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험한 말이 총성과 함께 울려 퍼졌다.
으... 아...
연잎밥이 반격하려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병사는 손을 든 채로 고통스럽게 쓰러졌다.
지휘관은 방금 마지막 총알을 발사한 권총에 새로운 탄창을 장전한 뒤, 얼어붙은 연잎밥 옆으로 다가갔다.
아...
연잎밥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만 같았다.
제가 괜찮은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휘관님, 반군은 제가 맡고, 지휘관님께서는 이합 생물만 상대하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자책감에 얼굴을 찡그린 연잎밥이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는 침식체도 이합 생물도 아니었어요. 그는... 그는...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선홍색 피가 천천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 장면은 침식체나 이합 생물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심장을 관통하는 총알 한 발만으로도 저항하는 힘을 빼앗을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몸은 연약했다.
지휘관은 처음으로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러시면 안 돼요. 지휘관님은 퍼니싱을 막는 영웅이잖아요. 이런 일은 지휘관님께서 할 일이 아니에요!
……
지휘관이 오른손의 떨림을 억누르며 땅에 앉아 있는 연잎밥을 끌어올리려는 순간...
오싹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들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쓰러진 시체가 조금씩 녹으면서 보라색 잔디 속으로 스며들더니, 그 위에서 소녀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네요. [player name].
콜레도르는 지난번과 동일한 방식으로 치마를 잡고 지휘관에게 인사했다.
당신?!
연잎밥은 즉시 지휘관 앞에 서서 손에 든 소총으로 콜레더르를 겨누었다.
하지만 콜레도르는 피하는 대신 자신을 겨누는 총구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이게 현실에서의 적의라는 건가요? 생물이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본능... 음... 뭔가 다른 거 같은데요.
콜레도르는 혼잣말하며,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회수하러 여기에 왔어요.
콜레도르가 지면에 내려왔을 때, 녹던 시체는 이미 보라색 잔디에 완전히 흡수된 상태였다.
제어요? 그런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죄송해요. 제가 아는 표현으로는 이 땅과 저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해요.
콜레도르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
이곳을 떠나고 싶다면, 저 방향으로 가면 돼요.
콜레도르가 한 방향을 가리켰다.
더 많은 이야기를 보고 싶어서요.
콜레도르는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사회란 무엇인지, 문명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인간의 이야기는 인간 자체보다 더 중요해요.
그래서 진심으로, 당신들이 더 많은 흔적을 남겨주길 바라요.
……
그럼, 전 이만 물러가 볼게요.
콜레도르는 올 때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지... 지휘관님... 그녀는 대체 뭐죠?
콜레도르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본 연잎밥의 원래 밝아 보이던 얼굴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
새로운 추격병의 포위를 뚫고...
이합 생물들의 공격을 피하며...
기괴한 넝쿨과 나뭇가지를 헤치자...
나무 사이로 정상적인 풍경이 비쳤다.
반년 가까이 이어진 도망의 여정이 마침내 그 끝을 맞이하려는 듯했다.
기괴함과 정상의 경계를 넘어서자, 코끝에 스치는 공기에는 더 이상 비릿하고 부패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곧 끝날 고난의 여정에 흥분한 지휘관은...
누군가 뒤처졌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수장님, 수장님, 어서 일어나세요!
왜 또 이런 일이 발생한 거죠?
와타나베의 가슴에 난 커다란 구멍을 보며, 연잎밥은 그 무력했던 오후로 다시 돌아간 듯했다.
연잎밥은 와타나베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연잎밥은 폭발로 형태가 일그러진 몸으로 와타나베를 전장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그때...
녹색 로브를 입은 소녀가 보라색 잔디를 밟으며 다가왔고, 그녀가 지나온 자리는 시체들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는 죽어가고 있어요.
오지 마세요!
그의... 코어라고 불러야 하나요? 예전에 심어둔 폭탄 때문에 산산조각 났어요.
상대방은 무언가를 조사한 뒤, 계속 말했다.
조금 있으면, 그의 의식은 영원히 잠들 겁니다.
저에게 맡겨 주세요. 그럼, 그의 이야기는 제 손을 통해 전해지게 될 거예요.
가까이 오지 마세요! 수장님은 살 수 있어요!
