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6 요람 속의 유행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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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 "931206"

몇 달 후.

어두운 임시 거점에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한 여성이 들어왔다.

오랜만이야.

네가 열쇠를 손에 넣은 걸 이미 눈치챘어.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맞아. 곧 부화할 거야.

본·네거트의 시선이 아래에 있는 작은 생명의 나무로 향했다. 적색 속에 놓여 있는 알은 마치 심장처럼 고동치고 있었다.

이번 열쇠는 그 지휘관의... 딸이라고 해야 하나?

본인에 가깝지.

도입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어. 그래서 기억과 의식이 완전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의 조각들도 섞여 들어갔거든.

이번에 네가 찾아낸 "귀환 티켓"도 완벽하진 않은 것 같네.

여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합 재난 구역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루나를 찾아갈 거야.

네가 떠난 뒤의 일은?

릴리스에게 맡길 거야. 오랫동안 대행자가 되길 원했으니까.

혹사에게 넘기지 않고?

혹사한테는 해방을 빚졌어.

자비로운 자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알을 바라봤다.

궁금한 게 있어.

누구든 의식의 바다가 충분히 안정적이라면 열쇠의 코어가 될 수 있어. 근데 왜 굳이 이 지휘관을 선택한 거야?

힘의 대가를 아는 사람이 필요했어.

열쇠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야. 그녀도 자신의 의식을 가지고 있어. 계속 같은 결말로 향하는 건 극심한 고통만 될 뿐이야. 이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면, 그 힘을 개인적 욕망을 채우는 데 사용하게 되지.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우리 둘 다 수없이 경험해 왔잖아.

…………

이번에는 네가 새 열쇠와 네가 무사히 문을 통과할 수 있길 바라.

걱정하지 마. 우린 지구 문명이 파괴되는 걸 기대하지 않아. 너희들의 성장은 "규칙"을 깨뜨릴 가능성을 더할 뿐이야.

나 개인으로는 네가 이 일을 완수해야만 비로소 그 흥미로운 작은 소원들을 돌볼 여력이 생길 거야.

퍼니싱과 인간의 싸움을 말하는 것이라면, 대항할 수 있는 수단과 인재를 키워내고 선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어느 쪽이든 중요하지 않아.

다만, 나는 승격자와 선별을 좀 더 신뢰하는 쪽이지.

…………

살아있을 때보다 훨씬 재미없어졌구나. 교수. 예전의 네 모습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네.

지금 넌 시간의 폐쇄 루프를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더 이상 옛날의 네가 아니야.

검은 그림자는 이 말에 동의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 길은 내 본래 의도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너에게도 그렇게 "무미건조"하진 않을 거야. 안 그래?

…………

자비로운 자와 본·네거트는 대화를 멈추고 알을 바라봤다.

그녀가 자신을 찾지 못하고 있어.

자비로운 자는 몸에 두른 망토를 걷어내고, 알을 품에 안았다.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자. 새로운 정체성이 그녀가 더 빨리 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

"빌리·필그림" 어때? 아니면 지금의 네가 이 이름에 좀 더 잘 어울리려나?

형편없는 농담이군. 여사.

표정 변화가 없던 대행자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자비로운 자의 제안을 거절했다.

카오스. 그녀가 스스로 이름을 지을 때까지 이걸로 대신하지.

자비로운 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있던 알을 작은 생명의 나무 위에 다시 놓았다.

자비로운 자와 본·네거트는 침묵 속에서 그녀의 고동이 알의 껍데기를 찢어내길 기다렸다.

점차 사라져가는 붉은 빛 속에서 인형처럼 작은 이합 생물이 눈을 감은 채, 얽힌 쇠사슬 속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

자비로운 자는 무언가가 갑자기 깨달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 이게 바로... 너희들의 선택이군.

자비로운 자의 낮은 속삭임 속에서 창백한 아이가 조용히 눈을 떴다.

같은 날 오후. 공중 정원.

슈트롤의 명패를 반납하고, 이번 작전의 모든 총결산과 보고를 마쳤다.

마침내 번잡한 업무에서 벗어나 잠깐의 휴식을 얻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 혼자 그레이 레이븐의 전투 대기실로 돌아왔다.

이 사건은 결국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클론 하나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니콜라 총사령관은 이것이 승격자들의 계략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원래의 지휘관이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남은 클론들은 쉽게 버려질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생각했다.

