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11월 9일, 18:50, 현재.
육교항구 남항구 지역, 공업 중심 공장
왕공! 모든 단원이 저온이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먼지를 뒤집어쓴 선반 노동자가 혼란스러운 공장 끝에서 고개를 내밀며 크게 외쳤다.
알았어!
엔지니어 복장을 한 중년 남자가 마찬가지로 크게 외치며 응답했다. 그 역시 다른 노동자들처럼 온몸이 검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콘솔 위 지수들을 주의 깊게 바라본 선계는 신중하게 손잡이를 한 칸씩 내렸다.
야... 왕공! 빨리 좀 해. 빨리!
뭐가 그리 급해요!
일단 정지시켜야 해요! 상부에서 내린 명령이라고요!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그게 진짜로 올 경우, 멈추지 않으면 전부 다 죽는다고요!
삼중수소 증식 중단!
알았어!
클래드 해제!
네!
2호 출력 중지!
좋아!!
선계는 옆에 있는 고 사장을 쳐다볼 새도 없이 차분하게 제어 패널을 조작했다.
왕공...
어서! 이걸 수송차에 실어!
네가 어떻게...
사장님의 그 소중한 시설들을 배에 실어 드릴 테니, 그전까지 조용히 좀 하세요! 그리고 사람 좀 불러주세요!
두 명의 건장한 노동자가 윙윙거리는 기계 소리 사이에서 튀어나와 고 사장을 말없이 들어 올렸다. 그러자 고 사장의 깔끔했던 양복에는 검은 먼지가 살짝만 묻어있었는데, 금세 많은 석탄재와 오일이 묻게 됐다.
넌 이러면 안 돼! 이럴 순 없어! 내가 돈을 냈다고! 너...
고 사장의 고함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고, 선계의 귀에는 다시 예전의 청명한 기계 소리만 남게 됐다.
왕공, 3공장의 시설 다 철거했어!
좋아! 2공장은?
철거 중이야!
철거된 것들을 전부 차에 실어서 북항구로 바로 보내.
그럼, 이 냉각로는?
맨 마지막에 시간이 되면 가져가는 걸로 하시죠.
수송차 한 대로는 다 못 실어.
그럼, 배를 사용하시죠. 공장에 아직 화물선이 있을 거예요.
정말로 가져갈 수 없다면, 폐기할 수밖에 없죠.
그래도 연료 볼은 챙겨야 해.
쾅!!!!!
멀리서 들려오는 무거운 폭발음이 땅과 하늘을 통해 전달되면서 공장 내 기계 소음을 덮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어. 어서 서둘러.
아... 사야님.
사람들을 데리고 2공장으로 가셔서 그들이 시설을 빨리 철거하고 나르도록 해주세요.
그럼, 넌 어떻게 할 거냐?
북항구에 일부 전력을 유지시켜줘야 해요. 냉각로를 철거하면 제가 여기서 연료나 전기 공급을 맡아서 할 거예요.
원래부터 말이 많지 않았던 사야였지만, 지금은 더 말이 없었다.
사야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야항선의 총기술자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오일과 먼지로 가득한 손을 부르르 떨며 힘을 줬음에도 그의 어깨에 검은 손자국조차 남기지 못했다.
사야와 선계는 몇 초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것뿐이었다.
알았다.
몸조심해라.
네.
사야는 말없이 손에 든 도구를 내려놓고는 떠났다.
왕공! 전화 연결됐어! 통신이 가능해!
왕공! 연료 충전 끝났어!
전화! 전화!
하지만 세상은 이 중년의 남자에게 더 이상 감정을 되새길 시간을 주지 않았다.
화력 전력 단원으로 전환 준비하고 내 명령에 맞춰 차단기를 올려! 그리고 북항구 부하 중심에 즉시 연락해서 동기화 전환 준비해!
통신 연결해. 내가 본부에 상황 보고할게.
선계는 아버지가 떠날 때의 뒷모습조차 제대로 볼 시간이 없었다.
2시간 후, 구룡의 야경을 찢은 등불이 세상을 밝혔을 때, 선계의 이름은 그와 같은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굉음의 강철 속에 녹아들게 될 것이었다.
창문에 비치는 푸른 행성은 천천히 그리고 평화롭게 회전하고 있었다. 이런 평화로운 환경에서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이 쉽게 안정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현재 함교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통신원과 지휘관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들리십니까? 오버.
KJ0511A, 들리시면 응답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야. 신호원은 확인됐나?
호출부호 KJ0511A... 구룡 야항선의 호출부호입니다!
이건 암호화되지 않은 안내 방송으로, 헤드가 검증 수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방송의 범위가 확대되어 전파되고 있습니다!
장관님!
책상에 엎드려 데이터를 기록하던 통신원이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보내.
간단한 전보문이 함교 중앙에 서 있는 지휘관의 단말기로 전송됐다.
문장 하나로 구성되어 있는 전보문이었는데, 그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하는데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았다.
"구룡 지원 요청"
통신원, 즉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확인해.
게슈탈트에 장거리 신호 관측을 신청했습니다!
구룡 지역의 퍼니싱 신호 파장의 증폭이 관측됐습니다!
뭐...
258%, 계속 상승 중입니다!
무전 전신으로 계속 연락해. 멈추지 마.
274%, 계속 상승 중입니다!
사령관님과 의장님을 호출해서 즉시 상황에 대응하실 수 있도록 해.
307%――
함교 중앙의 대형 스크린에 떠오른 진홍색 그래프는 이 푸른 행성을 꿰뚫으며 자신의 것이 아닌 피를 흘리게 했다.
전쟁의 역사는 숫자의 역사이고, 통계 데이터의 역사였다.
역사가 펠로폰네소스 해안을 휩쓸고 지나갈 때는 둥근 방패와 장창을 든 중무장병들의 생년월일을 파피루스에 기록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이런 역사는 살과 강철을 함께 분쇄하며, 후대가 사용하는 끈적한 먹으로 갈려버린다.
역사는 항상 그렇다.
구룡의 해안에 역사가 스칠 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