누군가가 자신의 코어를 그에게 교체해 주지 않는 한 그는 살 수 없어요.
제 코어를 내어줄 수도 있어요! 주둔지로 가면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연잎밥은 문득 깨달았다. 와타나베와 자신의 동향을 아는 이는 오직 망각자 조직 내 사람들뿐이었다. 그래서 이대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대로 덫에 걸려들 가능성이 컸다.
반대편 소녀는 연잎밥의 망설임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조용히 물었다.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헌신인가요?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게 두지 않을 거예요!
헌신뿐만은 아니라는 건가요?
소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당신의 거래를 받아들이죠. 이건 제가 읽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잠깐만요. 전 그런 말을... 음음...
보라색 잔디가 와타나베와 연잎밥을 감쌌다.
당신의 요구를 들어줬으니, 거래의 공정성을 위해 저도 제 보상을 받아 가야겠어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연잎밥은 천천히 눈을 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나무에 기대어 있었다.
지휘관님...
기억났어요. 그 녹색 로브... 본 적이 있어요. 우리가 습격당한 뒤에...
연잎밥은 평소의 밝은 어조로 말하고 싶었지만 힘이 나질 않았다.
그녀가... 제 코어를 수장님에게 넣어줬어요. 그리고 다른 무언가를 제 원래 코어 자리에 넣었어요.
연잎밥은 그 기괴함과 정상의 경계를 넘어 정화 구역에 들어온 후, 가슴 속 무언가가 사라졌음을 느꼈다.
안 돼요.
연잎밥이 지휘관의 손을 붙잡았다.
지휘관님... 제가 잘한 걸까요?
지휘관은 대답할 수 없었다.
역시... 말씀해 주시기 어렵죠.
지휘관님, 저는 똑똑하지도...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아요. 구조체가 되었어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죠.
그래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시는 그때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있고 싶지 않았어요.
결국...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겠네요.
지휘관님, 수장님은 제가 한 일 때문에 침식됐을까요?
그건 제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여기서 저는 그냥 독자일 뿐이에요.
그의 마음속 이야기를 다 읽었으니, 거래의 법칙에 따라 이 책을 그대로 돌려줄 거예요.
정말 다행이에요. 저는 수장님 본인이 싫어하는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봐 항상 두려웠어요.
지휘관님과 같은 분이 약속해 주셨으니... 문제없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침식체가 되고 싶지 않아요. 예전에 수장님이 완전히 침식된 동료를 어쩔 수 없이 처형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거든요.
너무 괴로웠어요. 그러니 저를 그곳에 보내지 말아 주세요. 부탁이에요.
지휘관님, 저 때문에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드디어 해냈으니까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요.
연잎밥은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지휘관에게 경례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햇빛이 천천히 소년의 얼굴을 비추며, 금빛을 드리웠다.
수장님에게 전해주세요. 문제만 일으키던 울보가...
지금은 다른 이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요.
연잎밥의 손이 떨어졌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그 손을 다시는 들어 올리지 못했다.
망각자 전초
6:30 PM
어, 누가 오는 것 같아.
저기, 공중 정원의 사람들인 것 같은데? 드디어 참을성이 바닥났나?
같은 방향이 아닌 것 같아. 그리고 누군가를 업고 있는 것 같은데?
한편, 공중 정원 전초.
누가 왔어!
그런데 이상하네. 무장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등에서 느껴지는 무게를 감지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땀이 온몸의 붕대를 적시자, 새로운 상처나 오래된 상처가 할 것 없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수많은 차가운 총구가 양쪽에서 자신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깊게 숨을 들이쉰 지휘관은 가슴에서 두 개의 깃발을 꺼냈다.
네. 때가 되면 지휘관님은 이 깃발을 쓰시고, 저는 이 깃발을 쓸 거예요.
미리 인사하는 셈이죠.
히히, 오랫동안 연습했거든요.
이 행동이 위험하다는 것을 지휘관도 알고 있었지만, 연잎밥을 잃은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만 양쪽 모두가 협상할 의지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의 결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그에게 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이 한 맹세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이 정도 모험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레이 레이븐의 날개와 방패 표식의 깃발과 방독면과 불이 결합한 표식의 깃발이 완충 지대 위에서 펄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