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7 비석으로 세운 척량 / Story
지구 대류층 내
고도 4000미터
가변 사이클 엔진이 연료와 연소 보조 작용으로 굉음을 냈다.
그러자 곧 음속을 돌파한 수송기는 공기 중에 원뿔형 소닉 붐을 남기면서 초속 8킬로미터로 상승하고 있었다.
아버지...
강력한 추진력은 10G 이상의 압력을 가져왔다. 하지만 구조체로 개조된 이후 와타나베는 더 이상 흉강의 수축에 의존해 호흡할 필요가 없었다.
갑자기 기내 레이더에서 불협화음과 같은 불빛들이 나타났고, 엄청난 열을 가진 채 와타나베를 향해 급강하해 오고 있었다.
적군 유닛인가?
레버를 살짝 옆으로 민 와타나베는 레이더에 연이어 여러 불빛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대체 뭐지?
와타나베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고, 계속 상승 자세를 조절하며 그 알 수 없는 목표들을 피했다.
둘은 곧 마주쳤고, 와타나베는 마침내 그것을 보게 됐다.
그것은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가 오른 불타는 잔해였다. 잔해들은 하강하며 녹아내린 조각들로 계속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웅... 심호?
잔해의 표면에서 와타나베는 겨우 새겨진 글자를 식별해 냈다.
이건... 성함의 잔해?!
경고! 전방에 고열 반응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회피하십시오!
경고! 전방에 고열 반응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회피하십시오!
경고음과 함께 레이더에 빽빽한 불빛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눈앞의 하늘은 석양의 색깔로 눈에 띄게 변했다.
하지만 이것은 감탄할 만한 풍경이 아닌, 수많은 잔해가 대기를 통과하여 지구로 돌진하는 연기구름이었다.
와타나베는 낙하하는 잔해를 피하기 위해 모든 정신을 수송기 조종에 집중해야 했다.
고도 7000미터 속도 10km/s
불타는 잔해 하나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형태를 보니 무기에 탑재됐던 부분인 것 같았다.
고도 50킬로미터 속도 12km/s
민첩한 물고기처럼 구름을 뚫고 불타는 암초 사이를 누비며 나아갔다.
고도 500킬로미터 속도 15km/s
초고속 추진력 때문에 경로 예측은 무의미해져서 와타나베는 현장 대응 능력만으로 잔해들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고도 5000킬로미터 속도 20km/s
수송기의 속도가 이론상 한계에 도달하였다. 수송기의 단열층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지만, 기내의 온도는 계속 상승하고 있었다.
고도 8000킬로미터 속도 20km/s
시스템이 대기권을 돌파했다고 알리는 순간,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수많은 화염이었다.
부서진 잔해는 우주의 깊은 곳으로 날아가거나, 지구 중력에 의해 치명적인 화염구로 변했다.
우주 항은 이미 여기저기 파괴된 상태였고, 방공포는 고요한 공간에서 소리 없이 분노를 터뜨렸다. 하지만 모든 잔해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성함 한 척이 격렬한 폭발로 반으로 갈라지면서 거대한 화염구가 폭발 지점에 형성되었다.
그 중앙 코어는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외부 구체는 급격한 팽창으로 다소 얇아졌으며, 자기장의 끌림으로 인해 타원형 모양을 형성하고 있었다. 마치 껍질이 벗겨진 오리알 같았다.
태양보다 몇 배 더 밝은 녹색 오리알이었다.
즉시 수송기의 차단 보호막을 가동하여, 방사선이 수송기 본체와 기내 인원에게서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했다.
폭발 후, 살아남은 펜리르 전투기들은 마지막 성함인 "기적호"를 향해 돌진했다.
여기는 지상 방어군 와타나베입니다. 아군 유닛은 상황을 설명해 주십시오.
정신을 차린 와타나베는 즉시 모든 채널의 통신을 열었지만, 핵폭발로 인한 강한 방사능 교란 때문에 채널 전체가 무의미한 잡음으로 가득했다.
와타나베... 지상은 이쪽 상황을 알고 있나?
한참 후에야 음성이 들려왔지만, 교란으로 인해 심하게 왜곡된 상태였다.
우리는 우주 부대가 임무 수행 중에 악의적인 명령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관련 정보는 현재 본부와 동기화하고 있습니다.
악의적인 공격... 그렇군. 그 외에 다른 건 없겠군.
아군 유닛은 상황을 설명해 주십시오.
성함 전투군은 제어 불가 상태에 빠졌고, 결사대는 자폭 방식으로 그것들이 공중 정원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전투군의 지휘관 신은 아직 살아 있습니까?
그도 명단에 있다. 난 그의 부관이다.
채널 내에는 한동안 전류의 잡음만이 남았고, 와타나베는 그 잡음마저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
우주... 지원... 정거장 긴급 지원... 공격받고 있다!
통신 채널에 어떤 메시지가 들려오는 듯했지만, 와타나베는 더 이상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우주... 지원... 정거장 긴급 지원... 공격받고 있다!
제발... 구해줘...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건가?
가봐. 지휘관들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도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제 네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차례다.
……
알겠습니다!
상대의 말이 맞았다. 원래의 목적은 잃었지만, 와타나베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그의 절친이 한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상실의 슬픔에 휩쓸리지 마, 그리고 그것을 앞으로 나아가는 힘으로 삼아."
아버지가 그의 신념을 관철한 이상, 이제 이 바통은 와타나베가 이어받을 차례였다.
여기는 지상 방어군 와타나베다. 현재 우주 정거장으로 향하고 있다. 상황을 한 번 더 말해달라!
그럼, 행운을 비마.
수송기가 우주 정거장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신은 상대방과의 통신을 끊었다.
작별 인사는 하지 않을 건가요?
내내 말을 하지 않던 키릴이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별 인사를 한다면, 저조차도 마음이 약해질 거예요.
신은 조금씩 가까워지는 기함을 바라보며, 배기구의 화염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와타나베가 제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 더 빨리 오지 못한 것을 후회했을 거예요. 아버지로서, 자식을 평생 후회 속에 살게 할 수는 없죠.
저는 그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함께하지 못했어요. 더 이상 그에게 후회를 안겨줄 수는 없어요.
신은 탈출 캡슐을 조종해 자신을 부르는 죽음의 손길로 돌진했다.
할 말은 다 남겼어요.
불꽃에 삼켜지기 전, 인생의 절반을 우주에서 떠돌았던 영혼이 다시 중력에 이끌려 땅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곳은 푸른 잔디가 가득했고, 생기가 넘쳐흘렀다.
아름다운 행성... 정말 떠나기가 아쉽군.
문득 와타나베의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저릿함이 일어났다. 그는 뒤돌아보며 방금 형성된 녹색 화염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최대 속도로 우주 정거장을 향해 돌진했다.
그곳에는 아직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