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하이디>의 의식은 빠르게 붕괴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완전히 파괴되어 혼란스러운 데이터로 변했고, 일반 이합 생물과 다를 바 없이 더 이상 어떤 "가치"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인어는 점점 희미해지는 적색을 안고 환상의 출구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한쪽 날개를 가진 소녀의 연약한 모습이 서 있었다.
보아하니, 이 환상은 그녀가 알 속에 숨겨둔 마지막 집념인 것 같았다.
오랫동안 준비했어.
소녀는 환상의 지평선을 응시하며 별들을 향해 속삭였다.
카나의 아버지에게 크틸라 계획은 가치가 있으니, 버리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고 전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정말 많은 준비를 했어.
하지만 그도 새로운 길 위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하고 떠났어. 왜일까?
…………
내가 했던 이 모든 일들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드디어 포인트를 다 모았는데, 정작 사고 싶은 물건이 없어졌어.
하이디는 발끝을 들어 닿을 수 없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는 공중에서 무언가를 잡고 싶어 했지만, 남아 있는 한쪽 날개만으로는 전혀 날아오를 수 없었다.
그때 하이디가 카나의 말을 듣고 건물을 떠났다면, 이런 결말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이디가 선택을 하기 전에, 그 누구도 바깥 현실을 하이디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녀의 세계에서 유일한 빛은 어머니와 카나뿐이었고, 그녀의 선택은 당연히 그들에게 기울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건 꽤 지루한 비극이었다. 처음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크틸라 계획처럼 허무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실망한 사람들이 퇴장한 뒤, 극장에는 무대 위로 올라온 관객 한 명만이 남아 있었다. 그 관객은 이미 죽어버린 배우들을 대신해 필사적으로 외쳤다.
크틸라 계획은 가치가 있어. 버려질 필요가 없어.
그러니 최소한 그녀들의 흔적이라도 남겨줘.
알았어.
마침내, 수십 년이 지나서야 도착한 한 관객이 하늘에 닿지 않던 그 손을 잡아주었다.
제발 나에게...
이러면 돼? 크틸라가 없으면, 재시작하기 더 어려울 텐데.
응. 그게 바로 본·네거트 선생님의 뜻이야. 우리는 그 지휘관의 의식을 먼저 보존해야 해.
그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크틸라의 족쇄를 풀어내려고 했어. 그러니 우리도 그 결의를 존중해야 해.
알겠어. 이번 손실이 말이 아니네.
많은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해. 그분도 이제는 뒤에서 연구를 추진하기 어렵겠지?
맞아.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분은 이합 재난 구역이 곧 팽창할 거라고 했어.
크틸라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팽창을 억제할 수도 없고, 그것들을 우리 군대로 만들 수도 없잖아.
음... 깨어나자마자 그분에게 불려 와서, 아직 이 일의 구체적인 계획은 잘 몰라.
일단 돌아가자. 공중 정원 사람들이 곧 올 거야. 크틸라가 없으니, 이 아이를 빨리 부화시켜야 해.
소년은 품에 있는 알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래. 알았어.
참. 아직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네.
만나서 반가워. 진짜 혹사.
만나서 반가워. 릴리스.
이 폭우는 하늘의 구토물 같기도 하고, 죽은 이들이 다 흘리지 못한 눈물 같기도 했다.
두 승격자가 떠난 뒤, 라미아는 빗속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한참 뒤에야 공중 정원의 군대가 그들이 서 있던 곳에 서둘러 도착했다.
모든 것이 그 지휘관이 예측했던 대로였다. 크틸라와 의식을 융합하지 못하면, 대기하고 있던 승격자들이 "그녀"를 데려갔을 것이다.
인어는 마지막으로 품에 안고 있던 알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를 꼭 껴안고는 곧바로 바닷속으로 잠수하여 사람들 사이로 헤엄쳐 갔다.
고농도 퍼니싱 반응이 관측됐다! 승격자다!
승격자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어! 어서 엘리트 소대를 호출해!
승격자... 그렇다. 그들은 "라미아"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라미아도 승격자의 일부일 뿐이었다.
괜찮아.
