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오클레르 마을
5:00 PM
교대해야 할 시간이야.
*장, 왜 이제 와? 반나절이나 기다렸잖아.
상대방은 술병을 꺼내 꿀꺽꿀꺽 두 모금 마셨다.
아, 죽이네. 근무 중에 술 생각나서 죽는 줄 알았어.
야. 내 앞에서 마시지 마. 나도 마시고 싶어지잖아.
한 모금 할래?
술병을 앞으로 건네자, 상대방은 코로 냄새를 깊게 두 번 맡았다.
흠...
됐다. 됐어.
그는 아쉬운 듯 술병을 밀어낸 뒤,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시장이 근무 중에는 술 마시지 말라고 했어. 난 시장한테 잔소리 듣고 싶지 않아.
시장 아들이 언제 순찰 올지 누가 알아.
뭐가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며칠 금주하는 것뿐이잖아? 그 정도는 의지로 버티면 돼.
그는 다시 술병을 건넸다.
자, 나랑 같이 한잔하자. 혼자 마시는 건 재미없다고.
술 권한 놈도 같이 혼나.
술병은 다시 전자의 손에 넘어갔다.
음... 내 생각엔 시장이 세운 규칙을 지켜야 할 것 같아. 이건 절대 내가 무서워서 그러는 거 아니다.
흥... 그래도 이해가 안 돼. 여긴 원래 허름한 술집이었잖아. 뭐 지킬 게 있다고 그러는 거야.
쓰레기 줍는 사람들도 여긴 안 온다고.
뭔 상관이야. 일하고 술만 받으면 돼. 보수만 깎이지 않는다면, 시장이 안에 금을 숨겨놨다 해도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야.
게다가 경비를 강화한 곳이 여기뿐만이 아니야.
그는 턱을 들어 올려 멀리 있는 절벽 쪽을 가리켰다.
저기 입구 경비도 최근에 다시 수를 늘렸잖아. 보아하니 "이한 생물"만 막으려는 건 아닌 것 같아.
이합 생물이겠지!
아. 맞다. 공중 정원에 사는 지식인들은 어려운 이름을 붙이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야.
망각자를 대비하고 있는 거겠지?
몇 달 전에 망각자가 우리 마을을 뒤흔들어 놨잖아?
시장이 막지 않았다면 몇 명 더 끌고 갔을 거야. 쳇!
그는 바닥에 힘껏 침을 뱉고는 다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해놓고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그때 시장 낯빛이 완전 녹색이 됐잖아. 하하하... 난 시장이 그 자리에서 광합성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니까.
너 그런 것도 알아?
이래 봬도 초등학교 중퇴지만, 학교 며칠 다녔어.
그럼, 이거 좀 봐봐.
상대방은 신문 한 장을 꺼내 가장 위에 있는 타이틀을 가리켰다.
헐, 너 설마 교육받은 적이 없는 거야? 어디 보자. 죽음은 망각자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장 신뢰하는 수장 와타나베를 추모하며...
젠*!
상대방이 신문을 확 잡아당기자, 술이 바닥에 조금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신문의 내용을 꼼꼼히 읽었다.
야, 아깝잖아.
왜 이렇게 난리야? 사람 하나 죽은 게 뭐 대수라고, 요즘 세상에 흔한 일이잖아.
이거 어디서 난 거야?
바람에 날아왔어.
?
왜 그렇게 쳐다봐? 진짜 바람에 날아와서 내 얼굴에 붙었어.
여기서 잘 지키고 있어. 내가 시장한테 이거 보고하고 올게.
신문을 품에 넣은 그는 마을 반대편으로 최대한 빠르게 달려갔다.
야, 교대 끝나면 뭐라고 적혀 있는지 꼭 알려줘!
그가 멀어지는 뒷모습에 대고 외칠 때, 뒤쪽 문이 조용히 열리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세계 정부 국립묘지
4:00 PM
와타나베는 손에 든 꽃다발을 묘비에 놓았다.
아버지, 어머니, 저 왔어요.
낡은 묘비 옆에는 새로운 묘비가 하나 더 세워져 있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였지만, 추모하러 온 이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새로 세워진 묘비는 하나만이 아니었다. 멀지 않은 언덕 위에 대부분의 땅은 낮은 묘비들로 뒤덮여 있었다.
그 참담한 패배 이후, 세계 정부는 모든 희생자를 파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쌓여가는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세계 정부는 그들을 위해 성대한 추모식을 열어주었다.
