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6 요람 속의 유행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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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9 잔액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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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찾은 자료를 잘 보관하고 백업한 뒤, 복잡한 제어실에서 계속해서 희망을 탐색해 나갔다.

2시간의 전투와 탐색 끝에 지휘관 일행은 혹사가 외부와 연락을 취할 때 사용하는 송신기를 발견했다.

기본 조작을 해봤지만, 역시나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내가 해볼게.

라미아의 말투에는 의심할 여지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루나 아가씨와 연락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도 아니잖아? 그녀가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어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도 오지 않을 거야.

승격자가 만든 특별 채널이니까.

방금 전의 자신감은 순간의 불꽃이라는 듯, 라미아의 목소리는 다시 한번 낮아졌다.

어쨌든 난 어떻게 하면 혹사의 비밀 코드를 풀고 신호를 복구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

혹사가 사용하는 방법은 침식체가 있는 지면에만 연결할 수 있는 것 같아.

라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있는 송신기를 서툴게 조작했다. 그리고 단계마다 대응하는 위치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모습은 마치 설명서를 보며 낯선 기계를 다루는 이 같았다.

방금 배웠어.

어쨌든 배웠어.

아니. 어쨌든 배웠어.

음... 비슷해.

혹사가 남긴 정보 몇 가지를 발견했어. 퍼니싱 안에 있어서 승격자만 볼 수 있는 정보야.

본·네거트와 부하 승격자들이 퍼니싱과 침식체를 이용해 그렇게 정교한 것들을 만들어내다니, 정말 의외야.

퍼니싱은 루나 아가씨의 궤도포처럼 발사하는 존재인 줄 알았거든.

라미아가 낮은 소리로 혼잣말했다.

대부분의 적을 상대하는 데는 이 정도면 충분해.

무, 무슨 소리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루나 아가씨는 이런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없을 뿐이야! 아가씨는 자신의 힘만 발휘하면 충분히 천지를 뒤흔들 수 있으니까!

마치... 마치 식품 창고 주인이 통조림을 절약하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이야!

가브리엘은 항상 약자들만 무리 지어 다니고, 도구와 요령을 연구한다고 했어. 충분히 강한 힘 앞에서는 이런 건 다 소용없다고 말했었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어 올린 라미아의 눈은 벽 너머 깊은 바다를 지나, 이곳에 존재하지도 않는 별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힘"의 성장 속도는 점점 느려지기 마련이야. 하지만 가브리엘은 이 점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어.

라미아가 말한 것처럼 가브리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도 자기 인식에 갇혀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접하는 것들을 유일한 진리로 여겼고, 인식의 범위를 벗어난 것들에 대해서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거나 무시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자신이 인식과 편견에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림자"를 조금 봤을 뿐이야.

이 얘기는 나중에 하자.

풀이 죽은 듯 시선을 거둔 라미아는 현재의 척박함 속으로 돌아왔다.

라미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송신기를 계속 조작했다. 한참이 지난 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신분 카드가 필요해.

송신기가 작동하게 수리했을 뿐, 신분 인증을 뚫는 건 내 전문이 아니야!

라미아는 초조한 듯 발끝으로 바닥을 쿵쿵 찼다.

그 대행자의 부하들이 이렇게 복잡한 것들을 좋아할 줄 누가 알았겠어!

내가 가는 게 낫겠어. 일단 마인드 연결을 끊자. 넌 여기서 잠시 쉬고 있어.

이건 라미아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보 조사는 원래 그녀가 잘하는 일 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라미아의 협조 덕분에 마인드 연결을 금방 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알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라미아는 몸을 숨기며 조심스럽게 붕괴와 사방에서 나타나는 괴물들을 피했다.

근처를 순찰하던 침식체를 발견한 라미아는 그 머리를 비틀어 전자두뇌의 기억 장치를 읽어냈다.

...

한 번 더 빌릴게. 하이디.

영상 속 혹사는 벽 틈새에서 파일철을 꺼냈다.

여기 근처인 것 같은데?

기록 속 위치를 만진 라미아는 그 벽 자체가 퍼니싱의 이중합 결정체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아냈다.

혹사가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둘 수 있었던 건, 인간이 이 위치를 절대 건드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 안에 또 다른 함정이 있어서일까?

...

함정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안전하게 도망칠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시도해 봐야 했다.

이중합 결정체에 손을 뻗은 라미아가 낡은 파일철 하나를 꺼냈다.

폴더를 열어보니, 안에는 이미 누렇게 바랜 파일 하나와 조금 퇴색된 신분 카드가 끼워져 있었다.

쿠로노 카나?

크틸라 후보 파일

넘버: 쿠로노 카나

생물학적 연령: 16세

CB103호가 "크틸라"로 되기 전, 생명의 나무의 도움 없이 자연적으로 낳은 아이로,

아버지는 연구원 쿠로노 히사카와이다.

□□□□□□□□□□□□, □□□□□□□□□□.

