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6 요람 속의 유행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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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3 작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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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아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청년이 밖에서 들어왔다.

담요 하나를 인간 옆에 내려놓은 노안은 손을 펼쳐 보이며 다른 유용한 물자는 찾지 못했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혹사가 크틸라 자궁의 두 번째 의식이 된 후, 몇몇 입구를 제어해서 봉쇄한 것 같아. 그래서 전에 저장해 뒀던 물건을 찾지 못했어.

방금 너에게 케타민을 조금 투여했어. 이것만 가져올 수 있었어. 혹사의 입장에서는 마취제를 사용하는 건 규칙 위반이야.

노안과 닮은 눈앞의 청년을 바라본 지휘관은 차마 그에게 죽으라고 부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뭘 할 수 있을까? 다른 방법이 있는 걸까? 남은 20여 시간의 생명으로 구조를 기다릴 수 있을까?

알겠어.

그럼, 넌?

그 승격자는 수없이 많은 선택지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어. 그럼, 넌?

너도 혼란스러운 거 아니야? 남은 선택지가 없어서 스스로를 포기할 정도잖아.

무작정 희생을 추구하지 마. 그게 피해자가 반항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 이상은 말이야.

조금 더 버텨봐. 다른 가능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람을 구하려고 하지 마.

즉시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사람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죽으러 가는 것뿐이니까.

적어도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면서, 자신에게 "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런 방법을 사용해.

노안은 손을 흔들고,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노안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손을 흔들며 출구로 향했다.

노안?

안타깝지만, 없어.

노안?

처음부터 내 목적은 혹사의 계획을 망치는 거였어.

"노안"은 천천히 몸을 돌려 인간 곁으로 돌아왔다. 만난 이후, 그가 침식을 무릅쓰고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건 처음이었다.

"노안"은 몸을 숙여 인간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손끝이 곪은 상처 위에 닿자 화끈거리는 통증을 남겼다.

……

안녕.

그 후, 청년은 크틸라 앞으로 걸어갔다. 그곳엔 라미아가 크틸라를 상대하고 있었다.

저 지휘관과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면 나와 거래하자. 승격자.

크틸라의 시선을 피한 뒤, "노안"은 빠르게 두 번째 탈출 계획을 말했다.

그건 바로 크틸라 본체를 이용해 심해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노안"은 두 번째 의식이 되어 혹사의 통제권을 빼앗겠다고 했다.

내가 크틸라에게 감압실 임시 출구를 열도록 할 거야. 넌 그곳을 통해 나간 뒤, 그녀를 속박에서 풀어주면 돼. 그렇게 하면 지휘관을 데리고 떠날 수 있을 거야.

혹사의 통제권을 어떻게 빼앗겠다는 거야? 지금 들어가면 의식이 융합될 뿐이야.

크틸라는 나를 도와 혹사를 조기에 "탄생"시킬 거야.

크틸라가 널 돕는다고?

크틸라는 아직 깨어 있어. 그리고 이런 일은 나도 경험이 있어.

거래라고 했는데, 대가는?

알을 나에게 줘. 그래야만 내가 내부에서 크틸라를 억제할 수 있어. 그리고 그녀가 제공하는 방어를 이용해서 심해 5000미터 이하에서도 네가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

…………

너한텐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어.

첫째, 이 거래에 동의하고 크틸라의 자궁을 속박에서 풀어준 뒤, 지휘관을 보호하며 이곳을 떠나는 것.

둘째, 크틸라의 자궁을 완전히 붕괴한 후, 모두 함께 해저에서 죽는 것.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품에 안고 있는 건 모든 소원을 이룰 기회였다.

이 소원을 이룬 후에는?

[player name]

그래서 끝없이 펼쳐진 별하늘에 너 혼자 남게 됐어.

그게 정말 그녀가 원하는 결과일까?

아니.

소원을 포기하는 건 어렵지. 하지만 이루어진 소원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아닐 때는 더 괴로울 거야.

결국 그 소원을 이루는 과정도 쉽지 않으니까.

그녀는 이렇게 자신을 설득했다.

자. 가져가.

