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6 요람 속의 유행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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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딴짓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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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을 끊은 라미아는 잠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자신의 다리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보육원.

아틀란티스에 있을 때, 라미아는 하루빨리 그곳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을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곳을 벗어난 후에는 어떻게 될까?

운수에 한번 맡겨 볼래?

난 네가 합법적인 보육원으로 보내져서 이 잔인한 실험에 휘말리지 않을 거라는 것에 걸게.

…………

그 지옥에 빠진 아이 중 행복한 삶을 사는 이는 없어. 그러니 죽는 게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몰라.

불행히 살아남은 이들은 십수 년이 지나도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

그래서 그들에 비하면 승격자도 그렇게 싫지는 않은 것 같아.

쓴웃음을 지은 릴리안이 자신의 신분을 라미아에게 넘겼다.

라미아는 자신의 기억을 되짚으며 멍하니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가브리엘이 사라졌을 때 라미아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다.

롤랑과 알파가 모두 루나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을 때도, 라미아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자주 연락이 오던 한 인간도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릴리안마저 예전보다 더 안정적인 곳을 찾았다.

그렇게 라미아와 과거에 약한 유대를 맺었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났다.

…………

라미아는 한숨을 내쉬며 벽 구석에 앉았다.

앞으로의 조사에 대해 라미아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라미아는 이 복도의 끝, 바로 아래에 대량의 적조가 저장되어 있고, 높은 농도의 퍼니싱 응집체 하나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어떻게 해야 적조를 제거하고, 목표를 노출한 다음 아무것도 모르는 지휘관과 슈트롤을 이곳으로 유인할 수 있을까?

너무 피곤해.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라미아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숨어 하늘이나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아직은 쉴 수 없어. 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해.

결심은 했지만, 몸이 좀처럼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라미아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그들이 "릴리안"에게 준 간이 단말기와 그것을 쥐고 있는 "인어"의 손을 보았다.

…………

이곳에는 위험한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 말했던 것처럼 협력해야 혹사를 물리치고 탈출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라미아는 릴리안의 신분으로 이 협력 범위에 포함됐다. 하지만 결국 그건 거짓말에 불과하다.

이 거짓말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들통난다면 사방이 적이 될 것이다.

하아...

라미아에게 이렇게 안식처가 없는 느낌은 낯설지 않았다.

<인어공주> 속 인어공주가 꼬리를 포기하고 인간의 나라로 갔지만, 화려한 궁궐은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다.

인어공주?

라미아는 이런 아름다운 비유보다는 "위장하고 군중 속에 들어갔다가 고립된 원숭이"라는 표현이 현재 상황에 더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여기까지 생각하니 조사하러 가야 하는 발이 더더욱 떨어지지 않았다.

라미아는 차라리 간이 단말기를 잃어버린 척하고, 이곳에서 슬픈 감정 8밀리그램과 정신적 소모 2밀리그램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라미아는 딴짓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조사를 착실하게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

적막한 복도에 약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런 곳에 왜 바람이 불지?

라미아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봤다. 그러자 복도 끝에...

악몽 같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찾! 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