□□□□□□ 후, 쿠로노 카나 역시 크틸라가 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생명의 나무와의 결합 수술은 12월 23일 21시에 시작될 예정이다.

생명의 나무...

죽은 자를 품은 거대한 나무가 라미아의 의식의 바다를 스쳐 지나갔다. 과거의 기술이 이렇게 대단했던 것일까?

파일의 구체적인 시간을 확인해 보니, 퍼니싱이 발발하기 전이었다.

그들은 분명 개조했을 거야.

그 이유를 생각하며 쿠로노 카나의 신분 카드를 소형 콘솔의 센서 존에 갖다 댔다.

아직 쓸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콘솔 위에 커다란 글씨로 이렇게 표시되어 있었다.

해당 신분의 잔액이 부족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n 충전하거나 두 번째 카드를 사용하십시오.

해당 신분의 잔액이 부족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충전하거나 두 번째 카드를 사용하십시오.

뭐야? 같은 편이면서 왜 자기들 구역에서 유료 해제를 하는 거야?

라미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 더 시도해 봤지만, 스크린에는 같은 알림만 반복해서 나타났다.

갑자기 혹사와 싸우고 싶네.

라미아는 전례 없는 충동을 느꼈지만, 그 충동을 즉시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다른 침식체를 찾아봐야겠어.

???

▁▃▆▃▆▁▂▄▁▁▃▆▅▄▃▆▁

갑자기 라미아의 청각 모듈에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그것은 초대 같기도, 미리 준비해 둔 미끼 같기도 했다.

어서 여기에 숨어.

하이디?

이번엔 선생님이라도 우릴 찾지 못하실 거야.

길을 잃은 인어를 일부러 안내하는 것처럼, 한쪽 날개만 있는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방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

한편, 인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현지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방 주변에서 단서를 찾고 있었다.

세 번째 방으로 들어섰을 때, 무너진 바닥 틈새로 노트의 일부분이 보였다.

알았어. 어디 쪽이야?

중상을 입은 환자가 90%의 시력을 잃은 이를 원격으로 조종하며, 3분 동안 더듬거린 뒤 틈새에서 또 다른 노트를 꺼낼 수 있었다.

펼쳐보니 안에는 3가지 다른 물건이 끼워져 있었다. 하나는 파일, 하나는 신분 카드, 나머지 하나는 빈 협의서였다.

파일을 열어보니 익숙한 얼굴의 소녀 사진이 붙어 있었다.

파일을 빠르게 읽어보니, 그 안에는 "XX003"이라는 번호를 가진 실험체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그녀는 한때 작은 성과를 거둔 생물 기술 전문가였다. 황금시대에 태어나 가족력으로 발병한 암의 그림자 속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여러 번 재발하자 결국 치료를 포기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크틸라 계획의 생명의 나무에 투입한 뒤, 그녀는 세 번의 재탄생을 거쳐 마침내 다른 사람의 몸에서 생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실패한 시도였다. XX003은 기억도, 성격도 이어받지 못했다. 그녀는 오직 "그녀 본인"의 연구 재능만 물려받았다.

이런 수고스러운 계획이 클론 기술로 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이뤘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바로 그녀의 의식 데이터를 CB 시리즈의 실험체에 넣어서 그녀가 새로운 육체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한 것뿐이었다.

유전병을 치료했고, 본인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외모도 대중적 취향에 맞게 바뀌었다.

그녀를 잉태한 모체의 번호는 CB107이었고, XX003을 낳은 후 의식과 장기가 "생명의 나무" 시스템과 거부 반응을 일으켜 곧바로 사망했다.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XX003을 아직 그 여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구역 ______ 번호 ______ 이름 ______ 나이 ______

피험자 상황 요약: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크틸라 계획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계획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으며,

여러 가지 제한 사항이 있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해당 부분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1. 계획의 최종 목표는 당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기억, 성격, 모든 학식을 지닌 채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2. 현재 뇌사 상태이거나 뇌에 심각한 손상 또는 질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효력이 없습니다.

3. 세계 정부의 <과학 기술 진보 및 보장법> 제1092조에 따라, 관련 협의를 체결하고 특별 혜택을 받은 사람이

입원 시에는 본 기관에도 통보됩니다. 의사가 생명이 1년 이하라고 진단했을 경우,

협의서에 명시된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크틸라 계획에 협조해야 합니다. (관련 허가는 부록 3을 참조하십시오.)

그 외에도 계획의 특수성으로 인해 다음 내용과 같은 위험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유심히 읽어봐 주시길 바랍니다.

1. 계획의 진행을 위해 의식은 데이터화되며, 완료 후 인간의 육체는 사망하게 됩니다.

2. 기술적 필요로 인해 의식을 데이터화하는 과정에서 마취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3. 의식 데이터 외에 생물 데이터를 연구소에 남기는 것에 동의하셔야 합니다.

