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8 뭇별을 이은 북극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28-28 별들에게 묻다

>

국제 우주 정거장

코롤료프 박사님, 슈바르츠실트 님, 발렌티나 님, 그리고 란다우 박사님 환영합니다.

거대한 로봇이 에어로크 입구를 막고 있었고, 로봇 팔에는 몇 가닥 채색 리본이 걸려 있었다. 그 리본은 우주 정거장의 시뮬레이션 중력 때문에 예상처럼 떠다니지 않고, 로봇에 늘어져 있었다.

됐어, 됐어!

코롤료프는 큰 로봇의 몸체를 두드리며, 그것과 그 주변의 연구원들에게 진정하라는 손짓을 했다.

뭘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준비했어? 내가 처음 오는 것도 아니잖아.

연구원

부장님께서 마지막으로 우주 정거장에 오신 지 877일이 지났어요!

그리고 발렌티나 님도 한동안 오지 않으셨죠.

흠...

어쨌든, 이 거대 로봇부터 먼저 돌려보내도록 해. 문을 막고 있으면 시설을 옮길 수가 없잖아.

거대한 로봇을 다시 한번 세게 두드린 코롤료프는 고장이 날까 봐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어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거대한 로봇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코롤료프를 바라보았다.

코롤료프 박사님, 당신이 소지하고 있는 고농도의 알코올 혼합물을 제출해 주시겠습니까?

뭐...

코롤료프의 주변에서 갑자기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녀석...

코롤료프는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조금은 당황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 술을 가져온 거야?

란다우 박사가 준 소중한 선물이잖아! 1년 넘게 간직하고 있었다고!

국제 우주 정거장 현행 관리 조례에 따르면, 알코올 농도 2% 이상 물질은 국제 우주 정거장의 어떤 선실에도 반입할 수 없습니다.

보드카 한 병인데 뭐 어때!

규정에 따르면, 보드카도 국제 우주 정거장에 반입할 수 없습니다. 술에 취한 인간은 알코올 자체보다 훨씬 더 파괴적입니다.

코롤료프 박사님, 잠시 로봇에게 맡기는 게 어떠세요?

코롤료프 옆에 있던 슈바르츠실트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난 좀 특권을 누리면 안 되나?

그건 불가합니다. 코롤료프 박사님.

됐어. 나중에 돌아가면 한 병 더 줄게.

좁은 에어로크 안은 다시 한번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말이지.

코롤료프는 마지못해 주머니에서 보드카 병을 꺼낸 뒤, "거대 로봇"에게 건넸다. 큰 로봇은 술병을 받은 후에야 만족스러운 듯 물러났다.

아. 그냥 농담한 건데...

내가 주도해서 이 규정을 만들었는데, 내가 위반할 수는 없지.

오? 농담 실력이 늘었군.

그때, 코롤료프 앞에 있는 연구원들이 길을 비켜주자, 아시아계 중년 군인 한 명이 밖에서 들어왔다.

오, 회한 지령장님.

코롤료프는 즉시 다가가서 들어온 군인과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십니까? 코롤료프 박사님!

그리고 슈바르츠실트 님과 발렌티나 님 또한 반갑습니다. 그럼, 이쪽이 란다우 박사님 맞으십니까?

회한은 코롤료프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란다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회한 지령장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가져온 시설들은 뒤에 있어요. 여러분께서 받으신 뒤, 조립을 도와주세요. 외부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해요.

코롤료프가 자신을 맞이하러 온 연구원들에게 손짓하자, 그들은 코롤료프가 온 방향으로 이동하여 연구 시설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럼, 이동하면서 이야기할까요?

좋습니다.

슈바르츠실트, 발렌티나 그리고 란다우는 자연스럽게 코롤료프와 회한 뒤를 따라가며 국제 우주 정거장의 넓고 큰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때요? 이번에 온 과학 연구원들이 귀찮게 하진 않았나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평소 그들은 주로 요람호 실험 캡슐에 틀어박혀 실험하거나 노드 모듈 쪽에서 새벽호 일을 처리하느라 바쁩니다. 사실 저도 그들을 자주 보진 못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던 도중, 코롤료프는 복도를 지나가는 몇 명의 군인을 보았다. 그중 북극 항로 연합 군복을 입은 군인 하나가 회한에게 경례를 하자, 대서양 경제 공동체 군복을 입은 다른 몇 명의 군인들도 따라 경례했다.

회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례하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코롤료프 일행과 계속 걸어갔다.

흠...

