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정원
케르베로스의 휴게실
대기, 대기, 대체 언제까지 대기해야 하는 거야!
넓은 휴게실에 자세를 잡은 녹티스가 공중에 강한 주먹을 날렸다.
대기하라고! 대기하라고!
녹티스... 정말 시끄러워.
안락의자에 엎드린 21호가 지루한 듯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좀 조용하게 대기하면 안 돼? 나와 21호를 또 귀찮게 할 생각이야?
하? 나도 너희 대신 죄를 뒤집어썼잖아. 그럼, 비긴 거 아냐?
거기에 난 한 달 더 청소했다고!
녹티스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파트너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런 때일수록 모두가 출동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릴 가둬두고 뭐 하자는 건데? 분명 쿠로노의 음모일 거야!
녹티스는 다시 한번 멋진 어퍼컷을 공중에 날렸다.
그게 네 목에 달린 거로 생각해 낸 유일한 결론인 거야?
그럼, 뭘 더 생각해야 하는 건데? 어차피 나쁜 놈과 나쁜 일 중에 십중팔구는 그들과 관련돼 있잖아.
여덟, 아홉을 때리면 누군가 빠져나가겠지만, 열 때리면 누군가는 잡히지 않겠어?
……
당분간 녹티스를 지상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게 해.
누군가 그의 과거를 이용해 문제를 일으키려 해. 그러니 꼬투리를 잡혀선 안 돼.
베라의 표정을 본 녹티스는 사냥개처럼 코를 킁킁거렸다.
베라, 너 표정이 좀 이상한데?
우리한테 뭘 숨기고 있는 건 아니지?
안락의자에 엎드려 있던 21호도 고개를 돌렸다.
대장, 많이 짜증 나?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 실종됐을 때보다... 더 짜증 나?
오, 삼칠이 웬일로 나랑 의견이 일치한 거지?!
21호는 전부터 알고 있었어. 녹티스는 세심하지 못하니까.
뭐? 내가 먼저 말했잖아!
녹티스, 그런 것까지 따지고 드는 거야? 유치하네.
다시 말해봐.
녹티스, 그런 것까지 따지고 드는 거야? 유치하네.
녹티스와 21호는 자세를 잡고 또 새로운 하루의 싸움을 시작했다.
베라는 이 장면에 익숙한 듯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너희들끼리 정리해.
그를 우리에 가두고 싶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 너희가 알아서 좋을 게 없어.
좋고 나쁨은 내가 판단해.
알겠어. 망각자의 현재 수장 대행이 누구인지 알아냈어.
바로 밸러드야. 전에 녹티스의 파일을 확인했던 너라면, 이 이름이 낯설지는 않겠지.
최근... 망각자 측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 것도 밸러드 때문이란 건가?
쉿...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어쨌든 일단 녹티스를 잘 감시해.
퍼니싱 작전 지휘실
10:00 PM
콜록콜록...
노인의 심상치 않은 기침 소리가 지휘실 전체에 울려 퍼지자, 옆에 있던 부관이 다급히 다가와 도우려 했다.
괜찮아.
손을 저은 한스는 몇 번 숨을 고른 후에야 진정할 수 있었다.
대철수 세 번째 운송 계획은 어떻게 됐지?
수송 편대가 무사히 공중 정원에 도착했고, 주둔 인원들이 기초 공업과 농업 장비를 하역하기 시작했습니다.
흠...
고개를 끄덕인 한스는 병 때문에 흐릿해진 눈으로 지휘실을 천천히 훑었다.
총지휘자님, 의료 연합체에서 다음 심폐 강화 수술 일정을 빨리 잡아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미 오래 끄셨다고...
하, 이런저런 강화 수술만 벌써 스무 번 가까이했어. 잠시 미뤄도 괜찮아. 이 일은 일단 제쳐둬.
이 지휘실에 못 보던 얼굴이 몇 보이는군?
네, 새로 배치된 인원들입니다.
왜 난 그들의 인사 절차를 본 적이 없지?
