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다른 부대로 가더라도 내 얼굴에 먹칠하지 않게 똑바로 해!
허... 허억... 숨막혀.
브루스, 좀 옆으로 비켜봐.
나라고 이러고 싶은 줄 알아?
이런... 밀어낼 수가 없잖아. 도대체 이 인간 힘이 얼마나 센 거야!
난 일찌감치 포기했어.
바크하우스는 훈련장에서 튼튼한 팔로 다섯 명을 꼭 껴안았다.
다섯 가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머리들이 마치 만두의 주름처럼 서로 밀착되어 있었고, 모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은 와타나베와 훈련병들이 훈련소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었다. 1년간의 훈련이 끝을 맺고, 짧았던 만남도 마침내 이별의 순간을 맞이했다.
좋아. 이 뜻깊은 마지막 날을 위해 내가 본부에서 좋은 것 좀 가져오지!
바크하우스는 에베르트가 기절하기 직전에 그의 팔을 풀었고, 어느새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헉... 헉... 정말 죽는 줄 알았어.
자, 민트차.
고마워.
에베르트는 카자가 건네준 물병을 받았고, 브루스는 그의 등을 두드리며 숨을 고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초록 머리. 이렇게 해서는 그 부자들이 널 눈여겨보지 않을 거야. 지금이라도 전업하는 게 어때?
귀에 거슬리는 말이었지만, 코아테스의 말투에는 진심 어린 충고가 담겨 있었다.
나도 너와 브루스처럼 지상 방어군에 입대할 준비를 하고 있어.
?
정규군은 용병보다 백 배는 더 힘들어. 게다가 탈락 제도도 있잖아.
그래도 난 지상 방어군에 입대할 거야.
하지만 지금 네 상태는 우리에게 아직 무리라는 것만 보여주고 있잖아.
꿀꺽...
민트차를 한 모금 크게 마신 에베르트는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바크하우스 교관님께서 특이한 사람이라 체력 테스트 결과를 더 중시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정규군은 군용 기능형 아머의 조작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모두 무의식적으로 기능형 아머가 보관된 창고를 바라보았다. 입구 앞에는 얇은 모래층이 쌓여 있는 것이 오랫동안 열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이건 교관님께서 나한테 해준 조언이야.
교관님께서는 기능형 아머에 그렇게 관심을 두시지 않았지만, 나의 뇌신경이 견딜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이런 조언을 해주셨어.
내가 꼴찌이긴 하지만, 교관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셨어. 심지어 특별 대우까지 해주셨어.
교관님께서 다른 사람에게는 이 얘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어. 그러니 절대 말하지 마.
……
다들 왜 그렇게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어?
너한테도 그 얘기 했어?
교관님도 너희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던 거야?
대략 이틀 전쯤?
심지어 당부했던 멘트도 똑같았어.
설마 너희도...?
와타나베는 에베르트의 어깨를 눌렀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초록 머리, 교관님께서는 특정 사람만 특별 대우하지 않으셔.
정확히 말하자면, 교관님께서는 모든 부하를 특별 대우 해주시지.
교관님께서 나한테는 해군을 신청하라고 했어.
말수가 적은 카자가 드물게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정말 모르겠어. 교관님께서는 이런 사막 지대에서 내가 어떻게 함선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건지.
나한테 해주신 조언도 너희랑 비슷해.
이틀 전에 나를 찾아오셨는데, 공군에 지원해 보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셨어.
피 볼 일이 거의 없을 거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그렇게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닌 것 같았어.
브루스, 너는?
……
브루스는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와타나베의 질문에 대답했다.
교관님은 나에게 공군을 제외한 모든 병과가 잘 맞다고 하셨어.
브루스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브루스...
원래는 가벼웠던 분위기가 조금 어두워졌다. 브루스가 공군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집착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브루스와 코아테스만 알고 있었다.
교관님은 그저 조언을 해주신 것뿐이야. 교관님 말씀대로 꼭 할 필요는 없어.
길은 스스로 개척해야지.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인 조언이야. 잘 생각해 봐야겠어.
일단 가서 짐 좀 정리할게.
브루스가 떠난 후, 남은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코아테스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나도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해.
궁금하면 직접 브루스한테 물어봐.
……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를 들은 브루스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이 근처에서 경치를 감상할 만한 곳은 많지 않아서 쉽게 찾을 수 있었어.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코아테스가 이쪽으로 가는 너를 봤다는 거지.
언제부터 교관님처럼 농담하기 시작한 거야?
