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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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0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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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

???, 오전 10:25

구룡 극북 지역, 치올콥스키 발사 센터.

A31 발사 플랫폼 외곽 비행기 계류장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시베리아의 차가운 날씨가 그들의 두툼한 외투와 목도리를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매서운 추위도 사람들의 열정과 호기심을 꺾지는 못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세계 우주 과학 연구 종합체와 과학 이사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동방 계획"의 선두 주자인, 비행선 "새벽-III"형의 코어 명령 모듈 발사대입니다.

콧수염에 흰 서리가 덮인 기자는 추워서 제대로 발음하기도 힘들었지만, 카메라 뒤의 관객들에게 이 장면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이번 코어 명령 모듈은 쾌자호 운송 로켓이 운송하게 되며, 라테란-XV형 냉각로가 에너지원으로 점화하게 됩니다. 관성 구속 점화 장치를 활용하여 대기권 내 추진력을 제공하는 쾌자호 운송 로켓은 현재 가장 최첨단의 대우주 운송 시스템입니다.

코어 모듈은 국제 우주 정거장과 WAXA의 궤도 우주 항에 도착한 후, 현재 궤도에 있는 "새벽-III"호와 함께 마지막 조립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있는 하늘로 향하는 지침, A38 발사 플랫폼도 오늘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은퇴하게 될 것입니다.

이 발사 플랫폼은 구룡 상회의 자금으로 건설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 "동방 계획"과 관련된 발사 임무는 총 16회 수행했고, 그중 단 한 번만 수행에 실패했습니다.

기자는 자신의 뒤에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건축물을 손으로 힘겹게 가리키며 설명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기자의 주변에는 크고 작은 수십 대의 카메라가 다른 기자들을 비추며, 이 역사적 순간을 세계로 중계하고 있었다.

이 기자들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발사장 밖 수 킬로미터의 넓은 공터와 강변에는 자동차와 온열 막사로 이루어진 풍경이 바다를 이루듯 펼쳐져 있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 외딴 황무지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양한 피부색을 갖고 있었다. 3인 가족으로 구성된 노동자 가정도 있었고, 헬리콥터를 타고 특별히 구경하러 온 억만장자도 있었다.

12월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그 중요한 순간을 기다렸다.

???

저기요.

멀지 않은 곳에서 두꺼운 방한복을 입은 사람이 과학 이사회 깃발이 꽂혀 있는 방향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었다.

발렌티나!

무슨 일이야?

이럴 때는 제어 센터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난 발사가 끝난 후에나 자네가 올 줄 알았는데.

할 일은 다 끝냈고, 남은 건 학생들에게 맡겼어요.

발렌티나가 털모자를 벗자, 금발의 긴 머리가 겨울 햇살과 설원 속에서 유난히 반짝였다.

기념비적인 일인데, 현장에 직접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전 그렇게 의식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에요.

발렌티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예상했던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다.

캐논 박사님은 어디 계세요?

지금쯤이면, 국제 우주 정거장의 우주 항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슈바르츠실트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안경 위에 앉은 옅은 서리로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네 딸 갈리나도 거기에 있어?

몇 명의 시선이 동시에 발사 플랫폼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발렌티나로 향했다.

그런 민감한 질문을 하다니.

괜찮아요.

이건 그녀의 선택이었고,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그리고... 저는 엄마로서 밑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싶어요.

란다우는 발렌티나의 떨리는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자랑스러워할 거야.

캐논도 그녀를 잘 보살펴 줄 거라고 믿어.

네.

네가 직접 발사 버튼을 눌러야 했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창조물에 대해 마지막까지 책임을 져야 해.

"우리는 모두 소성단으로 이루어진 존재야."

그 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인간의 자식들이고, 인간의 사명을 짊어진 사람들이야.

우리는 본래 별에서 왔고, 언젠가 다시 별로 돌아가야 해.

아, 그만들 하세요!

슈바르츠실트는 가방에서 고풍스럽고 오래된 카메라를 꺼냈다.

우리 사진 찍으시죠!

필름 카메라야?