제가 기억하기로는, 코롤료프 박사님께서 이번에 오신 건 회의 참석과 장경호 중앙 제어실의 부품들을 업데이트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이번에도 궤도의 천문 어레이 시스템을 지상의... 음... 다른 연구 계획에 연결해 보려고 해요.

코롤료프는 순간적으로 게슈탈트 계획과 관련된 내용을 기밀로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나, 이내 이 정도는 지령장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게슈탈트 계획"이라는 단어를 얼버무려 넘긴 상황이었다.

알겠습니다.

회한은 군인다운 간결함으로 짧게 대답했다.

그래서 란다우 박사를 이번에도 데려왔어요.

장경호 쪽은 천문 어레이 시스템의 중앙 제어실이라, 이사회에서 철저하게 담당하는 곳입니다. 잠시 후, 제가 선실 통제권을 박사님과 슈바르츠실트 님에게 넘겨드리겠습니다.

혹시 다른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괜찮아요. 회한 지령장님.

다만, 새벽호의 일은 잘 부탁드려요.

그건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손목시계를 본 회한이 자세를 바로 세우며 말했다.

회의가 곧 시작됩니다. 저는 먼저 대원들을 데리고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네. 수고가 많으세요.

조금 후에는 코롤료프 박사님도 회의에 참석해 주셔야...

아, 아니요.

코롤료프는 손사래를 쳤다.

저는 빠질게요. 대신 슈바르츠실트와 발렌티나를 보내도록 할게요.

코롤료프 박사님!?

저희가 그렇게 중요한 회의에 대신 갈 수는 없어요!

…………

이건 너희가 반드시 경험해 봐야 하는 일이야. 알겠니?

코롤료프는 방금 전 자신을 맞이한 "거대 로봇"을 두드리듯, 동일한 강도로 슈바르츠실트의 어깨를 두드렸다.

난 여기서 내 아이를 더 보고 싶어. 그러니 너희가 대신 가줘.

제2 개발부와 이사회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너희도 잘 알고 있잖아.

모르는 점이 있으면, 회한 지령장님께 직접 물어봐. 너희도 이미 그와 친분이 있잖니.

정말 이대로 하실 겁니까? 코롤료프 박사님?

물론이죠. 전 농담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진지해요.

하지만...

회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로켓과 비행선을 다루는 사람들일 뿐이에요. 때때로 말을 거칠게 할 때도 있지만, 당신은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시면 돼요.

알겠습니다.

그럼, 슈바르츠실트 님, 발렌티나 님, 저를 따라오시겠습니까?

슈바르츠실트는 의문과 놀람이 가득한 얼굴로 코롤료프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발렌티나의 손을 잡았다.

우리 함께 가죠.

코롤료프 박사님...

가 봐. 뭐가 두려워! 너는 내 학생이고, 슈바르츠실트는 레보비츠의 학생이잖아. 누가 너희 둘을 괴롭힐 수 있겠니?

코롤료프는 웃으며, 발렌티나와 슈바르츠실트를 앞으로 밀었다.

발렌티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슈바르츠실트, 회한과 함께 우주 정거장 선실의 코너로 사라질 때까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의 스승을 돌아보았다.

왜 그래?

왜긴 뭐가 왜야? 너도 제자를 키우는데, 나라고 못 키울 게 있나?

저렇게 중요한 회의에서 그녀들이 버틸 수 있을까?

뭐 어때? 저 군인들도 아직 나를 "코롤료프 박사님"이라고 부르잖아. 언젠가 그들도 그녀들을 "박사님"이라고 부르게 될 거야.

그들은 반드시 해낼 거야.

결국 젊은이들의 세상이 왔군.

내 말이.

코롤료프는 란다우의 등을 한 번 두드렸다.

혹시 비리야가 생각난 거야?

그런 셈이지.

내가 보기엔 그는 괜찮은 학생이야.

하지만 그는 쇠고집에... 때때로 극단적이기도 해.

그건 중요하지 않아. 이고르.

그는 네 학생이고, 넌 그를 네 아들처럼 키우고 있잖아.

난 그런 적 없어. 그런 소리 하지 마.

구룡에선 뭐하고 하더라... "하루를 스승으로 삼으면, 평생을 아버지로 모신다."? 뭐 그런 뜻이지?

흥...

자. 농담은 여기까지.

여기서 서성거리지 말고 어서 가지. 장경호 중앙 제어실이 바로 앞에 있잖아.

궤도에 있는 37대의 공중 우주망원경 어레이를 너희 게슈탈트에 통합하는 일은 플러그 몇 개만 꽂으면 해결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걱정 마. 위는 우리가 할 테니 네 사람들한테 외부에서 도와주라고 해. 그리고 지상에서 비리야와 로유가 기다리고 있어.