지난번 입원하셨을 때 임명된 인원들입니다. 그때 총지휘자님께서는 막 수술을 마친 상황에서 회복 기간을 완전히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 후에는 세 번째 수송 계획 때문에 바빠서...
지휘실에는 이제 한스가 익숙한 얼굴이 많지 않았다. 퇴원할 때마다 몇몇 낯익은 얼굴들이 새로운 얼굴로 교체돼 있었다.
이번에는 세 명, 지난번에는 두 명, 그전에는 네 명...
한스는 눈치채고 있었지만, 자주 입원하는 그가 막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한스는 대철수 계획을 더 빠르게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서 원래 나빴던 그의 건강 상태는 더욱 악화해 갔다.
허튼소리! 콜록콜록...
한스 총지휘자님! 일단 진정하십시오!
한스가 살짝 화냈을 뿐인데, 온몸의 장기가 극심한 반발을 일으키며 화를 억지로 누르는 게 느껴졌다.
여기 인사 변동은 반드시 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지난번에 말했던 거 같은데?
……
허허, 저렇게 어린 친구를 뭐 하러 괴롭히십니까?
지휘실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금발에 건방진 표정을 한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다들 왜 날 쳐다보는 거지? 환영식이라도 준비하는 건가?
모두가 그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둔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이 계속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넌 누구지?
이런. 사람들한테 알리라고 하는 걸 깜빡했습니다.
상대방은 머리카락 사이에 손을 넣고 힘껏 긁어대며,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린스 총지휘자라고 불러주십시오. 한스 전 총지휘자님.
의회에서 나를 해임하겠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는데.
그래서 제가 지금 사과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린스는 단말기에서 파일을 불러낸 뒤, 일부러 헛기침 두 번을 했다.
쿨럭, 쿨럭... 기존 군부 총사령관이자, 대 퍼니싱 작전 총지휘자 한스의 건강 상태가 더 이상 고강도 업무에 적합하지 않음을 감안해...
당신!
그린스는 한스가 막아선 젊은 부관을 한번 쳐다본 뒤, 계속 읽어 내려갔다.
대철수 계획의 원활한 진행을 보장하기 위해, 오늘부터 전 참모부 고위 참모 그린스를 해당 직무에 임명하고, 한스는 참모부로 전임시켜 구조체 전술 개발을 담당하도록 합니다. 15일 이내에 인수인계를 완료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 지휘자님, 보시다시피, 제가 이 자리를 원해서 온 게 아닙니다.
이게 다 의회에서 투표로 결정한 겁니다. 전 그저 심부름꾼일 뿐이죠.
꽤 많은 노력을 했군.
에이, 공로로 따지자면 누가 전 지휘자님을 능가할 수 있겠습니까?
전 지휘자님께서 자신의 명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대철수 계획을 공개한 건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민중들이 전 지휘자님의 고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니,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앞으로 이 비난은 제가 다 받겠습니다. 그러니 전 지휘자님께서는 좀 쉬시기 바랍니다.
제가 다른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할 거란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다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니까요.
지휘실 안에 한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의회가 결정을 내렸다면, 할 말은 없네.
한스는 일어서서 천천히 허리를 폈다.
경고하는데, 대철수를 핑계로 사리사욕을 채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내가 계속 지켜볼 테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이게 다 미래를 위해 하는 겁니다.
그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만큼 늙지 않았어. 나 혼자 갈 수 있다.
한스는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내려간 뒤, 지휘실을 떠났다.
와타나베는 마지막으로 국립묘지를 찾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최근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다. 반란군의 봉기, 갑작스러운 역병,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기근 그리고...
당신이 이렇게 가시게 될 줄은 몰랐어요.
와타나베는 밸러드의 묘 앞에 서서 자신의 애도를 표했다.
정화 부대에 대한 몇 가지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들이 임무 수행 중에 당신이 희생됐다고 말했을 때, 당신 죽음에 의구심이 들었어요.
한스 총지휘자님께서 내려오신 후, 누구나 군부와 의회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어요.
