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6 요람 속의 유행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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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함께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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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 실종된 지 15일이 지났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도 냉정한 상태로 15일 동안이나 폭주했다.

이 엘리트 소대는 평범한 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과 고난을 겪었고, 생이별을 맞이할 준비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대원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 이별하는 날이 온다 해도 최소한 전장이나 늙은 지휘관 곁에서의 이별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대원들이 생각하는 이별이란, 공동의 목적을 위해 생명의 끝까지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이라고 믿었다.

소대원들은 중요한 사람 곁에 함께하며, 그 찬란한 영혼이 떠나는 모습을 고통스럽더라도 직접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날, 그런 방식의 이별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냥 "나중에 봐."라는 말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마음 한구석이 운명에 휩쓸려 적조에 오염된 강, 악의와 이익으로 형성된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았다.

오늘부로 우리의 임무는 종료해야 할 것 같아요.

차징 팔콘 소대의 대장은 폐허 한쪽에 서서 단말기에 있는 자료를 루시아에게 보냈다.

이제 우리는 남극 근처로 가서 퍼니싱의 이상 집결 문제를 조사해야 해요.

이상 집결이요? 알겠어요.

쳇. 긴급 임무는 무슨. 누가 봐도 시간 끌기 위해 우리를 먼 곳에 떼어놓으려는 거잖아.

그걸 입증할 증거가 없잖아.

하지만 그들에게는 충분한 동기가 있잖아!

카무는 주먹을 꽉 쥔 채, 옆에 있는 폐허의 벽을 내리쳤다.

그 녀석이 어떻게 실종됐는지 알면서도 그런 말이 나와?

당연히 알고 있지, 하지만 지금은 명령을 어기고 행동할 때가 아니야.

그들에게 더 많은 명분을 준다면, 우리의 자유로운 행동만 더 제약받게 될 거야.

그럼, 난 또다시...

카무.

넌 입 다물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믿어.

그들이 우리보다 더 급할 거야.

쳇.

단말기에 보낸 세 개의 파일은 저희가 10일 동안 정화 부대와 협력해서 조사한 곳이에요.

첫 번째는 파일은 반즈가 075호 도시의 배신자 임시 거점에서 수집한 자료예요. 대행자 루나가 지하 거점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 배신자들이 그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어요.

이들의 주요 목적은 의식의 바다의 안정성 테스트였어요. 테스트가 안전하지 않은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테스트 중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어요.

두 번째 파일은 오염된 강 하류에서 회수한 거예요. 카무가 정화 부대의 장비를 이용해 잔해들 속에서 혹사와 배신자의 기록을 찾아냈어요.

이 기록은 그레이 레이븐의 추측을 입증하고 있어요. 승격자가 4월 1일 밤 강가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 옆에 한 노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어요.

비앙카가 이 노인의 자료를 수색하고 있지만, 이 노인은 특별한 특징이 없고 등록도 되어 있지 않아서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망각자나 노안처럼 난민들에 대해 잘 알 만한 이들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크롬은 잠시 침묵했다.

망각자 쪽엔 이미 가봤어요. 하지만 믿을 만한 정보를 얻지 못했고, 그들의 태도를 봐선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승격자가 떠나고 6시간 뒤, 그 자리에 또 다른 이가 나타났는데 바로 노안이었어요.

뭐라고요?

이 기록을 받은 후, 노안의 행적을 확인해 봤어요. 그날 밤 노안은 블랙 램 소대의 멤버들과 함께 정화 구역에 있었고, 소대원의 증언도 있었어요.

…………

불필요한 소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비앙카 외에 아무에게도 이 정보를 알리지 않았어요.

네. 일단은 알겠어요.

세 번째 파일은 적음신계와 관련된 정보예요. 저와 카무이는 그레이스가 제공한 단서를 바탕으로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을 다시 조사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아직 붕괴하지 않은 별관을 발견했어요.

별관이요?

그 해양 박물관은 총 6층으로 구성되어 있었어. 위쪽 3개 층은 천해에 있고, 아래쪽 3개 층은 승격자가 나중에 지은 곳이야. 그레이스도 그 아래층은 가본 적이 없었고, 그런 곳이 있다는 소문만 들었대.

그때 이합 생물의 공격을 받은 것도,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의 붕괴도 아래층을 숨기기 위함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네요?

네.

우리는 그곳에서 크틸라 계획과 "숙체" 연구의 흔적을 발견했어요. 그곳은 한때 승격자의 연구소였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었어요.

제 추측에는 본·네거트의 부하들 대부분이 연구에 능한 이들인 것 같아요. 겨울 계획에 참여했던 그들이 적조가 나타난 뒤, 이합 생물 연구로 방향을 튼 것 같아요.