마음속 수많은 갈등과 미련 그리고 이끌림이 있었지만, 인어는 결국 품에 안고 있던 알을 놓아주었다.

좋아.

청년이 대충 그린 노선도를 꺼냈다.

이곳에서 기다려. 내가 여기서 출구를 열 거야.

잠깐. 추가 조건이 있어.

네가 크틸라가 된 후, 슈트롤의 명패를 찾아줄 수 있어? 명패를 저 지휘관에게 돌려주고 싶어.

인간에게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잖아?

알겠어.

인어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노선도에 표시된 위치로 빠르게 달려갔다.

텅 빈 터널에는 "노안" 혼자만 남아 크틸라의 추격과 마주했다.

…………

괴물로 변한 어머니가 노안 앞에 멈춰 섰다.

그 안에 있는 두 의식 모두 노안의 진짜 목적을 간파했다.

크틸라. 하이디가 여기에 있어.

항상 사과하고 싶어 했잖아?

▅▁▇▅▂▄▁▃▆▃▆▁▂▄▁▅▇▅▃▆▅▄▁.

그러니까 와서 그녀를 데려가. 네가 혹사에게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두 개의 의식이 비틀거리며 힘겹게 걸어왔다.

고마워.

이리하여 잘못된 선택을 했던 생명은 마침내 자신이 가야 할 올바른 길을 찾게 됐다.

혼자 무의미하고 부조리한 현세를 벗어났다.

???

▅▁▇▅▂▄▁▃▆▃▆▁▂▄▁▅▇▅▃▆▅▄▁.

고래의 노래 같은 슬픈 울음소리와 함께 라미아는 그녀를 가뒀던 우리를 떠났다.

시각 모듈에 비친 건 광활하고 끝이 없는 해저 유적이었다.

…………

이건... 너무 과장된 규모인데...

혹사는 언제부터 이 모든 걸 준비했던 걸까?

시간은 아직 충분할까? 그 지휘관은 이미 많이 쇠약해진 상태였다.

서둘러야 해.

라미아는 꼬리를 흔들며 퍼니싱이 가장 집중된 곳을 향해 헤엄쳐갔다. 그곳이 바로 크틸라와 이합 생물을 가둔 장소일 것이다.

라미아는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승격자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두 번째는 자신에게 꼬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죽음에 가까워진 인간은 꿈을 꾸었다.

그 꿈속에서, 지휘관은 졸업식 당일 강당으로 돌아갔다.

곧 학교를 떠날 졸업생들이 너무나도 익숙한 교가를 함께 부르고 있었다.

[먼 곳에서 봉화가 번지고, 선구자의 옷자락은 피로 물들어.]

[나는 배운 모든 것을 가지고, 어제의 학교와 작별하네.]

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폐허 속에서 희미하게 나타난 길. 그건 수많은 선구자의 발자취.]

그렇다. 우리가 여기 설 수 있는 건 선배들의 헌신 덕분이었다.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피투성이의 시체로 변해 있었다.

어느새 남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무도 그들을 대신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의 죽음 속에는 끝없이 쌓인 후회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졸업하던 그 순간이 떠오르곤 했다.

더 이상 분쟁이 없는 미래를 위해, 우리의 집인 지구를 위해, 젊은 학생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지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버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이 숨 쉴 여지를 주기 위해...

이게 네 기억이야? 모든 것이 반짝이고 있구나.

어느새 옆에 한 여성이 다가와 있었다.

빛나는 무대 옆에 서 있던 그녀는 비단 위에 난 그을린 구멍처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정말로 이 모든 걸 포기하고, 나와 의식을 융합할 거야? 넌 그들과 달라, 너한텐 아직 시간이 있어.

알고 있니? 그건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야.

우리의 기억이 섞이면서, 너는 내가 겪었던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그리고 왜 내가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을 해치는지 이해하게 될 거야.

살과 피가 시들어가고, 영혼이 불타버리는 꿈처럼 말이야.

그리고 너는 네 하반신과 아랫배가 사라진 것처럼 느끼게 될 거야. 오직 상체만이 "생명의 나무"에 매달려 그와 하나가 되겠지.