내부에 있던 마지막 요새가 함락된 뒤, 그들은 거리낌 없이 행동하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미간을 찌푸린 와타나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살기 힘든 시기지만, 좋은 사람도 있어요. 인간 연합 전선에서 활동하던 하산이 쌓아온 명성 덕분에 새로운 의장이 됐어요.
저도 임무 때문에 일정 기간 하산과 접촉한 적이 있어요. 능글맞은 녀석이기는 하지만, 자기편에게는 해를 가하지 않아요.
이때, 물 한 방울이 와타나베 얼굴에 떨어졌고, 그가 고개를 들기도 전에 폭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가야겠어요. 다음에 또 올게요.
그리고 진실을 추적하는 걸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와타나베는 돌아서서 떠날 때까지도, 두 그림자가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네 묘비 앞에서 애도하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 어때?
키릴은 "극비"라고 적힌 파일 봉투를 비에 젖지 않도록 품에 넣으며 물었다.
……
좀 의외군. 너와 만나면서 이런 상황을 겪게 될 줄은 몰랐어.
그도 너의 사망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겠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죽음으로 위장한 탈출의 의미가 없어져 버려.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 지금 의회와 쿠로노 모두 널 자신들의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잖아.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도 이 대철수 기밀 파일을 가져올 수 없겠지.
그들 입장에서는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망자가 때로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더 유용하고, 통제하기도 쉬울 거라 생각할 거야.
난 왜 처음부터 와타나베를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는지 궁금해.
와타나베는 겉으론 온화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고집이 세.
그가 공중 정원을 위해 싸우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 한, 내가 어떤 설득을 해도 우리 쪽에 절대 합류하지 않을 거야.
와타나베는 공중 정원이 더 이상 그가 충성했던 세계 정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더라도, 자신의 임무를 다할 거야.
그의 신념은 특정 개인이나 조직에 속한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먼 목표를 향하고 있어.
외부의 조언이 굳건한 신념을 가진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해. 다행이면서도 불행인 건, 와타나베가 그런 애라는 거야.
그럼, 와타나베가 스스로 대철수의 진실을 발견하고, 공중 정원이 그의 신념과 원칙을 배반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키릴의 질문에 밸러드는 오랫동안 침묵하더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와타나베가 스스로 깨닫게 된다면, 그는 우리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포가 될 거야.
경고음이 기내를 가득 메웠다. 키릴은 조종사로 활동하면서 이런 상황을 수없이 겪어왔다.
키릴! 어서 탈출해요. 안 돼요.
하지만 반란군이나 성함에 침식된 무인기가 그런 간절한 말을 할 리는 없었다.
(하... 결국 젊은 녀석에게 진 건가?)
키릴은 폭발의 파편에 뚫린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붉은 꽃이 피어난 것만 같았다.
(밸러드, 자네 말이 맞아. 와타나베는 정말 고집 센 아이야.)
(자신이 어둠 속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속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여전히 의미를 찾고 미래를 볼 수 있어.)
(와타나베는 자신의 사명을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에 두고 있어.)
(이게 바로 내가 그를 따라잡지 못한 이유인가?)
어두운 시대에 있더라도 우리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남겨야 할 것은 희망과 미래이지, 몇 명의 늙은 지휘자가 아니에요.
미래는 아직 성장하는 젊은이들의 것이에요. 키릴, 당신은 그들을 이끌어 주셔야 해요.
(이끌어 주셔야... 유언이지만, 당신 대신 전해줄게요.)
키릴은 탈출 장치를 열지 않은 채, 마지막 힘을 다해 계속 말했다.
네가 믿고 네가 지키고 싶은 걸 지켜.
키릴!!
난 여전히... 용서할 수 없지만, 음... 어쩌면 용서할 수 없었던 건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르겠구나.
목구멍까지 차오른 피를 토해낸 키릴이 계속 말했다.
돌아가. 누군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해줘야 해.
우리가 싸웠던 걸 이 땅이 잊지 않게 해줘.
독수리가 마지막 외침과 함께 대지의 품으로 돌아갔다.
(브루스, 너희를 만나러 내가 가고 있어.)
(이제야 지난번 네가 다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