클론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실종된 건 클론들에게 기억을 동기화시키기 위함이었던 같았다. 하지만 성공률이 매우 낮았는지 기억을 가진 특이 사례는 단 하나뿐이었다.

4월 16일.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16일째 되는 날.

인간은 낡고 더러운 지하 실험실에서 알몸으로 깨어났다.

온갖 고난 끝에 속박을 풀고, 침대 시트를 몸에 두른 채 맨발로 지하실 문을 부숴서 열었다. 그리고 버려진 건물 속에서 지원을 찾기 시작했다.

버려진 종이와 천 조각으로 신발을 만들어 신었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한 구조체와 마주치게 됐다.

구조체는 도와주는 척하면서 인간을 또 다른 함정으로 유인했다.

다시 탈출에 성공했지만, 이번에 만난 사람은 혼란의 조력자였다.

순찰 중인 배신자, 골목길을 배회하는 침식체, 적음신계의 광신도들 그리고 그들이 키우는 미친개... 게다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골목길까지...

나중에 루시아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4월 16일 새벽 겨울 요새 근처에서 지휘관 클론을 구출했다고 했다.

그 지휘관님은 아무런 기억도 없었고, 깨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응급실에서 사망했어요. 우리는 다시 한번 단서를 놓치고 말았죠.

4월 20일. 온갖 고난을 겪은 인간이 다시 기회를 찾았다. 지휘관은 난민 감시자를 기절시키고 그의 코트를 "빌려" 입었다.

이전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지휘관은 더 이상 길에서 만나게 되는 누구도 믿지 않고, 단숨에 험준한 산길을 향해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추격병들이 쫓아왔지만, 이번에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미리 산속 암석 뒤에 매복하여, 설치한 함정과 거대한 바위를 이용해 단말기를 소지한 구조체 하나를 성공적으로 처치했다.

구원 요청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들의 단말기에는 통신 추적 기능이 있었다. 절망에 빠지기 직전, 지휘관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왜 남의 코트 하나만 걸치고 이런 곳에 있는 거예요?

며칠 만에 처음으로 아는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망각자와 관련된 새로운 소동에 휘말리게 되었다.

어쨌든 그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마침내 기억과 인격이 온전한 지휘관을 되찾게 되었다.

약간의 외상과 4월 1일부터 4월 16일간 혼수 상태에 빠졌던 기억의 공백을 제외하면, 돌아온 지휘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인간은 공중 정원으로 복귀하자마자 치료와 검사를 받았다.

몸이 빠르게 회복된 후, 병원에 있는 동안 지휘관은 바네사, 시몬과 함께 여유롭게 침대 옆에서 카드놀이까지 했다.

지휘관이 놀라운 탈출 모험담을 이야기할 때마다, 바네사는 항상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강한 운을 가진 사람이야. 일반인이 이렇게 오랜 기간 실종됐다면 돌아오지 못했을 거야.

사건에서 희생된 건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클론일 뿐, 진짜 주인공은 이미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돌아왔다.

그러한 기억만 있다면, 운명에 휘말려 어디로 가든, 클론이든 평행 우주든 상관없이, 지휘관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약제로 성장 촉진된 흔적은 없어요.

퇴원하는 날, 히포크라테스 교수가 자료를 들고 지휘관을 찾아왔다.

다시 말해, 지휘관은 본인이라는 거죠.

모든 데이터는 검사실에서 직접 가져온 거예요.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아니면 너무 예민해진 나머지 생명의 별 내부에도 스파이가 있다고 의심하는 건가요?

히포크라테스는 파일 봉투 하나를 던져줬다.

자. 지휘관님의 검사 보고서는 모두 여기에 있어요. 종이로 된 거니까 직접 가지고 계세요. 아무도 이 보고서를 수정할 수 없어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나열한 뒤, 다시 검사를 받으시면 돼요.

생명의 별을 떠난 뒤, 지휘관은 다음 임무에 투입되었다. 정화 부대를 도와 배신자를 색출하고, 이에 대한 예방 및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

비앙카가 늘 말했던 것처럼 가장 견고한 연결고리는 쇠사슬이나 잔혹한 처벌이 아니라 안전한 집이었다.

어떤 이들이 몰래 의식 회수가 사기라며, 공중 정원이 이 거짓말로 많은 사람들을 수년 동안 속였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요.