우리에게 당면한 도전을 수행하면서 그들이 희생한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백발이 된 한스가 당시 TV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와타나베는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켓 선반에는 더 이상 상품이 넘쳐나지 않았고, 진열되는 순간 팔려나갔다.
사람들은 예술보다 뉴스와 물가에 더 많은 관심을 뒀다.
거리에서 행인을 거의 볼 수 없었고, 설사 있다고 해도 모두 바쁘게 지나칠 뿐이었다.
원래 아카디아 대이동이라는 이름은 아카디아 대철수로 바뀌었다.
와타나베, 너도 왔구나.
밸러드도 많이 변하게 되면서, 미간의 주름이 더욱 깊이 팼다. 무의식적으로 풍기는 살벌한 분위기 탓에 이전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느낌을 들게 했다.
밸러드는 손에 든 흰 꽃을 두 묘비 앞에 놓았지만, 예전처럼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네가 공중 편대에 배치되었다고 들었다.
네. 그들은 저를 위해 특별히 공중 전투형 기체를 설계해 줬어요.
확실히 이쪽 분야에 재능이 있구나.
밸러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와타나베를 보지 않았다.
나는 신에게 너를 공중 편대에 보내는 게 어떠냐고 계속 설득했었지만, 그는 너의 선택에 간섭하고 싶지 않다고 했었어.
흠, 신은 젊어 보이지만 고리타분한 노인네 같아.
아버지는 한 사람에게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어요.
오, 누구?
당신이요.
밸러드 교관님은 작은 실수도 용납 못 한다고 아버지가 말했었어요. 한 번 고집이 생기면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누구도 말릴 수 없다고요.
밸러드는 시선을 묘비에서 떼고 와타나베를 바라보았다.
정말 그렇게 말했어?
와타나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
흥.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네.
공통 주제가 있는 듯 없는 듯한 벽을 없애 주면서, 밸러드의 찡그렸던 인상이 조금은 풀렸다.
기체를 교체한 후에도, 눈동자의 색상은 교체하지 않은 거냐?
한 번 했던 실수를 두 번 하지는 않았을 거잖아?
제가 그들에게 그대로 두라고 했어요. 익숙해지기도 했고, 이렇게 놔두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서요.
원래 제 눈동자 색이 아닌 이 눈으로 그들을 대신해 지금의 세상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장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너무 과거에 얽매이지 마라. 한 사람이 붙잡고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물론이죠. 저는 그 때문에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들은 짐이 아니라, 오히려 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에요.
……
이번에 게슈탈트 중추 코어 운송도 네가 맡았다고 들었다.
저 혼자만 하는 게 아닌데... 이런 일까지 알고 계세요?
이번 임무는 공중 편대뿐만 아니라, 정화 부대도 함께 움직일 거야.
설마...
최근 정화 부대에 대한 몇 가지 소문을 떠올린 와타나베는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 하찮은 녀석들은 우리한테 맡겨.
정화 부대의 수단이 다소 과격하다고 들었어요.
특별한 시기에는 특별한 수단이 필요해. 그런 녀석들에게는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어.
그 중추 코어는 에덴 Ⅱ형으로 옮기는 거지?
현재 이름은 공중 정원이에요.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로 옳은 걸까요?
무슨 일을 말하는 거냐?
우리는 게슈탈트의 폭동을 직접 목격했고, 지금 상황이 왜 발생했는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결정권자들은 진실을 은폐하기로 했죠.
그들은 게슈탈트를 몇 달 동안 조사하고 격리 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이 위험한 것에 의존하기로 했어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건 저도 어느 정도 알아요. 공중 정원의 운행에는 게슈탈트의 지원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하면 이미 저지른 실수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둘 사이에 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결국 밸러드가 입을 열었다.
원래는 네가 스스로 깨닫기를 바랐지만, 네가 이렇게 질문했으니...
밸러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와타나베, 전사로서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대부분 사람의 생사를 결정짓는 건 결국 결정권자들이야.
전사와는 달리, 그들은 그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추종자들의 생사를 짊어져야 하는 운명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고, 단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단결시키고, 쓰러뜨려야 할 모든 것을 쓰러뜨려야만 해.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우리 같은 입장에서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어?
모든 건 역사와 미래에 맡길 수밖에 없어. 지금 우리에게는 그저 입장만 있을 뿐이야.