수많은 생명과 곧 탄생할 죽은 자들이 모두 자신의 의식과 연결되어, 탄생의 기쁨과 고통을 강제로 느끼게 될 거야.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해도, 돌아오는 것은 아기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뿐이야.

그래도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나를 도와... 날 죽여줘.

여성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강당이 점점 하얀 눈에 덮여 갔다.

뒤를 돌아보니, 아직 졸업하지 못한 수많은 후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앞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예전의 자신과도 같았다.

어쩌면, 때가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

가자. 미지로 나아가, 죽음으로 길을 묻고, 생존자에게 내일을 남기자.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지 마세요! 지휘관님!!

몸이 두 손에 단단히 잡혔다. 오랜만에 보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였다.

저희에게 좀 더 시간을 주세요. 지휘관님을 되돌릴 기회를 주세요!

언젠가 이별할 날이 올지라도, 지금은 아니에요!!

저희를... 조금만 더 믿어 주시면 안 되나요?

우리가 함께라면, 본·네거트나 다른 이합 생물이 오더라도 그들을 처치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혼자 멀리 가지 마세요!

그들 말이 맞아. 더군다나 너도 혼자가 아니잖아.

슈트롤은 인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웃으며 흩날리는 눈 속으로 걸어갔다.

아직도 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지?

"노안"도 슈트롤의 발걸음을 따라 끝이 보이지 않는 설원 속으로 사라졌다.

지휘관님.

정말 이 말을 믿어도 될까?

본·네거트가 크틸라를 데려가기 전에 그들이 도착할 거라고 믿어도 될까?

이 재난이 시작되기 전에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도 될까? 풀리아 삼림 공원의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어도 될까?

이번에는 병상에서 무력하게 기다리며 모두에게 짐이 되어, 중요한 사람들이 희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바라보지 않을 거라고 믿어도 될까?

인간의 마음은 흔들리는 저울처럼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망설였다.

죽음까지 13시간 남았다.

차가운 물방울이 얼굴에 떨어지면서 꿈속에서 헤매던 사람을 깨웠다.

눈을 떠보니 허황한 낙원은 사라지고, 진짜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어느새 온몸이 젖은 라미아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그... 슈트롤의 명패를 찾아왔어.

라미아는 녹슨 명패를 인간 옆에 놓았다.

지휘관이 걱정하던 알은 그 "노안"에게 전달했어. 그러니까...

라미아

…………

라미아는 그 손을 잡아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라미아

지휘관 몸 아래에 보호벽 몇 개를 깔아뒀어. 여긴 이합 생물의 모습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매우 위험해.

크틸라를 속박하던 물건이 내 생각보다 훨씬 많았어. 그래서 파괴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어.

하지만 지금은 성공했어. 우리는 지금 해저를 떠나는 중이고, 곧 해수면에 도착할 거야!

라미아의 뺨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이 인간의 남루한 코트 위에 떨어졌다.

희망찬 소식인데, 왜 그녀는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라미아

조금만 더 버텨. 곧...

라미아는 슬픈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라미아

대략... 10시간 정도 걸렸어.

라미아

…………

라미아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 내 단말기는 아직 고장 나지 않았었어.

여기서 보낸 시간을 계산해 보면, 아마 3월 30일이나 31일 정도 됐을 거야.

라미아

어? 내 말은 오늘이 3월 30일이나 31일쯤 됐을 거라고...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에요. 올해는 지휘관님께 어떤 선물을 드릴까요?

인간은 실종되기 전에 들은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라미아

어. 맞아.

인어는 당황한 채 한 숫자를 말했다.

지휘관이 실종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라미아

응. 여기로 떨어지기 전에 시간을 확인했었어.

라미아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이 없었다.

지금 넌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간절히 찾고 있는 지휘관일까? 아니면 그들이 신경 쓰지 않는 5명 중 하나일까?

아니면 네가 본인이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5명 중 한 명을 찾아서 더 이상 널 찾지 않을까?

라미아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혹사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노안"이라는 이름은 기억하면서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노안"의 눈이 어떻게 된 건지 아는 이는 지금의 지휘관이 아니었다.