어차피 교관님께서는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으니 들리지도 않아. 방금 한 농담 괜찮았어?
네가 농담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더 재밌어.
그럼, 다음번엔 안 할게.
와타나베는 브루스 옆에 앉아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건넸다.
자, 카자의 민트차야.
돌아가면 카자에게 감사 인사 해야겠네.
브루스가 물병을 열자, 피어오르는 수증기와 박하의 향긋한 냄새가 밤하늘로 퍼져나갔다.
고마워할 것 없어.
?
카자는 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이 말을 전해달라고 했어.
내가 모두를 걱정하게 만들었구나.
브루스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초록 머리는 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서 자책하느라 너를 찾지 못하고 있어.
초록 머리를 설득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어.
그럼, 와타나베, 네가 여기에 온 이유는 뭐지?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내려놓은 브루스는 눈앞의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그냥 민트차 가져다주러 온 거야, 그리고 계속 남아 있을지는 네 선택에 달렸고.
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봐. 내 친구 중에...
……
……
브루스가 침묵을 깼다.
됐어. 이 상황에서 숨길 것도 없지.
브루스의 얼굴에는 드물게 어색한 표정이 떠올랐다.
와타나베, 너는 아이가 부모의 그림자를 쫓는 게 도피의 일종이라고 생각해?
……
어머니가 남기신 신념이 무엇인지 그리고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어머니가 그런 결정을 하셔야 했는지.
아버지는 분명 어머니를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저에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 거라고도 믿어요.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어떻게 설명해 주셔도 우리 사이에는 여전히 경험이라는 장벽이 존재해요.
만약 제가 군인이 된다면, 설령 그것이 고용제 군인이더라도 어머니와 좀 더 가까워지고,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
추구하는 것 자체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생각해. 그건 과정일 뿐이지 결과가 아니니까.
너 "원숭이 달 잡기"라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원숭이들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사다리를 만든 뒤, 수면의 달을 잡으려 했던 이야기 맞지?
구체적으로 일곱 마리였는지 여덟 마리였는지, 그것이 우물이었는지 물웅덩이였는지 나도 기억은 잘 나지 않아.
몇 마리였건 그리고 어디에서건, 이 이야기의 결말은 항상 똑같아. 원숭이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해.
왜냐하면 원숭이들은 진짜 달을 따는 능력이 없고, 물속에 비친 달을 쫓았기 때문이야. 결국 그들이 얻는 건 허무함뿐이지.
넌 너 자신이 재능 없는 원숭이라고 생각하니?
그리고 이제 너도 그달이 무엇인지 알겠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쫓고 있어.
아버지는 에이스 파일럿이셨어.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존경해서 그와 같은 파일럿이 되겠다고 결심했어.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야. 아버지를 초월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건 순수한 추구 때문이었어.
아버지가 묘사한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어. 또한, 아버지가 나를 자랑스러워하길 원했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나는 재능이 없어. 아무리 훈련해도 균형 감각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어.
사실,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어. 아버지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나에게 기동 방식이나 압력을 피하는 기술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나도 자주 생각했었어. 내가 버려진 걸까? 아니면 내가 포기해야 하는 걸까?
브루스는 손을 뻗어,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잡으려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최근에야 좀 깨달았어.
수면 위의 달을 잡을 수 없다는 걸 안다면, 굳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두 사람은 말없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겪어온 일은 다르지만 두 사람의 처지는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한 사람은 아버지의 그림자를 쫓고 있지만, 재능의 한계로 인해 항상 수면 위의 달을 잡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한 사람은 어머니의 의지를 따라가려 했지만, 평화로운 시기에 그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있었다.
브루스가 말한 것처럼, 추구의 끝에는 과연 허무함만 있을까?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심했더라도, 그것이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고, 미래를 향해 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렴.
와타나베는 아버지가 생일 때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그 당시 와타나베는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는 브루스의 고민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와타나베는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어디에 있든지 간에 달은 항상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내 생각엔 헛된 노력이 될 거야.
그래. 너도 역시...
하지만 나는 이러한 추구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아.
달은 항상 빛나고 있어.
말을 이어가는 와타나베는 자신의 생각을 옆에 있는 친구에게 전하고 싶었다.
우리가 수면 위의 달을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야. 달에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듣기에는 얻지 못해서 그냥 자기 위로를 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와타나베가 주먹을 치켜들고 하늘의 달을 손아귀에 쥐었다.
달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반드시 어떤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와타나베가 주먹을 풀자, 가려져 있던 달빛이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어 눈을 비췄다.