라미아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출항하던 그날처럼, 라미아는 비슷한 장대비와 차가움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수많은 레이저 조준기의 붉은 점이 모두의 적의를 담아 라미아에게 떨어졌고, 모두가 그녀의 다음 행동을 경계하고 있었다.
폭우가 물 표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마음의 소리처럼 요란했다.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엘리트 소대가 현장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물체를 안고 있는 승격자에게 바로 손을 대지 못했다.
그래서 라미아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음... 이걸... 돌려주고 싶어.
라미아는 두 개의 명패를 꺼내어 해안가에 있는 인간들 발아래에 놓았다.
명패... 네가 그들을 죽였나?
아니. 그렇지 않아.
이건 슈트롤과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의 명패야.
뭐라고? 그럴 리가 없어!
슈트롤은 그렇다 쳐도 그레이 레이븐 소대 대원들은 모두 살아있다!
그래?
경계의 방어선에 좁은 틈이 생기더니, 후방에서 멀쩡한 모습의 인간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는 라미아를 차분히 바라보았다.
어.
얼마나 닮았는지, 얼마나 닿기 힘든지, 손에 닿지 않는 수많은 별 같았다.
라미아는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인간의 피와 살은 모두 피부와 코트 아래 감춰져 조금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인간이 언제나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라미아의 생각을 눈치채지 못한 상대방은 그 두 개의 명패를 주운 뒤 손바닥에 올려놓고 진위를 확인했다.
…………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승격자의 음모나 거짓말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라미아는 그 비밀을 말하기로 했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931206, 이 숫자를 기억해?
인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이건 또 다른 네가 나에게 알려준 거야.
그 사람은 "내가 버려진 거구나."라고 말하면서 내 앞에서 죽었어.
무기를 든 이들이 인간의 한마디 의심에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라미아는 적의에 건드려진 현악기의 줄처럼, 두려움의 여운 속에서 떨고 있었다.
나에게 이 일을 말할 시간을 줘.
긴장하던 이들이 한 발짝 물러서자, 라미아는 용기를 내어 여정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라미아는 자신이 요람 도살장에서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유령들을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모두와 함께 탈출 계획을 세웠는지, 하지만 그들이 차례로 희생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들의 아쉬움, 그들의 기억, 그들의 마지막 말을 어떻게 지나쳤고,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 마지막으로 맡긴 일을 어떻게 맡게 됐는지를 말했다.
우리는 외부와 통신할 방법을 찾아냈고, 공중 정원과 연결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어.
앞에 있는 인간은 침묵을 지키며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지휘관도 이 일은 알고 있겠지?
지휘관이 있었기 때문에 그 통신을 장난으로 여겼던 건가?
…………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어쩌면 이 질문의 답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을 넘기기 전에... 다시 한번 묻고 싶었다.
만약 이 자리에 서 있는 지휘관도 같은 선택을 해야 하는 날이 왔다면, 한쪽은 몇십 시간 후면 잡을 수 있는 생명줄이고, 다른 한쪽은 자기 죽음을 대가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길이야.
그때도 지휘관은 여전히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이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생명줄을 포기할 수 있어?
왜?
라미아는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사람에게 그리고 이미 멀리 떠나버린 과거의 모습에 물었다.
너희들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추구했던 그 불꽃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 거지? 그게 정말 그럴 가치 있는 거야?
알려줘.
인간은 라미아의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다.
그건...
무리를 이탈한 인어는 품에 안고 있는 죽어버린 알을 높이 들며, 자신을 완전히 위험 속에 노출했다.
내 소원이 가장 완벽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야.
라미아는 가장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라미아는 승격자가 알을 넘겨주면 사람들과 분리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내려다보는 시선과 맞서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어.
"그녀"를 데려가 줘.
이건 "그녀"의 소원이자, 나와 "너"의 공동의 요구이기도 해.
하지만... 조심해야 해. 너희들에게 "그녀"는 여전히 이합 생물이야. 직접 접촉하지 마.
라미아는 이 두 손이 이합 생물에게 침식된 결과를 질리도록 봤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몇 초 뒤, 후방에서 건네 온 격리 상자는 인간 지휘관의 손에 넘겨졌다.
…………
인간이 격리 상자를 들고 천천히 다가왔다. 라미아는 주위 사람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 체포 작전이 곧 진행되리라는 것을 눈치챘다.