네. 이거 비싼 값 주고 소장한 거예요. 나오는 사진도 질이 괜찮대요.

이런 카메라는... 지금 가장 싼 단말기보다도 화질이 안 좋아.

어? 구룡은 이런 복고풍을 좋아하지 않나요?

난 고물 줍는 사람 아니야.

남들 김새게 만드는 덴 일가견이 있군.

...

좋아요! 발사 전에 사진 하나 찍으시죠.

음... 포즈도 취해야 할까요?

저쪽으로 가지. 뒤에 있는 발사대도 사진에 담아야 하지 않겠어. 그러려고 사진 찍는 거잖아?

맞는 말이네요!

준비되셨죠? 타이머는 20초로 설정할게요.

발사 20분 전.

"새벽-III" 명령 모듈 테스트 데이터 정상입니다.

승무원 전원의 생체 징후는 정상이고, 선실 지령장도 정상입니다.

치올콥스키 발사 센터 현지 상태 정상입니다. 이제 동양 임무 제어 센터로 넘기겠습니다.

여기는 동양 임무 제어 센터입니다.

이번 비행 임무의 관리자인 바즈 리스트에게 임무 실행 제어 권한을 넘기겠습니다.

여기는 임무 실행 제어 바즈·리스트입니다. 각 단원은 보고 바랍니다.

점화 장치 추진 제어... 정상입니다.

ICF 파라미터 1B1210, 고장 코드 1B1210입니다.

발사 센터 현지에서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발사 센터 현지 확인했습니다. 3단계 점화 장치 57F 레이저 유닛 홀라움 테스트로 인해 발사 시간이 연기되었습니다.

반복합니다. 발사 시간이 연기되었습니다.

"새벽-III", 교체 기계공이 이동 중이며, 예상 테스트 수리 시간은 10분입니다.

지령장 수신했습니다.

임무 실행 제어 보고를 계속해 주십시오.

고속 중성자 신호 관측... 정상입니다.

열 전환 제어... 정상입니다.

융합 에너지 증폭 파라미터 관측... 정상입니다.

유도 제어... 정상입니다.

의료 감호... 정상입니다.

원격 측정 신호... 정상입니다.

발사 10분 전.

여기는 동양 임무 실행 제어 바즈·리스트입니다. 기술 지원 제어 보고 바랍니다.

전천 네트워크 신호 정상입니다. 발사 동의합니다.

과학 이사회 기술 지원 정상, "스피처" 측량 데이터 정상입니다. 발사 동의합니다.

WAXA 북극 항로 연합 어레이 신호 정상입니다. 발사 동의합니다.

WAXA 구룡 어레이 신호 정상입니다. 발사 동의합니다.

발사 10분 전.

α, 여기는 동양 임무 실행 제어 바즈·리스트입니다. 궤도 지원 제어 보고 바랍니다.

동양 임무 실행 제어 센터, 여기는 α 지령장 회한입니다.

치올콥스키 발사 센터에서 데이터를 수신했습니다. 발사 동의합니다.

"새벽-III" 전 함선, 우주 정거장 준비 완료했습니다.

여기는 α입니다. 침대와 식사를 준비해 뒀습니다. 귀환하시면 뵙겠습니다.

발사지 3분 전.

동양 임무 실행 제어, 임무 제어 센터에서 발사 동의합니다.

치올콥스키 발사 센터 발사 동의합니다.

과학 이사회 발사 동의합니다.

국제 우주 정거장 발사 동의합니다.

"새벽-III", 여기는 비행 관리 에드워드·화이입니다.

"새벽-III" 지령장, "니모" 수신했습니다.

전체 팀이 발사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새벽-III" 코어 명령 모듈이 발사되어 우주로 올라가기까지 이제 1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여러분께서 보고 계신 것처럼, 저희가 있는 이곳에서 발사장까지 20킬로미터 내에는 전 세계에서 온 관중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전 세계의 시선이 말 그대로 이 막대한 여정을 떠날 선구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새벽-III" 방안이 성공적으로 인증된다면, 전 인류의 힘을 모아 별과 우주를 탐색하는 "동방 계획"이 세계 연합 정부의 승인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발걸음이...