4. 의식이 데이터로 전환된 후 본 연구소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방문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피험자 또는 보호자 서명: ___________

노트의 안쪽에는 몇몇 웹페이지가 캡처된 내용이 인쇄되어 있었다. 한 노인이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특별히 정리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낡고 얼룩진 화면과 대사는 두 사람의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대화를 담고 있었다. 제목에는 "킬고어 트라우트"와 지워져 식별할 수 없는 이름이 있었다.

알겠어.

"노안"은 도와줄 생각이 없다는 듯 길을 비켜주었다.

"지진"과 붕괴의 빈도가 줄어들었어. 방금 너희가 일으킨 혼란은 혹사가 제어한 것 같아.

내가 떠난다면 혼자 남게 되는 너는 인간형 이합 생물에게 손쉽게 잡힐 거야.

극심한 통증을 견디며 아주 천천히 한 발짝 내디뎠다. 두 다리는 퍼니싱의 침식으로 인해 곪아가고 있었다. 현재의 지휘관은 인어공주처럼 칼날 위를 걷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미안.

고통에 떨고 있는 인간의 몸을 바라본 노안은 사과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미안. 난 이미 수격자야.

미안. 난 이미 수격자야.

청년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퍼니싱을 제어할 수 없는 수격자"와 접촉하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도움을 청하고 싶었을 것이다.

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

그런 방식으로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일깨워주지 않아도 돼.

두 팀이 서로 다른 자료를 들고 상대방을 향해 다가갈 때,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던 요람도 악몽의 시작을 떠올렸다.

아니. 그날이 오기 전부터, 그녀<//크틸라>의 기억은 이미 황금시대 말기 특유의 악몽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윗선에서 투자하면서 바란 것은 이렇게 간단한 결과가 아니야.

아직 개선 중이고, 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실험체와 연애할 여유는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

이는 의식 데이터의 안정도가 실험체의 생전 감정과 관련이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한 실험체에 사랑을 고백했고, 그녀가 사람을 사랑하게끔 격려했어요.

결과는 어땠나?

CB103호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모체였고, 그녀는 "생명의 나무"와 완벽하게 호환될 수 있어요.

이로써 융합도가 실험체의 감정 안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어요.

그런데 듣기로는 너와 그 실험체 사이에 자연 분만한 아이가 있다던데? 이름이 쿠로노 카나였나?

네.

개방적이네. 이것도 계획의 일부분인가?

아직 젊은 쿠로노 히사카와는 고개를 숙이며 반박하지 않았다.

트라우트 교수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형수의 인체 실험이 금지됐어. 지금 너희에게 투자하는 건 단순히 돈만이 아니라는 거야.

위에서는 너희 연구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어. 진척만 보여준다면, 이런 사소한 일은 눈감아주기로 했지. 그런데 진척이 어떻게 되고 있지?

최근에는 아무런 진척도 되지 않고 있잖아!!

상위자의 분노에 찬 침이 쿠로노 히사카와의 얼굴에 튀었다.

...

연구소는 네가 공금으로 아이를 키우는 곳이 아니야. 그 아이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처리해.

너희에게 남은 시간과 자금이 많지 않아. 만약 다시 탄생하는 길로 가기 힘들다면, 좀 더 새롭고 눈에 띄면서 윗분들이 좋아할 만한 길로 가야 할 거다.

예를 들어, 생명의 나무 위에 구축된 그 여왕벌 시스템도 괜찮잖아? 크틸라가 낳은 아이들이 그녀의 의식과 연결되어 크틸라의 명령을 따르게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은데?

공상과학 소설의 "사상 통제" 수준이잖아. 절대복종하는 군대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그 사람들이 이전의 성격과 기억을 되찾지 못하더라도, 재능만 있으면 돼!

그런데 너희는 아무런 진척도 내지 못하고, 크틸라는 공격성을 보이지 않으니, 이게 다 헛수고 아니야?

고드윈 교수님은 별로...

그럼, 그를 교체해. 아니면 경찰이 눈치채기 전에 그냥 "해체"해 버려.

그는 "해체"라는 단어를 기괴한 어투로 강조하며, 이 터무니없는 계획에 대한 사형 유예를 선언했다.

남아 있는 31명의 과학 연구원은 아직 살아 있는 "실험체" 47마리를 묵묵히 응시했다.

숨 막힐 정도로 하얀 "양식장"에서 그들은 금기를 깨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영생의 꿈을 추구했다. 그건 광적이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았다.

앞으로 투자가 절반으로 줄어들 거야. 이제 9개월 남았어. 가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는 넓은 보폭으로 자리를 떠났다.

투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는 이런 불법적인 일들과 너무 많이 얽혀버렸어요.

고드윈 교수님이 쾌차하시면... 모셔와서 회의하자.

쿠로노 히사카와는 쓴웃음을 지었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서라도 전면적인 비용 절감이 필요해. 실험체부터 우리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야.

이 가짜 유토피아는 내일을 살 여력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