정확히 말하자면, 이 기계는 아직 "게슈탈트"라고 부르기엔 좀 일러.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니까.

"이 기계"라니, 너무 냉정하게 말하는 거 아냐?

직접 하나하나 공들여 만들었잖아. 그건 네가 낳은 아이들이라고! 37명의 아이... 아, 그리고 새벽호까지 포함하면 38명이군. 잘 대해줘야 하네!

사실 이번 회의는 "국제 우주 정거장과 우주 항 성함 접속 운영 및 다양한 사용 규정 협의에 대한 회의"로, 처음에는 지상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각 측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회의 장소조차 논쟁거리가 되면서, 결국 과학 이사회가 중재에 나섰다.

도미니카

이 회의는 미래를 위한 것으로, 외부 공간을 향해 서로 간의 장벽과 경계를 허물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벽과 경계를 허문 우주에서 열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결국 도미니카와 과학 이사회의 주장으로 회의는 지구 표면과 460킬로미터 떨어진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른바 "장벽과 경계를 허무는" 것은 역시 이상일 뿐이었다.

저희는 이 조례의 32조 A항 f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카르멘선 외 모든 우주 비행체는 50킬로미터 내의 우주 영역에서 평화 선언을 위한 콜사인을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라는 부분 말입니다.

여기서 우주 기준이란 무엇입니까? 어디에서 비롯된 겁니까? 우리는 카르멘선의 기준을 쉽게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지난 세기의 전쟁 공약에서 우주의 기준이 변화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룡 소장

현재의 열무기는 열권 상부에서 타격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카르멘선은 최소 기준에 불과하며, 우리는 비전쟁 상황에서 우주 내의 성함과 비행체들이 자발적으로 콜사인을 교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인에게 명령을 따르는 것은 최우선 사항이었다. 하지만 참석한 모든 군인은 각자의 신념으로 자신이 양보할 수 없는 이익과 그들이 마음속으로 원하는 평화와 통일을 지키고 있었다.

회의 테이블 가장 앞자리의 슈바르츠실트와 발렌티나는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 들었다. 군인들 사이의 마찰과 논쟁을 처음으로 봤기 때문이었다.

특히, "장벽과 경계를 허무는" 장소인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발언하는 거의 모든 대표는 앞자리에 앉은 우주 정거장의 지령장인 회한 대령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구룡 출신의 공군 대령은 어느 한쪽에 편애를 보이지 않았고, 회의 테이블의 상석에 앉아 모든 이의 의견을 충실히 경청하고 있었다.

회한 지령장님, 뭐라도 말씀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강직한 구룡의 군인은 그녀에게 답하지 않은 채,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군사력의 영향 범위가 대류층 내에서 성함이 운행하는 지구 궤도의 높이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아직도 외우주를 규범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성숙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이렇게 계속 다투기만 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겁니다.

예전에 우주 정거장 복도에서 회한에게 경례했던 북극 항로 연합의 장교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평화를 위해 여기 모였습니다!

구룡 소장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불필요한 많은 마찰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구룡 제복을 입은 군인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앉아 있는 회한 지령장에게 쏠렸다. 그들은 이 경계를 허문 곳의 지도자가 어떤 태도와 방향을 제시해 주길 기대했다.

여러분.

회한은 일어난 장교들에게 손짓으로 다시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한 번의 회의로 평화와 협력을 즉시 달성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여러분 각자가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이 회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을 고려해, 과학 이사회의 의견을 한 번 더 들어보는 걸 제안합니다.

장교들의 눈이 일제히 상석에 앉아 있는 슈바르츠실트와 발렌티나에게 쏠렸다.

그녀들은 긴장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슈바르츠실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서 파일 몇 장을 꺼내 들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클라라·슈바르츠실트입니다. 과학 이사회 제2 개발부의... 부장 상임 이사입니다.

그녀의 손은 파일을 살짝 힘주어 잡고 있었다. 하지만, 말은 점점 더 유창해졌다.

저희의 의견은 국제 우주 정거장과 그 부속 우주 항의 사용에 있어 평등, 평화, 존중의 기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각국과 보유하고 있는 군사력, 특히 현재 실행 중인 공중 우주 군사 작전 및 항행 단원,

이른바 "성함"을 말하는 겁니다. 아직 초기 형태이기는 하지만, 저희는 이 별하늘을 정복할 능력이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과학 이사회가 물질과 에너지 이론에 대한 선도적 탐사와 성과가 없었다면, 이 함선들은 설계도조차 못했을 겁니다.