추구하든 안 하든, 달은 항상 거기에 있다는 거야.
달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항상 빛나고 있지.
수면 위의 달이 달빛의 반사라면, 지금 우리를 비추는 것도 같은 거 아니겠어.
달을 등지지 않고 어둠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그 빛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거야.
와타나베는 드디어 깨달았다. 어머니가 남긴 것은 비문과 업적만이 아니었다. 그 묘역에서 울려 퍼진 것은 불굴의 신념이었다.
그리고 와타나베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군대에 입대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 신념이 이미 계승되었음을 깨달았다.
같은 경험을 할 필요도 없고, 감정적으로 공감할 필요도 없으며, 심지어 결과마저도 필요 없었다.
네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과거의 무력함을 인정하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어서, 그것을 포기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해.
그런 부분에선 내가 너보다 못하지...
눈을 감고 잠시 침묵한 브루스는 내적 갈등을 겪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시도해 볼 거야. 우선 아버지와 다시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볼게.
고마워. 와타나베.
나도 같은 말을 하고 싶었어.
잠시 눈을 마주 본 둘은 손에 든 물병을 들어 올렸다.
건배!
쿨럭쿨럭...
둘 다 물병 속의 뜨거운 물에 데어 혼쭐이 났다.
가자. 오늘은 영점 에너지 원자로 점화식이 있는 날이야.
이해는 잘 안되지만, 훈련소의 모든 사람이 중앙 스크린 앞에 모여 있어. 우리도 가서 구경하자.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 점화까지 30초 남음
"떡대", 조금만 더 위로 올려봐. 좋아. 바로 그 높이야.
더는 올리지 마! 머리에 부딪히겠어.
(어이없어한다.)
됐어. 이제 그만해. "떡대"가 너 때문에 어이없어하고 있잖아.
그 말은 네가 그의 왼쪽 팔에서 내려온 다음에 하는 게 어때?
국제 우주 정거장의 식당. 거대한 투영 스크린에서 영점 에너지 원자로의 첫 점화가 생중계되고 있었다.
우주 정거장의 거의 모든 사람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이 녀석들, 평소에는 실험실에 틀어박혀 포도당 주사 맞으면서 있길 원하더니, 지금은 왜 다 나온 거야?
점화 순간을 놓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
덕분에 당직 근무라 늦게 온 두 사람은 키가 큰 "떡대"에게 올려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내 생각엔 차라리 이 구역을 무중력 모드로 바꾸는 게 좋겠어. 그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됐어. 네가 다시 중력장을 조정할 거 아니잖아?
조용히 해. 이제 곧 카운트다운이야!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 점화까지 15초 남음
여기는 꽃사슴. A-2 구역 이상 없음.
B-2 구역도 이상 없음.
C-1 구역에서 스텔스 무인기 한 대 격추. 이상 처리 완료.
총 26개의 감시 구역이 1호 원자로 주변 2킬로미터 내의 지역을 완벽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안전 정보국은 점화가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게 하려고 정예 병력의 절반을 투입했다.
보고가 끊임없이 통신 채널을 통해 지휘 차량으로 들어왔고, 신임 안전국장이 직접 이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주변 감시 철저히 하도록 해라. 특히 초목이 덮인 지역은 절대로 경계를 늦추지 마라. 의도를 가진 자에게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 점화까지 10초 남음
네가 이런 일에는 직접 현장에 가서 구경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나도 가고 싶어. 하지만 비서가 그렇게 많은 서류를 처리하지 못하거든.
분명 죽을 때까지 후회할 일 중 하나가 되겠지?
톨리드는 라벨을 떼지 않은 와인 한 병을 따서, 두 개의 와인잔에 따랐다.
한잔하겠나?
술을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뭐든 예외는 있는 법이지.
오늘은 확실히 축하할 만한 날이야.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톨리드는 다시 한번 도수를 확인했다.
내가 의사한테 특별히 상담해 본 거라고.
그런 이상한 질문으로 의사들 바쁜데 방해하지 마.
오늘만 있는 건 아니잖아. 내일도 일을 해야 하고...
톨리드는 와인잔을 들어 올렸다.
내일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유리잔이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내자, 붉은 액체가 조명 아래서 흔들렸다.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 점화까지 5초 남음
아버지, 들리세요?
뭐냐?
제가 드릴 말씀이 있는데...
브루스, 들리니?
브루스, 들리냐고?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 점화 완료.
퍼니싱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