네가 구하려고 하는 게 눈앞에만 한정되지 않길 바란다면, 지금부터 더 많이 고민해 봐야 할 거다.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해 봐. 네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좀 더 고민해 봐.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전사로서든, 리더로서든...
소리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주먹을 휘두를 때, 우리는 강자가 되는 거다.
음...
와타나베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혼란스러운 생각들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집합 때문에 저 먼저 가볼게요.
결국 와타나베는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난 오랜 친구들을 만나봐야겠다.
밸러드가 고개를 들어 언덕 위 묘비를 바라보았다.
여기를 약속 장소로 정하다니, 참 독특하군.
두 군인이 국립묘지에서 만난 김에 얘기 좀 나누는 게 이상한가?
언제 이런 것들을 배운 거야?
그리고 무슨 일인지 어서 말해.
한스의 상태가 안 좋아서,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너무나 간단명료한 말에 키릴은 순간 얼어붙었다.
뭐라고?
한스가 어젯밤 비밀리에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오늘 아침까지 자리에 돌아오지 않고 있어.
지금은 그의 부관이 지휘를 맡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어디로 갔는지 추측하기 시작했어.
혹시...
밸러드는 고개를 저었다.
한스는 그들이 그런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군부 사령관의 위치나 한스의 명성을 생각하더라도 말이지.
그들이 암살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그땐 잔챙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단 하나야.
한스가 너무 늙고 지쳐 있다는 거지.
대이동 계획이 실패한 후, 한스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압박 속에서 살아왔어.
그리고 아카디아 대철수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뭔가 결정을 내릴 때마다 마음은 많이 괴로웠을 거야. 하지만 그는 결정을 의심한다거나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 됐어.
더군다나 그 과정에서 한스는 기회를 엿보는 자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하기도 했어.
톨리드의 희생은 우리에게 잠깐의 숨 쉴 틈을 줬지만, 날로 악화하는 전황은 더 많은 사람들을 그쪽으로 기울게 만들었어.
이건 해결할 수 없는 악순환이라, 새로운 환경에서만 바뀔 수 있을지도 몰라.
너도 세계 정부 내 분위기 변화를 느꼈을 거야.
키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가 이번에 버티지 못한다면... 아니. 버틴다 해도 그가 총지휘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겠지.
미리 베팅할 생각인가?
밸러드는 아직 망설이고 있는 듯 대답하지 않았다.
월리스?
너무 감정적이라 안 돼.
스미스?
너무 어려서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야.
그럼... 니콜라?
……
밸러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한참 고민한 뒤에야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너무 일러.
아무래도 안전장치를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아.
확실해?
확실해.
고개를 든 밸러드의 눈빛에서 마지막 남은 망설임마저 사라졌었다.
군인이 하수인이 되지 않기 위해, 마지막 명예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부대를 집결시켜야 해.
그들이 부대를 집결시키고 있다는 거야?
어두운 지하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구겨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추모... 이거 다 헛소리야!
캐... 캐다 이모, 흥분해서 찢어버리지 마. 2장 주워 오는데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누가 네 이모야!
어, 그렇게 부르면 안 돼?
하... 살아가면서 성격만 더 나빠지네.
더 이상 젊지 않은 여성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필립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구조체를 치료하는 쪽에서는 나보다 훨씬 뛰어났으니까.
아쉽네.
캐다는 고개를 돌려 기기 중앙에 조용히 누워 있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기체의 손상은 수리됐지만
여전히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풀리아 삼림 공원 사건까지 포함하면, 나는 두 번이나 구조됐는데, 왜 나는 그의 의식을 깨우는 것조차 할 수 없는 걸까?
그... 그건 캐다 이모... 캐다 잘못이 아니잖아.
게다가 예전엔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했다며? 이 정도면 정말 잘하고 있는 거야.
하, 면역 시대에서 온 연구자라면 다들 다재다능하잖아?
난 그중에서도 제일 못하는 편이야. 그러니 버려졌겠지.
자포자기한 듯 캐다가 말했다.
아... 그건...
붉은 머리의 병사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즉시 현장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휘관님도 뭐라고 말 좀 해봐요!
간이침대에 앉아 있던 인간은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았다.
버틸 수 있겠어요?
캐다는 손가락으로 코를 가리키며 물었다.
인간은 지난번 장시간 심층 연결의 영향으로 흘린 코피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닦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