이런 일을 했음에도, 승격자인 인어는 인간의 세계에 여전히 평등하게 들어갈 수 없었다.
라미아의 본능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귀청이 터질 듯한 경고를 보냈다.
알을 막 상자에 넣으려는 그 순간...
!!
없어졌다! 어서 찾아!
라미아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심해 속으로 잠수했다.
…………
이야기는 끝났다. "악역"은 거의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를 위해, 손에 쥐고 있던 세계를 파멸시킬 수 있는 힘을 넘겨주었다.
라미아의 모든 소원은 거품 같은 "욕망"과 함께 해안의 사람들에게 맡겨졌다.
정의로운 주인공들은 분명 이로 인해 기뻐하겠지?
그런데 왜 "악역"인 라미아마저도 기쁨을 느끼는 걸까?
…………
답을 찾지 못한 인어는 해류에 몸을 맡긴 채 떠돌았다. 해변의 사람 소리가 폭우와 함께 멀어질 때까지 라미아는 일정 거리를 두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어느새 하늘이 맑아져 있었다.
맑은 별하늘과 외로운 달이 바다를 응시하며, 멀리 있는 등불과 함께 반짝이고 있었다.
라미아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몸을 안정시키고, 해안가를 바라봤다.
라미아를 수색하던 사람들이 조금씩 멀어져 갔다. 그중에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그들의 지휘관도 포함되어 있었다.
등불 속에서 이들의 뒷모습은 그들만의 빛을 발하며 반짝였고, 닿을 수 없는 뭇별처럼 그녀의 눈동자에 비쳤다.
순간, 라미아는 그 인간이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걸 본 것 같았다.
…………
순간 라미아는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마워."라는 말로 충분할까?
다시 한번 "고마워"라는 말을 듣고, 적대감 없는 초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도 욕심일까?
하지만 악역으로서 욕심이 있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라미아에게 대답해 주는 건 오직 바람과 파도 소리뿐이었다.
인어는 먼 곳을 바라보며 모든 빛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라미아는 고개를 들어, 수많은 별에 영원한 빛을 요구했다.
너무 멀어.
그들의 뒷모습이든, 뭇별이든 모두 너무 멀어서 닿을 수가 없었다.
별...
라미아는 원래 별에 닿을 기회가 있었지만, 기꺼이 그것을 포기했다.
그 말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야.
하늘을 바라볼 때의 설렘과 미지의 존재를 탐색하려는 동력을 잊지 마라.
응.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거야.
그 말을 기억하기 때문에 라미아는 자신의 방식으로 그 기대를 지켜냈다.
알의 힘을 사용해 혼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아.
자신의 마음에 되물어 본 라미아는 여전히 이 결론에 도달했다.
다만...
후회는 없지만, 라미아는 여전히 사람들과 별하늘에 대한 동경을 버릴 수 없었고, 심해로 추방된 데서 오는 아쉬움과 고독을 떨쳐낼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을 거야.
언젠가 라미아는 다른 사람들을 버리지 않는 방식으로 저 먼 별하늘 사이로 발을 내디딜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아주 오래오래...
인어에게는 셀 수 없이 긴 시간이 남아 있다.
그녀는 낙담한 채 고개를 숙이고, 바닷물에 감싸인 자신의 꼬리를 바라봤다.
사람들의 뒷모습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던 것처럼 반짝이는 뭇별들의 그림자가 바다 표면에 떨어졌다.
뭇별은 바다를 응시하고, 바다는 돛단배를 품에 안아... 지금...
라미아는 손 닿을 듯한 그림자를 바라보며, 방금 배운 노래를 혼자 부르기 시작했다. 그건 그녀에게 속하지 않는 노래였다.
그녀는 이것이 이탈자의 자기 위로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쫓겨난 악역은 영웅들만의 세계에 자신이 있었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속일 수밖에 없었다.
…………
뚝뚝.
바다의 것이 아닌 눈물이 바다 표면에 떨어지자, 물결이 퍼지며 바다의 눈동자를 그려냈다. 그 눈동자에는 그녀가 동경하는 뭇별이 모두 담겨 있었다.
이를 통해...
그녀는 뭇별에게 보낼 수 없는 연애편지를 노랫소리와 눈물로 뭇별의 그림자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