계곡에 울려 퍼지는 대출력의 안내방송 소리가 기자 목소리를 덮어버렸다.

카운트다운 55초, 전력 전송 완료했습니다.

카운트다운 45초, 전체 점화 장치 압력 용기 가압 완료했습니다.

카운트다운 30초, "새벽-III" 코어 명령 모듈 파라미터 정상입니다.

카운트다운 20초, 플라즈마 제한 장치 제거했습니다.

카운트다운 15초, 우주 내비게이션 시작합니다.

카운트다운 10초, ICF 점화 프로그램 시작합니다.

거인의 포효와 같은 굉음이 로켓 표면을 덮고 있던 얇은 서리를 털어냈다. 쾌자호 운송 로켓도 이점만은 지금까지의 로켓과 동일했다.

봤나? 코롤료프?

슈바르츠실트와 발렌티나는 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

이것이 요람을 벗어나는 첫걸음이야.

거꾸로 된 원뿔형 방출구에서 주황색, 보라색, 파란색이 섞인 플라즈마가 분출되면서 다이아몬드처럼 맑고 차가운 하늘에 인간의 이성과 과학이 남긴 독특한 흔적을 그었다.

인간이 처음으로 동굴 밖으로 나와 별하늘을 올려다본 순간부터 신시야호가 카이퍼 벨트를 벗어나기까지, 이는 늘 이어져 온 인간의 꿈이었다.

발렌티나

나의 아이야. 무사히 다녀오렴.

우주는 작으니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28시간 후, "새벽-III"은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마지막 조립을 완료하고, 42명의 함대 탐사 대원이 전 인류의 기대를 안고 모항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 후 3시간 후, "새벽-III"은 달 근처에서 광속 만분의 일의 속도로 시작하여 조금씩 켄타우로스 자리 알파 방향으로 가속하기 시작할 것이다. 3년 후에는 카이퍼 벨트를 지나, 오르트 구름을 통과하기 전에 광속의 백분의 일까지 조금씩 가속할 예정이다.

15세기 첫 번째 캐러벨 범선이 대서양을 향해 항해를 시작한 후, 인간은 바다를 통해 이 푸른 행성을 정복해 왔다. 그로부터 정확히 500년이 지났다.

그리고 500년 동안 별의 바다에서 외롭게 나아가게 될 이 여정은 그 위대한 모험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과학 이사회

"시간 기록 미승인"

제3 개발부, "게슈탈트 HAI 실험실"

과학 이사회, "시간 기록 미승인", 제3개발부, "게슈탈트 HAI 실험실".

낮에 밝게 빛나던 로비는 이제 야간 조명만 드문드문 켜져 있었다. 늘 표시등이 반짝이던 높다란 데이터 스택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별하늘과 비슷했다.

그런 끊임없이 흐르는 별하늘 속에 별빛과 어울리지 않는 불빛 하나가 있었다.

계속할까?

계속해.

란다우는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고, 다른 손으로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잠을 자지 못한 게 이틀쯤 됐지?

그런 것 같아.

이 방안은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정확하다는 게 증명됐어.

응. 나도 알아.

둘은 스크린에 떠오른 붉은 숫자식을 보며 침묵했다.

8년 전, 란다우, 비리야, 레보비츠 그리고 로유가 이 방에서 처음 HAI 테스트를 시작했을 때, 이 스크린의 숫자는 0에서 1로 변했다.

이제 이 스크린에는 중요한 노드를 세는 메르센의 수 지시기가 있는데, 그 지수가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크기로 이미 증가했으며, 이 지수 자체도 과학적 표기법으로 표현해야 할 만큼 커졌다.

지수의 끝자리가 5에서 6으로 변했다.

이는 IV형 테스트기가 천문학적인 크기의 실험을 또 완료했음을 의미했다. 만약 한 번의 실험이 한 사람의 인생과 필적한다면, 5에서 6으로의 변화는 우주의 탄생과 죽음을 한 번 겪은 셈이었다.