과학 이사회의 일관된 신념은 일부 사람들의 힘만으로는 결코 더 먼 우주와 미래에서 인간의 자리를 존엄성 있게 차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세계에 저희의 연구 성과를 평등하게 공유하여 전 인류의 발전을 촉진하고자 하였습니다. 다만 이와 동시에 저희는 세계가 이 연구 성과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사용해 주기를 바랍니다.

슈바르츠실트가 잠시 말을 멈추자, 회의 테이블에서는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제가 들고 있는 자료는 기지 궤도 안의 평균 해발 고도를 기준으로, 각종 주요 궤도에서 운행 중인 창조물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과학 이사회가 구축한 "스피처" 망원경 어레이에서부터 여러분이 계신 국제 우주 정거장 그리고 더욱 높은 위성 궤도와 정지 궤도까지, 인간은 이미 지구 주위에 "천라지망"을 구축하였습니다.

슈바르츠실트

저희는 이렇게 저희의 요람 곁에 서서 그것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슈바르츠실트는 그 파일을 발렌티나에게 건네주었고, 발렌티나는 그걸 받아들고는 방금 토론을 중재했던 북극 항로 연합의 장교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종이 파일을 그의 옆에 있는 프로젝터에 넣었다.

슈바르츠실트

각 측에서 조금씩 공중 우주 전략을 배치하기 시작하면서 성함, 우주 항, 궤도 위성 등은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심지어 가까운 미래에는 지구 달 공간에서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빈번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계속해서 서로를 의심하고 장벽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충돌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여기 계신 어느 누구도 "침체기"를 초래한 전쟁이 다시 일어나길 원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불길은 깊은 우주로 번져 인류를 되돌릴 수 없는 심연으로 끌고 들어갈 겁니다.

슈바르츠실트는 또 다른 파일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번엔 발렌티나에게 직접 건네지 않았다.

슈바르츠실트

이 파일의 내용은 굳이 투영하지 않더라도 여러분 모두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A4용지에는 지금으로서는 크기가 매우 작아 보이는 우주선의 좁은 문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옛날 우주복을 입은 두 명의 우주비행사 모습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슈바르츠실트

여러분은 교과서에서 이 사진을 보셨을 겁니다.

슈바르츠실트

백여 년 전, 인류가 우주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던 시절, 적대국의 선구자들은 이미 우주에서 평화의 선례를 만들어 낸 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부터, 인류가 처음 그들의 요람 가장자리에서 우주를 응시했을 때부터, 그들은 함께 요람을 넘기를 소망했습니다.

이미 자신의 요람을 되돌아볼 수 있는 우리들이라면, 서로 간의 벽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슈바르츠실트의 목소리는 크진 않았지만, 이 조용한 우주 공간 안에서 매우 강렬하게 울려 퍼졌다.

슈바르츠실트

앞으로도 과학 이사회는 제2 개발부를 통해 인류의 별을 향한 여정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것이며, 성과를 계속해서 여러분과 공유할 것입니다. 이는 저희의 변함없는 약속입니다.

과학 이사회는 어떤 무장 세력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어떤 규칙이나 약속을 따르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여러분의 눈에 저희는 그저 상아탑 속 책벌레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가 별들 사이에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때, 모든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는 인간 문명의 이름으로 이 시대의 첫 발자국을 남겼다."고 말할 수 있기를 우리는 진심으로 바랍니다.

고개를 끄덕인 슈바르츠실트는 회한에게 자신이 말을 마쳤음을 알린 뒤, 자신의 자리에 착석했다. 그러자 방 안은 곧 작은 수군거림으로 가득 찼다.

슈바르츠실트가 높이 들어 올렸던 사진의 한 켠, 창문 너머로 보이던 푸른 행성의 한 부분은 이미 땀에 젖어 짙푸른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치 지구에서 바라본 푸른 바다와 같은 모습이었다.

키가 크고 마른 사람과 키가 작고 통통한 사람이 밀폐된 유리창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은 열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공식과 코드로 이루어진 교향곡을 짜내고 있었다.

키가 작고 통통한 사람은 숲처럼 우거진 배선과 케이블 속에 고개를 파묻고, 때로는 나무를 베어내듯 전선을 정리하고, 때로는 관목을 심듯 전선을 연결했다.

그들은 아버지이자 아들이었으며, 선생님이자 학생이었다.

인간이 태양의 따스한 항구에 정박해 있는 행성을 진정으로 떠날 때에만, 그들은 역사 속에서 경외 받는 호칭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지금 그들이 과거의 진정으로 경외할 만한 인물들을 부르는 그 호칭처럼 말이다.

선구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