저희 쪽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왔어요. 이상 실종된 사람들과 불법 의식의 바다 안정성 테스트에 대해서요.

하지만 찾는 족족 단서가 끊겼어요. 그리고 그 수송기에 관련된 스태프들도 모두 의문의 죽임을 당했어요.

누군가가 궁지에 몰린 것 같네.

그레이 레이븐도 미행당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승격자는 더 큰 음모를 계획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 계획엔 "매우 안정적인 의식의 바다"가 필요한 것 같아요.

광범위하게 찾아도 마땅한 목표를 찾지 못하자, 명확한 목표에 손을 댄 것 같아요.

차징 팔콘 소대의 임무 인계 보고는 여기까지예요. 이제부터는...

크롬은 임무 인계 시에 자주 사용하던 "이제부터는 당신들에게 맡길게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스크린 속 그레이 레이븐 대원들을 바라본 크롬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 휘장의 반대쪽 날개를 그리는 것처럼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자신의 오른쪽 가슴에 놓았다.

차징 팔콘 소대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함께할 거예요.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고마워요!

통신이 끊기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그들이 정말로 안정적인 의식의 바다를 원한다면 왜 우리를 찾지 않은 걸까요?

성공에 확신이 없거나, 우리마저 자격이 없다는 뜻이겠죠.

적어도 지휘관님께서 그 강에서 사망하지 않으셨다는 것은 알겠어요.

임무를 계속 수행하죠.

리브, 시몬 지휘관님과 확인해 주세요. 저는 지휘관님께서 배신했을 거라 믿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개인의 선택과 상관없이 부득이한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알겠어요.

노안 쪽은 저도 좀 더 신경 쓸게요.

좋아요. 다음 목표 지점은 겨울 요새 뒤편의 폐허 지역이에요. 누군가가 그곳에서 혹사를 본 적이 있다고 했어요.

출발하죠.

루시아는 칼날에 묻은 배신자의 순환액을 털어내고, 칼자루를 단단히 쥐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이런 결말은 절대 인정할 수 없어요!

찾았다!

3시간 넘게 계속된 수색 끝에 드디어 지휘관 일행은 잔해 속에서 모든 보급품을 찾아냈다. 물론 그레이 레이븐 휘장이 새겨진 코트도 발견했다.

이 물건 더미는 내가 들어 올릴 테니, 얼른 코트를 꺼내.

지휘관은 잔햇더미 아래에 있던 코트를 단숨에 꺼냈다. 슈트롤도 코트를 누르고 있던 무거운 물건들을 내려놓으며, 그것들이 그대로 통로 위에 흩어지게 놔뒀다.

아. 정말 피곤하네. 나이 들어서 개조 수술을 받으면 이게 문제야.

그럼, 잠깐 쉬게 해줘.

그렇게 말한 슈트롤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릴리안, 보조형 구조체라고 했지? 운 좋게도 의료 물품을 찾았어. 상처 봉합 같은 건 할 줄 알지? 가서 지휘관 좀 치료해 줘.

저, 전 구조체 전공이라서, 기본적인 응급처치밖에 못 해 드려요.

한숨을 내쉰 슈트롤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만이라도 괜찮아. 너한테 맡길게.

고개를 끄덕인 릴리안은 겁먹은 자세로 의료용품을 들고, 온몸이 지휘관과의 접촉을 거부하는 듯 손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의심스러운 눈빛을 느낀 릴리안은 당황한 듯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 그게 아니에요. 그냥 제 의술을 믿지 못해서 그런 것뿐이에요.

그녀는 마지못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상처가 어디에 있죠?

제가 한번 볼 수 있을까요?

혹사 그 녀석이 도대체 너한테 뭘 한 거야? 등에 곪은 곳이 엄청 많은데, 퍼니싱 침식인 건가?

가볍게 기침한 슈트롤은 눈치껏 몸을 돌려 앞에 있는 잔햇더미를 연구하는 척했다.

상처가 엄청 심각하네요. 곪은 곳이 엄청 많아요. 침식 때문인가요?

조용해진 공기 속에는 "릴리안"이 붕대로 상처를 감는 소리만 남았다.

숙련된 의료진은 자신의 힘을 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이지 않는다. 리브처럼 온화한 사람도 상처를 만질 때는 망설이지 않았다.

…………

의심의 눈초리를 다시 한번 감지한 릴리안의 동작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

라미아는 이 의심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 잘 알고 있었다.