옛날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

말해주지 않으면 무슨 이야기인지 어떻게 알아.

란다우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비리야는 이 미소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용기가 필요하는지 깨닫지 못했다.

어느 이름 모를 작은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운석이 떨어졌어. 그래서 많은 집들이 파괴되고, 원래 사람들이 살 수 있던 곳이 전부 망가져 버렸지.

원래는 단순한 운석 피해였지만, 당국은 곧 그 구역을 봉쇄하고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게 했어.

나중에 사람들은 그 구역 안에는 상식과 과학에 어긋난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거야. 중력, 시간 그리고 심지어 광속까지도 밖과 다르게 작용했거든.

그러다 또 다른 전설이 생겼어.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기만 하면 마음속 깊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신비로운 집이 있다고 말이야.

이 전설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도 늘어났어. 수요가 있으면 시장이 생긴다고, 경비병과 알 수 없는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 안내자라는 직업도 생겨났지.

어느 날, 한 과학자와 작가가 찾아와서 그 신비로운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어.

가는 길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세 사람은 고난과 위험을 극복하고 마침내 그 집 앞에 도착했어. 그때, 과학자가 소형 핵폭탄을 꺼냈어.

핵폭탄?

과학자는 처음부터 죽을 각오를 하고 왔던 거야. 선악의 구별 없이 소원을 실현하는 존재가 있다는 걸 용납할 수 없었지. 과학자 자신조차 그 방에 들어가서 악한 소원을 빌지 않을 거란 장담을 할 수 없었으니까.

인간이란... 흥.

그래서 결국 그 방을 폭발시켰어?

란다우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

만약 정말로 사람들의 마음속 소원을 전부 이뤄주는 방이 있다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비리야의 비꼬던 표정이 굳어졌다.

만능 소원 기계? 그런 건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거잖아.

네가 그렇게 부정하는 걸 보면,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겠지.

그런 게 진짜 있다면... 그럼, 과학... 실증주의를 기반으로 한 자연 과학은...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

맞아.

하지만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그런 방이 있을 리 없잖아!

맞아.

이야기 속 과학자는 처음부터 이런 걸 믿지 말아야 했어.

과학의 이성은 진리를 검증하기 위해 존재해. 미지의 것이 있기 때문에 과학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야.

하지만 그 과학자는 처음부터 확신했었어. 필요하다면 이 집을 폭파해서라도 자신과 과학의 이성이 알지 못하는 것을 파괴하고자 했던 거야.

그렇게 하는 건 브루노를 화형에 처했던 무지한 종교 재판소와 다른 게 뭐지?

그 방을 파괴하는 게 악한 사람들이 그것을 악용하는 걸 막기 위한 거라면,

그가 무슨 권리로 다른 사람의 마음속 소원이 악한지 선한지를 판단하는 거지?

그게 다야?

어. 끝이야.

그래서 그 이야기의 결말은 뭔데?

기억나지 않아.

란다우는 고개를 저으며, 여전히 변화 없는 대형 스크린의 숫자를 바라봤다.

정말 어설픈 이야기군.

원래 꽤 흥미진진한 이야긴데, 내가 잘 전달하지 못했나 봐.

비리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먼저 갈게.

어. 난 조금 더 있다 갈게.

진전이 있거나 상황 바뀌면 바로 연락해.

당연하지. 아! 참!

뭐?

모든 걸 머릿속에 기억해 둬.

란다우는 손가락을 들어 자신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우리 일은 더 먼 미래를 위한 거야. 유일하게 경외해야 할 건... 우리의 후대뿐이야.

인간이 없는 과학 그리고 인간성이 없는 과학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란다우는 중지로 다시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의미심장하게 강조했다.

모든 걸 머릿속에 넣어둬. 비리야.

인간... 정말 구제불능이야.

현재든, 미래든, 인간의 나쁜 본성은 절대 변하지 않아.

서로를 공격하는 싸움, 불로불사의 망상...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며, 추악하기 짝이 없어.

한심해.