예전에 성공적으로 돌아온 이들도 그들이 조사해서 의심스러운 점이 많이 드러났어요.

그들이 배신의 길로 향한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이게 가장 직접적인 이유인 것 같아요.

우리는 처형장을 남겨두고, 처벌로 그들의 탈출을 막을 수 없어요. 고문받다 죽을 걸 아는 이가 무슨 짓을 못 하겠어요?

비앙카가 마련한 개선 계획은 계속 진행 중이었고, 앞으로도 이를 유지해야 했다.

실종 사건에 대한 조사는 대부분 결론이 났지만, 실종 당시 강가에 나타났던 "베테"라는 그 노인만은 4월 1일부터 가을이 되기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여러 번 고민한 끝에, 결국 4월 1일에 갑자기 그 강가에 나타난 노안이 감시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노인의 영상을 그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잠시 침묵한 노안은 베테라는 "노인"에 대해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베테는 황금시대 지하 무기 상인의 수하 중 한 명으로, 보육원의 후원자 중 하나였다. 보스가 대철수에서 죽자, 베테가 보스 사업의 일부를 이어받았다.

이건 모두 레이첼... 내 선생님이 말해줬던 거야.

베테는 아딜레 상업 연맹, 쿠로노, 공중 정원 등과 거래해서 그들의 도태된 낡은 무기를 회수한 뒤, 종말에 저항하는 인간들에게 팔았어.

이전에 에너지 방출 검의 설계도를 무기 연구 부서에 보냈을 때, 이것이 공중 정원에서 10년 전에 폐기한 구식 설계도라고 그들이 말한 적이 있잖아?

그 설계도도 선생님이 나한테 준 거야. 선생님은 베테한테서 설계도를 샀고, 결국 돌고 돌아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 거지.

그는 직접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드물어. "단골손님"이 아닌 이상 그를 보지 못했을 거야. 나도 팡틴 덕분에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어.

팡틴을 기억해?

코제트의 어머니야. 풀리아 삼림 공원의 재난 이후, 난 그녀와 함께 보육 구역으로 갔었어. 그때 지휘관은 아직 혼수 상태였지?

팡틴의 남편도 나와 같은 교환상이었어. 어느 날 거점에서 그를 만났는데, 아내가 실종되었다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었지.

그러다 우리는 팡틴이 남긴 단서를 따라 베테의 지하실을 찾아냈어.

썩은 고기와 배설물의 냄새, 벽에 남겨진 손톱자국, 통풍관 입구에 끊어진 손가락 뼈마디, 그리고 아이들의 단체 사진까지...

그 지옥 같은 지하실 광경을 떠올리며 노안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때는 팡틴을 구하는 데만 신경 쓰느라 베테를 놓치고 말았어. 그를 일찍 죽일 수 있었다면, 적어도 지휘관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

이 소식은 마치 거대한 바위가 청년의 한계를 넘어 굴러떨어지듯이, 그의 평온하고 온화한 태도에 지울 수 없는 파문을 일으켰다.

베테...

그 후...

갑자기 울린 전투 회의 일정 알림이 회상을 끊었다.

인간은 고개를 들어, 멀리 갔던 생각을 다시 조용한 휴게실로 데려왔다.

거대한 "고래"가 바다 위로 올라오기 전에, 급히 통신 요청을 보내온 세리카가 지휘관의 안전을 확인했었다.

그때는 모두가 그것이 승격자의 함정이라 여겼다.

그때 믿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정말로 또 다른 자신을 구해냈다면, 그 이후의 일은 어떻게 대처했어야 했을까.

서랍을 열자, 검사 보고서가 들어 있는 파일 봉투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처음 파일 봉투를 받았을 때, 앞부분 몇 장만 열어봤다. 거기에는 의료 전문 용어와 데이터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봐서는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지휘관은 검사 보고서를 다시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종이에는 여전히 전문 용어와 데이터가 가득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살펴봐도 이상한 점은 없어 보였다.

다시 그것을 파일 봉투에 넣으려던 순간, 마지막 페이지에 손으로 쓴 보고서 코드가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쓴 코드가 왜 있지?

그것은 애매한 필체로 문자와 숫자의 한계를 흐리며, 침묵 속에서 선언하고 있었다.

시체의 유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