릴리안이 지금 단말기에 음성 입력으로 문자를 적는다면, 줄임표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자신과 체형이 크게 다른 릴리안의 모습을 하고 있던 라미아는 지휘관 일행과 합류한 후, 한쪽은 혹사, 다른 한쪽은 인간이라는 이중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라미아는 이 고립된 곳에서 정체가 탄로 나 도망치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해 잔햇더미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 어떻게 조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차라리 여기서 승격자다운 짓을 하는 게 어떨까? 슈트롤과 지휘관이 방심한 틈을 타 한쪽을 처리해 버리는 편이...

하지만 라미아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인간이 자신을 우리에서 구해줬던 모습을 떠올렸다.

감사의 마음을 떠나서, 또다시 우리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네 코트에서 단말기를 찾아봐.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쉰 슈트롤이 몸을 일으켜 손상된 단말기를 손보기 시작했다.

방금 다른 사람들의 단말기를 몇 개 발견했는데, 분해해서 다시 조립해 보려고 해. 외부와의 연락은 기대도 하지 않아. 이 구역에서 사용할 수만 있으면 좋겠어.

혹시 흩어져도 단말기로 연락할 수 있을 테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전달할 수도 있고.

슈트롤은 부서진 단말기를 조립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하. 바렐리아는 항상 네가 "운 좋은 멍청이"라고 했었어.

그래. 졸업하자마자 가장 적합한 대원을 찾았고,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잖아. 네가 운이 좋지 않으면 누가 운이 좋다고 할 수 있겠어? 그런데 밖에 나가서 내가 말했다고 하지 마.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 중에 운 좋은 멍청이가 아닌 이가 몇이나 되겠어?

우리 성갑충 소대 지휘관의 이름이야. 곤충 이름으로 명명된 소대는 항상 "더러운 일"을 해야 했지. 너희처럼 내세우는 영웅들과는 달라.

뭐. 지금은 다들 비슷해졌지만 말이야.

슈트롤은 자신의 명패를 어루만졌다.

수석 졸업생이라며? 학교에서 꽤 잘 지냈겠네?

오? 그럼,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겠네?

하하. 학교는 학교고 전장은 전장이야. 지금 이런 상황이 너한테는 아주 힘들어 같은데.

그럼, 지금 상황이 더 힘들겠네. 함께 싸울 동료가 우리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그냥 잡담이야.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지휘관님. 붕대 다 감았어요.

상처는 간단히 처치만 되어 있어서 일단은 이 정도로 버텨야 했다.

지휘관님... 또 이렇게 심하게 다치셨어요?

리브의 슬픈 표정을 보고 싶지는 않지만, 그녀가 이곳에 있었다면 그 어떤 상처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반즈는 보조형 구조체가 되기 전에 소아과 의사였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침식과 심각한 외상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사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대충 붕대를 감싸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더 중요한 건...

지금은 부상자의 휴식 시간이야. 나머지 일은 내가 처리할게.

이런 환경에서도 잠시나마 숨 쉴 틈을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봤다. 여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고통이 몸을 옭아매고 있었고, 약제의 효과는 아직 진행 중이었다.

피로감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자유롭게 움직일 힘이 상처에서 피처럼 흘러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시야마저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붙잡고 평소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나저나, 단말기는 찾았어?

슈트롤이 손에 쥐고 있던 접이식 칼을 던졌다.

코트의 하단을 잘라내자, 리가 남긴 미니 단말기가 보였다. 멀쩡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켤 수는 있었다.

스크린의 대부분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기억에 의지해 조작 시스템의 전환 버튼을 찾았다.

한참 뒤에야 단말기에서 미세한 알림음이 울렸다.

시스템

음성 인식 중... 통과됐습니다.

환영합니다. 27개의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재생하시겠습니까?

부서진 홀로그램에 루시아의 모습이 투영됐다.

지휘관님. 저희가 지금 지휘관님을 찾고 있어요. 어디에 계시든 포기하지 마세요.

그 다음은 리였다.

믿을 만한 모든 이들에게 이 백업 단말기의 통신 주소를 공개했고, 모두가 지휘관님을 찾고 있어요.

이어서 리브의 모습이 보였다.

지휘관님. 저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지휘관님의 소식을 찾을 거예요.

재생할수록 그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데이터 손상으로 인해 조금씩 흐릿해졌다.

차징 팔콘 소대는 각자 자신들의 조사 경로를 보고하며, 단서를 찾을 수 있길 기대했다.

케르베로스 소대도 수상한 거점 여러 곳을 조사했다. 심지어 베라는 정화 부대와 협력해 심문에도 참여했다.