비리야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용히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의 모습은 제3 개발부의 복도에서 점점 사라져 갔다. 밤의 희미한 불빛이 그를 비추는 장면은 한 시대의 마지막 메아리처럼 보였다.

이 8년 동안, 비리야는 란다우를 한 번도 "선생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었고, 란다우 또한 그를 자신의 "학생"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인간이 별들로 나아가는 길 위에 놓은 하나의 디딤돌일 뿐이었다. 학생이든, 선생이든, 미래 앞에선 다를 게 없었다.

괜찮아.

실험실에는 다시 란다우 혼자만 남게 됐다.

란다우의 사무용 책상 위에는 깨끗하고 열정적으로 피어 있는 순백의 설구화가 꽂혀 있었다.

그 꽃 옆에는 꽤 오래돼 보이는 두 개의 액자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잘 보존된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하나는 깔끔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소녀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안고 있는 사진이었다.

소녀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 흰 꽃을 들고 있었다.

란다우는 그 사진을 어루만졌다. 40여 년 전, 그들이 결혼식에서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것처럼.

그리고 30여 년 전, 자신의 부주의로 그녀와 세 살짜리 아들이 라도가의 차가운 호수에 빠졌을 때, 서로의 손을 잡았던 것처럼.

란다우

마샤...

란다우의 목소리는 자책감으로 떨렸지만,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사진을 덮었다.

그 사진 옆에는 또 다른 단체 사진이 놓여 있었다.

얇게 쌓인 눈 위에는 4명이 서 있었고, 겨울의 맑고 순수한 햇빛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멀리 그들 뒤로 솟아오른 강철의 창조물이 하늘과 대적하는 듯 서 있었다.

슈바르츠실트, 발렌티나, "대" 그리고 란다우 자신이었다.

평생을 계산에 바친 레보비츠는 3년 전 영원히 눈을 감았다. 란다우는 양자 컴퓨팅의 거장이었던 그가 임종 때 게슈탈트의 알고리즘 기준을 읽어보려 애쓰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3년 전, 코롤료프는 장시간의 과로와 방사능 피폭으로 결국 병상에 눕게 되었고, 그가 후임으로 키워오던 슈바르츠실트와 발렌티나에게 제2 개발부의 중책을 맡겼다.

결국 그가 바랐던 대로, 사람들은 마침내 그녀들을 "박사님"이라 부르게 되었고, 그녀들의 학문적 성취는 그들의 부장과 부장 상무이사라는 직책에 걸맞았다.

하지만 오늘, 란다우는 왜 발렌티나가 발사 센터에서 마지막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지 갑자기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비행선에는 그녀의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날마다 난해한 항성도와 복잡한 방정식을 마주하며, 그 비행선의 짜임새, 나사,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을 암기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는 더 이상 위험을 무릅쓸 수 없었다. 남편에 이어 자신의 딸까지 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몇 년 후, 자신과 자신의 아이가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빛나는 과학이나 이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인간이라는 사실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란다우의 시선은 그 사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차가운 대형 용기로 향했다.

란다우

미안해.

란다우는 실험대의 통신 채널을 열었다. 이 방송 시스템은 원래 실험실 전체에 실험 진행과 시작 시간을 동기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실험실에는 오직 그 자신과 그의 진정한 "아이"만이 있었다.

란다우

이제부터... 휴리스틱 인공지능 생체공학 의식 비트 필드 게슈탈트화 시뮬레이션을 시작한다. 코드명... 04.

때로는, 세상을 바꾸는 데는 가장 단순한 사랑 하나면 충분하다.

3일 후, 과학 이사회 안전 심사부는 비리야가 수집한 유품 속에서 이 녹음과 영상을 발견했으나, 이것이 란다우 박사가 직접 촬영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사람들은 란다우의 얼굴에서 보이는 표정에 놀랐다. 왜냐하면 그건 우리가 아는 란다우 박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친 듯한 열정, 신앙, 탐구, 무한한 기쁨과 무한한 고통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우리가 평생을 다해 추구한 진리가 마침내 우리 앞에 놓였을 때, 우리는 모두 그렇게 했을 것이다.

도미니카는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