧 그 고리들을 통과하려 했고,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무언가가 흘러 들어왔다.

여기로 와!

칸트?

슐츠는 고리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 우주에서 마지막 남은 인간이 끝없는 허공의 심연에 떠 있었다.

슐츠는 눈을 떴지만, 주위는 온통 어둠뿐이었다.

그러다 그는 옆에 있는 스위치를 켰다.

슐츠의 앞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었고, 별의 바다가 그의 곁을 둘러싸고 있었다.

슐츠는 그 별들이 쇠퇴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큰 블랙홀의 축적 원반이 점점 커지면서, 여러 개의 축적 원반을 뻗어내고 있었다.

슐츠는 주위에 있는 모든 성계를 둘러보았다. 붉은색 거성은 어두워졌고, 모든 항성들이 백색왜성과 중성자성으로 변해 있었다.

슐츠

PSR-Z1975+2253……

슐츠는 별의 바닷속에서 그 별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해서가 아니라, 그냥 할 수 있었기에 그렇게 했을 뿐이었다. 정작 자신도 수억 개의 항성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슐츠

이 블랙홀이... 펄서인 건가?

???

맞아..

부드러운 목소리가 끝없는 심연 위에서 슐츠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슐츠

너는 누구지?

???

난 "그들" 중 한 명으로, 이 우주 거품을 관찰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이 우주는 이미 냉각에 가까워지고 있지.

슐츠

난 여기 온 지 겨우 1분밖에 안 됐어.

???

너희들은 시간을 분 단위로 측정하나?

그 비행선이 여기에 도착한 후, 이미 137개 시간 결정이 지나갔어.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두 손이 정렬된 선 몇 개를 슐츠의 눈앞에 놓았다. 각 선은 수십 개의 성계가 탄생하는 것과 소멸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

여기 빛의 속도는 너무 느려서 조금 빠르게 조정했어.

슐츠

그럼, 내 함선은?

???

저 죽어가는 별에 있어.

그 목소리는 슐츠의 시선을 거대한 블랙홀 속으로 이끌었다.

슐츠

블랙홀에 빠져서 없어진 거군.

???

나는 아직도 그 작은 종이배의 정보막을 볼 수 있어. 아직 존재하고 있는데, 왜 없어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 로봇의 머리도 마찬가지로, 아직 존재하고 있어. 단지 느려진 속도 때문에 둔해졌을 뿐이야.

슐츠의 눈앞에서 PSR-Z1975+2253의 축적 원반이 갑자기 깜빡였다.

슐츠

PSR-Z1975+2253은 원래 펄서였어야 해.

???

방금 심심해서 그 위에 즉흥적으로 몇 가지를 그려봤을 뿐이야.

슐츠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쓸 텐데.

???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아.

슐츠

내 선원들은 어디 있지?

???

내가 시계를 빠르게 조정한 결과를 그들은 견디지 못한 것 같아.

내가 발견했을 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기본 입자 구조로 변해 있었어.

하지만 그들의 정보막은 여전히 남아 있고, 너의 선함과 마찬가지로 존재해.

그 목소리에는 자비나 동정의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슐츠

그러면, 이 우주는... 곧 끝나는 건가?

???

맞아. 난 그저 네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남겨 둔 거야.

슐츠

너희들이 그렇게 친절할 리가...

???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아.

슐츠

여기가 우주의 끝인가?

???

이 별은 곧 이 우주 거품이 응축된 중심이 되고, 넌 지금 그 끝에 서 있어. 시작점이 조금씩 너에게 다가갈 거야.

블랙홀의 축적 원반이 다시 한 번 깜빡였다.

희미한 사람의 형체가 슐츠의 눈앞에 떠올랐다.

슐츠

사람! 사람이야!

저기에 사람이 있어!

???

그녀는 엔트로피의 종착점이야. 특별한 존재지.

슐츠

이봐! 거기 있는 사람!

슐츠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형체를 향해 필사적으로 큰 소리로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우주는 슐츠의 목소리를 전달해 줄 의무가 없었고, 그의 소리는 결국 죽음을 암시하는 푸른 빛으로 변한 뒤, 블랙홀 속으로 사라졌다.

???

소용없어.

그녀는 이 우주 거품 속에서의 마지막 답이야. 하지만 그녀가 가진 질문이 무엇인지는 나도 몰라.

슐츠

엔트로피의 끝... 그녀가 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나?

???

이 우주 거품의 파멸은 곧 일어날 거야. 바로 이번 시간 결정 안에서.

어쩌면... 다음 우주 거품에서 그녀는 여전히 있을지도 모르겠네.

슐츠

내가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인간인 건가?

???

맞아. 난 그저 네가 흥미로워서 남겨 둔 거야.

하지만 계속 질문하면, 나도 지칠 것 같아.

이 시간 결정이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하거나 요청 하나를 할 수 있어.

우리가 우주 거품을 처리할 때, 은하계 탐색을 하는 생명체들은 일반적으로 그들의 모성을 한 번 보고 싶어 하더라고.

하지만 130개의 시간 결정 전에, 너의 모성은 기본 입자가 되어버렸어.

내가 남은 정보막으로 그것을 다시 형태로 만들어서 보여줄 수 있어.

슐츠

필요 없어.

슐츠는 우주에 떠 있는 눈앞에 그 "인간"을 똑바로 응시했다.

여기가 우주의 끝이었다.

모든 것이 이미 끝났고, 여기서는 어떤 질문도 대답을 가질 의미가 없었다.

이 우주의 모든 정보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결국 자신마저 삼킬 탐욕스러운 괴물 속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정신과 의식, 물질과 에너지가 모두 소멸할 때까지, 그리고 시간과 공간 또한 그와 함께 끝을 맞이했다.

???

이 우주 거품은 곧 끝날 거야. 지금 마지막 질문을 해야 할 거야.

더 이상 새로운 정보도, 더 이상의 질문도, 더 이상의 답도 없는 상태였다.

슐츠

나는 누구지?

강렬한 백광 속에서 슐츠는 다시 한 번 그 따뜻한 흐름을 느꼈다.

그는 시간, 공간, 의미조차 없는 심연의 밑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 빛 심지어 그 자신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미안하구나. 아이야.

이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