결석한 블랙 램을 제외한 대부분의 익숙한 소대들이 크고 작은 수색 정보를 보내왔다. 또한 상황을 물어보거나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마지막 메시지는 바네사한테서 왔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아?

바네사의 목소리와 모습은 손상된 데이터 속에서 분해된 것처럼 깨져 있었다.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는 건 일반 ▁▅▇▅▃▆▅▄▁에선 사망했다고 볼 수 있겠지.

정말 웃기네. ▁▃▆▃▆▁▂▄▁▁▃▆▅▄▃▆▁.

바네사는 귓가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다 말고 단말기를 책상에 놓고 벽 쪽으로 걸어가 그늘진 구석에 앉았다.

…………

▅▁▇▅▂▄▁▃▆▃▆▁▂▄▁▅▇▅▃▆▅▄▁.

▁▃▆▃▆▁ 졸업식 때 네가 ▁▅▇▅▃▆▅▄▁ 서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

바네사는 창밖을 바라보며 가랑비처럼 흩날리는 감정으로 과거를 회상하더니, 오래된 노래를 흥얼거렸다.

…………

▁▃▆▅▄▃▆▁ 네가 그 자리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수없이 ▁▃▆▃▆▁ 상상했어.

하... ▁▂▄▁ 결국 이런 식이라니.

상관없어. 어차피 넌 듣지도 못하겠지만, ▁▂▄▁ 나의 ▃▆▅▄ 만족을 위한 걸로 치자.

너의 죽▆▅이 확인되면, 리브를 백▇▅▃▄▁ 소대로 불러올 거야. 넌 그냥 왜 ▁▅▇▅▄▁하지 못했는지 후회하며 하▃▆에서 치켜 보고 질투나 해.

메시지가 여기서 끊겼다. 그리고 아무리 조작해도 단말기는 반응이 없었다.

파오스의 교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은 슈트롤이 재조립한 간이 단말기를 건네줬다.

네 건 고장 났으니 이거 써. 유효 거리는 100미터야. 적어도 서로 연락할 수는 있을 거야.

예전에 바렐리아와 함께 폐허에 갇혔을 때, 그녀가 모닥불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들은 적이 있어.

슈트롤은 단말기를 조정하며 추억 속 이야기를 꺼냈다.

바렐리아는 이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격려와 위로가 된다고 했어.

고립되어 지원이 없는 상황일지라도, 추억이 주는 용기가 우리를 다시 만날 그 순간까지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고 말이야.

그들이 모두 죽으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녀는 무릎을 껴안고 조용히 지휘관에게 물었다.

뭐라고요?

"릴리안"은 이 말이 유독 비꼬는 것처럼 들렸다.

어떻게 그게... 당신들이 있다는 게 무슨 뜻이죠?

그녀는 "나에겐 루나 아가씨가 있어."라고 말할 용기조차 없었다.

롤랑, 루나만 신경 쓰는 알파, 그리고 자신의 진짜 정체조차 모르는 눈앞의 인간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루나의 곁에 있는 승격자들은 각자의 혼란과 목적을 품고 각자의 구원을 찾아 나섰지만, 누구도 서로의 마음과 기억을 엿볼 수는 없었다.

라미아는 이런 상태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억을 되찾고 자아를 되찾은 라미아는 눈앞의 끝없는 어둠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릴리안이 말했듯, 라미아는 더 이상 승격자라는 신분의 동굴에 갇힌 존재가 아니었다.

라미아는 자신의 상처가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굴 밖 세상에 대해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쳇, "당신들이 있다는 게 무슨 뜻이죠?"라니 그게 말이지.

이 녀석이 조금 전에 총알을 다 써가며 너를 우리에서 구해내려 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과거에 어떤 사람을 잃었는지는 몰라도, 사람은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거야.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어.

자기 자신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바위로만 생각한다면, 아무도 널 구원할 수 없어. 결국 추억 속에서 빠져 죽을 뿐이야.

…………

아니에요. 그...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라미아는 앞에 있는 슈트롤과 지휘관에게 다른 문제를 물어보고 싶었다.

예를 들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자신이 쓸모없어지면 버려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승격자인 라미아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이 승격자가 아닌 부분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라."라는 대답 외에 다른 답을 얻을 수 있을까?

하지만 라미아는 물어볼 수 없었다. 그녀는 망설인 끝에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문제를 물었다.

방금 왜 저를 구하신 거죠?

그 말은 릴리안에게도 라미아에게도 거짓말이 아니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전 사실...

그러면 지금은 절 잡지 않겠네요?

"릴리안"은 허탈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거짓말이 폭로되기 전, 잠시라도 좋으니... 가짜 신분으로 이 합창의 노랫소리에 녹아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