네가 과거에 기억 상실 상태에 있었던 건 사실이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곳에는 기억을 가지지 않은 네 클론들이 많이 있어.

혹시 네가 진짜야?

온전한 기억, 리가 남긴 유일무이한 단말기, 모두의 메시지...

음... 자신과 같은 사람이 5명이나 있으면 좀 짜증 나려나? 그럼, 사고와 기억상실로 해결하면 되겠다.

그럼,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어떻게 할까?

수많은 고난을 겪어서 겨우 찾아낸 "지휘관"이 사고로 기억을 잃었을 때,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그것을 의심할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꿈속에서 모두를 만났는데...

어쨌든, 이건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돼버렸다.

라미아

뭐?

이 요람 도살장은 처음부터 버려진 사람들만이 참여하는 행진이었다.

죽은 줄 알았던 슈트롤.

선택을 잘못한 "노안".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야 목표가 없다는 걸 깨달은 하이디.

막다른 길에 몰린 실종자들.

그리고... 1년 내내 이곳에서 깊은 수면에 빠졌던 지휘관.

라미아를 향해 뻗었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썩은 사과처럼, 바닥에 굴러떨어지며 끈적한 소리를 냈다.

아무리 과거에 명예를 누렸더라도, 끝에 다다른 사람은 그저 한 줌의 피와 살에 불과했다.

라미아

왜...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넌 공중 정원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잖아...

승격자들 사이에서 언제나 조심스러웠던 라미아는 자신이 가치를 잃거나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려질까 봐 늘 걱정했다.

그녀는 너무 애쓰지 않아도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고, 박식하고 모두의 존경을 받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다. 하지만...

라미아

왜 이런 사람마저 버림받은 걸까?

라미아

…………

라미아

어째서... 지휘관은 분명...

라미아

931206?

라미아

…………

라미아

아직 시간이 남았잖아, 그런 말을 하기엔 이르다고...

균열로 가득한 마음은 더 이상 그 어떤 희망도 담을 수 없었고, 그 주인에게 남은 시간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라미아

혼자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이유로 쓰레기라고 자칭한다면, 나도 마찬가지로 그런 쓰레기겠네.

이곳에 오기 전에... 난 항상 그랬으니까.

지금 내가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그 알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인데, 그걸 내려놓으면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겠지.

그래서 알을 넘길 때... 그렇게 망설였던 거야.

라미아

욕심을 좀 더 내라고?

라미아

…………

라미아

…………

지휘관의 목소리가 점점 약해졌다.

라미아

그들이...

응. 이제야... 이제야 그들이 나를 떠나보낸 이유를 알겠어.

라미아

난 이미 알을 넘겼잖아, 이제 와서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라미아

…………

라미아

아니야... 괜찮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그리고 약속할게, 내가 조금 더 욕심을 내볼게.

하지만 지휘관... 제발 이렇게 빨리...

마지막 희망을 맡기고, 지휘관은 지친 눈을 천천히 감고, 익숙한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뭇별은 바다를 응시하고, 바다는 돛단배를 품에 안아...

라미아

하지만... 어째서... 왜 꼭 이렇게 끝나야만 하는 건데?

지휘관은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운도 좋고 강한 사람이잖아?

왜 이런 곳에서... 이런 방식으로...

라미아

…………

라미아

응.

라미아

지휘관은...

온기를 머금은 물방울이 곪은 피부에 떨어지자, 찔리는 듯한 통증을 불러일으켰다.

라미아

알겠어. 최선을... 다할게.

라미아

…………

인간은 마지막 힘을 다해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 신분 명패를 떼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슈트롤의 명패와 함께 라미아의 꼬리 옆에 놓았다.

라미아

알았어.

몸 아래의 부드러운 적색 구조는 그 부름을 이해한 것처럼,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인간을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라미아

응.

안녕...

말하지 못한 아쉬움, 아직 다 흘리지 못한 피 그리고 남아 있던 12.5시간 모두가 이 말과 함께 적색 진흙 속으로 가라앉았다.

라미아는 망설이며 잡지 못했던 손을... 다시는 잡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